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완성도, 구성 대비 가격 이점도 챙겨

폭스바겐 제타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핫한 존재로 떠올랐다. 통풍시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장비를 갖추고도 3천만 원을 넘지 않는 가격을 가졌기 때문이다. 론칭 에디션은 특별 할인까지 더해져 트림에 따라 2300~2500만 원대 가격에 팔렸다. 구성 좋은 수입 준중형 세단을 아반떼나 K3 비슷한 가격대에 구입할 수 있게 된 것. 당연히 초도 물량은 완판됐다.

단순히 저렴해서 잘 팔렸던 것일까? 독일차 특유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무시하긴 어렵다. 이제 제타가 어떤 차인지 보자.

드라이빙 : 독일차 특유의 감각에 북미 시장의 편안함을 더하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독일차 느낌을 담은 준중형 세단’이다. 적당히 부드럽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성능 부족을 느끼지 않게 한다.

먼저 기본 테스트 결과부터 보자.

* 정숙성

- 아이들 중앙 : 36.5dBA

- 80km/h 주행 : 59.5dBA

* 무 게

- 1397.5kg (전 : 후 = 58.6 : 41.4)

* 0→100km/h 가속

- 8.25초

* 100→0km/h 제동

- 최단 거리 : 40.45m

- 평균 거리 : 41.71m

- 최장 거리 : 42.79m

폭스바겐 모델로는 의외로 정숙성이 좋았다. 실내로 전해지는 진동도 거의 없다. 엔진 위에 커버도 달지 않았는데, 의외로 좋은 수준의 정숙성을 뽐냈다. 아이들은 물론 주행 때도 크게 거슬리는 것이 없어 준중형 세단으로는 수준급의 성능을 가졌음을 확인시켜줬다. 다만 시속 110km 이상에 오르면 풍절음이 다소 부각되기 시작한다.

일상 주행 때는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대신 8단 토크컨버터 자동변속기를 써 저속 구간의 승차감도 잡았다. 초기 발진 때의 이질감이나 변속 충격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인데, 남녀노소 불문하고 편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이다.

동력 전달감은 듀얼 클러치 못지않게 또렷하다. 동력의 맺고 끊음이 명확해서 엔진의 힘이 낭비된다는 느낌도 적다. 감각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아반떼나 K3의 CVT보다 제타의 파워트레인에 더 높은 점수를 줄 것이다.

힘은 충분하다. 1.4리터 엔진이 만들어내는 150마력과 25.5kgf.m 수준의 최대 토크. 수치적으로 평이해 보이지만 체감적으로 출력과 토크 모두 제원상 수치를 넘어선다고 느끼게 된다. 이전 1.4 TSI 파워트레인도 제원상 140마력 성능이었지만 체감상 20마력 정도 높은 수준의 파워를 경험하게 해줬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앞서 언급된 변속기의 역할도 컸다. 가속 테스트를 진행 결과, 1단에서 2단으로 넘어갈 때 충격을 전달하면서 한 번 더 타이어 마찰음을 만들어 낸다. 타이어의 그립이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여유로운 힘이 만드는 결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단순히 일상 영역에서 충분한 것을 넘어 제법 빠른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170km/h까지의 가속도 여유롭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엔진의 힘을 있는 대로 짜내서 만들어지는 성능과는 거리감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실용 구간에서의 가속 성능이 좋았다. 제타는 실용 구간 튜닝이 잘 된 모델 중 하나다. 그 결과 수치적 성능을 앞서는 성능을 갖게 해줬고, 그에 따른 만족도 역시 높았다.

고속 주행 안정감도 좋았다. 이는 아우토반을 감안해 차를 만드는 독일 제조사들의 특기이기도 하다. 최근 국산차들의 고속 안정감이 많이 좋아졌지만 직접 비교해보면 여전히 독일 제조사 모델에서 더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승차감이 좋다. 주력 시장이 미국인 만큼 통통 튀는 발랄함 보다 어느 정도 푹신하면서 여유로운 서스펜션 성격을 갖게 만들었다. 아반떼나 K3와 비교하면 확실히 좋은 승차감이다. 이는 일상은 물론, 폭 넓은 소비자층을 아우르기에 적합한 셋업이다. 그렇다고 물침대같이 출렁이는 일도 없다. 부드럽지만 잡아줄 때는 확실하게 잡아준다는 것.

