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인공지능을 이용해 드라이빙의 효율을 높인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11.2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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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가 인공지능을 이용해 내연기관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킬 계획을 발표했다.

유명 SF 원작 소설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듄'을 보면 분명 1만년 후의 미래를 다루면서도 로봇을 비롯해 어떤 인공지능도 등장하지 않는다. 스타워즈 세계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에도 안드로이드는 물론 로봇, 인공지능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무척 이색적이다. 엄밀히 말해 아예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듄의 세계관에서 인공지능은 이미 개발됐었으나, 그것들이 일으킨 대혼란을 계기로 더는 ‘스스로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지 않기로 협약한 것으로 표현됐다.

실제로 수많은 영화에서 인공지능은 인류를 멸망의 길로 빠뜨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표현된다. 터미네이터가 그랬고 매트릭스가 그랬다. 몇년 전, 알파고가 전세계 바둑기사들을 차례로 무너뜨릴 때만 해도 전 인류는 새로운 진화에 대한 기쁨과 함께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소설과 영화에 학습된 상상력이 현실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아직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의 결과를 만들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학습능력이 있다고 해도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기술은 계속 인간에 의해 진화되고 있으며, 자동차 분야도 현재 인공지능 기술들이 하나 둘 도입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의외의 브랜드가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있음을 발표했다. 다름아닌 포르쉐다. 포르쉐와 같은 스포츠카 브랜드는 인간이 기계를 다룰 때 느끼는 쾌락적 감성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데, 어째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할 인공지능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일까?

포르쉐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개발, 적용 예정인 인공지능이 현재 내연기관의 효율을 높이고 보다 능동적으로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을 관리할 수 있다고 한다. 우선 이들은 내연기관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시험 적용했는데, 적용 분야는 바로 연료 관리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엔진 오일에서 발생하는 거품의 양을 예측하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엔진 오일에서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설사 발생한다고 해도 이것이 자동차 성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자동차의 경우 이런 상황에 직면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카를 비롯해 특히 레이스카라면 이 상황에 좀 더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우선 스포츠카와 레이스카는 일반 자동차에 비해 운동량이 월등히 높다. 이 말은 탱크 내에서 엔진 오일이 세차게 흔들릴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포뮬러1의 경우 실버스톤이나 스파 프랑코샹에서 엔진 오일의 상태를 좀 더 세심히 관찰한다.

이들 트랙은 각각 상하좌우로 극심한 운동을 요구하는데 이 때 엔진 오일이 심하게 흔들릴 경우 거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 생긴 거품에서 가스가 발생하는데, 가스는 엔진 오일의 점도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실린더 내 오일 도포 범위에 영향을 끼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할 경우 엔진 냉각 뿐만 아니라 윤활까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장기적으로 엔진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엔진이 가동되는 상황에서는 엔진 오일에 일어나는 변화가 측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작 오일 온도 정도만 체크하는 것에 그친다. 레이스카는 조금 더 다양한 측정이 이루어지지만 그럼에도 오일 내 거품 발생은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포르쉐는 인공지능을 이용해보기로 결정했다. 카이맨 GT4에 설치한 인공지능은 운동량에 따른 오일 내 거품과 가스 발생 가능성을 스스로 학습하며 “예측'한다. 그리고 수집된 데이터는 새로운 오일 공급 시스템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포르쉐는 예측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을 향후 더 향상된 배터리 개발에 사용할 것이라 전했다. 배터리를 위해 탑재된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배터리 활용 추이를 수집해 배터리 노후 상태를 예측한다. 게다가 충전 빈도와 충전 시간, 온도와 같은 개인화된 데이터를 수집, 학습해 데이터의 정확도를 높이고 나아가 배터리 노화를 최대한 늦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잠재적으로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능력이 향상될수록 더 높은 능력의 반도체가 요구되며 지금보다 더 많은 숫자의 반도체가 장착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이는 비용 상승 뿐만 아니라 납기 지연과 같은 신뢰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데이터와 변수를 동시에 수집, 분석하는 과정에서 컴퓨팅 능력의 저하 및 전력 소모량의 증가와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포르쉐는 포르쉐 엔지니어링 강화 학습법(PERL)이라는 알고리즘을 토대로 인공지능을 설계했다. 특히 체계적 관리 구조를 이해하고 발생 가능한 현상을 예측하여 미리 행동하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 관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물론 현재 이 기술은 현재 실험실 단계에서 테스트 중이지만 향후 모든 포르쉐 개발에 개입될 수 있다. 그러면 보다 세밀한 분석과 함께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는 개별 솔루션으로 패키징 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 머지 않아 PCCB와 같은 네 개의 알파벳으로 조합된 포르쉐의 새로운 기술로 더 효율적인 드라이빙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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