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졌는데 너무 비싸다. 쏘렌토와 비교하면 어떨까?

4세대 싼타페는 크기를 확 키우고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는 물론 주행 기본기까지 모두 향상됐다. 상품성은 좋았고, 당연히 잘 팔렸다. 그런 싼타페가 벌써 페이스리프트를 맞았다. 최근 무서운 기세로 팔리고 있는 기아 쏘렌토를 다시 누르고 시장의 최강자가 될 수 있을까?

현대 그랜저가 풀체인지 같은 페이스리프트로 돌아왔던 바 있다. 싼타페는 부분 변경만 이룬 모습이다. 전면부는 새로운 그릴 디자인, 독수리의 눈을 컨셉으로 한 ‘T’자형 주간주행등이 특징이다. 우리 팀원 중 한 명은 싼타페가 마스크를 쓴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 말을 들으니 그 이미지가 계속 떠오른다. 전면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측면 캐릭터라인이 추가됐으며, 후면부는 연결된 형태의 리어램프 디자인이 반영됐다. 아반떼에 적용됐던 ‘H’ 실루엣 조명도 엿보인다.

디자인은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자동차에 큰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기존 모델과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 현대차의 디자인 방향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지만 이미 결정됐고 되돌릴 수도 없는 만큼 좋은 방향으로 정착시켜 나가길 바란다.

실내도 기존과 같아 보이는데, 구조에 변화가 있다. 플랫폼을 소폭 개선한 것인데,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교체는 아니고 일부 개량이란다. 크기의 변화보다 공간 최적화 정도로 보면 될 듯하다. 외적으로는 길이 15mm, 폭이 10mm 늘었다.

외관보다 실내 변화 폭이 더 크다. 전체적인 배치 구조가 팰리세이드와 유사해졌다. 깔끔하고 단정하다. 쏘렌토가 강인하고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보여준다면 싼타페는 보다 고급스러움을 묻힌 느낌이다.

계기판은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쓴다. 타사 대비 현대 기아차의 디스플레이 계기판은 표현되는 정보와 화려한 효과가 많다. 한마디로 있어 보인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도 10.25인치인데, 내비게이션 정보도 USB가 아닌 무선으로 업데이트된다.

센터페시아 하단 정리도 잘 했다. 버튼이 많은 편이지만 복잡하지 않고 직관적이게 꾸몄다. 이러한 인터페이스 구성을 일부 수입 브랜드들이 벤치마크 하면 좋겠다.

버튼들을 감싸고 있는 패널은 플라스틱이지만 브러시 처리를 통해 고급화된 감각을 전한다. 버튼을 누르는 방식의 전자식 변속기 옆에는 주행모드와 험로모드 변경을 위한 다이얼이 있다. 전자식 변속 시스템을 사용한 덕분에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추가적인 수납 공간이 생겼다. 하지만 변속 자체는 다소 불편하다.

컵홀더 옆에 무선충전 패드가 자리한다. 세워서 끼워 넣는 방식이다. 갈수록 스마트폰의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으니 눕히는 무선충전 방식으로 가기엔 면적이 제한적일 것이다. 과거 GM도 끼워 넣는 방식의 무선충전 시스템을 썼지만 스마트폰을 고정시켜주는 부분을 두꺼운 고무로 만들었다. 잘 들어가지도, 빠지지도 않았다. 힘줘서 빼면 고무 부분과 스마트폰이 함께 빠져버리는 불상사도 쉽사리 일어났다. 결국 불편해서 안 쓰게 됐다.

현대차는 스마트폰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부분을 경첩이 달린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공간도 넉넉해서 쉽게 넣고 빼기 좋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직접 닿다 보니 화면 긁힘이 신경 쓰인다. 화면과 닿는 부분만 부드러운 소재로 마감 처리하면 문제가 해결될 텐데. 향후 제네시스급에는 넣어 주려나?

