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엉뚱한 만남, 렉서스 X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10.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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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블루에 가까운 선명한 푸른색의 팬더 스트라토캐스터가 공개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펜더의 제작을 의뢰한 곳은 다름아닌 렉서스다. 조금은 엉뚱한 만남, 렉서스 X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소개한다.

렉서스가 LFA를 공개했을 때, 그들은 조금 엉뚱한 곳에 보인 집착을 아주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흔히 스포츠카의 사운드 시스템이라 하면 이그조스트 쪽에 특별한 튜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렉서스의 LFA는 에어 인테이크와 서지탱크 쪽을 특별히 손보았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배기 시스템을 조율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곳은 물론 흡기 사운드까지 조율해 스포츠카만의 감성을 한껏 끌어 올렸다는 이야기. 이 과정에서 도요타의 오랜 파트너, 야마하가 함께 했다. 야마하는 엔진은 물론 소리를 만들어 내는데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는 회사이므로 이들이 LFA의 사운드를 조율하는데 야마하의 능력을 빌려왔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렉서스는 야마하가 아닌 또 다른 악기 제조사와 손 잡았다. 바로 펜더다. 일렉트릭 기타에서 펜더는 깁슨과 함께 시장을 양분하는 거대한 축의 하나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왼손으로 영혼을 연주하는 지미 핸드릭스를 볼 수 없었을 것이며, 커트 코베인의 그런지한 사운드는 물론 에릭 클랩튼의 감미로운 라일라도 들을 수 없었을지 모른다.

물론 펜더가 자동차 회사와 함께 색다른 창조물을 만들어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들은 과거 폭스바겐과 함께 폭스바겐 더 비틀 펜더 에디션을 발표한 바 있다. 물론 비틀을 펜더에 물려 스피커로 사용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펜더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선버스트와 래커가 들어간 대시보드 패널과 함께 펜더 스피커 시스템은 장착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렉서스와의 협업은 좀 더 특별하다. 자동차에 무언가를 넣고 꾸민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타에 자동차의 감성을 반영했으니 말이다. 우선 펜더가 제작한 이 기타는 펜더 커스텀 샵에서 제작했다. 펜더 커스텀 샵은 이른바 펜더 마스터 빌더들이 시간을 들여가며 오래전 방식 그대로 기타를 제작했음을 뜻한다. 펜더 커스텀 샵은 기본적으로 오더 메이드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주문이 들어오면 그 때부터 제작에 들어가며 완성된 기타 뒷면에는 펜더 커스텀 샵 특유의 V로고와 레터링이 들어간다. 그래서 이 기타 뒷면에도 펜더 커스텀 샵 로고가 들어가 있다.

펜더는 렉서스 LC500과 RC 500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재미있는 것은 기타 전면 어디에도 렉서스의 로고를 비롯해 렉서스 특유의 날카로운 장식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렉서스 LC와 RC에 쓰인 선명한 푸른색을 바디와 헤드에 적용했다. 특히 헤드에는 특별한 페인팅을 하지 않는게 일반적인데, 이 기타는 헤드에 푸른색이 칠해져 있다. 덕분에 렉서스와의 협업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유일한 표식이 됐다. 럭셔리 카 메이커와의 협업 흔적은 바디에서도 발견된다. 다름아닌 픽가드가 카본이기 때문이다.

넥은 단풍나무이고 우레탄으로 마감해 내구성을 높였다. 또한 핑거보드는 리치라이트로 마감했는데, 펜더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인 리치라이트가 사용감을 쉽게 드러내는데 반해 이 에디션 기타의 핑거보드는 흔적을 쉽게 남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재 특유의 부드러운 음향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이 소재는 사실 펜더 커스텀 샵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소재인데, 최초로 이 소재를 적용했다는 것이 펜더의 설명이다.

렉서스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만 해도 기타와 자동차의 결합이 얼마나 조화로울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물을 본 렉서스 마케팅 부사장은 “완성된 스트라토캐스터를 보고 LC500 인스퍼레이션 시리즈와 너무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라고 전하며,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파트너십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놀라운 프로젝트였습니다. 스트라토캐스터에 칠해진 푸른색을 보면 펜더의 창의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가 펜더의 창작능력에 영감을 제공한 것에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기타 전면 어디에도 렉서스 로고는 없지만 케이스에는 유일하게 렉서스의 로고가 새겨져있다. 물론 이것도 겉으로 드러난 것은 아니고 케이스를 열었을 때 안쪽에 조그맣게 새겨져 있는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렉서스 LC와 RC가 사용하는 “히트 블루 콘트라스트 레이어링"을 보면 렉서스가 전하는 감성을 꽤 짙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타는 총 200개 정도 생산될 예정이며, 아직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펜더 커스텀 샵 작품의 평균적인 가격을 생각한다면 결코 합리적인 금액대에서 제공되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렉서스의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는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일렉트릭 기타를 사랑하고 렉서스에 대한 신뢰를 보내는 미국 시장의 고객을 위해 렉서스가 선택한 이 프로젝트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아주 센스있는 마케팅 기법이라 생각된다. 그것도 가장 미국적인 악기 브랜드, 펜더와 함께 했으니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감동이 아닐까?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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