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에 “M” 배지가 붙으면?

BMW가 정말 싫어하는 소리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3시리즈의 정점으로 4세대, 다시 말해 E46 3시리즈를 꼽는다는 얘기다. 몇 번의 모델 체인지를 거쳤지만 아직도 3시리즈는 과거의 3시리즈와 비교된다. 이에 클라우스 프렐리히(Klaus Frohlich) BMW 개발 총괄이 “많은 언론인들이 E46을 진정한 3시리즈라고 평가하지만 더 이상 그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이 자체가 특급 칭찬이다. 3시리즈의 경쟁자는 3시리즈 자신이니 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 캐딜락 ATS, 렉서스 IS, 재규어 XE, 인피니티 Q50, 제네시스 G70 등등… 많은 제조사가 3시리즈와 경쟁한다 얘기하지만 아직 누구도 3시리즈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런 3시리즈를 우리 팀은 320d로 먼저 맛봤다. 3시리즈의 기본기는 읽을 수 있었지만 소비자들에게 환상을 심어줄 ‘한방’은 없었다. 이후 330i MSP를 타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충분했다. 그러다 3시리즈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M340i xDrive 투어링을 만났다.

드라이빙 : 이것이 3시리즈!

지금부터 얘기할 내용은 칭찬뿐이다. M340i xDrive 투어링은 콤팩트 스포츠 세단의 모든 것을 갖췄다. 여기에 공간 활용성까지.

먼저 기본 테스트 결과부터 보자.

시동을 걸면 배기 사운드가 존재감을 알린다. 하지만 이내 잠잠해진다. 실내 정숙성이 38.0dBA였던 만큼 일상적인 용도로 이용하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가변 배기 시스템이 활성화되는데, 보다 멋스러운 사운드가 뿜어진다. 고성능 M3가 다소 인위적인 배기 사운드를 토해낸다면 M340i는 보다 자연스러운 성격을 보여준다. 직렬 6기통 특유의 부드러움도 여전하다.

차체는 의외로 무겁다. BMW는 동급 경쟁 모델보다 가벼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3시리즈는 무게가 제법 나간다. 5시리즈 이상은 카본 코어와 알루미늄 등 여러 경량화 소재로 제작되지만 대중성이 강한 3시리즈에는 이 정도 수준의 적극적인 경량화 기술은 쓰지 않고 있다. 참고로 메르세데스-AMG C43 4MATIC(C450 AMG 4MATIC)은 1707kg, 재규어 XE S는 1744kg 정도다. 세단과 차이는 있지만 M340i xDrive 투어링 쪽이 100kg 이상 무겁다는 것.

하지만 M340i xDrive 투어링은 무게에 대한 페널티를 느끼지 않게 해준다. 0-100km/h 가속을 4.33초 만에 끊었는데, 테스트를 반복해도 4.34초, 4.36초 등 4.3초대를 꾸준히 보였다. 테스트 당일의 낮은 온도가 이점이 되었겠지만 적어도 대단한 수준의 가속력을 가졌음에 분명하다. 한여름에도 5초대 미만 성능을 유지할 테니까. 결국 동급에서 가장 빠른 것은 물론, 포르쉐 718 GTS(4.43초)나 쉐보레 카마로 SS(4.86초)보다 앞서는 기록이었다.

제동성능도 이 급에서는 최고다. 최단거리는 34m 대. 테스트를 반복해도 35m를 넘지 않았다. 완전 신차 상태를 받아 브레이크 길들이기를 급하게 한 결과가 이 정도다.

단순히 순수 제동거리만 짧은 것이 아니다. 조작을 할 때 자신감을 주는 브레이크 감각이다. 운전자가 원하는 지점을 설정한 후 페달을 밟으면 정확하게 멈춰준다. 초반 응답성이 살짝 민감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운전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동력을 만들어낼 때 보다 확실하게 브레이크페달을 조작하는 느낌이 강해서 좋다. 초반 응답성만 강조한 타입과 다르다는 것.

제동 내구 측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고성능 엔진을 탑재한 만큼 속도 상승이 빠르게 이뤄지는데 이것을 어떤 속도 영역에서도 단숨에 원하는 속도로 낮춰준다. 몇 번을 반복하건 말이다.

브레이크는 전자식보다 기계적으로 직접 조작하는 쪽이 운전을 하는 데 있어 더 많은 자신감을 전달한다. M8의 경우 전자식 방식으로 브레이크 성향 바꿀 수 있는 등 새로운 기술을 느껴볼 수 있었다. 이러한 접근 방법도 좋지만 역시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는데 전통적인 브레이크 방식이 좋았다.

