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랭글러도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달린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3.0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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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머 EV 이후 본격 오프로더들의 전동화가 시작됐다. 다음은 지프 랭글러의 차례다.

허머 EV는 등장부터 지금까지 놀라움의 연속이다. 콤팩트하며 도심 주행 위주의 커뮤터들에게 국한될 것이라 예상했던 전기차를 오프로드의 무대로 옮겨놓았다는 것과 더불어 1세대부터 지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SUV로 불리는 허머가 전동화됐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마치 게처럼 기어가는 전에 본 적 없었던 특별한 기동도 놀라웠으며,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줄을 서서 기다려도 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허머의 성공에 고무된 것일까? 또 다른 정통 아메리칸 오프로더가 전동화를 예고했다. 바로 지프다. 지프야말로 가장 미국적이자 동시에 오늘날까지도 SUV의 태고적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실라켄스와 같은 존재다. 세월이 변하면서 첨단 기능을 더해가고 있지만, 30년 전 지프와 오늘날의 지프의 외형 차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지프 랭글러도 서서히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공기 역학을 완전히 무시한 듯한 바디워크와 함께 무겁기 이를 데 없는 프레임 온 바디, 더는 개선되기 힘들어 보이는 가솔린 내연기관은 랭글러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랭글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넘쳐난다. 그리고 그들은 허머가 어떻게 부활했는지 똑똑히 지켜봤다.

그래서 FCA는 최근 랭글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염원을 이해하기라도 하듯, 랭글러의 전동화 버전에 대한 힌트를 내놓았다. 올 일렉트릭 랭글러 BEV 콘셉트라는 제목을 달고 공개된 사진에는 우리가 기억하는 랭글러의 모습 아래에 숨겨진 프레임과 전동화를 위한 장치들이 보인다.

인상적인 것은 랭글러 특유의 사다리 프레임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3~4개의 배터리 모듈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이는 특별한 것은 아니다. 오늘날 수많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들이 이와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사라질뻔한 랭글러의 프레임에 영속성을 부여한 것이나 다름없다. 커다란 엔진이 들어갈 곳에는 전기모터와 더불어 2단 트랜스퍼 케이스가 보인다.

이 시스템은 사실 이미 출시된 랭글러 4xe의 아키텍처와 매우 흡사하다. 다만 엔진이 제외되어 있으며, 더 많은 배터리와 모터가 들어갈 뿐이다. 이미 훌륭한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랭글러라면 전동화를 위해 애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할 필요도 없으며, PHEV의 아키텍처를 그대로 이식해 수정하는 것도 문제없다.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랭글러와 같은 골수팬이 많은 자동차들에게는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 특히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그간 관심을 가져왔던 수많은 커스텀 파츠 특히 락크롤링과 같은 본격적인 오프로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기존의 파츠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단지 파워트레인만 바뀌는 것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직 배터리의 출력이나 주행 거리 그리고 모터의 성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랭글러 4Xe를 토대로 추측해 볼 수는 있다. 랭글러 4xe는 리어 액슬에 한 개의 니켈 망간 코발트 배터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BEV는 이 배터리를 3~4개 정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추측하면 최소 51kWh에서 최대 68kWh의 용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포드 마하 E의 표준 배터리와 비슷한 용량이며 따라서 주행거리는 약 300km 정도가 될 것이다.

출력이나 토크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전기모터가 오프로드에서도 충분한 성능을 보다 쉽게 발휘한다는 것은 이미 다양한 곳에서 검증됐다. 허머 EV도 그렇지만 최근 다카르에 참가한 EV 랠리카들을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완전히 전동화된 랭글러는 빠르면 오는 3월 말 경에 공개될 예정이다. 그리고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국 기준, 올해 말 경이면 BEV 랭글러가 본격적으로 판매될 것이라 한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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