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한 차, 승차감부터 공간까지 매력 넘친다!

카니발이 4세대까지 진화했다. 오래전 기아차는 카렌스, 카스타, 카니발을 ‘카트리오’라고 부르며 국내 미니밴 시장을 공략했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모델들이었지만 이제는 카니발만 명맥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혼자 남은 카니발이지만 대안이 없는 시장 유일의 모델로 자리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때 쌍용차가 로디우스와 코란도 투리스모가 경쟁차로 지목됐지만 유명무실한 경쟁자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잘 팔릴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발전이 더딘 경우가 많다. 대안이 없는 스타렉스를 보자. 내년에야 후속 스타리아가 출시되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장에 대안이 없는 차들은 가격도 높아진다. 유일하다는 것이 나태함을 키울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것 일부만 바꾸며 나머지에 대한 원가 절감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

카니발은 XYZ 세대를 아우르는 신개념 가족용 차라는 점을 내세운다. 1~2세대 카니발은 미니밴이면서 ‘콜밴’으로 많이 운영됐기 때문에 화물용 짐차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후 3세대 카니발부터 가족용 미니밴 이미지가 커졌고, 현대 스타렉스와 다른 노선을 달렸다. 그리고 지금의 4세대 카니발은 완벽한 가족용 미니밴이 됐다.

드라이빙 : 신경 쓴 흔적들

테스트 모델은 2.2리터 배기량의 신형 디젤(스마트스트림 D) 사양이며, 8단 자동변속기를 쓴다. 토요타 시에나는 하이브리드 모델과 4륜 시스템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는데, 카니발은 가솔린 혹은 디젤 엔진만 선택할 수 있다. 4륜 없이 2륜 구동만 지원한다는 것.

엔진은 202마력과 45.0kgf.m의 토크를 가진다. 과거 엔진과 같은 성능이지만 배출가스를 줄이고 연비를 높였다. 소비자 입장에서 별 이득은 없어 보여도, 환경 규제 안에서 성능을 유지해 나간다는 것은 개발진들에게 힘든 일이다. 원가 상승 요인도 있지만.

주행 감각은 좋다. 이 부분에서 최고는 혼다 오딧세이인데, 운전하는 맛이 난다. 하지만 핸들링을 지향한 서스펜션 탓에 뒷좌석 승차감이 경쟁차에 소폭 밀린다. 여전히 카니발은 오딧세이의 주행 감각을 넘보기 어렵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과거처럼 승합차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3세대 카니발은 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했다. 감각적으로 빼어나지 않았다. 실내 공간을 최대한 부풀린 차체 특성상 충격 발생 시 여진이 오래 남는 아쉬움도 있었다. 여기서 제한적 성능을 갖는 승합차의 느낌이 컸다. 반면 4세대 카니발은 전동식 스티어링 휠을 사용하며, 개선된 차체와 섀시를 가진다. 이를 통해 노면 쇼크를 세련되게 걸러낸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 힘이 들지 않게 됐고, 요철을 지날 때 발생하는 불쾌함이 사라졌다.

잘 달린다. 사람이 7명이나 탄 상태에서 와인딩 로드를 질주할 일은 없지만 기본기는 충분히 탄탄하다. 코너에서 일관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차체의 흔들림 억제 능력도 수준급이 됐다.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ESP의 개입도 조금 늦춰진 것 같다. 이 정도쯤은 컴퓨터(자세제어장치)의 도움 없이 기계적으로 안정감으로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자사의 일부 모델을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연마했다는 점을 내세우는데, 냉정히 말하면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그렇다. 다른 회사들도 그곳에서 다양한 시험을 하지만 너무 뻔하기에 말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유난 떨 것 없다는 것. 하지만 그를 통해 경험을 얻은 연구진들의 눈높이, 셋업 능력은 향상되었다.

다만 현대차 일부 모델 개발 때는 아쉬움이 나오는데, 특히 SUV를 셋업 할 때 아쉬움이 커질 때가 있다. 연구원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이상은 다르다. 그 중심점에서 완성도를 잡아나가는 것이 최고의 연구진이다. 그런 측면에서 같은 연구소 내 기아 측 상품 개발 담당자들을 지지하고 싶다.

가속 페달을 계속 밟으면 고속까지 잘 달린다. 예상외의 고속까지도 잘 뻗어나간다. 다만 진짜 높은 속도에 오르면 속도계 바늘의 움직임이 크게 둔화된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이런 영역을 넘나들 소비자는 없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 속도에서의 안정감. 무난했다. 과거와 같은 불안불안한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 이때 견고해진 차체의 이점이 한 번 더 경쟁력을 발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테스트한 결과는 9.40초였다. 3세대 카니발 2.2 디젤(10.47초)과 비교해 1초가량 빨라진 기록이다.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 2.2 디젤은 8.95초를 기록했으니 비교가 될 것이다. 참고로 3.5리터 급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토요타 시에나 혹은 혼다 오딧세이는 7초 중반~8초 초반대 성능을 발휘했다.

브레이크를 보자. 페달 조작감은 초반에 민감하지 않고 밟을수록 힘을 발휘하는 성격이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 제동거리는 39.59m였다. 하지만 테스트 반복에 따라 점차 제동거리가 늘었는데, 3회차 제동 테스트부터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제힘을 내지 못했다. 4회차 때부터는 페달이 힘 없이 들어갔다. 이에 평균 제동거리는 41.00m, 최장 거리는 43.44m를 기록했다.