직렬 6기통 3.0리터 터보 엔진에서 만들어내는 출력은 387마력과 51.0kgf.m. 트윈 스크롤 터보를 사용했다고 해서 어마어마하게 빠른 저 회전 영역 반응성을 기대하면 안 된다. 어쨌든 터보차저가 돌아야 본격적으로 힘이 나온다는 사실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엔진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빠르고 날카롭게 엔진 회전수가 상승한다. 터보차저 엔진이지만 자연흡기 엔진처럼 고회전 지향 성격을 갖는다. AMG C43쪽이 토크감을 앞세웠다면 M340i는 마력감이 강점이다.

엔진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자극적인 마력감이 전달된다. 엔진 회전 질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릴 들어도 여전히 직렬 6기통 엔진은 매끄럽고 부드럽지만 힘 있는 감각을 전달해 준다. 레드존 근처에 이르러도 여유가 느껴질 정도.

두터운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마다, M340i 투어링은 기민하게 반응해 준다. 민감하게 느끼도록 의도적 셋업을 한 느낌이 들지만 이 차로 접근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충분히 자극적인 요소일 것이다.

단순히 민감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필요할 때는 충분히 가벼우면서 느슨하게 반응한다. 가변 기어비 스포츠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스티어링 쪽에서 느껴지는 얼라이닝 토크가 미약하다는 점이 지적 대상이었다. 이제는 새로운 섀시 튜닝을 덕분에 이 점도 개선됐다. 코너 진입 후 통과하는 과정에서 스티어링 휠이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돌아온다. 너무 인위적이지도, 미약하지도 않았다.

코너를 진입할 때 감각이 좋다. 타이어의 그립, 차량의 움직임, 스티어링 휠을 통한 조작감 등을 통해 ‘지금보다 더 빠르게 갈 수 있다’라는 욕심도 전한다. 모든 요소가 정확하게 맞물리고 일체화되어 움직여준다.

타이어의 그립 부족이 발생하면 4륜 시스템이 알아서 구동력을 배분해 주기에 위험한 상황에 대한 대비도 된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을 돕는 요소가 바로 서스펜션이다. 처음 차에 탄다면 다소 단단하다고 느낄 수 있다. 노면 정보를 정확히 전하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기 시작하면 뻣뻣하게만 느껴지던 하체가 정확한 중심을 잡고 나간다. 좋지 못한 노면에서 차체를 튀지 않게 하고 튀는 경우도 바로 타이어가 노면과 접지하도록 돕는다. 물론 바디롤이 크지도 않다. 단단하지만 유연함을 가졌다고 표하면 되겠다.

이 유연함은 M340i의 가장 큰 강점이다. 필요할 때는 강한 반발력으로, 동시에 불필요한 것은 충분히 걸러주며 타이어를 노면에 최대한 밀착시켜준다. 빠르게 달리면 하체에 걸리는 부담이 커지는데, 그럴수록 더욱 신뢰감이 느껴지도록 차체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제어하게 만들었다.

차체 밸런스도 수준급이다. 딱 적당량으로 기분 좋은 요(YAW)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적극적으로 코너에 파고드는 것이 가능하다. 후륜의 움직임은 적극적으로 느껴지지만 그것이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4륜 시스템으로 인해 언더스티어 성향이 강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언더-뉴트럴-오버로 옮겨지는 과정이 명확하고 천천히 이뤄지기에 운전자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드리프트 하는 모습도 연출할 수 있을 만큼 4륜 시스템은 탄력적이다.

변속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까? ZF의 8단 자동변속기는 2008년 7시리즈를 통해 처음 쓰였고, 어느덧 12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이미 성능은 완성 단계를 넘어섰는데, 이것을 가져와 가장 잘 튜닝해서 쓰는 것이 BMW다. 소프트웨어 튜닝의 최적화를 잘했다는 것인데, 많은 제조사가 ZF로부터 동일한 변속기를 납품받아 사용하지만 BMW 만큼의 감각을 만들지는 못한다. 동력 전달력, 부드러움, 반응 속도 모두 최고 수준이다. 특히 스포츠 플러스 모드와 변속기의 ‘S’ 모드를 함께 사용해서 달릴 때 만족도가 높은데, 상황에 따른 최적의 기어 단수를 스스로 결정해 준다. 때로는 운전자가 패들로 조작할 때보다 유리한 성능을 만들 때도 많다. 다운시프트 레브 매칭 기능이나 에코 모드에서 중립 주행을 지원하는 것도 물론.