공조장치에도 소소한 변화가 있다. 오토 모드를 3단계로 바꿀 수 있다. 설정한 온도까지 강,중,약 단계로 블로워를 설정해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이다. 1단계는 가장 천천히 부드럽게, 2단계는 중간으로 가는 식이다. 3단계는 빠르게 온도를 변화시키지만 시끄럽고 바람의 양이 많아 불쾌할 수 있다. 이를 조절하도로 한 것. 이미 있는 기능을 응용하는 것은 현대 기아차가 참 잘하는 부분 중 하나다. 여담이나 싼타페를 시승한 뒤 한참 지나서야 이런 기능이 쉐보레 모델에 과거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GM은 뭔가의 좋은 기능이 있어도 꽁꽁 감추는 매력이 있다.

이외에 추가된 기능으로 운전자의 운전 성향과 도로 상황을 고려해 주행모드를 변경해주는 운전자 ‘인식형 스마트 주행모드’가 있다. 음성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거나 보낼 수도 있다. 그러고보니 카카오의 ‘어피치’라는 캐릭터도 추가됐다.

테스트 모델은 최상위 트림에 추가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이 탑재된 사양이다. 실내 시트도 나파 가죽이 쓰였다. 부가 기능으로 통풍과 열선,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도 있다. 그런데 나파가죽 질감이 독특하다. 같은 가죽이라도 어떤 공정을 거치는지에 따라 고유의 빛깔과 색, 질감을 띄게 되는데 싼타페의 나파가죽은 인조가죽과 같은 느낌이다. 적어도 ‘나파가죽=보들보들’을 상상하는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과거 그랜저의 가죽 눌림 문제 때문에 이런 대책을 썼는지 모르지만 질감적으로 인조가죽 대비 나은 구석을 찾기 어렵다.

뒷좌석은 당연히 넉넉하다. 등받이 각도 조정과 슬라이딩도 지원하는데, 슬라이드 움직임 폭이 상당하다. 버튼 하나로 시트백이 앞으로 접히면서 슬라이딩 되는 기능은 3열을 드나들 때 유용하다. 쏘렌토에는 2열시트 좌우 모두 있었지만 싼타페에는 오른쪽에만 있어 점이 아쉽다.

3열 공간은 차 급을 생각하면 꽤 넉넉하다. 성인 남성도 살짝 불편하긴 해도 못 탈 정도는 아니다. 형식적인 3열 공간은 아니라는 것. 3열 공간을 위한 공조장치와 USB 포트도 잘 갖춰졌다. 팰리세이드에 있었던 후석 대화모드나 후석 취침모드도 있다.

최신 안전 사양은 거의 모두 갖추고 있다. 각종 ADAS 시스템은 물론이며 방향지시등을 작동하면 계기판을 통해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후측방 모니터, 스마트키로 주차나 출차를 할 수 있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어라운드뷰 모니터 등 편리한 기능들도 많다.

구성만 놓고 보면 마음에 안들 수 없게 만들었다. 또, 그것을 현대 기아차의 장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주행 만족감은 어떨까?

정숙성을 확인해본다. 시동을 걸면 4기통 2.2리터 디젤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조용하다. 특별히 뛰어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불만을 느낄 소비자는 많지는 않을 듯하다. 아이들 상태에서 측정된 정숙성은 약 39.5dBA. 기존 모델이 약 42dBA을 보인 것을 생각했을 때 정숙성 부분 개선을 예상할 수 있다. 참고로 쏘렌토의 아이들 정숙성은 약 40dBA이었다.

무게도 확인해봤다. 직접 측정한 무게는 1937kg. 동일한 엔진과 구동방식을 가진 기존 모델(1920kg)과 비교해 소폭 늘어난 무게다.

주행을 시작한다. 부드럽게 잘 움직인다. 살짝 묵직한 운전 감각도 전달되는데, 고급스럽다고 느끼기 좋은 설정이다. 가속페달을 디젤 모델 답게 살짝 둔감하고 브레이크 페달은 너무 민감하지 않게 잘 조율됐다.

