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가서 전기차를 빌린다면? 당신은 재벌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1.08.0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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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국회의원들의 연구모임에서 벌인 설문 조사 결과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에 대한 국민 찬성률이 61%를 넘어섰다는 결과가 있었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신차 구입 때 전기차를 구입하겠다는 응답자가 42%, 수소차를 구입하겠다는 층이 19% 이상으로 나타났다. 가솔린 엔진 구입 의지도 14%를 넘었고 경유 5%, LPG 차는 6%대를 각각 기록했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을 보여주는 예다. 그리고 제주도는 전기차의 천국으로 통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제주도 방문 때 전기차 렌트를 추천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제주도 여행 때 전기차를 이용했는데 큰 불편이 없었다?

제주도는 차량 대수 대비 충전소가 많은 지역에 속한다. 충전기에 차를 맡기고 주변 관광을 하는 동안 충전이 끝나니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여행과 일상은 다르다. 고속도로 주행 중 충전을 위해 휴게소에 들렀는데, 먼저 충전에 들어간 차가 있다면? 충전을 진행하며 식사를 하러 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수십 분을 기다린 이후 충전에 들어가야 한다. 앞사람을 기다리고 내가 일부 충전을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1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차를 운행하다 충전을 위해 1시간을 소요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초고속 충전기까지 나와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이를 지원하는 차가 많지 않고, 이런 고속 충전기 자체의 보급률 또한 높지 않다. 아직은 충전에 대한 불편이 따른다는 얘기다.

하지만 충전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전기차를 빌려 즐거운 여행을 즐겼다면 그것으로 끝. 문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나온다. 내연기관 차와 달리 전기차는 사고 발생 때 아무 공업사(정비업체)에서 수리하지 못한다. 전문 센터에서 하는 것이 보통이다. 국내 최대 정비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현대차의 전기차도 정해진 센터에서만 정비를 받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긴 수리 기간이 필요한 이유다.

렌터카에서의 사고 발생, 우리는 2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하나는 수리 비용이다. 제주도 렌터카의 상당수는 차량 차손 전액에 대한 보험을 제공하지 않는다. 자차 보험에 가입해도 통상 300~500만 원 내에서만 보상해 주는 경우가 많다. 내연기관 차의 파손에 대한 수리비는 대략적 예상이 되지만 전기차의 사고는 예측이 어렵다. 특히나 배터리 등의 파손이 우려되는 경우면 수천만 원의 수리비를 물어야 한다. 보험에 가입했다고 해도 300~5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수천만 원을 내 돈으로 물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전액 파손을 보장해 주는 보험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로 생각할 것은 휴차료다. 렌터카는 하루하루 대여를 통해 업체에게 수익을 만들어 준다. 하지만 수리 때문에 차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면? 렌터카를 사용하지 못하는 수리 기간 동안 소비자는 렌터카 업체에게 차량 이용료의 일부를 보상해야 한다. 통상 50%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수리가 길어질수록 비용도 커진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전기차는 이를 다루는 전문 센터, 교육을 받은 전문 인력들만 수리할 수 있다.

최근 BMW의 i3가 제주도 한켠에 방치됐다는 뉴스가 주목을 받았다. BMW i3는 더더욱 렌터카로 추천하지 않는 모델이다. i3는 카본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졌는데, 차체가 파손될 경우, 여기에 배터리까지 손상을 입으면 차값 수준의 수리비, 여기에 휴차료까지 물어내야 한다. 최신 기술이 들어가 좋긴 한데, 파손이 되었을 때 상상을 뛰어넘는 부담이 생긴다는 얘기다.

물론 모든 전기차의 사고가 큰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다. 외부 패널 등의 가벼운 파손 정도면 내연기관차 보다 수리비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긴 하다.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으면 전기차라는 새로운 솔루션을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하지만 타인이 나를 가격해도 일정 수준의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이 요즘 보험 시스템이다. 의도적으로 차를 향해 뛰어오는 어린이도 있다. 법은 내 편이 아니다. 사고? 내가 조심해도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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