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과연 만들어 질 수 있을까?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2.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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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를 달구기만 했던 애플카가 닛산과 협상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얼마 후 닛산 역시 이 소문을 부정하고 나섰다.

지난주 증권가를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는 역시나 기아자동차와 애플카 사태였다. 기아자동차 주가를 100,000원대까지 끌어 올렸던 애플카와의 협상 소식이 결국 현대, 기아차의 공시를 통해 취소되었음이 발표된 직후, 기아자동차 주가는 다시 85,000원대로 하락했다.

물론 이는 원래 기아자동차의 최근 평균 주가로 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애플카와의 협상소식을 접한 투자자들 중 누군가는 큰 손실을 입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따져보면 애플은 물론이고, 현대기아자동차 어느 쪽도 협상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 적이 없었다.

모든 상황은 몇 줄의 소문과 이를 해석한 기사에 의해 빚어졌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두 번의 공시를 통해 협상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확대해석 된 뉴스는 계속 양산됐다. 하지만 모든 뉴스는 끝내 사라졌고, 뜨거웠던 증시의 이슈는 봄 날 눈 녹듯 없어졌다.

그럼에도 애플카에 대한 뉴스는 한국을 너머 전세계로 계속 퍼져나가고 있다. 현대 기아차와의 협상 취소가 공시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닛산이 새로운 협상 대상 기업으로 떠올랐다. 최근 닛산의 CEO가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이 이슈를 확대 시켰다. 마코토 우치다, 닛산 CEO는 “파트너십을 통해 지식과 경험이 많은 회사와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일부 언론에서 이를 애플카를 겨냥한 답변이라 해석한 것이다.

게다가 또 다시 생산 라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닛산이 미국 생산 시설의 일부를 유휴 상태로 두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현대기아차와 똑같았다. 닛산 역시 애플과 자동차 제조에 관한 협상을 취소했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새로운 소문도 떠돌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완성차 제조사가 아닌 제조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 바로 마그나였다. 흔히 마그나 슈타이어라고 알려진 오스트리아 소재의 이 회사는 자동차를 위탁생산하는 전세계 몇 안되는 기업이다. 현재도 메르세데스 벤츠, BMW를 비롯해 도요타, 미니 등이 마그나 슈타이어에 생산을 맡기고 있을 정도로 라인 확보 및 인력 수급 그리고 조립 품질에 있어서는 수위권에 해당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AWD 시스템과 함께 특히 컨버터블 시스템 설계 및 생산 조립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유럽산 컨버터블은 마그나 슈타이어를 거치지 않은 차를 찾기 힘들 정도다. 따라서 마그나가 마치 반도체 생산 및 제품 조립을 담당하는 폭스콘과 비슷해 보였을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소문일 뿐 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이쯤되니 애플카가 정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데자뷰같은 사건도 함께 떠오른다. 바로 다이슨이다. 가전 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다이슨도 전기차 시장 진출을 간절히 원했다. 실제로 그들은 자동차 엔지니어들을 연구소로 불러 모았고, 실제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자동차 시장 진출을 포기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완성차를 제작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을 것이다. 설계부터 부품의 수급과 생산 그리고 공급에 이르기까지, 완성차 생산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고, 특히 기술은 단시간에 따라잡기 힘든 것이다.

자동차 생산이 현대 산업 사회의 꽃이라 불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대 인류가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기술들이 총동원되어야만 비로소 한 대의 온전한 자동차가 공장을 빠져나올 수 있다. 위탁 생산 방식이 일반화 되어 있는 오늘날에도 거의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직접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자동차 제작이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단시간에 자동차 시장의 초강자로 떠오른 테슬라 역시 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결해냈다. 그러나 애플은 이러한 자동차 시장의 논리를 스마트폰이나 PC 시장의 논리로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석하게도 애플은 자동차 설계 노하우는 물론 관련 부품을 생산해본 경험도 없다.

그럼에도 애플은 자동차를 자신들이 구축한 생태계에 참여시킬 또 하나의 디바이스로 여기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에 실수없이 완벽한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으려고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이 시장에서도 애플의 브랜드 파워로 지배력과 통제력을 확보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이슈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애플의 시장 통제력이 자동차 시장에서는 먹혀들지 않다는 것이다. 자동차 시장은 스마트 기기나 소프트 웨어 시장보다 곱절의 시간을 들여 구축된 시장이며, 현재도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적게는 50년, 많게는 120년 이상 오직 자동차 하나만을 개발하고 생산해왔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을 이질적인 논리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애플의 존재를 결코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대로라면 애플의 브랜드를 달고 있는 자동차를 보기가 어려워질수도 있다. 만약 그럼에도 자동차 생산에 의지가 있다면 애플은 테슬라의 행보를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테슬라가 매우 짧은 시간에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것을 보며 자동차 시장이 만만하게 보였을지 모르나, 테슬라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수혜만으로 만들어진 회사가 아니다. 120년이 넘는 회사들과 같은 방식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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