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차 느낌 뺀, 미국식 SUV의 셋업?

제조사는 SUV의 인기에 맞춰 저마다 새로운 SUV 개발에 열을 올린다. 기본 형식의 SUV 틀을 넘어 쿠페형 디자인의 SUV로, 이제 슈퍼카급 성능을 내는 SUV까지 나왔다. 그리고 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SUV 세단(?)이라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부호들의 지갑을 열겠다는 것.

원래 여러 가지 장르가 섞인 성격의 모델을 ‘크로스오버’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제 SUV가 크로스오버고 크로스오버가 SUV로 융합되어버린 시대다. 메르세데스-벤츠 GLA나 BMW X2와 같은 모델은 지상고만 높인 해치백이나 별반 다름없다. 반면 오늘 다룰 GLB는 다르다. ‘정통성’을 강조하기 때문. 콤팩트한 SUV지만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했고, 이에 어울리는 모습을 살렸다.

GLB는 시대 흐름을 간파한 모델일까? 아니면 고리타분한 SUV로 남게 될까?

드라이빙 : 부드러운 주행감각, 확실한 방향성?

GLB는 GLA를 조금 더 부풀린 모델이다. 차체나 파워트레인 등 많은 부분이 공유된다. 이에 GLA의 경험을 통해 GLB의 주행 감각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문구가 들어온다. 컴포트 서스펜션(Comfort Suspension)이 탑재됐다는 것. 바로 이것이 GLB의 성격을 말하는 중요한 요소다.

몇몇 측정 결과부터 보자. 테스트 모델은 GLB 250 4MATIC. AMG를 제외하고 일반 모델 중 가장 상급 사양이다.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224마력과 35.7kgf.m의 토크를 낸다. 변속기는 8단 듀얼 클러치다.

정숙성이 인상적인 편은 아니다. 아이들 상태에서 엔진과 배기음이 어느 정도는 실내로 전달되는데, 아이들 정숙성은 39.0dBA 수준으로 나왔다. 참고로 동일한 엔진이 탑재된 A 250 4MATIC과 CLA 250 4MATIC 모델의 정숙성이 각각 39.0dBA과 40.0dBA였으니 비교가 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6.84초였다. 제원상 기록인 6.9초보다 좋은 기록이다. GLB와 먼 친척쯤 되는 인피니티 QX30이 6.64초를 기록했었다. 재규어 E-페이스 250(9.17초)나 볼보 XC40(10.00초) 등 비슷한 가솔린 SUV와 비교했을 때 GLB는 충분히 좋은 성능을 내줬다. GLB는 고급 휘발유를 사용한 환경에서 테스트 됐다. 볼보 XC40은 일반유가 들어간 상태라 고급 휘발유 사용이 조금 더 빠른 성능을 기대할 수 있겠다. 그래도 GLB의 성능을 넘보기는 어렵다.

이번엔 제동 성능이다. 100-0km/h 기준, 최단거리는 37.63m 정도다. 메르세데스-벤츠 다운 제동거리다. 그동안의 테스트 결과를 보면 BMW는 35~36m 대, 마세라티는 34m 대, 토요타 및 렉서스는 40m 전후의 성능을 보여줄 때가 많다. 이것으로 제조사가 추구하는 방향도 유추할 수 있다. GLB는 제동 시험 반복에 따라 최대 38.49m까지 거리를 늘렸다. 평균 37.98m대의 수준인데, 좋은 수준이다. 페달 조작 때 특징을 보면 초반에 살짝 민감한 편이다.

차체 무게는 어떨까? 측정 결과는 1726kg 내외였다. A 250이나 CLA 250 대비 약 150~200kg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 정도 무게 증가로 최대 7인승까지 만들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일상 주행. 메르세데스-벤츠가 언급한 ‘컴포트 서스펜션’이라는 것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부드럽다지만 노면 요철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너가 연속되는 환경, 와인딩 로드를 달려보니 이 부분이 쉽게 느껴진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롤이 생각 이상으로 크다. S 코너에서 반대편 코너로 접근하려 차체를 돌리면 한쪽으로 누웠던 몸을 일으키는데 제법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에 급한 조작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조금만 앵글이 틀어질 기미만 보여도 ESP가 개입한다. 부드럽게 물 흐르듯 일정한 템포를 유지하면서 운전하는 것이 GLB에게 어울린다. 물론 타이어 마찰음이 조금 들리는 정도에서 ESP의 개입은 없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개입한다는 얘기다. ESP는 GLB를 부드럽게 다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교관과 같다. A 250 4MATIC 세단에서도 유사한 특성이 나타났는데, GLB는 SUV 특성상 조금 더 빠른 개입이 이뤄지는 편이다.

