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전기 플랫폼으로 요트를 만든다고?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2.03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VW의 MEB 플랫폼과 세아트 쿠프라 디자인이 결합된 요트가 등장한다.

VW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활용한 다양한 전기차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최근 VW은 해당 플랫폼을 포드에 제공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양사는 지난해 6월 경, MEB 플랫폼 공급에 따른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빠르면 2023년부터 포드의 공장에서 MEB 플랫폼을 이용한 전기차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육상 이동에 전념하는 브랜드들이 수상 이동 분야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메르세데스 AMG나 람보르기니 혹은 부가티와 같은 하이 퍼포먼스 브랜드들은 지속적으로 럭셔리 스피드 요트 브랜드들과 협업해왔으니 말이다. 물론 이 경우 대체로 브랜드만 공유하거나 디자인을 공유하는, 소극적인 형태의 협업에 불과했다. 따라서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것은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수준의 협업이라 하겠다.

VW의 MEB 플랫폼을 나눠 받을 요트 메이커는 사일런트 요트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사일런트 요트는 기존 내연기관이 아닌 태양광 패널과 전기모터를 파워트레인으로 채택한 요트 전문 메이커다. 전기차와 전기 요트 사이의 연계성에 주목한 두 회사는 이미 2019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위한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이미 사일런트 요트는 2009년부터 솔라웨이브 46과 솔라웨이브 55를 포함해 약 12척의 요트를 건조, 판매했다. 그들의 요트에는 1일 최대 99마일(160km)을 순항할 수 있는 에너지 스토리지가 탑재되어 있으며, 해상 기상의 변화에 대비해 비상 디젤 발전기가 탑재되어 있다.

주요 논의 사항은 VW의 MEB 플랫폼에 사용된 드라이브 트레인 모듈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스펙의 드라이브 트레인을 공유 받게 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사일런트 요트에서 제작할 요트에 VW의 배터리 팩과 전기모터가 탑재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해당 프로젝트는 VW에서도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모빌리티에 대한 우리의 열정을 알리고, 플랫폼의 기술적 강점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의 플랫폼이 즐거움과 더불어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게 하며, 부드럽고 조용한 크루징을 가능케 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또한 배출가스 없는 깨끗한 이동성을 해양에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자동차에 이어 수상 운송 분야에서도 탄소 배출량 감소에 대한 의식이 일어나면서 점차 전기 모터로 구동되는 드라이브 트레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VW은 이 프로젝트에서 단지 드라이브 트레인 모듈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디자인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쿠프라 디자인을 프로젝트에 동참시켰다. 쿠프라 디자인은 세아트의 하이 퍼포먼스 브랜드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부서로, 사일런트 요트를 위한 현대적인 요트 디자인을 제공할 예정이라 한다.

가상의 디자인을 보면, 두 개의 갑판에 각각 거대한 태양광 패널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쌍동선 형태의 선체와 더불어 매끈한 라인을 자랑한다. 특히 이 디자인은 내연기관 요트들 보다 넓은 그린하우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드라이브 트레인 및 연료 탱크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거주공간을 확대할 수 있었다.

설계된 요트에는 네 개의 MEB 배터리 팩이 탑재될 예정이며, 빠르면 2022년부터 운항에 들어갈 것이라 한다. 그리고 최소 4년 동안 약 50척의 사일런트 요트에 MEB 플랫폼의 드라이브 트레인 모듈이 들어갈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인 결과를 얻게 된다면 향후 전기자동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중, 소형 요트의 건조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주로 레저를 목적으로 하는 해당 사이즈의 요트들은 부드러운 크루징이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연 기관 특유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야 하는 단점도 존재했다.

실제로 배에 올라 항해를 하다 보면 끊임없이 들려오는 기관실의 소음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증가하는데, 태양광 에너지를 수집할 수 있는 기상 조건에서는 적어도 기관실의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미 전기모터로 항해하는 기술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독일 잠수함 U 보트를 비롯해 한국의 잠수함들도 연료전지 방식의 전기모터로 스크루를 구동해왔다. 다만 경제성과 이동성 그리고 충전의 문제로 인해 민간 분야에서는 널리 쓰이지 못했다. 따라서 전기차 플랫폼의 드라이브 트레인을 비롯해 에너지 회수 기술 등이 접목된다면, 그리 머지않은 시기에 파도 소리만 들으며 바다 위를 여행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