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부의 상징, 성공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브랜드다. 아무나 접근하기 힘들 것 같지만 그것은 옛말, 국내에서 정말 잘 팔린다. 그리고 판매량을 이끄는 것이 E-클래스다. 특히 현재 판매 중인 10세대 E-클래스는 2019년 출시 이후 3년 만에 수입차 역사상 최초로 단일 모델 10만 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그만큼 한국인들의 마음에 들게 만들었다는 뜻일 수 있다.

그런 E-클래스 10세대가 페이스리프트 됐다. 기존 대비 어떤 것들을 바꿨을까?

드라이빙 : 스포티한 ‘맛’ 강조!

테스트한 내용을 이야기하기 앞서 ‘벤츠 E-클래스’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승차감, 유명한 직진 고속 안정성, 조금은 나이 있는 사람이 좋은 차 등등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이런 생각을 바꿔야 할 시기가 됐다.

테스트 모델은 E350 4MATIC AMG Line.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추가했다. 엔진은 299마력과 40.8kgf.m의 토크를 발휘하며 전기모터가 14마력(10kW)과 15.3kgf.m의 토크를 전한다. 회생제동 마력은 16마력(12kW) 수준.

참고로 4기통 모델이 아닌 6기통 모델에 탑재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2마력과 25.5kgf.m의 토크를 낸다. 전기모터에서 차이를 둠으로써 체급 차이를 보다 명확하게 하려는 것이다.

먼저 우리 팀이 특정한 테스트 결과부터 보자.

시동을 걸었을 때 가장 먼저 놀라는 것은 정숙성이다. 조용해서가 아닌 시끄러워서다. 외부에서는 이 차가 디젤인가 싶은 소리를 내며 실내에서도 약간 거친 음색이 들려온다. 아이들 정숙성은 39.0 dBA 수준. 기존 E300 모델의 36.5 dBA과 비교하면 꽤 차이가 난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면 엔진 아이들 회전수가 740rpm에서 840rpm 정도로 높아지는데, 이에 따라 39.5 dBA로 조금 더 수치가 높아졌다.

정숙성은 주행 때도 마찬가지. 기존 모델이 시속 80km/h 주행 환경에서 57.5 dBA을 보였다면 이번 모델은 59.0 dBA다. 사실 이 정도 수치도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귀에 들려오는 소리가 꽤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오히려 수치가 적게 나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체감상 정숙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게도 제법 늘었다. E300 모델 대비 62kg 가량 증가했는데, 여러 장비들의 추가, 특히 EQ 부스트를 위한 모터와 48볼트 시스템 추가가 이유가 될 것이다. 참고로 페이스리프트 된 BMW 530i xDrive의 무게는 1752kg으로 104kg 가량 E-클래스가 무겁다.

가속 성능은 좋다. 전기모터가 먼저 밀어주고 뒤이어 터보차저가 힘을 내주는 방식. 이 과정에서 모터는 ‘내가 힘을 더해주고 있어’라는 식으로 티를 낸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힘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런 식의 힘이 나오다 보니 운전자를 좀 더 자극하기도 한다. 변속을 할 때 퉁퉁 밀어주는 기능과 비슷한 효과랄까?

300마력에서 1마력 부족한 출력, 여기에 전기모터의 도움까지 받으니 차체가 무거워도 좋은 가속 성능을 보인다. 차체가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힘은 여유롭다. 가속 성능도 기존 E300 대비 1.5초가량 줄었다. 힘은 충분하다. 다만 엔진의 회전 질감이 생각보다 거칠게 느껴진다. 앞서 말한 대로 소음도 조금 있는 편. 하지만 넉넉한 힘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스포티함이 공존하기에 불만은 크지 않다. 준 고성능 파워트레인으로 이해하는 느낌?

제동 성능에 큰 기대는 없었다. 테스트카를 받았을 때 누적 주행거리가 600km 수준이었기 때문. AMG 브레이크 디스크라고 해도 길들이기가 안 된 것이다. 디스크는 새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반짝임을 보인다. 그 상태로 제동 테스트를 한 결과가 위와 것이다. 게다가 테스트를 반복해도 편차가 크지 않았다.

팀 리더인 김기태 PD는 “다른 차들은 길들이기를 해야 하는데 벤츠는 그냥 써도 저 성능이 나오는데?”라고 말했다. 모든 준비를 끝낸 후 만들어내는 최상의 결과는 좋아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생각 못 한 상황에서 최상의 성과를 낸다는 것. 여기에 기술력이 있다.

