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도 잘 만들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기아 스팅어, 시간이 흘러 어느덧 페이스리프트를 맞았다. 스팅어, 멋진 차였지만 잘 팔리지 않았었다. 좋은 차와 판매량이 비례한다고? 그런 경우도 있지만 이처럼 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2011년 기아가 GT 콘셉트를 내놓자 전 세계 소비자들은 양산을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년에 걸친 연구 개발 끝에 콘셉트카와 거의 유사한 모습으로 양산됐고, 디자인만큼 주행성능도 수준급에 달했다. 하지만 스팅어를 외치던 전 세계 소비자들이 막상 신차가 등장하자 구매하지 않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인터넷상으로만 많은 말들만 오갔을 뿐이다.

기아 입장으로는 어안이 벙벙한 상황. 그렇게 스팅어는 출시 후 인상적이지 못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시간만 끌고 있었다. 북미시장도 마찬가지. 2017년 북미시장에 출시된 스팅어는 첫해에 843대 팔렸다. 그리고 2018년 한 해 동안 1만 6806대를 팔았고 2019년에는 1만 3884대, 2020년은 1만 2556대로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실망감도 컸던 것 같다. 기아차 유럽 디자인 수석 디자이너 그레고리 기욤(Gregory Guillaume)은 “스팅어와 같은 모델은 예상되는 판매량이 있다. 엄청난 판매량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에서는 성공하고 싶었다. 미국에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며 실망감을 표했다. 이어서 그는 "현재는 스팅어의 판매량이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 좋은지 확신하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시장에 매우 높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라며 스팅어의 미래가 불확실함을 빗대어 표현했다.

2019년부터 스팅어에 대한 단종설이 따라다니고 있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미래도 불투명하기에 애틋한 마음이 들 정도. 하지만 평가는 냉정하게 해야 하는 법. 오토뷰의 원칙이다.

이제 스팅어를 보자. 디자인 변경은 미미하다. GT 콘셉트의 양산형 버전인 만큼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디자인을 바꾸는 것은 전통성을 해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면 변화에 대한 의지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멋지다. 국산차에도 이렇게 멋진 차 한 대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것이 스팅어다. 특히 넓고 낮으면서 강인한 인상을 주는 전면, 스포티하면서 세련된 실루엣을 보여주는 측면 실루엣이 눈길을 끈다.

변화된 부분은 램프류 정도다. 헤드램프의 주간 주행등 형태에서 차이를 보이며, 리어램프 구성도 달라졌다. 휠 디자인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지그재그, 또는 별 모양이 겹쳐진 스포크 디자인으로 많은 기교를 더했다. 사명과 로고를 바꿨지만 여전히 스팅어 전용 엠블럼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실내도 기존 틀을 유지한다. 디자인보다 소재 개선에 신경을 쓴 모습. 기존 모델도 디자인은 멋졌다. 그러나 내장 소재가 아쉬움을 만들었다. 싸 보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넓은 면적을 가죽으로 덮고 시트도 나파 가죽과 박음질 장식을 더할 정도로 신경을 썼다. 사진이나 영상에서 티가 덜 나지만 직접 만지고 조작할 때의 감각이 좋아졌다.

센터페시아 모니터 변화가 눈에 띈다. 기존 8인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10.25인치로 확대됐다. 여기에 최신 사양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만큼 기아 페이, 리모트 360도 뷰, 내 차 위치 공유 등 새로운 기능들도 추가됐다.

국산차답게 안전사양은 잘 갖추고 있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차로 중앙 유지, 사각 및 후측방 경고 및 제동, 오토 하이빔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후측방 모니터링 기능도 안전에 도움을 주는 요소.

나머지는 동일하다. 공간도 충분하고 뒷좌석도 레그룸은 무난하다. 다만 머리 공간이 다소 아쉽긴 하다. 트렁크 공간도 꽤 넓은 편이라 활용성 측면에서 제네시스 G70를 앞선다.

바로 주행 준비를 한다. 테스트 모델은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4륜 시스템을 갖고 있다.

