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보다 싸다고? 폭스바겐 제타 이야기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0.10.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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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코리아가 16일, 7세대 신형 제타를 국내에 공개하고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파격적인 국내 가격 책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통풍 시트 등 국내 선호 사양을 갖추고도 가격은 14% 할인된 2329만 9천 원부터다. 여기에 5년/15만 km 보증 연장과 3년 소모품 교환까지 지원한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신형 제타의 강점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아반떼 가격으로 독일차’를 구입한다는 장점 이외에 제타가 담고 있는 이야기도 많다. 7세대로 변화를 거쳐온 제타는 어떤 모델인지 알아보자.

제타는 1979년 프랑크푸르트 오토쇼를 통해 공개됐다. 공개는 유럽에서 했지만 사실 북미를 겨냥한 모델이 바로 제타다.

1970년 12월 미국에서는 배출가스 규제법인 머스키법(muskie law)이 재정된다. 당시 기준으로 배출가스를 90%까지 줄여야 하는 법으로, 거의 모든 제조사들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규제를 CVCC(Compound Vortex Controlled Combustion) 엔진으로 통과한 것이 혼다 시빅이다. 1973년 오일쇼크 사태가 벌어지자 시빅은 미국 시장을 단번에 선점한 소형 세단이 됐다.

당시 폭스바겐도 미국 시장에서 차를 팔고 있었다. 그리고 혼다 시빅의 성공을 옆에서 지켜본 제조사 중 하나다. 폭스바겐에도 시빅과 같은 소형차가 있었다. 바로 유럽을 대표하는 골프다. 하지만 북미 소비자들은 해치백보다 세단을 좋아했고, 폭스바겐도 콤팩트한 세단의 필요성을 느꼈다.

폭스바겐의 선택은 골프에 트렁크를 붙이자는 것. 처음부터 개발할 필요가 없었으며, 기본기 좋은 골프를 바탕으로 했기에 주행 성능 경쟁력도 높았다. 다만 디자인이 너무 노골적으로 트렁크 달린 골프가 되어서는 안됐기 때문에 여러 부분에서 수정을 했다. 디자인은 이탈디자인(ItalDesign)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담당했다.

헤드램프는 골프와 달리 사각형의 형태였다. 당시 미국 연방 자동차 표준(FMVSS 108)에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북미 소비자들 취향에 맞춰 소형차지만 트렁크는 377리터 크기였으며, 실내를 골프보다 더 고급스럽게 꾸몄다.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북미시장에서 골프의 판매량을 넘어서면서 폭스바겐의 대표 모델로 성장했다. 2도어 사양의 제타도 판매했는데, 이는 비틀(Beetle) 이후 처음 추가된 2도어 모델이다. 또, 당시 골프 GTI에 탑재된 90마력 사양의 4기통 1.8리터 엔진을 탑재하고 5단 수동 변속기, 새로운 서스펜션을 탑재해 성능을 높인 제타 GLI도 추가됐다.

제타의 진정한 성공은 1984년 등장한 2세대부터다. 북미 소비자 입맛에 맞춰 차체 크기를 키웠다. 실내 공간도 14% 넓어졌다. 탑승 인원도 4명에서 5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트렁크 공간이 470리터 크기를 갖는데, 이는 당시 미국산 대형 세단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디젤 모델도 추가했다. 가솔린 대배기량 엔진에 익숙한 북미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디젤 승용차였다. 하지만 당시 기준으로 말도 안 되는 연비와 1회 주유 주행거리를 기록했고, 다시 한번 북미 시장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세대 제타는 1985년 등장해 1992년 단종까지 170만 대 이상이 판매됐다.

1992년 공개된 3세대부터 제타는 더더욱 북미 소비자를 위한 차로 발전했다. 유럽에서 제타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해 실패했다. 결국 3세대 모델부터 제타라는 이름 대신 벤토(Vento)로 개명했다. 반면 북미시장에서는 계속 제타라는 이름을 유지했다.