신뢰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란 얘기다. 물론 이 차에게 제동거리 편차가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운전자 1명이 탑승한 결과가 이것이다. 더 많은 승객이 탄다면? 카니발은 다인 승차환경에 맞춰 개발된 차다. 성인 남녀 평균 몸무게 65kg 기준 7인승이라면 455kg이상(차체 무게 포함 2631.5kg), 9인승이면 585kg(차체 무게 포함 2761.5kg)이 넘는다. 많은 탑승자가 이용하는 차량인 만큼 제동성능은 넉넉하게 확보해야 한다.

디젤 모델인 만큼 어느 정도의 소음과 진동은 있다. 특히 시트보다 스티어링 휠을 통해 전달되는 진동이 조금 있는 편이다. 실내 정숙성은 39.5dBA 수준. 2중 차음 유리창을 적용해서인지 기존 모델의 41.5dBA 대비 조용해졌다. 80km/h 주행 기준 정숙성은 59.5dBA로, 기존 모델의 60.0dBA보다 소폭 개선된 모습이었다.

실내 경쟁력 :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세심한 디테일 잘 살려내

공간은 넓다.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중요하다. 기아차는 무한한 공간 활용성(Spatial Talents)이라고 말한다. 이 정도 표현을 하려면 시트 탈부착까지 지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과거 크라이슬러의 그랜드 보이저는 시트를 바닥에 수납해 넣는 기능이 있었다. 시트를 넣지 않을 때는 보조 수납공간으로 활용됐다. 이런 아이디어를 모방하는 것도 좋겠다.

전동식 슬라이딩 도어는 원격으로 조작한다. 키를 갖고 다가설 때 자동으로 열리는 기능도 있다. 밤에는 입구를 표시해 주며 불을 밝혀준다.

테스트 모델 2열에는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가 갖춰졌다. 시트가 전후 좌우로 움직이며 시트백 각도는 물론 발 받침대까지 조절할 수 있다. 거의 누워서 갈 수 있다. 여기에 통풍과 열선 기능까지 지원한다.

3열 공간도 넉넉하다. 대형 SUV와 비교해서 무릎 공간이나 머리 공간은 비교 불가다. 3열을 사용하지 않을 때 바닥으로 수납시킬 수 있다. 그러나 단단히 고정되는 타입이 아니다. 짐으로 눌러놓지 않으면 위아래로 움직인다는 것. 3열을 쓸 때는 시트 수납공간을 트렁크로 활용한다.

뒷좌석을 위한 별도 공조장치를 갖췄고, 2열과 3열 모두 넉넉한 사이즈의 컵홀더, USB 포트를 배치했다. 2열은 물론 3열에도 선셰이드가 있다. 이외에 후석 대화, 후석 취침 기능을 지원한다. 2열 시트에서 천장을 바라보면 버튼이 하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버튼을 누르면 뒷좌석에서도 음성 인식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아빠를 위한 운전석은 신세대 스타일이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2개가 연결되어 펼쳐진다. 디스플레이만 놓고 보면 메르세데스-벤츠 부럽지 않은 구성이다. 앰비언트 라이트도 있는데 색상 변경을 못한다는 점은 아쉽다. 센터 콘솔과 2열 탑승객을 위한 슬라이드 수납함 공간은 넓다.

오토뷰 추천 : 4.0 / 풀옵션 추천도 : 2.0

카니발에 완성도에 4.0점이란 점수를 부여할 수 있다.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들었다. ‘시장 독점’을 하기에 대충 만들었을 것이란 걱정도 날아갔다. 기우였다. 카니발은 해외에서 토요타 시에나와 혼다 오딧세이,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등과 싸워야 한다. 그러려면 발전을 거듭해 상품성으로 겨뤄야 한다. 이제! 해볼 만하다.

하지만 가격도 많이 올랐다. 7인승 2.2 디젤 리무진 모델 최상급 트림 기준으로 약 120만 원 올랐다. 그리고 테스트 모델에는 440만 원 넘는 옵션을 넣어 딱 4800만 원의 가격으로 나왔다. 옵션이 늘었으니 수긍할 수 있다고? 당신! 기아차 직원이지? 가격이 높아진 것을 수긍하면서 정상적인 소비자라고?

차량 자체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우리 팀은 당연히 이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물론 당신이 정의선 회장 친인척이나 지인, 또는 유사한 재력을 가졌다면 예외가 되긴 한다.

우리 팀이 추천하는 카니발은 무엇일까? 대다수가 선택하는 9인승 모델 기준으로 중간 트림인 노블레스를 선택한 후 12.3인치 UVO 내비게이션 정도만 추가하는 것을 추천한다. 뒷좌석 이용 빈도가 높다면 컴포트 옵션까지는 추가해도 좋을 듯하다. 이렇게 3800~3900만 원대로 맞춰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풀옵션의 카니발? 그건 돈 많은 연예인들이나 부자들의 여행용 세컨드카로나 적합하다.

욕심난다고? 통장에 넣어두거나 다른데 쓰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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