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의 AMG는 다르다

대다수 자동차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AMG를 메르세데스-벤츠 모델을 고성능으로 바꿔주는 튜닝회사(?) 정도로 생각한다. 물론 AMG의 시작은 그랬다. 지금도 대부분 모델을 그렇게 만들고 있긴 하다.

그러나 AMG가 직접 자동차를 만들 때도 있다. 2010년 등장한 SLS AMG이 최초였다. 미하엘 슈마허가 운전석에 앉아 터널을 한 바퀴 도는 광고는 많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바 있다. SLS AMG가 한정판 슈퍼카였다면 AMG GT는 포르쉐 911과 경쟁하려고 나온 양산 스포츠카다. 물론 AMG가 개발했다.

2도어 모델만 만들다 보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싶었던 걸까? AMG GT에 4도어 버전이 나온다는 루머가 있었고, 그것이 현실이 됐다. CLS를 고급 4도어 세단으로 낮추고, GT 4도어를 고성능 4도어 쿠페로 출시해 양쪽 소비자를 다 잡는 전략이다. 이 사이에 포르쉐 파나메라가 자리하는데, 샌드위치 공격으로 파나메라 시장을 흡수하겠다는 벤츠의 전략도 엿볼 수 있다.

AMG GT 4도어는 비싸다. 모델에 따라 1~2억 대 가격이다. 그래도 국내에서 꽤 잘 팔린다. 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 무려 895대가 팔렸다. 월평균 150대 정도 팔리는 셈. 우리 빼고 다 부자다!

어떤 매력이 AMG GT 4도어를 구매까지 연결했을까? GT 4도어의 최상급 모델 63 S 4MATIC+를 통해 확인해 보자.

디자인이 범상치 않다. 도어만 4개일 뿐 빠르고 잘 달리게 생겼다. 거대한 공기흡입구도 멋이 아니라 다양한 냉각장치들에 공기를 흘리기 위함이다. 강렬한 디자인의 그릴도 AMG 전용의 것이다.

측면부 실루엣이 독특하다. AMG GT처럼 엔진 후드가 매우 긴데 루프라인까지 길게 이어진다. 트렁크 부분은 해치백과 쿠페 사이 라인에서 독특한 형태로 만나 떨어진다. 21인치의 거대한 휠, 두꺼운 폭의 타이어, 휠 안을 가득 채운 카본-세라믹 브레이크에 이르기까지, 고성능 차가 맞다.

물론 대형 머플러와 디퓨저, 가변 리어윙 등도 고성능 차에 어울리는 요소다. 측면에 장식된 V8 배지는 예나 지금이나 사치스러움의 상징이다.

겉모습이 AMG GT 쿠페 대비 달라졌지만 실내는 유사하다. 분명 GT의 일원이다. 뒷좌석을 제외하면 디자인 요소들이 거의 같다. 컬럼식을 쓰는 일반 벤츠 모델과 달리 기어 레버를 센터 콘솔 앞쪽에 달았다. 그 주위에는 주행 성능과 관련된 버튼들로 채워진다. LCD로 구성돼 의외로 멋지다. 반면 비상등 스위치가 너무 작다. 손톱만 한 스위치 사이즈는 누구의 작품일까?

스티어링 휠도 일반 벤츠와 다르다. 두툼한 D-컷 스타일, 주행과 관련된 기능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다이얼과 버튼들로 꾸며졌다. 그런데 이 버튼, 플라스틱에 마감이 잘 안돼 누를 때마다 찌그덕 소리를 낸다. 차 값이 얼마인데. 그래도 다이얼의 마감은 좋았다.

커다란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벤츠에서 볼 수 있는 구성이다. 테마에 슈퍼스포츠가 추가됐는데, AMG 전용 메뉴를 비롯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가속이나 제동 성능을 측정해 볼 수 있게 했다. AMG 트랙 페이스(AMG TRACK PACE)에서는 차량의 운동 상황을 볼 수 있다. AMG 트랙 페이스는 BMW의 M 전용 모드보다 기능이 다양하며 화려하다.

시트는 허리와 허벅지까지 잡아준다. 센터페시아부터 내려오는 센터 콘솔의 높이도 상당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이 독립된 공간으로 나뉜 형태다.

뒷좌석도 그렇다. 독립 시트를 사용하는데, 좌우로 쏠림이 심한 상황에서도 몸을 잘 잡아준다. 공간 자체도 성인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중앙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의 확인, 조작도 할 수 있다. 그리고 하위 모델인 GT 43 모델은 3인 구조의 리어 시트다.

트렁크가 의외로 크다. 깊지 않지만 반듯한 사각형 모습이다. 트렁크도 넓게 열리는 리프트게이트 형태라 물건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하지만 트렁크 입구가 일반 세단보다 높아 화물을 더 높이 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뒷좌석 폴딩도 되는데, 테스트 모델은 독립 시트 구조라 중앙 부분을 빼고 접혔다. 그래도 공간 확장을 감안한 결과라 좋다.