사실 이 당시 폭스바겐은 북미시장에서 철수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매우 열악한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었다. 1950년대 이후 최저 수준으로, 1993년 한 해 동안 고작 4만 3902대 팔았다. 하지만 3세대 제타가 북미시장에 출시됐고, 이후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폭스바겐 북미법인이 유지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주게 됐다.

3세대 제타는 재활용 플라스틱, 중금속이 들어있지 않은 페인트 등을 사용하면서 친환경적인 요소도 강조했던 모델이다.

그보다 북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모델은 제타 GLX였다. 제타에 VR6 2.8리터 대배기량 엔진을 탑재하고 201마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혼다에서 시빅 타입 R을 내놨지만 북미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일본 전용 모델이었다. 북미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슈퍼카 역할을 했던 것.

1999년 등장한 4세대 제타부터 플랫폼 공용화가 이뤄졌다. 4세대 골프를 바탕으로 제타가 만들어졌으며, 다시 아우디 A3와 세아트 레온, 스코다 옥타비아 등 다양한 브랜드 모델이 출시됐다. 이중 제타는 상급 모델인 파사트의 디자인을 물려받았으며, 레인센싱 와이퍼, 오토 에어컨 등 고급 사양도 추가됐다.

북미시장에서는 3세대 제타에 이어 4세대 모델에서도 고성능 모델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4세대 제타도 VR6 엔진이 탑재됐으며, 새롭게 4기통 1.8리터 터보 엔진이 추가됐다. 177마력을 발휘해 기본 사양은 VR6 보다 낮았지만 터보 튜닝 덕분에 5백 마력 이상 발휘하는 제타가 등장하기도 했다.

4세대 제타부터 국내시장에 판매가 이뤄졌다. 국내에서는 유럽에서 붙여진 이름인 ‘보라(Bora)’로 판매됐으며, 4기통 2.0리터 SOHC 가솔린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었다.

5세대 제타는 2005년 LA 오토쇼를 통해 공개됐다.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신차를 공개한 것은 뉴비틀에 이은 2번째다. 그만큼 폭스바겐이 제타에 대한 미국 시장의 기대감이 높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전까지 디자인은 골프와 다른 방향을 유지했지만 5세대 제타는 전면부의 모습이 골프와 사실상 동일했다. 생산공장도 독일과 슬로바키아에서 하지 않고 멕시코, 인도, 중국, 러시아, 멕시코 등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지역에서 이뤄졌다.

주요 변화로는 제타 후륜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탑재됐다는 것. 당시 판매됐던 포드 포커스와 거의 비슷한 구조를 갖는데, 이는 포커스 서스펜션 엔지니어를 폭스바겐이 고용한 후 제타에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왜건형 모델이 추가됐다. 모델명은 제타 스포트왜건(Jetta sportwagen). 사실상 골프의 왜건형 모델이지만 이름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많은 혼동을 주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06년 4월부터 제타가 수입됐다. 4기통 2.0리터와 5기통 2.5리터 가솔린, 2.0리터 디젤 사양이 판매됐다.

6세대 제타부터 골프와 거리가 멀어진다. 플랫폼은 공유하지만 휠베이스를 비롯한 차체의 다양한 부분에 변화가 이뤄지며 전용 모델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주요 시장은 역시 북미시장이다. 더 이상 골프의 세단형 모델이 아닌 전용 콤팩트 세단으로 이미지를 바꿔 토요타 코롤라, 혼다 시빅, 닛산 센트라 등과 직접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길이와 휠베이스를 크게 늘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11년 5월부터 판매됐다. 해치백인 골프는 아쉽고, 파사트는 너무 커서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 어필했으며, 제타만의 강점이었던 넓은 트렁크 공간이 국내에서도 부각됐다.

한편, 제타라는 이름은 대서양에서 발생하는 제트 기류에서 따왔다. 하지만 판매되는 국가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갖는데, 아틀란틱(Atlantic), 보라(Bora), 시티 제타(City Jetta), 클라시코(Clasico), 폭스(Fox), 사지타(Sagitar), 벤토(Vento) 등 전혀 다른 이름을 갖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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