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랜드 싸움, ‘뜨는 링컨’ vs ‘지는 캐딜락’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1.04.05 1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럽 브랜드가 강세인 한국 자동차 시장. 기타 지역 상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정확히 독일계 자동차들과 나머지 브랜드들이 경쟁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미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보면 캐딜락과 링컨이 있다. 그 가운데 포드그룹 내 링컨의 브랜드 파워, 쉽게 인지도가 가장 떨어진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평가였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링컨이 캐딜락 보다 큰 인기를 누리며 상승세를 탔다는 것.

2021년 1분기 수입차 판매량을 보자. 링컨은 총 1129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고급 SUV인 에비에이터가 판매량의 날개가 됐다.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까지 합산하면 1분기에만 647대의 에비에이터가 팔렸다. 노틸러스도 총 267대, 콤팩트 SUV인 코세어도 292대가 팔리며 브랜드 판매량에 이바지했다. 사실상 세단이 없는 링컨이지만 자사의 주력 모델인 SUV가 힘을 받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더 크다.

캐딜락은 어떨까? 캐딜락은 지난 1분기 동안 275대를 팔았다. 링컨의 1/4에 불과한 실적이다. 신차들이 다수 포함돼 있지만 경영을 시작으로 마케팅, 홍보 등의 전략 부재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되지 못했다. 특히 CT4의 성적이 매우 초라한데, 1분기 동안 판매된 수가 6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에 팔린 람보르기니 우라칸이 12대다.

지난 2020년 1분기 판매량을 보면 링컨이 548대, 캐딜락이 278대를 팔아 브랜드 간 격차가 약 2배가량 났었다. 하지만 1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격차는 더 벌어졌다.

캐딜락은 CT4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레이스(자동차 경주)도 계획 중이다. 10여 명의 드라이버를 모아 CJ 슈퍼레이스에 번외 경기로 넣는다는 전략인데, 참가자가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가자 전원이 포디엄(시상대)에 오를 수 있다는 농담이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 상황, 차량 성격 등 전략 부재에서 기획된 이벤트라 앞으로의 상황도 미지수다.

CT4 및 CT5는 지난해 출시된 신차다. 그럼에도 경영 전략 부재로 존재감을 잃었다. 여기에 할인 정책에도 인색하다 보니 실적은 계속 곤두박질쳤다. 코로나19를 핑계로 삼기엔 타사들과 실적과 비교된다. 이에 한국지엠은 쉐보레 홍보 인력을 공유하는 등, 캐딜락 지원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CT4, CT5, XT4의 물량 부족도 얘기한다. 매달 수천대 이상의 차를 파는 수입 브랜드가 특정 차종 몇개의 물량 부족을 겪는 일은 자주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모델들이 엄청난 인기로 물량이 없어 못판다는 핑계는 통하기 어렵다. 또한 물량 조절 실패를 이유로 1분기 내내 실적이 부진했다면 그 또한 경영 전략 부재가 만든 문제다.

하락세에 들어간 캐딜락이지만 그럼에도 브랜드 판매량을 견인한 차가 있었는데, 바로 대형급 SUV인 에스컬레이드다. 메르세데스-벤츠 GLS, BMW X7, 링컨 네비게이터와도 경쟁하는 모델인데 브랜드 특성을 타지 않는 고급 SUV로 분류된다. 현재 신차 투입이 예고된 상황이라 재고 모델에 약 4천만 원가량의 할인, 또한 신차가 나왔을 때 바꿔주는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 캐딜락은 에스컬레이드 신차로 올해를 버틸 전망이다. 에스컬레이드는 고정 팬들이 있어 별다른 전략 없이도 일정 수준의 판매량을 개런티 할 수 있다. 반면 다른 차들의 판매 실적이 녹록지 않아 하반기부터 대대적인 할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캐딜락은 지난해부터 할인율을 최소화시키는 전략을 썼는데, 이는 비인기 브랜드에서 행하기 힘든 전략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결국 경영 전략 부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올해 캐딜락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다.

반면 링컨은 분위기가 좋다. 소비자들로부터 가성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코세어를 시작으로 노틸러스, 에비에이터의 꾸준한 인기로 일정 수준의 판매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포드의 인기 모델 익스플로러를 구입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소비자가 에비에이터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 판매에 시너지를 내고 있다.

브랜드 밸류에서는 아직 하위권을 달리는 프리미엄 브랜드지만 캐딜락이 주춤거리는 사이, 상품성,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소비자들에 의해 판매량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올해도 두 브랜드 간 판매량 격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반면 쉐보레와 포드는 상황이 다르다. 쉐보레는 올 1분기에만 3810대를 팔았다. 같은 기간에 포드는 1750대를 판매해 두 모델 간 격차가 2배 이상으로 벌어져 있다. 포드가 신차 레인저, 익스페디션 등을 투입했지만 포드의 같은 모델 대비 쉐보레 모델의 가격 이점이 더 큰 만큼 격차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