이는 와인딩 로드 주행 때도 잘 드러난다. 이제 아반떼나 K3는 단단한 서스펜션을 바탕에 두고 바닥에 착 달라붙어 날쌔게 코너를 돌아나가는 모습을 보이려 한다. 피시 테일 현상 문제로 골치를 썩었기 때문인지 후륜축의 미끄러짐을 최대한 잡으려 했다. 여기에 타이트한 전륜 기어비를 바탕으로 날렵한 감각을 키우려는 셋업을 보탰다.

반면 제타는 다른 노선을 걷는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가졌지만 한쪽 방향으로 무게가 쏠릴 때 충분히 잘 지지하는 성능을 보인다. 이후 다른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바뀔 때 제법 재빠르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서스펜션이 눌린 이후 다시 원래대로 올라오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

당연히 서스펜션 이야기를 뺄 수 없다. 구조적으로 볼 때 제타의 후륜 서스펜션은 토션빔이다. 맞다. 국내에서 전혀 환영받지 못하는 그 토션빔. 하지만 제타를 타면서 ‘이 차의 후륜에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들어갔습니다’라고 말한다면 대부분 소비자는 그렇게 믿을 것이다.

부드러움도 이유겠지만 완성도 역시 높다. 단순히 승차감만 지향한 것이 아닌, 주행 완성도에도 신경을 썼다는 것. 물론 후륜 한쪽 바퀴만 요철을 밟게 한 후 온몸의 신경을 서스펜션에만 집중시키면 일부 특징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행 환경에서 토션빔 서스펜션의 단점을 느끼기란 어렵다. 이것이 노하우다. 토션빔 서스펜션이 무조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셋업이면 구조적 약점도 상쇄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무조건 토션빔이 나쁘다고 몰아가는 것을 문제 삼고 싶을 뿐이다. 물론 이렇게 설명해도 페이퍼로만 차를 인지하는 소비자를 설득하긴 어렵겠지만.

스티어링 휠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살짝 여유롭다. 하지만 핸들링 자체는 명확하다. 또, 운전자의 의도대로 정확하게 반응해 준다. 단단한 서스펜션을 가진 일부 준중형 세단처럼 일체화된 전 후륜의 움직임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후륜이 살짝 느리게 따라온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적정 수준의 요(YAW)를 만들어 낸다. 단순하게 미끄러지는 것과 요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얘기다. 즉, 이 특징을 잘 활용하면 생각보다 빠른 코너링 속도를 만들 수 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적정 수준의 요라는 것이 핵심이다. 지나치면 차량 거동이 불안해지고 아예 이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묶어두면 움직임 자체가 제한된다. 안전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 선에서 튜닝하는 기술인데, 제타는 이 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슷한 감각을 가진 차로는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세단을 꼽을 수 있다. 이 역시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능을 뽐낸다.

다만 전륜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조금은 필요 이상으로 많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강한 제동 때 차체 앞부분이 푹 가라앉는 노즈 다이브를 비롯해 일부 조건에서 좌우 제동력 편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일반적인 주행은 아니지만 향후 개선되면 좋겠다. 여기엔 타이어의 영향도 크다. 아무래도 에코 타이어로 제타의 엔진과 무게가 만들어내는 모든 것을 감안하기엔 한계가 따른다.

주행 안전 시스템은 살짝 적극적이다. 개입이 빠르다는 뜻이다. 하지만 타이어의 성격이 저저항에 맞춰졌고, 개입 자체가 운전자를 놀라지 않게 매끄럽게 이뤄지기에 불만은 나오지 않는다. 해제를 한다고 해도 다시 개입하는데, 제타와 같은 모델 성격상 이것이 맞을 것이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저저항 타이어를 쓴다. 에코피아 EP422 플러스라는 모델인데, 205mm 폭에 17인치 사양이다. 노면 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 타이어다. 그래도 접지 성능은 일반 4계절 타이어와 다르지 않다. 여름용 스포츠 타이어만큼의 성능을 기대할 수 없지만 의외로 제타가 잘 달려 주기 때문에 타이어에 욕심이 커지긴 한다. 팀 리더인 김기태 PD는 “이 차(제타) 타이어만 바꿔도 다른 차 되겠는데?”라고 말했다.

8단 자동변속기는 와인딩 로드를 달리는 것보다 일반 도로를 달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부드럽게 적정 수준의 동력 전달감을 느끼게 하지만 본격적인 달리기를 하며 기어를 내릴 때 약간은 속도 부족이 느껴진다. 하지만 기어를 올릴 때는 충분히 빠릿한 모습을 보인다. 그보다 에코 모드로 주행할 때 중립 주행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긴 하다.

