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레트, 수소 연료전지차를 위한 터빈 개발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12.3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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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 기관 시대의 종식이 점차 다가옴에 따라 터보차저의 운명도 끝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에도 터빈의 유용성은 계속될 것 같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터보차저는 일부의 특별한 자동차에만 사용됐다. 레이스에 나가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수준의 퍼포먼스가 필요한 스포츠카에만 부분적으로 쓰였던 과급 장치다. 그러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터보차저의 입지는 달라졌다. 승용 디젤 엔진에 "클린"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하면서 터보차저는 더 이상 특별한 장치가 아니다. 게다가 다운사이징의 열풍이 불면서 터보차저가 없는 차를 찾아보기가 더 힘든 시대가 됐다.

허나 터보차저의 입지가 달라진 것은 어디까지나 내연기관 환경이라는 조건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다가올 전기 자동차 시대에는 더 이상 이런 장치가 필요 없을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배터리로 구동하는 BEV의 경우 에너지를 방출하기 위해 어떠한 기체도 필요치 않으므로, 공기를 압축할 일도 없다. 피스톤 엔진 전투기에서 시작되어 오늘날 거의 모든 자동차에 탑재되는 터보차저의 운명도 그렇게 끝날 것처럼 보였다.

최근 오토뷰에서는 가레트가 파산신청을 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터보차저의 대표 브랜드인 가레트 모션이 분사하는 과정에서 하니웰이 안고 있던 부채의 일부까지 떠안게 되면서 파산신청을 한 것인데, 현재는 새로운 사모펀드의 도움으로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자동차 업계에 불어닥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가레트의 운명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가레트는 이 상황을 타계할 새로운 전략을 찾아냈다. 그들이 가장 잘하는 기술을 새로운 시대에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 말이다.

가레트가 눈 돌린 곳은 다름 아닌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다. 최근 가레트는 FCEV를 위한 2 스테이지 일렉트릭 전기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연료전지 자동차도 결국은 모터로 구동되기 때문에 사실상 내연기관처럼 공기를 대량으로 압축해 공급 받을 일이 없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가레트의 발상은 꽤 유효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일단 수소 연료전지의 작동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수소 연료전지는 분명 배터리에서 모터로 전력을 보낸다는 점에서 BEV와 동일한 구동 방식이다. 그러나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 다르다.

수요 연료전지의 핵심은 스택(Stack)이라 부르는 연료전지다. 이 장치는 산소와 수소를 촉매를 통해 만나게 하며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원을 전력으로 전환해 전기모터로 보내는 방식이다. 따라서 BEV와 달리 산소와 수소처럼 기체의 공급이 필요하다.

가레트는 이렇게 연료전지가 기체를 공급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그리고 그들이 기존에 하던 방식 그대로 산소를 압축해 공급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 원리는 내연기관의 터보차저와 동일하다. 컴프레서는 빨아들인 공기를 압축해 실린더로 보내는데, FCEV에서는 연료전지로 더 많은 산소를 수소와 만나게 하는 것 뿐이다.

개념은 간단해 보이지만 문제는 터보차저와 다른 환경이라는 점이다. 터보차저는 기본적으로 버려지는 배기가스의 속도와 압력을 이용해 터빈을 돌리고 반대편에 연결된 컴프레서를 작동시킨다. 하지만 연료 전지의 경우 배출물질은 오직 물뿐이며 고압 고속의 가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레트는 전기모터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개발된 일렉트릭 터보차저는 약 20kW의 전력을 소모하며, 연료전지에 4기압의 압축된 산소를 공급한다. 외부의 동력원을 이용해 오직 공기만을 압축한다는 점에서 이 장치는 슈퍼차저에 더 가깝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과연 FCEV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터보차저처럼 더 많은 출력을 만들어 내기라도 한다는 것인가? 여기에서도 조금 다른 개념이 적용된다.



가레트는 이 장치가 몇 가지 이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압축된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에 연료전지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연료전지의 크기가 줄어들면 당연히 무게도 줄어들 것이며 그러면 압축 수소를 담아둘 연료탱크 사이즈도 줄어들 수 있다.

현재까지 출시된 FCEV의 경우 스택과 함께 탱크의 사이즈가 상당히 큰 편인데, 가레트는 압축기를 통해 두 개의 사이즈를 줄일 수 있어 차체의 무게도 함께 줄일 것이라 이야기했다. 가레트의 주장에 따르면 최대 40% 이상 사이즈를 축소시킬 수 있다고 하며, 동시에 이전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거나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출력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레트가 개발한 이 장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업 중 하나는 혼다다. 혼다는 현재 클리어리티 FCEV에 가레트의 새로운 장치를 탑재했다. 덕분에 실제로 더 작은 연료탱크와 스택을 탑재할 수 있었으며, 그로 인해 더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V6 엔진에 준하는 출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실험실에서 얻은 결과치이기 때문에 실제로 도로 주행 상에서 소비자가 얻게 되는 이점들에 대해서는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남은 과제는 더 많은 FCEV 충전 환경과 더불어 더 깨끗하고 저렴하게 수소를 생산하는 것뿐이다. 물론 이는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기다리고 있는 환경이기도 하며, 가레트가 손쓸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적어도 가레트의 기술로 인해 FCEV에 대한 더 밝은 미래가 펼쳐진 것은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가레트는 새로운 시대를 위해 새로운 기술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특히 현재 이들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자동차 데이터 보안과 더불어 자동차 헬스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다. 이렇게 가레트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냈다. 앞으로도 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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