급 조작을 하면 상황에 따라 조금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코너에서 차량이 한쪽으로 눌린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을 급하게 조작하면 눌렸던 스프링이 튕겨는 움직임, 여기에 조향각까지 더해져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쏠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 물론 ESP가 안전하게 잘 잡아주지만 이는 ESP 제어 범위 안에 있을 때 얘기다.

변속기는 무난한 성능을 내준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할 때는 적당한 수준의 변속 쇼크를 전달하는데, 이는 운전자를 자극해 주는 요소다. 물론 변속기의 반응 속도 또한 빠른 편. 반면 에코 모드에서는 느긋한 움직임을 이어간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중립 주행도 된다. 성능과 기능성 모두를 갖춘 변속기다. 그러나 출발 때 약간의 울컥거림이나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 살짝 밀리는 느낌이 드는 등 듀얼 클러치 특유의 약점이 남아 있긴 하다.

스티어링 휠을 끝에서 끝까지 돌려보면 3바퀴가 돌아간다. 콤팩트급 모델로는 여유로운 설정이다. 여기서도 GLB의 성격이 잘 나타난다. 정통 SUV의 감각을 조금이라도 더 살리려는 의도다. 이 때문에 코너를 돌때 스티어링 조작량이 조금 많긴 하다. 일상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데, 유턴을 할 때 스티어링 휠을 많이 돌려야 한다고 보면 된다.

고속주행 안정성도 메르세데스-벤츠답다. 작은 SUV임에도 안정감이 수준급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더라도 실내는 무덤덤한, 다시 말해 벤츠 특유의 안정적인 감각이 잘 살아난다. 부드러운 서스펜션 치고 안정감이 좋다는 것.

실내 경쟁력 : 세련된 젊은 벤츠, 독창성은?

실내 모습은 A-클래스나 CLA 등과 다르지 않다. 거의 똑같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 2개가 연결된 모습이나 제트 터빈 형상의 송풍구 디자인도 동일하다. 도어 디자인에 맞춰 도어 패널 정도가 큰 차이를 보이는 수준이다. 하나의 디자인을 잘 만든 다음 여기저기 난발하는 것인데, 각 모델 간 특징이 적다. 디자인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명색이 벤츠인데… 조금 더 성의를 보여주면 좋겠다.

오프로드 주행 능력을 강조한 GLB. 이에 맞춰 오프로드 엔지니어링 패키지도 탑재시켰다. 오프로드 주행모드가 추가됐으며,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상태도 확인할 수 있다. 내리막길 속도 제한 장치인 DSR(Downhill Speed Regulation)도 탑재됐는데 18km/h 이하로 설정된 속도에 맞춰 내리막길 주행을 해준다.

공간은 넓다. 엄밀하게 따지면 7인승 사양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처럼 시트를 억지로 넣은 것에 가깝다. 하지만 이 정도 콤팩트한 차체에서 3열 시트까지 추가할 수 있는 공간을 갖췄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안전 장비로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차선이탈 경고 등의 기능이 있다. 자동 주차,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도 좋다. 다만 USB 포트가 모두 타입 C다.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이 될 것이다.

오토뷰 추천 : 분명 좋은 차. 하지만 그만큼 가격도 높다.

GLA는 250 4MATIC 하나만 판매된다. 가격은 5910만 원이다. AMG를 제외한 최상위권에 해당하기에 가격도 비싸다. 반면 GLB는 앞바퀴 굴림의 GLB 220과 250 4MATIC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GLB 220의 가격은 5420만 원. 벤츠의 작은 SUV를 보기 위해 GLA를 찾았다가 GLB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참고로 GLB 250 4MATIC의 가격은 6110만 원. 220쪽의 매력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가격 영역이다.(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 가격)

GLA처럼 잘 달리는 소형 SUV라면 더 높은 출력에 대한 목마름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GLB에서는 다르다. 부드럽고 여유 있는 주행을 하기에는 190마력도 부족함이 크지 않을 것이다. 이에 GLB220도 충분하다는 것.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BMW X1이 4800~5200만 원대 가격을 갖고 아우디 Q3는 5천만 원을 넘지 않는다. 물론 GLB가 더 크고 넓으며 힘도 좋긴 하다. 기능도 조금 더 많다. 하지만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도 꼭 GLB를 선택해야만 할 정도로 엄청난 격차를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벤츠의 테스트를 끝낼 때, 항상 같은 생각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벤츠는 차는 좋은데 그만큼 비싸다’고 말이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