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달리기 성능, 완성도 올린 5시리즈 LCI.

BMW 5시리즈는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는 한편, 매우 많이 팔리는 세단이다. 전 세대(F10) 5시리즈의 판매가 대폭 늘었을 때 중심이 되는 것은 디젤 엔진을 장착한 520d였다. 그 때문에 “지나가는 5시리즈는 거의 다 520d”라는 식의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야 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지금의 5시리즈의 인기도 상당하다. 이에 세계에서 5시리즈를 가장 많이 구입한 국가로 한국이 꼽힌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얘기는 중요치 않다. ‘아 차 살 바엔’을 남발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그런 자동차들의 소비자들이 아니니까. 수입사나 제조사 입장에서도 실소비자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여기에 잘 맞춘 상품을 준비해 파는 것이 중요하다. 제조사들은 소비자의 말을 잘 듣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 BMW 5시리즈가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드라이빙 : BMW의 방향성을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번 테스트 모델은 직렬 6기통 3.0리터 터보 엔진, 8단 자동변속기, 4륜 시스템, M 스포츠 패키지까지 갖춘 540i xDrive다. 엔진은 340마력과 45.9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페이스리프트 이전과 비교해 수치적 변화는 없다.

우선 기본 테스트 결과부터 보자.

정숙성 : 아이들 중앙 기준 36dBA, 80km/h 주행 기준 57.5dBA. 기존 모델 대비 1dBA씩 감소.

무게 : 1809kg. 기존 모델 대비 약 17kg 감소

0-100km/h 가속 : 4.84초.

100-0km/h 제동 : 최단거리 35.3m, 평균 거리 36.05m, 최장거리 37.12m

시동이 걸려있는 상태, 주행 때 정숙성이 좋아졌다. 외부에서 들으면 가솔린과 디젤 중간 정도인 소리를 내는데, 실내 정숙성은 충분하다. 시동이 걸려있을 때 느껴지는 엔진 진동, 4기통 엔진과는 다른 부드러움도 6기통 엔진의 매력이다. 고급 비즈니스 세단에 걸맞은 정숙성과 진동이다.

차체 무게도 조금 줄었다. 우리 팀은 연료가 90% 이상 충전된 상태에서 차체 무게를 측정한다. 연료 잔량에 따른 최대 오차 범위는 5kg 내외로 보고 있다. 즉, 이전과 현모델 모델 모두 유사 상황에서 측정되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다소 의아하다는 생각도 든다. 새 디자인에 무게를 줄이는 기술이라도 넣은 것일까? 과거 540i xDrive에는 댐핑 컨트롤 기능이 들어갔는데, 지금은 M 서스펜션이 장착된다. 현재로서는 그 차이가 무게 차이를 만든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가속 성능도 기존과 유사하다. 하지만 미미하게 떨어졌다. 0.1초 미만이라 의미를 두기 어렵지만 조금 더 마일리지가 쌓이면 성능이 좋게 나올 수도 있다. 테스트 모델이 신차 출고 후 바로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길들이기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급하게 길들이기를 진행해도 한계는 존재한다. 때문에 기존 모델(4.78초)보다 가속시간이 소폭 느린 결과가 나왔다. 물론 0.06초라는 수치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동급에서 가장 앞선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벤츠 E400 4MATIC은 5.58초, 아우디의 S6 TDI는 350마력 급 디젤 엔진을 쓰고 5.15초를 기록한 바 있다.

짧은 길들이기 과정을 거쳤음에도 최단 제동거리는 35m 대를 기록했다. 물론 한계가 나오긴 했다. 테스트가 반복되면서 2m가량 제동거리가 증가했던 것. 브레이크가 제 컨디션을 보인다면 보다 꾸준한 제동성능을 발휘해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BMW는 기본 제동 성능은 물론, 제동 내구 측면에도 신경을 쓰는 브랜드니까.



또한 원가절감 차원에서 브레이크 시스템을 전자식으로 바꿀 줄 알았는데 기존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다. 덕분에 조작감이 명확해 보다 즐거운 운전을 할 수 있다.

기본적인 주행 감각은 편안함에 맞춰진다. M 서스펜션을 썼지만 승차감 좋은 고급 세단의 느낌이 크다. 엔진과 변속기도 부드러운 감각을 전달한다. 또 조용하다.

