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전기차는 변속기가 필요 없다고? CVT가 대안!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1.05.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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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로 꼽히는 것은 엔진과 변속기다. 변속기의 완성도가 높으면 제한적인 엔진의 아쉬움도 상쇄시킬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기차는 별도의 변속기가 없다. 보다 높은 성능, 효율적인 전비를 가져다줄 것 같은데 왜 변속기를 쓰지 않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기차에 변속기를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고, 사용해서 얻는 이득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전기모터는 내연기관 엔진과 비교했을 때 출력과 토크를 발생시키는 성격 자체다 다르다. 내연기관 엔진은 흡입-압축-폭발-배기 행정을 통해 만들어진 에너지를 회전 에너지로 바꾸고 이것을 다양한 동력 전달장치를 거쳐 바퀴까지 전달한다.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복잡하고 거쳐야 하는 기계들도 많다.

엔진이 느리게 돌면 발생하는 출력과 토크도 적다. 엔진이 빠르게 회전하면 그만큼 높은 출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출력=토크 x 회전수로 계산되기 때문에 출력이 높아진다고 토크도 계속 함께 높아지지 않는다. 최고 회전수에서 최고출력은 발휘될 수는 있어도 최대토크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문에 일반적인 승용차라면 무작정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높은 것보다 실제 엔진 가용 범위인 중저속 영역에서 좋은 출력과 토크를 발휘하도록 튜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전기모터는 모터에 전기가 흐르는 순간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된다. 이 토크는 모터의 최고 출력이 발생하는 시점까지 최대한 유지된다. 이후 모터가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회전수에 도달한 후 최대토크는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린다.

중요한 부분은 ‘가용할 수 있는 회전수’에 있다. 일반적인 승용차 기준의 내연기관 엔진은 가솔린 6000~7000rpm, 디젤 4000~5000rpm 정도의 가용 회전수를 갖는다.

하지만 전기모터는 적어도 1만 1000rpm, 많으면 1만 8000rpm 이상도 사용할 수 있다. 가솔린엔진의 3배, 디젤의 4배 이상 되는 회전 범위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 엔진은 변속기의 개념을 도입해 엔진의 한계를 극복했지만 전기모터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내연기관은 최소 4단 이상은 있어야 200km/h 돌파가 가능했다면 전기차는 변속기 없이도 160~200km/h까지는 문제없이 달릴 수 있다. 볼보가 안전을 위해 최고 속도를 시속 180km로 제한했고, 타사도 서서히 따라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레이싱을 위해 최고 속도를 올리지 않는 이상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기차는 변속기 없이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범위를 갖는 것이다.

아직은 제한적인 배터리 발전 상황과 높은 비용이 필요한 부분도 변속기를 불필요하게 만들고 있다. 변속기가 추가되면 그만큼 부피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이 공간을 배터리로 채워 조금이라도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이상적이다. 여기에 원래 높은 전기차 제작 단가에 변속기까지 추가되면 가격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제조사나 소비자나 득 될 것이 없는 것이다.

전기차가 변속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다른 이유는 이미 효율 자체가 좋기 때문이다. 2017년 전기전자학회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의 VPPC(Vehicle Power and Propulsion Conference)에서 공개된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에 2단 변속기를 추가했을 때 전비(Wh/km)는 적게는 0.75%, 많아야 1.5% 수준에 불과했다.

이유는 모터 자체가 어떤 회전 영역이던 충분히 높은 효율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엔진은 최적의 효율을 발휘하는 특정 엔진 회전수가 존재한다. 이 영역보다 낮거나 높으면 효율이 하락하게 된다. 하지만 전기모터는 저속 환경에서는 100%의 최대토크를 활용할 수 있다. 가속을 하면 전기 사용량은 늘어나지만 내연기관 엔진 대비 효율은 높다. 회전수와 토크 변화에 따른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기차는 80~90%에 가까운 효율을 갖기 때문에 변속기가 추가돼도 추가적인 효율 향상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기차에는 변속기 자체가 무용지물인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변속기가 탑재됨으로써 얻는 이득은 바로 성능이다. 포르쉐 타이칸이 대표적이다.

타이칸에는 2단 변속기가 탑재된다. 1단 기어의 감속비는 15:1. 보다 높은 토크를 활용해 더 큰 힘과 빠른 가속에 용이하다. 약 110km/h의 속도에서 변속기 이뤄지는 2단 기어는 8:1의 감속비를 통해 최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일반적인 전기차의 최고 속도가 160km/h에서 빨라야 200km/h를 넘기기 힘든 반면 타이칸은 최고 250km/h까지 달릴 수 있다. 보다 강력한 힘, 빠른 최고 속도 등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변속기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비를 높여 주행거리를 이상적으로 증가시키는 부분에 대한 별도 언급은 없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대안으로 다시금 CVT가 주목받고 있다. 내연기관 변속기의 다단화가 이뤄지면서 한때 CVT 변속기가 대안으로 떠올랐다가 다시 시들해진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스위스의 학술지 출판 연구소 에너지스(Energies)에 등록된 논문에 따르면 기어비를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CVT의 형태가 전기차의 에너지 소비를 10~15%까지 향상시켜줬다. 2단 변속기의 효율 향상 범위가 한자리대에 불과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효율 향상에 해당한다.

이러한 기술을 응용해 양산화시킨 브랜드가 있다. 바로 보쉬다. 보쉬는 CVT4EV이라는 이름의 일렉트릭 드라이브 트레인(electric drivetrain)을 발표했다.

CVT 변속기의 가장 큰 강점은 끊임없이 변하는 기어비 변화를 통해 최고출력을 지속적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전기모터 자체적인 효율이 높다지만 모터도 특정 영역대에서 가장 이상적인 효율을 끌어내는 구간이 존재한다. CVT는 이 부분의 활용도를 더욱 높게 끌어올리는 데 있다.

기어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효율과 성능 간 최적의 균형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더 빠른 가속과 토크, 더 높은 최고 속도 도달도 가능해진다.

기어비가 변경되니 가속은 더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하고 최고 속도도 높아진다. 반대로 효율적인 주행을 할 때 에너지 소비는 더욱 낮아진다. 이러한 이점을 잘 활용하면 모터 성능을 떨어트려도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유지시킬 수 있고,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아니면 동일한 모터를 사용했을 때 보다 높은 성능 발휘가 가능해진다.

내연기관 엔진이 CVT 변속기와 결합될 때 엔진 회전수가 일정한 구간에 머무는 특성이 운전자에게 이질감을 전달했다. CVT 초기의 느린 감각도 단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전기모터와 CVT가 결합된 환경에서는 매우 높은 모터 가동 범위 덕분에 이질감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넓은 기어비 변화로 인해 모터 회전수를 감소시켜 보다 부드럽고 조용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CVT4EV는 인버터, 전기모터, CVT 변속기가 통합된 하나의 모듈 구조를 갖는다. 부피와 무게를 줄이기 위함이다. 차량 제작사 입장에서는 차량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비용과 복잡성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모듈화가 이뤄진 구조 덕분에 일반 승용차부터 상용차, 스포츠카에 이르는 다양한 모델에 적용이 가능하다.

보쉬에 따르면 CVT4EV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과학 대학교 연구진들과 협업해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머신러닝과 실제 테스트한 데이터를 활용해 성능과 효율 사이에서 최적화된 작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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