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 마틴 F1 팀 크루, 런던 마라톤에서 기네스 기록 달성!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10.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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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마라톤에 갑자기 포뮬러1 드라이버가 뛰어 들었다. 두꺼운 레이싱 수트와 부츠는 물론 글러브, 방염 내의와 함께 헬멧까지 쓴 그의 최종 기록은 놀랍게도 기네스 신기록이었다.

포뮬러1 드라이버의 운동량은 일반인의 상상을 훌쩍 뛰어 넘는다. 물론 이따금 제임스 헌트처럼 자기 관리는 커녕 방탕한 생활을 보내도 결국 챔피언을 가져가는 신기한 사람도 존재하지만 21세기 포뮬러1에서 그런 드라이버는 살아남을 수 없다. 거의 수도승에 가까울 정도로 절제하는 건 물론, 레이스 카 시트에서 내려온 그들의 일상은 오직 훈련 스케줄로만 가득하다.

흔히 운전만 하는데 무슨 체력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을 가지는 경우도 있지만, 시속 300km/h에서 80km/h까지 단 몇 초만에 멈추고 몸무게의 4~6배에 달하는 중력 가속도를 매 3~5초마다 겪어야 하는 포뮬러1 드라이버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다만 훈련으로 다져진 그들의 탄탄한 몸이 헬멧과 레이싱 수트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이다. 물론 훈련 중에는 레이싱 수트나 헬멧은 쓰지 않는다. 간혹 타이어가 바뀌면서 횡G가 더 높아지는 것을 대비해 헬멧에 무게추를 붙이고 목 운동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장 움직이기 편한 복장으로 훈련에 임한다.

특히 조깅은 체력과 더불어 근육과 심장에 산소 이동량을 높여주는데 매우 훌륭한 기초 훈련이다. 전설이 된 아일톤 세나 역시 조깅을 즐겼다. 그는 모나코 그랑프리를 앞두고 있다면 모나코의 날씨와 똑같은 곳을 찾아 몇 시간이고 달렸다. 물론 그 때도 러닝 셔츠와 팬츠, 러닝 슈즈만 착용했다.

그런데 최근 런던 마라톤에 포뮬러1 드라이버가 참가했다. 심지어 레이싱 수트와 헬멧을 포함한, 레이싱 드라이버가 레이스에 임할 때 착용하는 모든 장비를 갖추고 말이다. (다만 한스-Hans-만 제외했다.) 주인공은 애스턴 마틴 F1의 조지 크로포드였다. 아마 포뮬러1을 즐겨보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이런 이름을 가진 포뮬러1 드라이버는 없으니 말이다.

그는 애스턴 마틴 F1팀 소속은 맞지만, 정확히 말하면 레이싱 드라이버는 아니다. 그의 직업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그는 최근 런던에서 열린 런던 마라톤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는데, 마라톤 대회는 수많은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함께 달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보스톤이나 런던의 경우 특이한 코스튬으로 참가해 눈길을 끄는 선수들이 많은데, 조지 크로포드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팀을 알리고 사람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 위해 레이스 헬멧을 비롯한 모든 장비를 갖추고 경기에 참가했다. 그런데 그가 갖춘 장비는 놀랍게도 레플리카가 아니라 실제 포뮬러1 드라이버가 사용하는 장비들이었다. 이 장비를 빌려준 사람은 같은 팀의 드라이버이자 팀 오너의 아들인 랜스 스트롤이었다. 랜스는 조지의 이야기를 듣고 흔쾌히 그가 평소 사용하는 모든 장비를 빌려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조지 크로포드는 홀가분한 몸으로도 달리기 힘든 마라톤 풀 코스를 레이싱 드라이버 풀 코스튬으로 완주했다. 입고만 있어도 땀이 흐르는 장비를 착용하고 달렸으니 레이싱 드라이버만큼 엄청난 땀을 흘렸음에 틀림없다. 더 큰 문제는 나눠주는 물 조차 헬멧 때문에 마시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그는 42.195km를 3시간 58분만에 완주했다.

완주에 성공한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 18개월 동안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모두의 삶에 큰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스트레스와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고, 친구, 가족 모두의 삶에 큰 타격이 가해졌습니다. 이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며 정신적으로 힘들어 할 사람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자선 모금 마라톤을 펼친 그는 완주 기념 메달을 목에 걸고 다니엘 리카도가 즐겨 하던 신발에 샴페인을 따라 마시는 퍼포먼스도 함께 선보이며 포뮬러1과 자신의 팀을 다시 한번 알렸다. 약 5,000달러를 모금하는데 성공한 그에게 또 하나의 명예가 주어졌다. 다름아닌 “포뮬러1 복장을 갖추고 런던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이라는 기네스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의미깊은 목표를 달성하고 기네스 기록까지 세운 그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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