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자율주행 자동차 또는 놀이터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0.10.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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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종합 디자인 회사 ‘넨도'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그야말로 인간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회사다. 루이비통, 코카콜라를 비롯해 최근 한국의 카카오 프렌즈와도 협업하면서 한국 산업 디자인계에서도 꽤나 유명해졌는데, 이 회사의 특징은 기존의 상식을 살짝 비틀어 놓는다는 점이다.

가령 의자 다리 중 하나를 이어진 듯 끊어 놓는다던지, 체중계를 구름모양으로 디자인해 몸무게를 줄이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는 욕망을 아주 예쁘게 포장하는 등의 방식이 넨도의 디자인 방식이다. 또한 이들은 딱딱한 디자인이 아닌 부드러우면서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형태를 가미해 무척 친근하게 표현하는데 매우 능하다.

이런 넨도에서 최근 새로운 자동차 디자인을 내놓았다. 수많은 산업 제품에서 가장 익숙하면서도 자연스럽고 한편으로는 그래서 혁신적일 수 밖에 없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매번 파격을 몰고 왔던 이들이 디자인한 자동차는 과연 어떤 형태이며 어떤 철학을 담고 있을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넨도는 하나가 아닌 무려 일곱가지 종류의 자동차를 선보였는데, 우리가 흔히 알던 자동차와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 마치 책상 위에 놓거나 혹은 아이들 장난감 상자에나 들어가 있을 법한 디자인인데, 분명한 사실은 자동차라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가 아직 미래의 이야기라 생각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실제로 이 디자인은 엄밀히 말해 성인들을 위한 자동차 디자인은 아니다. 반대로 아이들을 위한 자동차 디자인으로 넨도측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들의 놀이방에 설치된 놀이기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타고 노는 킥보드나 볼 풀, 미끄럼틀이 자동차로 변신한 셈이다.

하지만 단순히 놀잇감에 그치지 않는다. 넨도의 디자인은 대체로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담아내는 경우가 많은데,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첫 번째 목적은 눈에 보이는 것처럼 아이들의 근사한 놀이터이다. 기어 오르고 미끄러지고 구르면서 뛰어노는 놀이터로서의 기능이 다른 기능보다 우선시되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몇 시간씩 놀고도 지치지 않는 아이들의 체력을 감당하기 힘든 부모들을 위한 놀이기구이기도 하다.

이들이 디자인한 놀이기구는 멈춰있을 때에는 일반적인 놀이기구이지만, 자율주행 AI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타고다니는 이동수단으로 변신한다. 가령 동네에 공터가 있으나 아이들이 놀만한 놀이기구가 없다면 자율주행 놀이기구 자동차들이 시간에 맞춰 줄지어 공터로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공원을 뜻하는 코엔이라고 붙였다고 한다.

이는 마치 80년대말 조랑말 인형이 메달린 리어카가 동네마다 찾아갔던 것과 비슷한 이치다. 다만 그 때는 돈을 받는 주인 아저씨가 있었고, 넨도의 자율주행 놀이기구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는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넨도측은 “자동차의 이동성을 살려, 공원 규모에 따라 차량의 수를 조정할 수 있으며, 스포츠 경기장 주변 등에 차를 보내 놀이공원으로 바꿀수도 있을 것입니다.” 라고 설명했다.

또한 모든 디자인은 보는 순간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 할지 곧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쉽게 디자인되어 있다. 기어 오르고, 회전하며 흔들고 미끄러지고 뛰어 노는 매우 단순한 동작들을 허용하고 있음을 누구든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쉽게 놀이터에 있는 놀이기구와 동일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넨도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동차와 아이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는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안전한 교통 수단 이상의 사람과 아이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흔히 아이들에게 우리는 자동차 가까이에서 놀아서는 안된다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이걸 낡은 관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아이들이 자동차 근처가 아닌, 아예 자동차와 함께 놀 수 있는 형태로 바꾸어 놓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 프로젝트를 현실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하기 어렵다. 자율주행과 관련된 기술은 이미 성장해있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의 환경과 법규가 이를 충분히 수용할만큼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는 자율주행자동차 나아가 모빌리티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데에는 성공했다.

그동안 우리는 자율주행자동차를 바라볼 때 대부분 기술적인 측면과 더불어 자동차의 전통적인 역할의 범위 내에 머물러 있었다. 물론 그 역할이 자동차에게 앞으로도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목적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이 자동차의 역할을 더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넨도의 프로젝트는 무척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지금부터는 기술의 응용력을 비약적으로 확장시켜줄 상상력을 동원할 차례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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