센터페시아 하단에 커버를 열면 컵홀더가 나온다. 이 안쪽에 스마트폰을 넣을 수 있다. 하지만 넣고 빼기 힘들다. 빠르게 달리는 모델인 만큼 스마트폰도 안전하게 고정하려 한 의도는 알겠지만 넣고 빼는 과정이 불편하니 안 쓰게 된다.

시동을 건다. AMG가 만든 8기통 엔진이 거친 사운드를 토한다. 쉽게 들을 수 없는 AMG만의 사운드다. 이것만으로도 만족감과 기대감이 커진다. 여기에 잔잔한 흔들림까지… 저렴한 차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진동이 아닌 응축된 파워가 만들어내는 결과다.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이런 진동이면 잠들기 전까지 누리고 싶다.

정숙성은 어떨까? 당연히 시끄럽겠지? 아이들 정숙성은 약 40dBA였다. 체감적으로 크게 느껴지는데 이 수치는 일반 가솔린 중형 차들과 유사한 수준이다. 직접 들으면 크게 다가오지만 계측 결과는 그리 크지 않은, 그것이 AMG 사운드의 특징이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꾼다. 더 빠른 반응을 얻으려 엔진 회전수를 올린다. 일반 모드일 때는 690rpm인데, ‘스포츠+’ 모드에서 850rpm까지 상승한다. 이때 실내로 전해지는 엔진 배기 사운드도 47dBA까지 오른다.

주행을 시작한다. 동력 전달도 거칠다. 브레이크 페달만 놓으면 슬슬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살짝 가속페달을 터치해 줘야 움직일 때도 있다. 변속기 특성 때문인데, 일반적인 토크컨버터가 아닌 여러 개의 클러치를 사용하는 방식(MCT)을 사용한 덕분이다. 덕분에 ‘으르렁’ 소리를 내며 출발한다. 하위 GT 43 모델은 상급과 일반 토크컨버터의 강화 버전을 쓴다.

일상의 흐름에 맞춰 시내를 주행하고 있다. 실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남다르다. 운전하는 그 자체, 긴장감이 감돈다. 도심이지만 바로 랩타임 도전에 나서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민감한 스티어링, 노면 정보를 직설적으로 전하는 서스펜션, 타이트하게 몸을 잡아주는 시트와 잔잔히 전해지는 진동의 요소들… 항시 전투준비 태세다.

그렇다고 AMG GT 4도어에 기죽을 필요는 없다. 일상 주행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니까. 기본 승차감은 단단하지만 에어 서스펜션을 사용한 덕분에 노면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기분 좋게 거른다. 스프링과 공기 간 탄성 차이는 분명하다.

워낙 힘이 좋다 보니 차를 움직이는데 스트레스가 없다. 추월을 하거나 일반적인 가다 서다만 해도 편하다. 최신 안전장비까지 갖춰 고속도로에서 차간 거리 및 차로 유지 기능을 활용해 편안한 주행도 할 수 있다. 고속 안정성? 벤츠다!

GT 63 S 모델에는 V8 4.0리터 트윈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639마력과 91.7kgf.m의 토크를 낼 수 있다. 이 수치는 BMW M8 컴페티션을 크게 압도하는 내용이다. 굳이 스포츠 모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이미 힘은 차고 넘친다.

차량 무게는 2144kg으로 확인됐다. 무거운 편인데, 이 무게감을 잊게 한다.

이제 힘을 최대한 써보자.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고 ESP도 1단계 해제한다. 왼쪽 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꾹 밟은 후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레이스 스타트가 된다. 다시 말해 런치 컨트롤 기능이 작동한다는 것. 기존에는 패들을 당기고 메뉴에서 확인을 눌러주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이제 쉽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튕겨지 듯 나간다. 속도계 바늘? 전면만 보기도 바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3.61초였다. 제조사 공식 발표 기준 기록은 3.2초인데 다소 아쉬운 수치다. 차량 컨디션이나 연료 문제일 가능성도 있는데, 이 차가 용인 드라이빙 아카데미에서 왔으니 연료 이슈일 가능성은 낮다. 그보다 의심이 가는 것은 온도다. 이전에도 경험했지만 GT에 쓰인 엔진은 열이 많다.

M8 컴페티션과 비교해 보자. 엔진의 저 회전 영역에서 토크가 높지만 고회전 영역에서 마력감이 살짝 떨어지는 느낌이다. 원래 AMG 8기통 모델의 성격이지만 고회전 영역에서 마력감이 조금 더 살아났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한 가지 변함없는 사실이 있다. 매우 빠르고 강력하다는 것. AMG GT 63 S가 작성한 가속 기록은 지금까지 우리 팀이 측정한 내연기관 세단 중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이다.(M8 컴페티션에 밀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금까지의 기록은 지난달 테스트한 911 카레라 S(992)가 갖고 있다.