페달 조작감은 벤츠답게 초반보다 중후반에 더 큰 힘을 내주는 성격이다. 그렇다고 초반에 밀린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밟는 만큼 확실하게 반응한다. 개별 설정에서 브레이크 성격을 변경할 수 있는데, 다른 주행 모드에서는 적용되지 않기에 새로운 경험 정도로 보면 되겠다.

고속 안정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벤츠답다. 속도가 빨라져도 운전자에게 한 두 단계 걸러서 전하는 모습이다. 넉넉한 힘도 고속 영역을 부담 없게 만든다.

승차감은 살짝 스포티한 성향이다. 원인으로 서스펜션보다 휠 타이어 조합을 꼽고 싶다. AMG Line 모델의 휠은 20인치. 전륜 타이어 편평비는 35, 후륜 30이다. 멋은 있지만 타이어에서 걸러야 하는 초기 충격이나 진동을 상당 수준 캐빈으로 넘긴다. 때문에 요철을 지나면 이따금 큰 충격을 전할 때도 있다. 에어 서스펜션을 사용했다면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탑재되지 않았다.

와인딩 로드를 달린다. 빠르게 속도계를 올린 이후 강한 제동. 정확하게 속도를 낮출 수 있어 좋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니 전륜이 상당히 기민하게 반응한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다. 코너에서는 언더스티어 성향이 기본이다.

자, 하나하나 풀어보자. 벤츠의 주행 성향은 크게 2가지를 기본으로 한다. 뛰어난 직진 안정성, 약한 언더스티어 성향이 그것이며, 어디까지나 안전을 최우선시한 셋업의 결과다.

직진 안정성만을 강조하면 코너 진입이 둔해진다. 또, 후륜이 원하는 만큼 잘 따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벤츠는 운전 재미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모델에서는 스티어링 록-투-록을 2.5회전까지 줄였다. 최근에 테스트했던 아반떼 N 라인과 동일한 범위다.

한마디로 스티어링 휠을 조금만 조작해도 앞바퀴의 회전량이 많다. 그만큼 작은 스티어링 조작으로도 차체가 민첩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이를 통해 일정 수준의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살짝살짝 조작해도 차량이 조금 과장되게 표현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티어링 기어비만으로 인위적인 주행감을 만든 것은 아니다. 기본기를 지키는 선 안에서 날렵함을 추구했다고 보면 된다.

조금 더 들어가 설명한다면, 요(Yaw)를 활용한 빠른 코너링 공략에 맞춰진 타입은 아니다. 실제로 레인체인지 같은 성능 평가에서 BMW 5시리즈 대비 차량의 앞머리가 빨리 돌고 차체가 반응하는 부분에서는 반 템포 느린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직진 안정성은 유지한 상태로 스티어링 시스템과 일부 요소들(섀시 세팅 등)의 변화를 통해 민감한 감각을 강조한 것으로 보면 된다.

앞서 말한 대로 스티어 특성은 약한 언더스티어다. A-클래스 세단이 기분 좋은 요 모멘텀을 전달했다면 E-클래스는 후륜 축을 놓지 않으려 한다. 낮은 편평비 & 사이드 월이 강한 런플랫 타이어, 다소 무거운 차체는 타이어의 변형을 최소화하며 접지 한계에 다가선다. 아무래도 코너를 돌 때 앞바퀴의 마모가 심해지는 모습이다. 타이어는 굿이어의 에이시매트릭3를 썼다.

ESP를 꺼도 스스로 위험하다 싶으면 개입한다. BMW 보다 보수적인 셋업이다. ‘스포츠+’모드나 강제적으로 ESP를 해제시켰을 때 개입 시간을 늦추는 정도. 서킷을 타는 것이 아니면 이 정도로 충분하다. 물론 타이어 스키드음이 들리는 정도에서 개입은 없다. 차체가 흘러야 잡아 주기 때문.

변속기는 무난한 성능을 보였다. 일상 주행 때는 전혀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부드럽고 동력 전달감도 좋으며, 9단 기어는 스스로 최적의 기어를 찾아 넣어준다. 다만 달릴 때는 약간의 아쉬움도 보인다. 과거만큼 빈도가 잦지는 않지만 가끔씩 변속 충격을 보일 때도 있다.

패들 조작보다 자동 변속 모드에 두고 운전하는 것이 더 편할 수 있다. 패들을 사용하면 수동 조작 후 약간의 텀이 발생한 이후 변속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내부 체결은 빠르지만 패들 조작 입력 후 변속기가 반응하기까지의 반응 시간이 살짝 느린 느낌이라는 것이다.

E350 4MATIC AMG Line은 벤츠가 전달하는 안정적이고 신뢰도 높은 주행 감각을 전달하면서 운전 재미까지 가미한 차였다. 일부 인위적인 점들이 보이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성격을 더 선호할 수 있다. 무섭지 않으면서 재미있으니까.

