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렘보, 거울처럼 반짝이는 브레이크 디스크 개발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9.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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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동차에 있어 브레이크는 어쩌면 빨리 달리는 것 이상으로 중요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브레이크의 역할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동차를 멈춰 세우는 것.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의 역할이 더 추가된다. 바로 자동차의 자세를 잡고, 하중을 이동시키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발휘하며 또한 타이어 그립량을 컨트롤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치다. 모터사이클리스트들이라면 아마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이해할 것이다. 그래서 만약 자동차에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면 브레이크에 먼저 관심을 가지는 것이 현명한 튜닝의 순서라 이야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품이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브렘보의 새로운 브레이크 디스크를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자동차에 쓰이는 디스크 방식의 브레이크 시스템을 잘 들여다보면 표면이 무척 반짝거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스크 패드와의 마찰을 거듭하면서 디스크 표면이 마치 거울처럼 닳아있는데, 그렇다고 디스크 표면을 거울처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모가 일어나면서 긁힌 흔적이나 알 수 없는 상처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브렘보가 아예 거울처럼 반짝거리는 디스크를 내놓았다. 그린티브라 이름 붙여진 이 디스크는 마찰면에 경면 가공 처리가 되어 있는데, 브렘보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디스크가 브레이크 분진을 최소화한다고.

새롭게 개발된 디스크는 마찰면에 한 겹의 코팅이 되어 있으며, 이 코팅은 HVOF(초고속용사)로 처리되어 있다. 초고속용사(High Velocity Oxygen Fuel Spray)란 코팅 재료를 우선 가열하여 녹인 다음 고압 고속의 압축 공기를 분사해 코팅할 물체에 뿌리는 공정으로 이 과정을 거치면 물체의 표면에 균일하게 코팅 피막이 형성된다.

특히 고압, 고속으로 분사하기 때문에 표면에 코팅재가 충돌을 일으키며, 이 과정에서 물체 표면에 발생한 미세한 홈 깊숙한 곳까지 코팅재가 안착될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코팅재가 응고되어 순식간에 단단한 피막을 형성하게 된다. 이때 물체 표면의 미세한 홈들이 코팅재로 채워지면서 마치 거울과 같은 표면이 만들어지는데, 최종 결과물은 마치 경면가공처리한 금속처럼 거울과 같은 반사도를 지니게 된다.

그렇다면 브렘보는 거울처럼 반짝이는 디스크로 좀 더 멋스러운 브레이크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이 기술을 접목한 것일까? 여기에는 좀 더 복잡한 이유가 포함되어 있다.

우선 표면에 미세한 홈들이 코팅재로 모두 채워지면서, 불필요한 패드 마모가 줄어든다는 것이 브렘보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새 브레이크 디스크라 할지라도 표면에 미세한 홈이나 상처들이 남아 있는데, 이러한 홈과 상처에 패드가 마찰하면서 상당량의 분진들을 만들어 낸다.



쉽게 설명해 고운 사포와 같은 표면에 물체를 고속으로 마찰 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과정에서 미세한 분말들이 생성되며 이것이 휠에 달라붙는 검은 먼지의 주요 구성 성분이다.

따라서 HVOF 가공을 거쳐 표면에 미세한 홈들을 제거함으로써 보다 매끈한 마찰면을 가지게 되며, 결과적으로 분진 발생량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브렘보 측의 설명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반 디스크 대비, 미세하게나마 더 넓은 마찰 면적을 가지기 때문에 제동 성능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또한 균일한 마찰면으로 인해 불필요한 상처나 홈 발생량이 줄어들면서 그로 인한 부식도 기존 제품 대비 대폭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코팅재 자체가 디스크 표면 부식을 방지하는 내부식성을 지니고 있어 브레이크 디스크 부식에 따른 수명 단축 현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히 전기자동차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되는 이점으로, 전기차의 경우 브레이크 사용량 자체가 내연기관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오히려 부식 발생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표면을 세차게 연마해 부식된 부분을 긁어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부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브렘보가 출시한 새로운 표면의 디스크는 전기차의 이러한 문제들을 장기적으로 해소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디스크 표면에 브렘보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는 점인데, 이 로고는 브랜드를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일종의 신호기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코팅면 안쪽에 새겨져 있는 로고는 마찰에 의해 서서히 닳아 없어지게 되어 있으며, 따라서 표면에 브렘보 로고가 사라질 경우 디스크의 교체 시기가 다가왔다는 뜻이다. 마치 타이어의 마모 한계선처럼 말이다.

물론 몇 가지 예상되는 우려도 있다. 가령 코팅재가 패드와 마찰하면서 기존에는 없던 소음을 발생시키는 문제가 일어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브렘보는 자동차 제조사가 요구하는 브레이크 소음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작되었다 밝혔다.

이 브레이크 디스크는 결과적으로 좀 더 향상된 제동력과 더불어 내부식성으로 인한 수명의 연장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분진 발생량을 최소화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가장 반가운 부분은 브레이크 분진 발생량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매일같이 이용하는 자동차가 만들어 내는 배출물질 특히 미세 입자상 물질은 비단 배출가스에만 있지 않다. 타이어가 마모되면서 발생하는 PM도 존재하며 특히 우리의 관심 밖에 있지만 의외로 많은 양의 PM을 발생시키는 것이 바로 브레이크다. 석면 브레이크 패드가 현재 사용 금지 물질이 된 것도 바로 여기에 이유가 있다.

수많은 차에서 발생하는 브레이크 분진 중 휠에 달라붙는 것은 그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분진은 주행풍에 의해 공기로 비산 되며 따라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인체의 호흡기로 유입된다. 요즘처럼 SUV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는 이때, 우리가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차체가 크고 무거울수록 타이어와 브레이크에서 더 많은 분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작고 가벼운 차만 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브렘보도 이점에 주목해 보다 환경친화적인 브레이크를 제작하고자 위에서 소개한 새로운 코팅재가 포함된 브레이크 디스크를 개발한 것이다. 아직 어느 정도의 가격에 공급될지는 알 수 없으나, 도로 위에서 거울처럼 반짝이는 브레이크 디스크를 보게 된다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왠지 눈길을 한 번 더 주게 될 것 같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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