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통당국, 큰 사슴이 차를 핥게 내버려 두지 말 것!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11.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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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테스트 중 독특한 이름을 가진 테스트가 있다. 예를 들어 벨지언 로드 테스트라는 것도 그런 테스트 중 하나다. 이 테스트는 차량의 승차감이나 진동에 의한 내구성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벨기에의 마차도로 위를 구현해 달리게 한다. 실제로 유럽은 벨기에를 비롯해,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로마 시대의 진흙이나 화강암으로 만든 이른바 브릭로드가 아직도 존재한다.

문제는 이런 도로를 자동차로 달릴 경우 일반 아스팔트 도로에 비해 약 300배 가량의 스트레스가 전달되며, 따라서 이런 곳이 일상 주행 환경인 경우 자동차의 승차감은 물론 서스펜션의 내구성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가혹 환경이라 가정하고 이런 도로를 재현해 테스트를 한다.

이와 같이 환경과 관련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또 있다. 바로 무스 테스트다. 이 테스트는 긴급 회피기동시 자동차가 얼마나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느냐를 테스트하는 것으로 스웨덴이나 캐나다처럼 가을과 겨울이 되면 수시로 도로에 갑작스럽게 엘크나 무스가 뛰어들 때 이를 민첩하게 피할 수 있는가를 평가한다.

엘크나 무스가 그리도 큰 문제가 되겠느냐? 하겠지만, 무스의 경우 거의 700kg에 달하는 무게로 성장하며, 게다가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서 언제 달려와 충돌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눈 위를 거의 점프하듯 뛰어다니는 이 동물들과 부딪히면 단순히 자동차가 망가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칫하면 사람이 죽을수도 있다. 그래서 엘크나 무스를 도로에서 만나면 곧바로 회피할 수 있는 긴급 기동을 해야 하는데, 이 때 차체가 전복될 정도의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이 테스트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담으로 호주를 횡단하는 로드 트레인의 경우 두꺼운 파이프나 철판으로 된 캥거루 가드를 반드시 부착해야 하는데, 캥거루 역시 도로로 갑자기 뛰어드는 덩치 큰 동물로, 물론 대형 트럭과 부딪힐 경우 사람이 다칠 확률이 적긴 하나, 문제는 차가 완전히 망가진다는 것이다. 이 때 문제는 하루종일 지나가는 차를 한 대도 볼 수 없을만큼 통행량이 적은 사막 도로에서는 구조를 받을 수 없어 그대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반드시 캥거루 가드를 부착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캐나다 교통당국과 야생동물보호국에서 새로운 지침이 내려왔다. 원문 그대로 소개하면 이렇다. “Do Not Let Moose Lick Your Car” 해석하면 무스가 당신 차를 핥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 이다. 그러니까, 무스가 차를 핥지 못하게 하라는 거다.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캐나다에서는 매우 진지하며 심각한 문제라 여긴다.

허나 고작 차를 핥는게 왜 문제가 될까? 이유를 들어보면 납득할만한다. 초원이나 숲에 사는 초식 동물들은 먹이 자원이 풍부하다고 해도 이들에게 절실하게 부족한 영양소가 있다. 바로 나트륨이다. 그래서 툰드라 지대에 서식하는 사슴과 같은 초식 동물들은 겨우내 곳곳을 이동하며 땅바닥을 파해치고 다니는데, 이 때 이들이 원하는 게 바로 이끼다. 이끼는 다량의 수분을 머금고 있는데다가 특히 지면과 대기중의 나트륨도 함께 머금고 있다.

바다와 거리가 먼 초원지대나 숲에서 이들이 나트륨을 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이끼를 먹는 것인데, 동물의 서식지와 인간의 주거지가 겹치는 현상들이 일어나면서 수시로 야생동물들이 민가로 찾아와 쇠로 만든 펜스나 울타리를 핥는 일이 잦다. 이유는 역시나 소금기를 먹기 위해서다.

그런데 무스가 최근 새로운 소금의 공급원을 찾아냈다. 바로 자동차다. 겨울이 되면 캐나다도 원활한 제설작업을 위해 염화칼슘을 도로에 배포하는데, 당연히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표면에도 염화칼슘이 잔뜩 달라 붙는다. 겨울철 주행을 하다보면 차 아래쪽에 하얀 때가 낄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염화칼슘이다.

그래서 소금이 늘 부족해 소금섭취가 절실한 무스들이 최근 눈 밭을 뚫고 달리는 자동차들을 향해 돌진, 차를 핥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무스들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누군가가 세워 놓은 자동차를 핥으며 소금기를 보충하면서 서서히 자동차의 겉을 핥으면 소금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무스들이 경험을 공유하며 이를 습관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정말 큰 문제는 무스들이 소금을 먹기 위해 달리는 차로 뛰어 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주 빠르고 거친 속도로 달려들어 차를 세운 다음 만족할 때까지 차의 겉을 핥는다. 또한 민가에 자동차가 세워져 있으면 곧바로 민가로 들어와 자동차를 핥고 지나가기 일쑤라는 것이다.

결국 무스를 회피해야 하는 일이 더 많이 생기는 것과 동시에 무스의 서식지와 인간의 주거지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사태를 방지하고자 캐나다에서는 무스가 차를 핥도록 내버려두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캐나다는 야생동물과 환경 보호에 있어 그 어떤 나라보다 강력한 제재조치를 가하는 나라인데, 만약 국립공원에서 야생 동물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만한 일을 하다 적발되면 약 25,0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물론 이 금액은 시작에 불과하다. 죄의 무게에 따라서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는데, 문제는 캐나다의 경우 국립공원의 면적이 왠만한 나라의 크기와 맞먹는 수준이라 이곳이 국립공원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든 무스가 차를 핥는 것을 보고 귀엽다고 내버려두는 모습이 적발되는 순간 막대한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 지역은 야생 생태계와 인간의 거주지가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워낙 많은데, 무스 뿐만 아니라 최근 알래스카 공항에는 그리즐리 곰이 비행기 엔진을 망가뜨려 비행편이 취소되는 사태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북미에서는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사실 야생동물이 도로로 뛰어드는 일은 비단 북미나 북유럽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야생동물들과 부딪히는 로드킬이 자주 일어나는데, 특히 외국에서는 멸종위기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만은 유독 유해조수로 분류된 고라니와의 충돌은 무스만큼은 아니지만, 차에 막대한 손상을 가져다 준다.

결국 인적이 드물고 가로등이 충분치 않은 곳에서는 되도록 천천히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긴급 회피 기동에 대한 연습을 해두는 것도 좋다. 우리나라도 결코 야생동물과 인간의 삶이 분리되어 있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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