가속과 함께 제동성능도 확인했다. 성인 남성 1명만 타도 2.2톤에 육박하기 때문에 제동 시스템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거리는 36.54m였다. 가속을 할 때보다 제동을 할 때 차량의 무게감이 커진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지만 과거보다 거친 느낌이 줄었다. 조작성은 높아졌는데. 체감상 강렬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테스트를 반복한 결과 최장거리는 37.8m였다. 평균 제동거리는 37.01m 수준. 브레이크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었다. 고성능 차에게 중요한 부분인데, 이 부분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99%다. 심지어 이에 대해 정확한 이해도를 가진 전문 드라이버(레이서)들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만약 길들이기가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보다 조금이나마 짧은 제동거리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결과는 결과다. 차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벤츠 코리아의 탓이리라.

테스트 장소를 와인딩 로드로 바꿔본다.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빠른 세단 중 하나로 분류되는 만큼 주행성능이 기대된다.

어지간한 도로에서 AMG GT 63 S의 모든 힘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좁은 길에서 깊은 코너를 돌아 나갈 때는 AMG GT 4도어 같은 모델보다는 작고 가벼운 해치백이 유리하다.

그렇다고 AMG GT가 못 달린다? 그건 아니다. 코너를 돌 때 전륜이 민첩하게 움직여주고 덩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후륜 축도 잘 따라온다. AMG GT의 코너를 파고드는 것과 같은 느낌은 약해졌지만 세단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일체감 있게 움직여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M8과 비교하면 엔진 반응이 조금 느리다. 페달을 조작할 때 다소 느린 부분이 발견되는데, 이건 M8 컴페티션과 함께 번갈아 타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정상급에서의 비교, 미미한 차이임은 분명하다.

변속기는 강하고 부드러운 처리 능력을 뽐낸다. 여러 개의 클러치를 함께 써서인지 변속기 반응 속도가 듀얼 클러치처럼 빠르고 직설적이다. 또한 클러치가 연결되면서 동력이 전달되는 과정 자체가 부드럽게 이뤄진다. 하지만 엔진의 동력이 바퀴로 전달될 때의 감각은 수동변속기 혹은 듀얼 클러치와 유사하다. 런치 컨트롤 기능을 연이어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이전 AMG GT S(쿠페)는 연속으로 3번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주행모드는 슬리퍼리(Slippery), 컴포트(Comfort), 스포츠(Sport), 스포츠+(Sport+), 레이스(Race), 인디비주얼(Indivisual) 중에서 선택한다. 슬리퍼리로 변경하면 가속페달을 밟아도 힘을 억제시킨다. 컴포트 모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편안함(컴포트)의 개념이다. 600마력과 90kgf.m가 넘는 출력과 토크를 편안하게 쓸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 가속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아도 멋진 사운드와 함께 속도를 올릴 수 있다.

레이스 모드로 설정하면 AMG GT 63 S 4MATIC+의 모든 성능이 그대로 나온다. 이 성능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위해서는 수준급 운전 실력도 필요하다. 그래서 AMG에서는 주행모드 이외에 컴퓨터가 어떻게 안전하면서도 빠른 운전을 도와줄 수 있는지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것이 AMG 다이내믹스(AMG DYNAMICS)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ESP는 브레이크를 비롯해 엔진 성능 등을 조율해 안전을 확보한다. 반면 AMG 다이내믹스는 ESP와 엔진은 물론 4륜 구동 시스템과 서스펜션까지 통합 관리한다. 이 부분을 통합 관리해서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다. 비슷한 기능으로 마세라티의 IVC(Integrated Vehicle Control)도 있다. 차이점이라면 AMG는 베이직(Basic), 어드밴스드(Advanced), 프로(Pro), 마스터(Master)로 4단계로 구분된다는 것. 베이직은 일반적인 안전한 주행에 초점을 맞춰주고 마스터는 운전자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단계다. 로드에서는 거의 쓸 일이 없다.

4륜 시스템도 다르다. 지금까지의 4MATIC은 다판클러치를 사용하는 타사 대비 구동 배분 전환도 제한적이며 특별한 기술적 특징도 없었다. 이후 벤츠가 전륜구동 모델을 내놓으면서 4MATIC에도 변화가 생겼고, ‘4MATIC+’라는 이름이 붙으면 전자 기계적으로 제어되는 클러치를 통해 4륜에서 후륜으로 동력계 변화가 이뤄진다. 타사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쓰고 있지만 AMG의 것은 90kgf.m가 넘는 토크까지 대응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를 통해 드리프트도 할 수 있다. 물론 전문 튜닝카처럼 드리프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짧게라도 가능하다는 점에 의미를 두면 된다.