연비도 좋았다.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할 때 20km/L 정도는 여유롭게 보여준다. 하지만 성능을 끌어 쓰면 그에 맞춰 연비가 하락한다. 그래도 연비에 대한 경쟁력은 가솔린 모델로 충분한 수준이다. 2만 5천 원만 주유해도 절반 가까이 차는 연료통, 여기에 쉽게 움직이지 않는 연료게이지 바늘이 더해져 꽤 좋은 체감연비를 만든다는 얘기다. 제타는 국내에서 저공해 3종 모델로 인증받았다. 이에 공영주차장 할인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실내외 경쟁력 : 한국 소비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아는 폭스바겐

이번 제타는 구성 좋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대표적인 부분으로 통풍 시트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장비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아반떼나 K3에는 이보다 더 화려한 각종 편의 장비들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독일 브랜드의 수입차라는 점, 2천만 원대 가격을 갖는다는 점, 그럼에도 이와 같은 편의 장비들을 갖췄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쉬운 요소가 된다.

실내 디자인은 수수하다. ‘우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화려하고 멋스러운 것과는 거리감이 있다. 계기판도 아날로그 방식이고 계기판 디스플레이도 단색이다. 하지만 대시보드나 도어 패널을 비롯해 각종 소재들의 품질은 좋다. 시각적 만족도는 평이해 보여도 소재를 저렴하게 쓰지는 않았다는 것.

구성을 보자. 앞 좌석 시트는 통풍과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스티어링 휠에도 열선이 있다. 뒷좌석에도 열선이 달렸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도 있고, 아우디 A3에 없던 후방 카메라도 장착됐다. 일반 선루프가 아닌 파노라믹 선루프를 사용하며, 전 좌석 모두 원터치 파워 윈도가 적용된다. 앰비언트 라이트도 있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 제동, 정차 및 재출발까지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 경고 기능도 갖췄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전방 차량뿐 아니라 옆 차로에서 선행하는 차까지 인식한다. 크루즈 컨트롤 설정 속도를 높여도 옆 차로 선행차가 있을 경우 이를 앞질러가지 않는다는 것. 이 과정도 계기판을 통해 보여준다. 아우디 일부 모델에서 볼 수 있었던 기능인데, 이것을 제타에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트렁크 공간 경쟁력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돌출 부위 없이 깔끔하면서 넓다. 골프를 즐기는 소비자의 세컨드카로도 손색없겠다.

물론 가격적인 부분을 고려한 구성인 만큼 아쉬움도 있다. 계기판의 단색 디스플레이는 둘째치고 전동 폴딩 사이드 미러가 없다. 손으로 직접 접어야 한다. 애프터마켓에서 30~40만 원에 해결할 수 있긴 한데, 그래도 있고 없고의 차이는 존재한다. (이 기능이 없는 일부 수입차들은 애프터마켓에서 이 기능을 달아 소비자들에게 인도한다.)

뒷좌석 창문은 절반보다 조금 더 내려가는 수준인데, 이해는 하지만 조금의 답답함이 느껴진다. 또한 ADAS 부분에 차로를 유지시켜주는 기능을 넣어주면 좋겠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2천만 원대 독일차(제조는 멕시코)라는 점, 잘 달리고 통풍 시트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까지 달렸다는 점이 경쟁력을 키운다.

제타의 상품 기획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고, 그것을 구성에 담았다.

오토뷰 추천 : 앞으로도 가능성은 충분

폭스바겐 코리아는 7세대 제타를 국내시장에 출시하면서 ‘론칭 에디션’부터 판매했다. 이 론칭 에디션의 가장 큰 혜택은 할인으로 그 덕에 2300~2500만 원대에 팔렸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제타는 수입차가 아니라 국산차와 경쟁을 해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특히나 국산차들의 가격이 높아져가는 터라 수입차로의 가격 경쟁력은 더 커진다. 국산 준중형 세단은 고사하고 소형 SUV도 2500만 원이 넘는 시대다. 그런데 이 정도로 주행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구성까지 알뜰하게 챙긴 독일 브랜드 세단이 국산 동급 모델과 가격이 겹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론칭 에디션은 다 팔렸다. 이후 들어올 제타에는 이와 같은 할인이 부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도 일정 수준의 할인으로 적정 수준의 경쟁력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은 여전하다.

폭스바겐도 물건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회사다. 하지만 입문형 모델 제타만큼은 지금 같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계속 가져갔으면 한다. 그리고 제타의 이러한 도발이 수입차 업계는 물론 국산차 업계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바란다. 요즘 말하는 ‘선한 영향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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