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 없는 인디 500 레이스 개최 결정!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1.2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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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가 타지 않는 레이스가 있다면 어떨까? 상상하기 힘들었던 무인자동차 레이스가 드디어 개최된다.

자율 주행자동차의 기술은 거의 완성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이나 법률도 서서히 이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중 일부 기술을 반자율 주행이라는 제한된 조건에서 경험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익숙해지면 운전을 하지 않고도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갖게 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기술적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이렇게 사람은 서서히 운전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그렇다면 모터스포츠는 어떻게 바뀔까? 이미 이에 대한 몇 가지 답은 나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더 주목받게 된 e 스포츠도 그중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로보레이스라 명명되었던 인공지능 레이스카의 레이스 시리즈였다.

이 중 로보레이스는 꽤 근사한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시리즈 콘셉트만 나와 있을 뿐, 이후 구체적인 활동 상황은 보고된 것이 없다. 그래서 당분간 무인 레이스카 시리즈는 없을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2021년, 갑작스럽게 새로운 무인 자동차 레이스 시리즈의 개최가 발표됐다. 그것도 수십 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적인 레이스 시리즈의 현장을 달리게 될 예정이다. 바로 인디 500이다.

올해로 무려 110년이나 된 인디애나폴리스 500(이하 인디 500)은 미국에서 가장 전통 있는 모터스포츠 시리즈이자, 가장 미국적인 모터스포츠 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아직도 스타트/피니쉬 라인에 과거 브릭야드 시절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이 레이스는 오랫동안 유지해온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런데 110년 만에 전에 없었던 생소한 개념의 레이스가 개최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꽤 크다.

참가하게 될 레이스카의 형태부터 살펴보자. 기본적인 구조는 인디 시리즈에 참가하는 레이스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리어 펜더가 씌워져 있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CART부터 이어져온 아메리칸 오픈 휠 시리즈의 레이스카 디자인과 똑같다.

대신 한 가지 눈에 띄게 다른 점이라면 드라이버 콕핏이 완전히 막혀 있다는 점이다. 형태는 그대로인데, 사람이 탈 공간을 막아놓으니 무인항공기와 무척 흡사한 느낌이다. 드라이버가 탑승해야 할 공간은 드라이버 시트나 페달, 스티어링 휠 대신 무인 자동차를 위한 컴퓨터가 탑재되어 있다. 그리고 롤 후프 위쪽에는 각종 데이터를 전송할 안테나가 달려 있다.

이 레이스카는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면 사람이 운전에 개입되지 않는다. 원격으로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것이 아닌 오직 각종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넘겨받은 인공지능의 판단에 의해서만 레이스가 펼쳐진다. 따라서 인공지능은 실제 드라이버가 인디애나폴리스 오벌 트랙을 달리면서 직면하게 되는 수천 가지 이상의 변화 요인들을 빠르게 분석하고 그에 따른 자체적인 해답을 내놓는다.

그러니까 인공지능이 슬립스트림 시점이나 추월 시점을 판단해야 하며, 타이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이며, 어느 정도의 각도로 코너를 탈출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프로그래밍에 의해 결정되겠지만, 실제 트랙에서 프로그램에 따른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다.

물론 이 부분에 있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모터스포츠가 아무리 자동차 기술의 경연장이자 기술 트렌드를 선도하는 무대라고 하지만, 결국 스포츠는 사람이 개입되지 않으면 아무런 감동도 흥분도 느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반면 다른 시각에서 이 레이스의 현실화를 찬성하는 쪽도 있다. 그들은 미래의 주행 기술이 보다 빠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터스포츠가 지금까지 해왔던 전통적인 역할을 이 레이스 시리즈를 통해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의견이다. 시속 300km/h를 넘어서는 속도에서도 슬립스트림을 진행하고 추월을 감행하며 앞 차의 사고로부터 차량의 거동을 결정하는 등 일반 도로에서는 거의 겪을 일이 없는 숨 막히게 빠른 상황에서 빠른 판단력을 학습시키기 가장 적합한 무대라는 것이다.

아직 레이스가 시작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적어도 기술적 관점에서 이 생소한 레이스 시리즈가 자율 주행자동차 기술에 대한 홍보 및 발전의 무대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술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완성이 됐다. 몇 해 전 아우디가 공개한 두 대의 콘셉트카는 센서와 카메라만으로 레이스 트랙을 완주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랩 타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빠르고 완벽하게 트랙을 달렸다. 다만 이때는 오직 한 대의 자율 주행 프로토타입 레이스카가 달린 것뿐이다.

그리고 이런 차들이 모여 레이스를 한다는 것은 변수에 대응하는 능력에 있어 차원이 다른 수준의 기술을 요구한다. 따라서 분명 이 레이스에서 얻은 학습 결과나 기술적인 진보는 향후 우리가 경험하게 될 자율 주행자동차 기술에 긍정적 영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럼에도 스포츠 요소를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전통적인 인디500은 원래 스케줄에 맞춰 진행되기 때문이다.

끝으로 인디 오토너머스 챌린지라고 불리는 이 레이스 시리즈는 오는 10월 경에 개최될 예정이며, 약 30여 개의 팀을 참가시킬 것이라 한다. 총상금 1위에게는 약 10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지는 만큼 상당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 역사상 없었던 레이스가 가장 오래되고 전통 있는 레이스 트랙, 레이스 시리즈에서 개최되는 만큼 실로 엄청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될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인지 혹은 새로운 조롱거리로 여기게 될지, 10월의 인디애나폴리스를 주목해보자.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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