여기까지는 BMW가 벤츠의 승차감을 많이 따라가려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반전은 달릴 때 있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변경해 보자. 스티어링 휠 조작감이 조금 더 무거워지고 엔진 및 변속기 반응이 빨라진다. 이 정도 만으로도 코너를 만날 때 두려움이 사라진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라 덩치 큰 차체가 민감하면서 일체감 있게 반응해 준다.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긴 하지만 트레일 브레이크를 활용한 요를 만들어 기분 좋은 뉴트럴 한 특성을 끌어낼 수도 있다. 오버스티어로 넘어가지 않을까 불안하겠지만 xDrive의 능력을 믿어보자. 어지간한 상황에서 리어 축이 밀려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민감한 움직임으로 볼 때 스티어링 휠의 기어비가 짧을 것이라 예상할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을 끝에서 끝까지 돌리니 2.7~2.8 내외의 회전수를 보여준다. 의외로 여유로운 설정이다. 그럼에도 스티어링 기어비를 타이트하게 설정한 것처럼 전륜과 후륜, 전체적인 차체 움직임이 빠르게 반응한다. 물론 가변 기어비를 갖는 스티어링 시스템이긴 하다. 그러나 어떤 재료를 사용하건 중요한 것은 셋업 노하우다. 같은 재료로 요리해도 일반인은 셰프의 요리와 같은 맛을 내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BMW는 확실히 남다른 노하우를 가졌다.

서킷을 달리지 않는 이상 자세제어장치(DSC)를 별도로 해제할 필요는 없다. 급조작을 하지 않는 이상 개입이 아닌 차량 성능 안에서 안전한 주행을 돕기 때문이다. 개입을 한다고 해도 그 과정이 급작스럽지 않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주행 능력에 대해 이렇게 비유하고 싶다.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를 갖는 사람이 정장을 입었다’라고 말이다. 젊었을 때는 앞뒤 안 보고 운동만 했지만 세월이 흘러 적당히 격식을 차려야 하는데 과거의 운동했던 폼이 여전한 드러나는 상태라고 할까? 그것이 지금의 540i xDrive다. 편안함 속에 숨겨진 잘 달리는 성능 말이다.

정장을 입은 만큼 약점도 있는데, 바로 타이어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굿이어 EAGLE F1 ASYMMETRIC 3 제품을 사용한다. 읽기 쉽고 다루는 조작감 부분에서 아쉬움은 없지만 540i가 갖고 있는 성능을 모두 끌어내기에 조금의 한계가 존재한다. 운동화 대신 구두? 아니 스니커즈 정도라고나 할까?

변속기는 여전히 최고를 달린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의 반응 속도는 듀얼 클러치와 유사하다. 빠른 변속에 의한 약간의 쇼크도 있다. 컴포트나 에코 프로 모드에서는 변속 충격이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에코 프로 모드에서는 관성주행도 한다. 타사 대비 기어가 1~2개가량 적지만 기어비에 대한 불만도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적 완성도가 향상되니 만족감 또한 높아진다.

실내 경쟁력 : 디테일한 변화, 차분함과 스포티의 공존

외적인 모습은 기존보다 각진 형태가 됐다. 비슷해 보이지만 의외로 디자인에서 차이가 나긴 한다. 반면 실내 변화는 크지 않다. 디테일의 변화를 통해 완성도를 높인 것.

디스플레이 계기판이 최신 사양이다. 주행 모드에 따라 테마가 바뀐다는 점도 요즘 트렌드다. 디스플레이의 중앙 부분 활용성도 좋아졌다. 지도를 보거나 경로 안내를 표시해 주는 부분은 동일하며, 드라이빙 어시스트 뷰 기능을 통해 도로 상황 파악도 할 수 있다.

테슬라가 보여주는 것처럼 주변 교통 상황을 잘 보여주는데, 사람, 자전거나 바이크, 버스나 트럭 등도 잘 구분한다. 테슬라가 모니터링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면 BMW는 이것을 정갈하게 보여준다. 갑자기 차가 순간이동을 하거나 벽이 버스로 변하거나 차량이 좌우로 춤을 추는 등 오류는 없다. 운전자 입장에서도 이쪽을 더 신뢰하게 된다. 차로를 변경 때의 모습도 자연스럽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적용된다. 이제 무선으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연결된다. 화면도 크고 넓어 시원스럽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면적도 넓고 선명해서 만족감이 높았다.

고급 가죽, 각종 금속, 블랙 헤드라이닝 등을 폭넓게 사용했다. 이런 부분만 봐도 5 시리즈는 어느 정도 연령대가 있는 소비자들이 좋아하도록 만들어졌다.

