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103EX의 양산 될까?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2.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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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BMW그룹의 100주년을 맞이해 공개된 롤스로이스의 비전 넥스트 100, 103EX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이 모델의 양산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2016년, BMW 그룹은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다음 100년을 위한 콘셉트카를 차례로 소개했다. 그중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콘셉트카는 역시나 롤스로이스였다. 왜냐하면 이 브랜드는 지난 100년 동안 동일한 헤리티지를 유지했고, 비슷한 디자인에 늘 최고의 자리에 홀로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100년을 상상하기가 의외로 쉽지 않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공개된 콘셉트카, 103EX에 대한 반응은 놀라움과 경이로움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롤스로이스의 정체성을 절묘하게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전동화와 더불어 자율 주행과 같은 미래 지향적 기술까지 품고 있었다.

특히 글라이드처럼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달리는 주행 스타일과 더불어 원하는 모든 것을 오뜨꾸뛰르처럼 바꿀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특유의 웅장함과 스트림라인이 혼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다음 세대를 위한 롤스로이스의 모습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롤스로이스는 쉽사리 현재의 모습을 바꾸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분명 SUV이지만 고집스럽게 SUV임을 강조하지 않는 모습도 그랬고, 무엇보다 온 세상이 다운사이징의 열풍에 휩싸여있을 때에도 이들은 아집에 가까울만치 V12 엔진만을 고집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들은 V8 혹은 하이브리드와 같은 타협안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그런 그들도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2021 유럽 환경 기준법,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에 따르면 1km당 95g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경우, 2021년 12월까지 판매된 차량을 합산하여 각각 95유로의 벌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유럽 연합이 부과하게 될 벌금은 총 410억 달러에 달할 예정인데, 롤스로이스는 이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컬리넌의 경우만 하더라도 2.7톤의 무게와 더불어 1km당 355g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데, 벌금의 문제 이상으로 환경 의무 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난을 피해 가기 어렵게 됐다. 따라서 더 이상 V12 엔진에 대한 고집을 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롤스로이스의 이런 고집은 무엇보다 BMW그룹이 가지고 있는 전동화 포트폴리오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 BMW 그룹이 롤스로이스의 콘셉트카 103EX의 양산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사일런트 쉐도우’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것이라는, 제법 구체적인 형태로 확산된 이 소문은 앞으로 자동차 산업의 변화 방향으로 유추했을 때 거의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이미 사일런트 쉐도우라는 이름이 지난해 독일 특허청에 접수됐는데, 이 이름은 과거 롤스로이스에 있었던 역사적인 모델의 이름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기도 하다.

소문에 따르면 현재까지 생산된 롤스로이스와 마찬가지로, 새 롤스로이스도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게 될 것이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전기모터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BMW에서 럭셔리 모델을 위해 개발하고 있는 파워트레인의 경우 약 600~700마력의 출력에 600km 정도를 달릴 수 있는 용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정도면 롤스로이스를 무리 없이 구동시킬 수 있다.

특히 전동화가 될 경우 롤스로이스가 가진 전통적 개성이 더 뚜렷해진다. 바로 극도의 정숙함 말이다. 롤스로이스는 달리면서도 오토매틱 시계의 플라이 휠 소리가 들린다고 할 정도로 고급스러운 정숙함을 대표하는 브랜드였는데, 전기모터라면 이들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게다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특유의 넓은 휠베이스와 평평한 실내 공간이라면, 롤스로이스 실내를 더 넓고 쾌적하게 구성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만약 롤스로이스가 내연기관에 대한 고집을 버린다면 전동화는 롤스로이스를 위해 매우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

특히 롤스로이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들 중 대부분이 V12 엔진에서 얼마나 높은 출력이 나오고,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보다는 얼마나 우아하고 조용하며 사치스러운지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이들에게 전동화는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나 명확한 계획은 없지만, 현재의 분위기를 미루어 보면 롤스로이스의 전동화도 피해 갈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스포츠카 브랜드와는 주어진 시장 상황이 많이 다른 만큼 그리 머지않은 시기에 전동화된 롤스로이스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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