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포르쉐 타이칸 주행거리는 왜 짧을까?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0.12.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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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의 순수 전기차 타이칸.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포르쉐가 전기차를 내놓았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곧바로 테슬라 모델 S와 많은 비교가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 가지 타이칸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 드러났다. 바로 1회 충전 주행거리. 미국 EPA 기준으로 테슬라 모델 S 롱레인지 플러스가 402마일(약 647km)을 인증받은 반면 타이칸은 모델에 따라 192~203마일(약 309~326km) 정도만 인증받았다. 숫자만 비교하면 타이칸은 모델 S의 절반 정도밖에 갈 수 없는 전기차가 되어 버린다.

아직 전기차는 제한적인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소비자들이 쉽게 진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진입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주행거리가 길면 길수록 전기차로서 경쟁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타이칸의 주행거리는 왜 그런 것일까? 무엇이 다른 것일까?

EPA 테스트 차이

기본적인 전기차 주행거리 테스트는 SAE J1634 표준을 따른다. 이 테스트는 도심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으로 구분된다. 도심 주행의 경우 평균속도는 20mph(약 32.2km/h), 7.5마일(약 12km) 이상 주행, 18회 정지를 해야 한다. 고속도로는 평균속도 48mph(약 77km/h)의 속도, 10.3마일(약 16.5km) 이상 주행을 해야 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실험실 내의 조건이다. 일반적인 주행 환경과는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EPA는 주행거리 테스트 이후 나온 결과값에 보정 계수 30%를 적용해 주행거리를 낮추고 있다. 예를 들어 500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결과값이 나오면 0.7을 곱해 1회 충전 주행거리 350km로 표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30%의 보정 계수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도심과 고속도로 테스트 이외에 가속 테스트, 에어컨 작동 후 테스트, 영하 6도 내외의 추운 환경에서 테스트를 추가하면 적게는 29%에서 많게는 26% 정도까지(정확한 보정 계수는 0.705~0.756) 보정 계수를 낮춰준다. 3가지 테스트를 추가적으로 진행했으므로 보다 현실적인 주행거리에 가깝고, 그만큼 보정 계수를 낮춰주는 것이다.

하지만 포르쉐는 일반적인 도심/고속도로 테스트만 진행해고 30%의 보정 계수를 받았다. 사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 모두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테슬라와 아우디만 5가지 테스트를 진행한 후 보정 계수를 감면받고 있다.

배터리 가용 용량 차이

배터리가 크면 주행거리가 증가한다. 더 많은 전기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칸 모델에서 가장 큰 용량의 배터리는 93.4kWh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용량은 83.7kWh 수준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100% 충전과 방전은 위험하기 때문에 여분 공간을 남겼다고 생각하면 쉽다.

반면 모델 S는 자체적인 배터리 설계를 비롯해 소프트웨어까지 만드는 만큼 배터리를 조금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 모델 S의 100kWh 배터리의 경우 실제 가용 용량은 95kWh에 이를 정도. 여기에서 모델 S와 타이칸은 15%의 용량 차이가 발생한다.

테슬라가 기술력이 더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테슬라도 배터리 충전량을 운전자가 선택하도록 하고 있고, 90% 이상 충전은 일상 용도가 아닌 장거리 여행용으로만 쓰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효율성에 대한 접근

테슬라의 경우 에너지 효율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회생 제동 시스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 제동 시스템이 공격적으로 작동하고, 이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배터리를 충전하려 한다.

반면 포르쉐는 에너지는 최대한 잘 사용해서 운전자에게 운전의 재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때문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회생 제동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이 차이만 13%나 벌어진다.

테슬라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시트 무게를 낮추고 배터리 전력관리를 최적화했으며, 전기모터의 무게도 63kg까지 줄였다. 와류를 줄이도록 디자인된 휠, 저저항 타이어 등 다양한 요소 모두 주행거리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포르쉐는 지속적으로 성능을 즐길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춰 타이칸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예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0-100km/h 테스트다. 일반적인 전기차는 급가속 혹은 급제동을 반복하면 빠른 방전과 충전이 이뤄지면서 부하가 걸리게 되고, 점차 성능이 하락한다. 하지만 타이칸은 몇 번을 반복해도 동일한 성능을 발휘하도록 개발됐다. 최적의 조건 하에서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닌 언제 어느 때나 제조사가 발표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서킷 주행을 해도 마찬가지다.

보수적인 주행거리 발표

포르쉐 타이칸 터보의 경우 EPA 기준으로 인증받은 주행거리는 202마일(약 325km). 하지만 포르쉐는 201마일(약 323km)로 발표했다. 소수점으로 반올림해서 올라간 숫자는 의미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타이칸 터보 S의 EPA 기준 주행거리는 200마일(약 322km). 하지만 192마일(약 309km)로 줄여서 발표했다. 더 큰 힘, 더 크고 넓은 휠 타이어가 장착됐으며, ‘터보 S’ 배지가 붙은 포르쉐 모델을 조용하게 타고 다닐 일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타사도 EPA 발표 주행거리 대비 보수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는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결국 제조사가 집중하고 싶은 분야의 차이, 주행거리는 운전습관에 따라 크게 달라

테슬라는 기술의 최적화를 통해 타사는 넘볼 수 없는 주행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EPA 발표 기준이건 일반적인 운전자가 주행을 하건 타사 대비 뛰어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장점이다.

포르쉐는 전기차도 포르쉐답게 만든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상의 주행성능을 발휘하고, 그것을 반복할 수 있다. 구태여 주행거리를 과장해서 보여주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즐길 수 있는 전기차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기차이건 내연기관차이건 효율은 운전습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미국 카앤드라이버(Car and Driver)에서 포르쉐 타이칸 터보 S와 테슬라 모델 S 퍼포먼스를 동일한 환경에서 주행 테스트를 실시했다. 자동차 원형 시험장에서 75mph(약 120km/h)의 속도로 100마일(약 161km)를 주행한 후 남은 배터리 양을 확인한 결과 모델 S 퍼포먼스는 55%, 타이칸 터보 S는 52%로 표시됐다.

이를 바탕으로 차량이 최대한 주행할 수 있는 이동거리를 계산한 결과 테슬라 모델 S 퍼포먼스는 약 222마일(약 357km), 포르쉐 타이칸 터보 S는 209마일(약 336km)를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PA 기준으로 모델 S 퍼포먼스는 348마일(약 560km), 타이칸 터보 S는 192마일(약 309km)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두 차량 모두 근소한 차이만 보인 것이다. 이렇듯 연비와 전비는 운전 습관에 따라 제조사 발표 수치보다 높게 나오거나 적게 나올 수 있다.

숫자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어떻게 활용하고 운전하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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