시동을 건다. 제법 스포티한 배기음이 실내로 전해진다. 배기 튜닝을 한 것처럼 약한 부밍음도 들린다. 과하지는 않다. 오히려 잘 달릴 것 같은 느낌을 살려준다. 아이들 정숙성 확인 결과 약 41.5dBA 수준으로 나왔다. 비슷한 배기량의 디젤 엔진과 유사한 정숙성을 보여주는 것인데 운전자가 받아들이는 기분상 차이는 꽤 크다.

얇게 쥐어지는 스티어링 휠. 이제 주행을 시작한다. 일상 주행 환경에서는 부드러운 움직임을 전달한다. 자동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 방식이 아닌 토크컨버터 방식이다. 이쪽이 더 편하다.

승차감은 제법 단단한 편이다. 그렇다고 K3 GT처럼 과한 편은 아니다. 스팅어처럼 잘 달리는 차라면 이 정도 하체는 되어야 한다. 승차감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성능과 타협되어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인지해야 한다는 것. 댐핑 스트로크가 길지는 않아 일부 요철 구간에서 다소 튀는 모습도 눈에 띈다. 댐핑 컨트롤 기능의 유연성을 높여줘도 좋겠다.

시내에서는 에코 모드로 주행하면 된다. 폭스바겐이나 아우디처럼 가속페달을 밟아도 반응이 미미하지 않아 좋다. 배기량도 2.5리터로 확대된 만큼 힘도 충분해 일상에서 큰 답답함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지며 엔진 반응이 제법 빨라진다. 변속기도 저단 위주로 운영되는데 매 변속을 빠르게 진행시킨다. 서스펜션도 조금 더 단단하게 조여지고 스피커를 통해 보다 자극적인 사운드를 탑승자에게 전달해 준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하나하고 반 정도 쉬고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힘은 충분하지만 엔진 반응이 조금 더 빨라지면 좋겠다. 스포츠카 수준의 반응성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개선되길 바라는 것일 뿐. 기아차가 가진 스포티한 이미지를 대변하는 모델 아니던가?

304마력과 43.0kgf.m의 성능을 발휘하는 만큼 가속감은 충분히 좋다. 과거 2.0리터 사양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3.3 모델이 과하다고 느꼈던 소비자들에게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

이제 가속력을 보자. 시험 결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45초 만에 도달했다. 기존 스팅어 2.0이 8.05초를 기록했으니 충분히 좋은 성능이다. 테스트 모델은 일반유가 주유된 상태였는데 고급유로 변경하고 높은 접지 성능을 갖춘 타이어로 바꿔주면 5초대 후반 진입도 가능할 것 같다. 다만 런치 컨트롤도 조금 더 공격적이었으면 좋겠다. 런치 컨트롤과 일반 스톨 상태로 출발하는 것에 차이가 있나 싶을 정도이기 때문.

제동력은 어떨까? 100-0km/h 제동 성능을 확인한 결과, 최단 거리 기준 38.7m가 나왔다. 평균 제동거리는 39.19m, 최장거리는 39.58m로 순수 성능 유지 능력은 좋았다. 그러나 타이어에 의한 미끄러짐이 아쉬움을 남겼다. 테스트 모델은 4계절 타이어를 쓰고 있는데, 차와 어울리지 않은 성능을 냈다. 뒤에서도 얘기하겠지만 OE(출고용) 타이어 개발팀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와인딩 로드에 진입하며 스포츠 모드로 변경한다.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스티어링, 배기 사운드 등 여러 시스템이 운전자의 긴장감을 높여준다. 이중 액티브 사운드라는 이름의 인위적인 배기 사운드가 들려오는데, 조금 더 멋스러웠으면 좋겠다. 지금 것은 엔드 머플러에 대충 구멍 몇 개 뚫은 느낌?

가속페달을 밟아 최대한의 가속을 이끈다. 확실히 좋은 파워다. 2.0리터 사양은 힘을 짜냈지만 이제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수치적으로 대단한 차이가 아닌 것 같지만 체감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특히 저속 구간에서의 토크감 차이가 더 그렇다.

