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사용 목적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버스, 슈퍼카, 트럭, SUV, 트레일러 등등 생김새와 특성 모두 제 각각이다. 하지만 공통된 것은 이동 목적의 달성이다. 이동할 때 편안한지가 중요한 요소이자 경쟁력이라는 것. 트럭이건 세단이건 본질은 같다.

잠시 상상을 해보자. 본인이 큰 기업의 오너 또는 영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가정하자. 업무로 많은 사람들과 만난다. 업무 강도가 높아 지친다. 하지만 다음 장소로 이동해 업무를 끝내야 한다. 그래서 이동하는 순간이라도 쉬고 싶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TV나 영화라도 보고 싶다. 때로는 참모진과 회의도 하면 좋겠다. 하지만 보안을 위해 운전기사가 전화 통화, 회의 내용은 몰라야 한다. 옷을 갈아입기 편하게 설 수도 있다면?

‘그런 차가 어디 있어?’

그런데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 있는 자동차 말이다. 그중 하나가 노블클라쎄의 스프린터 L13이다.

스프린터는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만드는 LCV(Light Commercial Vehicle)다. 그런데 벤츠라는 이름 대신 노블클라쎄라는 이름이 붙었다?

과정은 이렇다. 다임러 트럭 코리아가 국내로 3세대 스프린터를 들여온다. 이 차는 기본 틀 정도만 있는 모델이다. 나머지는 바디빌더(Bodybuilder) 업체에서 목적과 콘셉트에 맞춰 제작해 판매한다. 스프린터가 버스나 트럭이 되거나 캠핑카로 변할 수 있는 게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컨버전(Conversion)이라고 한다.

실제로 다임러 그룹은 바디빌더 업체들과 컨버전에 최적회 된 차량을 만들기 위해 바디빌더 센터(Bodybuilder Center)에서 통해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새로운 스프린터를 만드는 바디빌더 업체 중 하나가 노블클라쎄다. 노블클라쎄는 케이씨모터스의 프리미엄 카로체리아 브랜드다. 케이씨모터스는 국내에서 20여 년의 자동차 컨버전 역사를 갖는 있다. 약 40여 명의 R&D센터 연구원과 연간 1만 대 자동차 생산 인프라를 보유한 바디빌더다.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도 이곳에서 제작된다.

차량의 컨버전은 디자인, 설계, 전장, 금형 개발, 양산에 이르는 체계적인 자동차 생산 프로세스를 통해 진행되며, 이는 일반적인 바디빌더사의 제작 시스템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또한 최근 로봇을 활용한 정교한 특수 자동차 도장 공장도 신설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무나 인정하지 않는 콧대 높은 벤츠가 국내 최고의 바디빌더 업체를 찾았고, 둘이 함께 최고급 스프린터를 만들어냈는데, 이것이 노블클라쎄 스프린터 L13이라는 것.

일단 크다. 길이만 7m에 가깝다. 여기에 멋진 범퍼와 데칼들로 멋을 더했다. 3세대 스프린터 자체도 기존 대비 한층 세련된 모습이기에 존재감이 상당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간결하게 운전만 할 수 있는 구성이다. 그래도 스티어링 휠과 시동 버튼 등에서 최신 벤츠 모델과 통일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승 모델에는 MBUX가 탑재되지 않았는데, 향후 소비자 인도 모델에는 추가된 단다. 이에 따라 센터페시아 디자인이 달라지게 된다.

진짜는 뒷좌석으로 가야 한다. VIP만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운전석과 승객석이 완전히 분리된다. 앞뒤 간 대화는 인터폰으로 한다. 옵션 사양이기 때문에 원치 않으면 격벽 없는 공간으로 주문하면 된다.

32인치 모니터와 15.6인치 스마트 글라스도 있는데 이것으로 유튜브나 넷플릭스도 즐긴다. 스마트 글라스에서는 뉴스나 주식 정보를 볼 수 있다. 이 설정은 시트 암레스트에 장착된 5인치 컨트롤러에서 모두 할 수 있는데, 음성인식도 된다.