일상적인 주행 상황에서 변속기에 대한 울컥거림 걱정은 안 해도 될 정도로 부드럽다. 이를 위해 변속 속도를 비롯해 클러치 연결 과정도 느긋하게 설정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듀얼클러치 변속기만의 특징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차 중 미세하게 앞으로 이동하거나 뒤로 이동해야 할 때, 전 후로 움직이는 등 상황 등에서 약간의 변속 충격이나 밀리는 듯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토크컨버터 방식의 자동변속기 대비 미세한 조작이 어렵다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이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자 약점이다.

도심 주행을 하는 도중 요철을 만나자 ‘쿵’하고 다소 강한 충격을 전한다. 적당히 걸러줘도 될 것 같지만 생각보다 직설적으로 치고 들어온다. 세련된 승차감은 아니다. 댐핑 스트로크에 여유가 있는 SUV가 아닌 지상고 낮은 소형차와 유사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특정 도로 조건에서 무게가 쏠리면 스프링이 길게 늘어나거나 수축된다. 댐퍼의 반발력이 생각보다 강해 보인다. SUV인 싼타페는 댐퍼 설정을 조금 더 약하게 풀어도 좋을 것 같다. 조금 부드러움을 추구하면 좋겠다는 얘기다. 3열까지 갖춘 SUV 특성상 다인 승차 환경이 많을 것이고, 단단함을 고수하면 뒷좌석 탑승자가 힘들어 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성능을 측정했다. 생각보다 둔하게 가속하는 느낌이다. 밋밋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계측 결과는 8.47초를 기록했다. 기존 싼타페와 쏘렌토의 기록(8.92초)보다 0.45초 앞당긴 것인데, 같은 배기량과 출력을 발휘하는 엔진에서 나온 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차이다.

앞서 말한 둔한 가속감. 다시 말해 묵직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 싼타페지만 가속페달을 밟고 있으면 있는 만큼 속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린다. 이제 국산 SUV들도 계기판 앞자리 숫자를 바꾸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안정감도 좋았는데, 조금 더 탄탄한 하체 덕분인지 쏘렌토 보다 고속 안정감이 소폭 나은 느낌이다.

이번에는 제동 성능이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 거리는 37.88m였다. 타이어의 스키드음이 매우 크다. 강하게 브레이크를 작동시킬 때 타이어에서 모든 성능을 받아 내는지 못하고 한계를 보인다. 이후 테스트가 반복된 이후 최장거리는 39.75m까지 증가했다. 평균 제동 거리는 38.85m였다.

기본 성능을 파악했으니 종합적인 주행 완성도를 확인할 차례다. 최근 현대차가 주행성능 부분에 욕심을 많이 내고 있는데, 신형 싼타페에 어떻게 반영시켰는지 궁금하다.

주행을 하며 스티어링휠을 조작하니 제법 직설적이고 일체감 있는 움직임을 보인다. 싼타페 정도 크기를 갖는다면 반템포 쉰 이후 움직일 듯한데 스티어링 조향에 따라 빠르게 반응해주는 모습이 인상깊다. 물론 유럽산 온로드 SUV들이 보여주는 그런 감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산 브랜드가 만든 대중 브랜드의 중형급 SUV로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속도를 높여 코너를 공략한다. 운전자의 의도대로 깔끔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SUV 특유의 쏠림이나 흔들림, 둔한 움직임 등이 잘 억제됐다. 튜닝용 서스펜션이 장착된 감각이랄까?

프리미엄 브랜드도 아니고 대중 브랜드. 여기에 덩치가 큰 편에 속하는 SUV로는 수준급 달리기 성능이다. 일반적으로 이정도 SUV는 와인딩 로드에서 종합적인 주행 완성도와 안정감 정도만 체크하지만 싼타페는 그 이상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 심지어 운전자의 의도대로 잘 따라와 주기 때문에 운전이 재미있다.

HTRAC으로 불리는 4륜 시스템이 코너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앞바퀴만 구동력을 전달하다 상황에 따라 뒷바퀴에 동력을 보낼 때의 탄력성도 무난하다. 이로 인해 와인딩 로드에서 유리한 측면이 많아졌다. 기존 싼타페는 전륜구동 모델이 같은 조건에서 실망감을 표하게 했었다. 이번 싼타페의 전륜구동(FF) 모델의 완성도가 궁금해진다.