그리고 63 S 모델에는 후륜의 좌우 구동력을 제어해 주는 리어-액슬 리미티드-슬립 디퍼렌셜(rear-axle limited-slip differential)과 후륜 조향 기능인 액티브 리어-액슬 스티어링(active rear-axle steering) 시스템이 추가된다.

스티어 특성은 기본적으로 언더스티어 성향이다. AMG GT 쿠페보다 조금 더 짙은 성향이다. 덕분에 코너 진입 때 조금 더 여유(욕심)를 부릴 수 있다. 탈출 때 조금 일찍 가속페달을 밟아주면 알아서 라인을 그리며 빠른 탈출을 돕는데, 이때 느껴지는 감각이 인상적이다. 특히 후륜 LSD가 스스로 구동력을 배분하지 않기 때문에 코너를 돌 때 인위적이거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그런데 타이어 성능이 조금 이상하다. 테스트 모델에 탑재된 사양은 미쉐린의 파일롯 스포츠 4 N0. 우리가 알고 있는 파일롯 스포츠 4보다 접지 성능은 좋다. 하지만 이 차의 모든 성능과 무게를 받아낼 만큼은 아니다.

여기서 N0라는 이름을 눈 여겨봐야 한다. 타이어 및 자동차 제조사가 공동 개발하고 특수 컴파운드를 사용한 고성능 버전의 PS4로 보면 된다. N0가 처음 만든 것, N1이 다음 세대 컴파운드, N2는 그다음, 이런 식이다. 보통 숫자가 올라가면 접지 성능이 향상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실생활이나 인증 부분의 타협을 위해 조율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일반적인 파일롯 스포츠 4는 아니다.

보통 이런 타이어는 포르쉐가 쓴다. 그리고 파일롯 스포츠 4가 아닌 파일롯 스포츠 컵 2처럼 달리는데 초점을 맞춘 타이어들에 적용될 때가 많다. 한마디로 AMG GT에 파일롯 스포츠 4가 장착된 것도 이상하고 그것도 N0 버전이 쓰인 것도 이상하다. 그런데 메르세데스-벤츠에서는 순정(OE) 타이어란다. 이 타이어가 와인딩 로드에서 AMG GT 63 S의 밸런스를 무너뜨리지는 않았지만 뭔가 아쉽긴 했다.

GT 63 S 4MATIC+와 주행을 하면 이런저런 생각이 안 든다. 그냥 운전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멋진 배기 사운드, 거침없는 가속과 토크감, 직설적인 스티어링 감각, 승차감을 지켜주면서 차체를 강하게 붙잡는 서스펜션 등등 각기 다른 요소들이 운전자를 즐겁게 만들어 주니까.

AMG는 과거 TV 광고에서 자동차에 괴물을 품고 달리는 것으로 자사를 표현했었다. 괴물은 우리가 다룰 수 없을 때 공포의 대상이다. 하지만 괴물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괴물의 난폭함을 맛보기만 할 수 있다면? 그때부터 재미를 느끼며 즐기게 된다.

AMG GT 63 S 4MATIC+가 그런 차다. 4명이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괴물을 품은 세단. 벤츠 특유의 안정적인 감각을 유지하면서 흉폭하고 거침없는 힘을 쏟아낸다. 단순히 앞으로만 빠를까? 이 차는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빠른 세단이었고, 아직도 1위 싸움 중이다. 파나메라가 기록을 경신했지만 정말 미미한 차이다. 그래서 AMG도 재도전을 준비 중이다.

단순히 빠르니까 불편할까? 트렁크 공간도 넓고 각종 편의 장비도 잘 갖췄다. ADAS 시스템도 모두 들어가 있다. 흔히 말하는 ‘타협’을 하지 않은 차다. 그만큼 비쌀 수밖에 없고, 그래서 만족스러웠다.

과거 AMG는 ‘그저 앞으로만 빠른 차’로 통했다. 큰 힘을 바탕으로 고급스럽고 여유롭게 달릴 수 있는데 의미를 뒀다. 반면 M은 진정한 스포츠 세단 또는 스포츠 쿠페가 되려 했다. 그랬던 AMG가 이제 대놓고 잘 달린다. 뉘르부르크링을 계속 공략하더니 가장 빠른 SUV(AMG GLC 63 S), 가장 빠른 세단(AMG GT 63 S 4도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AMG GT 쿠페는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을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더니 이제는 6분대 진입을 목표로 한다.

확실히 AMG는 성격이 달라졌다. 그런데 그 변화가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 여기에 벤츠(AMG) 마크를 붙는다. 한번 갖고 싶지 않은가?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