M340i xDrive 투어링은 ‘이것이 3시리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출중한 가속, 믿음직스러운 제동력, 고급스러운 주행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른 스포티한 주행성능. 누가 운전해도 빠르게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주행 안정성까지 갖췄다. 무조건 빠르게 달린다고 끝이 아니다. 빠름 속에 우아함이 필요하다. 분명 이러한 감각은 대중 브랜드는 흉내 내지 못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만의 노하우일 것이다. 빠르고 느리고를 떠나 세련된 주행 감각을 얘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쉬움도 든다. 이제 제대로 된 BMW를 느끼려면 M 스포츠 모델도 아닌 M 퍼포먼스 모델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 과거에는 사람들이 M3를 동경했고, 이런 이미지가 3시리즈에 투영됐다. 성능의 차이는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성향이 다르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일반 3시리즈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내놓은 고급 세단이고, 여기에서 조금 스포티한 ‘느낌’을 더하려면 M 스포츠 패키지를 택해야 한다. 그리고 BMW가 추구하는 성능을 느끼려면 M 퍼포먼스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 여러 가지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은 좋지만 결국 소비자는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더 많은 선택의 폭, 그로 인해 다양한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키웠다는 점에 의미가 있긴 하다. 하지만 3시리즈의 팬으로 아쉬움이 생기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실내외 경쟁력 : 왜건, 정말 한국에서는 안 통할까?

M 퍼포먼스 모델은 아우디의 S, 메르세데스-AMG의 35나 43 라인업 정도와 같은 성격이다. M340i xDrive 투어링도 일반 3시리즈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M 퍼포먼스 성격에 맞춰 스포티한 범퍼로 꾸며지며, 휠과 브레이크도 M 전용 사양을 쓴다.

왜건이지만 매끄러운 루프라인이 특징이다. 과거처럼 멋없지 않다. 후면도 이질감 없는 디자인이 좋다. 테일게이트는 유리창만 따로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들어 편의성을 키웠다.

실내 디자인도 3시리즈의 것을 그대로 유지한다. M 퍼포먼스 모델답게 스티어링 휠이나 계기판에 배지가 추가됐고 계기판이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최신 5시리즈와 같은 것으로 바꾼 정도다. 덕분에 계기판에서 주행 상황까지 보여주는 어시스티드 드라이빙 뷰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면적도 넓어 보기 좋았다.

왜건답게 공간 활용성도 좋아졌다. 특히 트렁크 공간이 세단 대비 확 넓어졌다. 버튼을 이용해 간편하게 뒷좌석을 폴딩 할 수 있고 승객석과 구별을 위해 파티션도 추가할 수 있다. 뒷좌석에 선블라인드가 있다는 점도 이 급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정말 왜건의 무덤일까? 그렇긴 하다. 한국 자동차 역사 중에서 왜건이 성공한 사례가 있었을까? 그래도 최근 볼보의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을 보면 3시리즈 투어링에 대한 미래도 그리 어두워 보이지 않는다.

왜건의 장점은 세단 같은 주행성능, SUV와 유사한 공간 활용성에 있다. 일부 마니아들은 무게 배분의 강점을 살려 스포티한 주행을 할 때 왜건을 이용하기도 했다. 아우디는 일부 고성능 모델을 왜건형으로만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은 왜건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지만 왜건이 빛을 발할 날도 멀지 않기를 바란다.

오토뷰 추천 : 동급 최고!

BMW가 변했다고? 아니, 변해야 한다. 소비자는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고 제조사는 이에 맞춰야 한다. 생존을 위해서. 물론 제조사에도 자존심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고 싶어 한다. BMW에게 그것은 3시리즈다.

M340i xDrive 투어링은 BMW의 자존심을 잘 보여준 모델이다. 동급 최고 가속성능, 동급 최고 제동성능, 빠르면서도 감각적인 주행감각까지… 이럴 때 동급 최고라는 말이 쓰인다.

3시리즈는 여전히 BMW의 중심이자 콤팩트 스포츠 세단의 기준이다. 많은 경쟁자들이 저마다 특장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강조하는 것이 3시리즈 대비 어떻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견제 대상으로 3시리즈는 발전해 왔다. 물론 3시리즈 하위 모델에서는 경쟁 모델 대비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M 배지를 달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M340i xDrive 투어링도 그 답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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