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합성연료로 전동화를 비껴갈 수 있을까?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12.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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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슈퍼카 브랜드도 전동화를 피해 갈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상황이 결코 반갑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람보르기니는 조금이라도 전동화 시대를 천천히 맞이하기 위해 나름의 전략을 내놓았다. 람보르기니의 선택은 어쩌면 끝까지 감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일지도 모른다.

2030년 이후 내연기관 유럽 판매 금지 법안 검토 중이라는 뉴스가 이제는 더 이상 새롭게 들리지 않는다. 현실성을 논해봐야 이미 시대는 내연기관과의 이별을 결정했으며, 싫든 좋든 따를 수밖에 없다. 사실 보통의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변화의 아쉬움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전기모터가 경험하기 전에는 무척 낯설고 이질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불러일으키지만, 경험한 후에는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자동차와 거의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따라서 인프라와 충전 기술만 해결된다면 내연기관에 대한 미련을 둘 이유도 없다.

그러나 스포츠카 특히 슈퍼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차피 달릴 곳도 없는데 왜 그런 차를 사는 거지?’라며 힐난해도 슈퍼카를 타고 있거나 타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숫자로 표기되는 속도가 주는 의미는 의외로 크지 않다. 오히려 속도감 그리고 드라이빙 필링이 비현실적인 성능과 가격의 슈퍼카에 무한한 사랑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여기서 핵심은 감 그리고 필링이다. 그러니까 스포츠카나 슈퍼카는 철저히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때 비로소 가치가 완성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슈퍼카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가장 강렬하면서도 비현실적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V8부터 V12 엔진 사운드가 주는 감동은 장소 불문이다. 주차장, 터널이든 혹은 와인딩 로드, 어디든 상관없다. 때와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슈퍼카의 엔진 사운드는 그야말로 아날로그 감성 그 자체이며 엄청난 소리를 내지르는 그 물건을 두 손에 움켜쥐고 컨트롤할 때 느끼는 만족감은 그 어떤 것과도 바꾸기 어렵다. 호랑이나 용의 잔등에 올라타 내 멋대로 다루는 기분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자동차를 만드는 브랜드들 대부분이 현재 매우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전기모터는 어떤 사운드도 예전처럼 만족스러운 사운드의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초고출력 스피커와 연결한다면 비슷한 사운드는 만들 수 있겠지만, 그건 거짓이고 자기 기만이다. 우리가 열광한 슈퍼카의 본질은 그 무엇도 감추지 않는 순수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최근 람보르기니는 모그룹인 폭스바겐그룹의 전략에 맞춰 전동화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들 역시도 언젠가는 EV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며, 빠르면 2027년 또는 2028년에 이르러 납득 가능한 수준의 EV를 발표할 것이라 선언했다.

하지만 모든 람보르기니가 EV로 만들어질 거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람보르기니의 CEO, 스테판 빙켈만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나온 ‘향후 10년 이내에 사용하는 모든 내연기관을 폐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2030년 이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는 의회 의원들이 답을 내줄 것"이라는 모호한 대답을 내놓았다. 시각에 따라서 만약 법이 허용한다면 앞으로도 내연기관을 계속 만들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한 대답이다. 이어지는 대답을 들어보면 추측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근거가 뒷받침된다.

우선 그는 2027년 완전한 EV 람보르기니를 내놓기 전까지 당분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내연기관을 조금 더 연장할 것이라 이야기했다. 현재 폭스바겐그룹 내 다수의 브랜드가 PHEV를 도입했고, 경쟁 브랜드들도 PHEV를 같은 방법으로 이미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람보르기니가 하이브리드화된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답변이 흥미롭다. 빙켈만은 “다른 한편으로, 탄소 중립에 가까웠던 합성 연료가 충분히 생산되거나 유통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람보르기니의 연료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현재 우리가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은 일종의 기회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합성연료에 대한 연구 역시 아우디와 포르쉐에 의해 지금까지 계속 진행되어 왔다. 물론 그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거의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2차 세계 대전 때부터였지만 경제성을 이유로 사장된 기술이었다. 그런 기술이 21세기 들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데, 합성 연료에 관심을 갖는 브랜드는 대부분 스포츠카 또는 슈퍼카 브랜드들이다. 여기에는 맥라렌도 포함된다. 맥라렌은 적어도 태양광 에너지보다는 합성 연료를 생산하는 편이 좀 더 쉽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함께 밝혔다.

다만 문제는 현재 기술과 시장 상황으로는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포르쉐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기준 합성 연료는 리터당 10달러 수준으로 지금 휘발유 가격의 10배 정도라고 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아직 수요와 공급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형성된 가격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휘발유 가격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경제성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역시나 탄소 배출량이다.

그런데 실험 결과에 따르면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만든 합성 연료는 화석 연료에 비해 완전 연소 비율이 높아 약 57% 정도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연료로 전환하기 때문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이 배출되므로 오히려 기후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만약 시장이 형성되고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업계에서는 최소 10년 이내 리터당 2달러 수준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렇게 된다면 람보르기니와 같은 슈퍼카 브랜드가 내연기관을 완전히 포기할 이유가 사라진다. 비단 슈퍼카 브랜드뿐만 아니라 합성 연료의 필요성은 대중차 브랜드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왜냐하면 2030년 이후 내연 기관 판매가 금지된다 하더라도 도로 위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가 될 수 없으며, 각국의 정부에서도 운행 중인 내연 기관을 강제로 폐기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은 2050년 이후에도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중 최소 50% 이상은 여전히 내연기관이라는 뜻이며, 따라서 어떻게든 내연기관의 연료 수요는 계속 존재한다는 뜻이다.

비단 자동차뿐만 아니라 해상, 항공 운송 분야나 군용 이동 수단 분야는 승용차보다 더 오랫동안 내연기관을 쓸 수밖에 없다. 세상이 마치 당장 모든 내연기관을 없애버릴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모든 내연기관이 사라지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토요타, 닛산뿐만 아니라 현대차, 현대 중공업 등 다수의 회사들이 합성 연료 개발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물론 전동화가 현실적으로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떠오르긴 했지만, 아직 그 무엇도 완벽한 대안으로 표준화되지 못했다. 어느 쪽이든 문제는 안고 있지만, 시장이 과언 어떤 기술을 가장 나은 대안이라 선택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합성 연료 시장이 본격화된다면 람보르기니를 비롯한 슈퍼카 브랜드에게 남은 숙제는 오직 기술의 결과를 의회가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문제뿐일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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