힘은 좋지만 조금 더 운전자를 자극했으면 좋겠다. 엔진도 6000rpm 전후에서 변속을 하는 등 대중적인 세단과 차이 없는 모습이다. 수동 모드로 변속해도 스스로 기어를 올리기 때문에 운전자가 개입할 범위가 적다.

핸들링 성능은 좋다. 스티어링 휠 및 가속 페달 조작에 따라 약한 언더스티어에서 약한 오버스티어 등 운전자의 취향에 따른 주행이 가능하다. 스티어링 시스템의 기어비도 짧은 편이라 조금 더 민감한 기분으로 돌아준다. 스팅어는 G70보다 긴 차체를 갖고 있어 후륜이 둔하게 따라올 수 있지만 이러한 걱정이 필요 없다는 듯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 좋았다.

우리 팀이 만난 것은 AWD 버전인데, 이 4륜 구동 시스템은 후륜 쪽에 구동력을 많이 보내려는 성격이다. 이 특성 덕분에 후륜차의 감각도 일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순수 코너링 성능은 바닥이었다. OE 타이어 때문이다. 주행성능과 핸들링은 좋았지만 이건 차체나 섀시가 만든 결과다. 타이어는 그저 굴러가며 성능 저하를 만들 뿐이었다. 스팅어는 전륜 225mm, 후륜 255mm 너비의 타이어를 쓴다. 모델명은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A/S다. 어느 정도의 코너링 성능이냐고? 거짓말 같겠지만 일반적인 SUV들과 유사 또는 그보다 낮은 성능을 낸다. 코너링 때 한계가 낮다 보니 운전은 편했다. 긴장감이 없기 때문.

문제는 고속주행에 있다. 주행 성능이 대폭 저하되었기 때문에 빠른 주행에서 문제를 보인다. 엔진 성능만 믿고 까불다 ‘2번째 차 계약서 쓸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 모든 소비자가 달리지는 않는다. 패션카로의 구입이라면 4계절 타이어도 좋다. 하지만 성능을 생각한다면 여름용 타이어 선택은 필수다. 농담 같겠지만 위험 수준이다.

서스펜션은 잘 조율됐다. 적당히 단단한 서스펜션이 이런 환경에서 유리함을 보인다. 엔진 출력을 받아내는데도 무리가 없다.

다만 조금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리면 좋겠다. 분명 잘 달리지만 고급스러운 감각은 아니다. 그냥 튜닝된 결과물을 타는 느낌이랄까? 이러한 부분은 K3 GT를 비롯해 아반떼 N 라인, 쏘나타 N 라인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어렵다는 것을 안다. 노하우가 필요하니까. 그러나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미래는 오지 않는다. 똑똑한 임원 설득을 통해 감성적 측면을 강화 시켜야 한다.

여담이지만 제네시스 G70은 이보다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내려 했다. 이 부분의 노하우가 부족하기에 적어도 부드러움이란 요소로 세련된 것처럼 포장했다고 보면 된다. 다수의 사람들은 이것으로 스팅어 보다 G70이 세련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그래서 스팅어의 하체가 더 많은 탄력성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는 것이다.

스팅어는 기아 브랜드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때문에 차는 조금 더 좋게 만들 수 있지만 ‘적정 가격대’ 내에서 타협한 모습이다. 그런 부분 때문에 현재의 스팅어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소비자들도 많다.

3900만 원대부터 높게는 4700만 원대의 가격대… 많은 소비자들은 이 금액이면 다른 차를 구입하거나 아니면 돈을 조금 더 주고 수입차를 구입하려 할 것이다. 아무리 스팅어가 좋아도 소비자들은 ‘스팅어’ 이전에 ‘기아’ 브랜드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기아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음 스팅어를 포장할 때, 확실한 고성능 모델로 소비자들에게 다시금 ‘기술의 기아’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것인지, 아니면 확실한 가성비 노선을 택할 것인지 말이다. 물론 우리 팀은 기아가 전자를 택하기를 바란다. 그게 현대차 그룹에 묶이기 이전, 기아차의 본질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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