부가티의 첫 번째 EV는 킥보드?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1.20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가티가 첫 번째 EV를 선보였다. 그런데 하이퍼카가 아니라 다름 아닌 킥보드다.

지난해 부가티는 리막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부가티의 이름을 단 하이퍼 일렉트릭 카가 나오는 건 어찌 보면 시간문제다. 이미 리막이 일렉트릭 하이퍼카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허나 그 예상을 깨고 부가티의 첫 번째 EV가 등장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하이퍼카가 아니라는 것. 다름 아닌 한국에서는 킥보드라 부르는 이른바 전동 스쿠터다.

얼마 전에 소개한 두카티의 전동 스쿠터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눈치챘을 것이다. 맞다. 부가티의 전동 스쿠터도 사실 부가티가 만든 것은 아니다. 부가티의 이름으로 라이선스 생산된 전동 스쿠터다. 하지만 부가티라는 이름은 돈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순 없다. 특히 그게 이동 수단이라면 말이다. 부가티의 가치에 걸맞은 무언가가 있어야만 하며 부가티의 감성과 헤리티지를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도 까다로운 눈을 갖고 부가티 이름으로 제작된 전동 스쿠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컬러가 눈에 띈다. 부가티를 상징하는 컬러이자 프랑스 모터스포츠를 상징하는 레이싱 컬러, 프렌치 블루로 마감되어 있다. 이 컬러의 정식 명칭은 에자일 블루(Agile Blue)로 부가티의 클래식 레이스카에도 쓰였던 컬러다. 이 외에도 실버와 블랙 두 가지 컬러를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프레임과 포크에 트러스 구조가 눈에 띈다. 설명에 따르면 이 스쿠터의 프레임은 무려 마그네슘 합금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크진 않겠지만 트러스 구조가 가벼운 바디의 강성을 보강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테일램프가 자리한 리어 엔드는 마치 부가티 시론을 보는 기분이다. 한 가닥으로 이어진 LED 램프와 함께 살짝 부풀어 오른 휠 하우징이 인상적이다. 물론 테일램프는 브레이킹 시 실제로 점등된다. 이 외에도 이 스쿠터에는 몇 가지 조명이 추가되어 있는데, 달리는 동안 리어 휠 뒤로 에토레 부가티의 모노그램, EB가 바닥을 비춘다. 또한 배터리 팩 좌우로 가느다란 LED 램프가 달려 있어 주변에 스쿠터가 있음을 알려준다.

무척 간단한 탈착 구조를 갖춘 배터리는 프레임 바닥에 장착되어 있다. 리어 휠을 구동하는 전기모터는 약 700W의 출력을 만들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약 30km/h 정도로 전동 스쿠터의 안전 한계 속도와 거의 다르지 않다. 한 번 충전 후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약 35km로 도심 일상 주행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세 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코노미, 시티, 스포츠로 구분되며 각각 다른 출력 분포를 보여준다고 한다. 게다가 크루즈 컨트롤까지 사용 가능해 보다 편하게 가속 상태를 즐길 수 있다.

최소한이지만 안전을 위한 장비도 갖췄다. 듀얼 브레이킹 시스템과 함께 ABS를 구동 축인 리어 액슬에 넣었다. 모터사이클에서도 자주 만나기 힘든 장비가 전동 스쿠터에 갖춰진 셈이다. 폴딩이 가능한 부가티 전동 스쿠터의 무게는 16kg으로 성인이라면 간단히 접어 자동차 트렁크에 싣거나 들고 계단을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부가티의 마카롱 엠블럼과 근사한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을 갖고 있으니 결코 저렴하진 않을 거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이 스쿠터가 부가티의 첫 번째 EV는 아니다. 2020년에 이미 한 대의 전기자동차를 선보인 적이 있는데, 부가티 베이비 2라고 이름 지어진 소형 로드스터가 있다. 얼핏 보기엔 말 그대로 아이들을 위한 전동 카트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EV는 엄연히 성인용이다. 1924년 레이스 트랙에서 활동했던 부가티 Tpe 35를 축소 제작한 모델로 베이비 2라고 이름 지어진 건 오리지널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모델은 놀랍게도 1927년에 제작됐는데, 그 당시에도 12V 전기모터와 기계식 브레이크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당시 부가티는 약 500대가량의 부가티 베이비 1을 제작해 부가티를 구매한 고객들에게 판매했는데, 현재 약 150대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한다.

Type 35의 75% 스케일 모델인 부가티 베이비 2는 부가티의 탄생 110주년을 맞이해 다시 한번 500대가량이 제작됐고,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며 최고 속도는 70km/h 정도로 트랙이나 저택의 마당을 달리기에 부족하지 않다. 이름은 분명 베이비이지만 가격은 그렇질 못하다. 최고 등급인 베이비 2 Pur Sang의 가격은 8,300만 원이다. 물론 이마저도 현재는 구입할 수 없다. 전동 스쿠터이던 베이비 카트이던 부가티의 이름이 붙으면 일단 우리가 상상하는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