시트는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기본은 나파 가죽인데, 옵션으로 이탈리아 파수비오 가죽을 선택할 수 있다. 통풍 및 열선 기능도 갖췄다. 등받이는 물론 다리 받침대도 나와 편하게 누울 수도 있다. 부가 기능으로 접이식 테이블과 무선 충전기가 준비된다.

시트를 눕히면 천장의 별도 볼 수 있다. 처음 롤스로이스를 통해 선보였던 기능이다. 여기에는 오너의 탄생 별자리도 넣을 수 있다고 한다. 앰비언트 라이트도 있는데, 벤츠가 사용하는 64가지 색상을 그대로 가져왔다. 별도의 독서등도 준비했다.

국내 환경에 맞춰 공기청정기도 달았다. 비를 맞으면 안 되니까 우산 보관함도 있다. 냉온장고도 마련된다. 일반적인 차량용 냉온장고는 전압차를 이용해 온도를 올리고 내리는 펠티어 방식인데, 이 차에는 가정용 냉장고에 쓰이는 컴프레서 방식이라 성능 면에서 차이가 크다.

다시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겨 간단한 주행을 해본다. 버튼을 누르자 3.0리터 디젤 엔진이 깨어난다. 트럭이나 버스처럼 요란하게 걸리지 않는다. 표현을 과장하자면 6기통 디젤 세단의 시동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만큼 조용하고 부드럽다. 달리 말하면 고급스러운 감각이라 할 수 있다.

변속하는 방법도 일반 벤츠 승용차와 동일하다. 스티어링 칼럼에 자리한 레버를 조작하면 된다. 차만 커졌지 벤츠의 특성은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출발을 하려면 가속 페달을 깊이 밟아야 한다. 이는 벤츠 상용차만의 특징이다. 스프린터는 물론 악트로스도 처음에 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일반 승용차보다 살짝 더 깊이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

움직임 자체는 어느 정도 투박할 수밖에 없다. 미니버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이 유압식에서 전동식으로 변경됐다. 주행 방향을 바꿀 때 정말 편하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 스티어링 휠 조작감을 일반 벤츠 승용차와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 냈다는 것. 단순히 작동 방식만 바꾼 것이 아니라 완성도까지 높였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승차감도 수준급이다. 국내에서 비교할 수 있는 현대 쏠라티나 르노 마스터와는 체급이 다르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그만큼 고급스럽고 조용하며 승차감까지 좋다. 그런데 앞으로 에어 서스펜션까지 추가될 예정이란다. 더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누릴 수 있을 것.

ADAS 시스템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차 및 재출발까지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tive Distance Assist DISTRONIC), 자동차는 물론 보행자까지 인식해 멈춰주는 긴급제동(Active Brake Assist), 차선을 넘지 않도록 경고하고 능동적으로 도움을 주는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Active Lane Keeping Assist) 기능이 탑재된다. 이외에 사각 및 후측방 경고(Blind Spot Assist)도 보다 안전한 운전을 돕는데 효과적이다.

측풍 어시스트(Crosswind Assist)도 있다. 이는 시속 80km 이상의 속도로 주행하는 환경에서 작동하며, 옆에서 부는 강한 바람에 의해 차량이 밀리는 현상을 방지해 준다. 스프린터처럼 옆면이 길고 넓은 차는 측풍에 의해 위험한 순간이 발생할 수 있는데, LCV 모델들에게는 유용한 기능이다.

자동차의 세계는 정말 다양하다. 바디빌더의 세계도 그렇다. 겉만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업체가 있는 반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자동차 개발 과정과 동일한 과정을 거치는 업체도 존재한다. 어떤 제조사보다 높은 기준을 제시하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 바디빌더 업체로 노블클라쎄를 선택했다는 점이 남다른 이유다.

독일 최고와 국내 최고가 만났다. 그만큼 결과물에서 아쉬움은 없다. 바디딜더의 마감 처리 능력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칭찬을 하고 싶다. 3세대 스프린터의 잠재력도 확인했다. 물론 그에 대한 대가는 충분히 지불해야 한다. 노블클라쎄 스프린터 L13은 옵션에 따라 2억 3천만 원에서 2억 8천만 원에 팔린다. 경쟁 모델? 차가 아니라 요트나 개인용 비행기란다. 지상에서는 경쟁상대가 없다는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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