독일차 뒷자리가 좁다는 것도 옛말이다. 트렁크 공간도 말이다. 비즈니스 세단에 어울리는 구성을 잘 갖춰졌다고 보면 된다.

안전 장비도 충실한데, 현재 알려진 거의 모든 기능들을 지원한다. 물론 최신 사양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중앙 유지, 차선이탈 경고, 사각 및 후측방 경고 등도 잘 갖춰졌고, 성능 또한 좋았다.

현재 BMW와 인텔은 ADAS 기술을 넘어 자율 주행차까지 공동으로 개발 중인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예고돼 있다. BMW는 이 정도에서 ADAS 개발을 멈출 생각이 없다.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조명 장치만 봐도 알 수 있다. 레벨 3 시대가 오게 되면 제조사는 스티어링 휠을 통해서도 현재 주행 상태를 표시해 줘야 한다. 특정 구간에서 손을 잡지 않고도 주행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BMW는 이 기능을 다양한 모델에 넣고 있다.

캐딜락이 슈퍼 크루즈 탑재 모델에 한해 스티어링 휠 조명 장치를 장착하고 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향후 S-클래스를 시작으로 레벨 3 기능 탑재 모델에 이를 추가할 예정이다. BMW는 이전부터 이를 대비하고 있었다. 갑자기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 소비자들은 ‘이게 뭐지?’하며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반면 BMW 소비자들은 미래의 모델을 만나도 이질감을 표하지 않을 것이다.

16개 스피커를 활용하는 하만 카돈 서라운드 스피커, 카드 키 혹은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디지털 키, 어라운드 뷰 모니터, 자동 주차와 후진 어시스트 등 다양한 기능도 지원한다. 디지털키는 애플의 카키(Car Key)를 지원하는 첫 번째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스처 컨트롤 성능도 좋아졌는데, 가끔은 옆 사람과의 대화 중 손을 흔들 때 일부 기능이 작동하기도 한다.

오토뷰 추천 : 동급 최고! 이제 벤츠를 따라가지 않는다.

테스트 모델은 3.0리터 사양의 540i xDrive였다. 아마 이 모델은 많이 팔리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하위 등급을 선택할 것이니까 말이다. 또한 더 나은 성능을 바라보면 M550i를 택할지도 모른다. M5도 있지만 거리감이 있다.

이번 5시리즈 LCI는 BMW가 나아가는 방향을 잘 보여줬다. 평상시에는 비즈니스 세단으로서 품위를 지키지만 나 혼자가 되었을 때 언제든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 벤츠 E-클래스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 두루두루 다 잘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특징적인 캐릭터가 떠오르지 않는다. 반면 BMW 5시리즈는 원래 달리기 선수로 커왔던 만큼 뭘 시켜도 자신감 있게 잘 하는 캐릭터다. 분명 비슷한 것 같지만 확실히 다른 개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 브랜드를 선택할 때 그 브랜드가 갖는 이미지와 자신을 매칭 시키며 일종의 ‘환상’을 갖는다. 예를 들어 마세라티나 벤틀리는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벽을 갖췄고, 이 차를 소유했을 때 비로소 자신이 남들과 다르면서 특정 부류에 속했다는 소속감을 갖게 한다. 벤츠는 여전히 성공의 상징으로 꼽힌다.

BMW는 어떨까? 예전만 못한다는 얘길 듣긴 해도 여전히 BMW는 남들보다 잘 달린다. 그리고 조금 더 젊게 앞서나간다는 이미지를 준다. 소비자층이 젊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된다. 자동차 회사에 지속 가능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쌓아온 이미자와 역사가 현재의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미지를 잘 유지해야 한다. 한때는 BMW가 과거의 정신을 완전히 놓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 모델을 통해 BMW는 대중화를 꾀하면서 그들만의 고집도 잘 녹여낸 부분을 볼 수 있었다. 충분히 잘 팔릴 수 있고 경쟁력도 높다. 이번에도 5시리즈는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을 듯하다. 처음 G30 5시리즈가 나왔을 때 서스펜션이 애매했다. 하지만 지금은 M 패키지 트림과 대중을 위한 럭셔리 트림 간의 차이가 분명하다.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준다는 것.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다만 한 가지, 다음 세대 모델이 나올 때 타협은 없었으면 한다. 전기모터를 쓰는 세상이 오면서 자동차 제조사 간 개성이 희미해지고 있다. BMW는 개성 강한 브랜드 중 하나다. 개선을 통해 발전하되 타협은 없었으면 한다. 이는 모든 BMW 팬들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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