자세제어장치 개입 시기가 생각보다 늦다. 급한 조작을 하면 당연히 빠르게 개입하지만 와인딩 로드에서 어지간한 타이어 스키드음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개입하지 않고 버티는 모습을 보인다. 그만큼 차 자체에서 받아낼 수 있다고 판단해서일 것이다. 요를 발생시켜 코너를 조금이라도 빠르게 공략하지 않는다면 ESP를 해제하지 않고도 재미있는 운전이 가능할 것이다.

타이어는 콘티넨탈의 크로스 컨택 LX 스포트. 일반적인 4계절 타이어이며, 접지성능면에서 특출 나지 않는 사양이다. 하지만 20인치 사이즈와 255mm 너비를 4개의 바퀴에 장착해 면적에서 나오는 성능으로 싼타페의 주행성능을 높이고 있다.

테스트 모델은 최고 등급 사양이기 때문에 20인치 휠에 255mm급 타이어가 장착된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가격 이점도 있고 승차감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구성인 18인치 사양을 추천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일반적인 성능에 가격은 높은 수입 타이어보다 국내 환경에 맞춤 개발된 국산 제조사의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변속기는 듀얼클러치 답게 기어를 올리거나 내리는 반응은 빠르다. 특히 디지털 계기판은 이를 더 빠르게 보여주도록 살짝은 과장해서 표현해주기도 한다. 달리는 부분에 있어서 변속기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고, 이에 따른 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저속 울컥거림과 살짝 밀리는 느낌 정도만 잡으면 만족감은 더 높아질 듯하다.

우리 팀은 테스트 모델을 받으면 다양한 환경에서 시험 운전을 한다. 때로는 도심 환경에서, 때로는 고속도로에서, 아니면 와인딩로드에서 테스트 모델의 진가를 확인한다. 사실 싼타페는 도심 환경에서 가장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 하지만 싼타페는 와인딩로드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기량을 발휘했다.

그만큼 인상적이다. 또 높아진 주행 완성도를 칭찬하고 싶다. 현대 차도 이 부분을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자. 신형 싼타페를 추천한다면 한번 더 고민해야한다. 가족을 위한 차인데… 일상 주행 시 승차감이 걸린다. 이해한다. 싼타페는 탄생 자체부터 도심형 SUV를 추구했고 그만큼 온로드 성능이 중요하다. 하지만 더 편안한 승차감을 갖는 쏘렌토라는 대안이 있으니 고민이 깊어진다. 그렇다고 나 혼자만을 즐기기 위해 싼타페를 구입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

가격 문제 언급도 뺄 수 없다. 테스트 모델의 가격은 4697만원이다. 우리 팀이 테스트했던 팰리세이드 2.2디젤 최상급 풀옵션 모델이 4830만원이었다. 약 130만원 차이다. 투싼도 최상급 모델이 4천만원을 넘겼다. 다음 팰리세이드는 5천만원대를 넘어 6천만원대로 접근하지 않을까 싶다. 국산차의 가성비? 그건 옛날 얘기다.

이렇게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이 차를 구입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과거에는 가격대비 구성에서 대안이 없었지만 이제 수입차와 점차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격대까지 올라왔다. 소비자들이 비싸고 맛없는 국산 맥주대신 저렴하고 맛 좋은 수입맥주로 쏠리는 것과 같은 현상이 자동차 시장에서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BMW가 5시리즈 페이스리프트를 내놓기 전, 5천만원대에 520i를 팔았다. 물론 장르는 다르다. 그러나 국내 공장에서 생산돼 팔리는 SUV의 가격이 4천만원대 중반을 넘나드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동차는 그 급에 어울리는 가격대라는 것이 존재한다. 우리팀이 추천하는 현대 싼타페의 구입 가격대는 3500~3700만원대다. 옵션이 많이 들어가도 4천만원대 밑에 머물러야 최소한의 가성비(?)를 주장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