실내외 경쟁력 :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집중

디자인도 달라졌다. 새로운 헤드램프, 다이아몬드 패턴 그릴, 수평적으로 바뀐 리어램프, 새로운 전후 범퍼까지 변화의 폭이 크다. 곡선을 많이 사용해 둥글둥글한 모습인데, 이 때문인지 각진 BMW 5시리즈와 비교하면 작아 보인다.

실내 디자인은 거의 동일하다. 새로운 우드 트림 마감은 손으로 만졌을 때 만족감이 높다. 가죽은 벤츠 특유의 다소 뻣뻣한 질감이다. 물론 저렴한 느낌이라는 것은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부드러운 촉감을 좋아하는데, 이 부분 때문에 5시리즈 쪽의 가죽을 선호할 소비자가 많을 수도 있겠다. 여기에 통풍 기능과 열선 스티어링 기능이 빠졌다. 모든 E-클래스가 아닌, 스포티함을 강조한 AMG Line이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휠은 확 달라졌다. 잠자리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이다. 터치와 물리 버튼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데, 다루는 것이 쉽지는 않다. 정확하게 터치를 해야 원하는 조작을 할 수 있는데, 운전 중 스티어링 휠 버튼 조작에 신경 쓴다는 것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때문에 센터페시아 조작 때는 센터 콘솔 부분 터치 패드를 더 많이 쓰게 된다.

스티어링 휠에 정전식 센서 패드를 갖췄다. ADAS 시스템 활용 시 모터의 움직임만 인식하면 스티어링 휠을 손으로 잡고 있음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손만 얹으면 인식되니 가끔씩 스티어링 휠을 흔들어줄 필요가 없다.

에어 퀄리티 패키지도 추가됐다. 트렌드에 맞춰 PM2.5 미세먼지 센서와 고성능 필터가 장착되는데, 한국과 중국 시장에 출시되는 E-클래스에만 탑재된다. 좋다고 말해야 할지…

ADAS 시스템도 업그레이드됐다. 보다 적극적인 경고를 한다. 차로 중앙 유지 기능도 운전자가 쉽게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끼어들기 차량 인식률도 좋아졌다.

이제 ADAS 시스템의 평가 방향은 정확한 보조 기능 이외에 확실한 운전자 경고와 개입 유도 부분 비중이 커진다. 유럽은 이미 시행 중이며 미국도 도입 예정이다. 벤츠는 이런 부분을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신호등 인식 기능도 추가됐다. 신호등에 붉은색이 점등 되면 차량이 이것을 인식하고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통해 전방 신호등을 보여준다. 지금은 그저 보여주기 용도지만 앞으로 이것을 인식해 스스로 멈추고 다시 출발하는 기술과 연결될 것이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도 생겼다. 제네시스가 증강현실의 모습만 보여줬다면 벤츠는 일반 지도까지 함께 보여준다는데 차이가 있다. 참고로 신형 S-클래스에는 이것을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보여준다.

자동 주차 기능도 강력해졌다. 기존에는 빈 공간을 스캔하는 식이었는데, 이제 주차선을 스스로 찾아 주차하면 된다. 주차 공간 인식 속도도 빠르다.

오토뷰 추천 : 좋긴 한데, 비싸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경쟁 모델은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이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더 강력한 힘을 갖게 됐고 운전 재미도 좋아졌다. 정숙성 부분이 아쉽지만 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움은 유지된다. 신기한 기능들도 눈길을 잡는다.

우리 팀의 평가 결과는? 당연히 추천한다. 어떤 소비자가 구입해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발목을 잡는 부분이 있으니 가격이다. E350 4MATIC AMG Line의 가격은 8700만 원에 팔린다. 동급 경쟁 모델인 BMW 530i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모델 대비 약 700만 원 더 비싸다. 5시리즈 대비 2~300만 원 정도 비싸다면 서슴없이 벤츠를 추천할 듯하다. 하지만 700만 원이라는 가격차이는 한 번 더 고민을 하게 만든다. 물론 벤츠도 할인을 한다. 하지만 5시리즈의 할인율이 더 많다. 가격을 이유로 5시리즈로 접근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1억 원이 훌쩍 넘는 차에서 1천만 원은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6~8천만 원대 안에서 1천만 원의 차이는 은근히 부담의 요소가 된다.

분명 좋게 만들었는데 그만큼 비싸게 팔려고 한다. 물론 마일드 하이브리드, 댐핑 컨트롤 기능 등 경쟁사에 없는 구성까지 따져보면 나쁜 가격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벤츠도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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