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브랜드 첫차로 상징성은 부족, 그러나 최고의 가성비!

현대차가 N 브랜드를 런칭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정의선 부회장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구축된 새로운 브랜드 중 하나다. 기존 현대차는 대중차 그룹 안에서 고급차 제네시스(BH)를 런칭했고, 후속 제네시스(DH)의 모델명을 브랜드로 사용하며 고급 브랜드로의 전환을 기획했다. 그리고 BMW 출신의 알버트비어만(Albert Biermann)을 고성능 차 개발담당 부사장 자리에 앉혔다.

‘N’의 첫 작품은 유럽에서 나왔다. 해치백 i30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i30 N. 하지만 국내 출시 계획은 없었고, 벨로스터의 고성능이 내수 및 북미 사양으로 준비된다는 소식이 돌았다. 그리고 2018년 2월, 메르세데스-AMG의 GLA 45 테스트를 위해 인제 스피디움을 찾았을 때 테스트 중인 벨로스터 N을 만났다. 사실상 출시 전 테스트 막바지였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현대차는 벨로스터 N을 공식 출시했다. 시작 가격은 2965만 원, 지금보다 약 50만 원 저렴한 가격인데, 해마다 가격을 높여가는 것이 국내 자동차 업계 흐름이라 이 정도의 인상 폭이 큰 편은 아니다. 다만 상징적 의미인 2천만 원대를 넘었다는 것이 아쉽긴 하다.

이후 벨로스터 N의 스티어링 휠을 잡게 된 것은 해를 넘겨 서다. 대규모 시험시설에서 벨로스터 N을 만났는데, 기존 현대차와 다른 셋업 방향이 이색적이었다. 특히 전륜구동 국산차에서 보기 힘든 런치 컨트롤, 변속 때 rpm을 보정해 주는 기능이 눈에 뛰뗬다. rpm을 보정해 주는 레브 매칭(Rev Matching) 기능은 수동 변속기에 적응해가는 운전자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기능을 쓰는 것보다 운전자가 직접 힐앤토 구사하는 것이 더 빠르다. 그러나 이런 일부 기술을 연습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모든 운전자가 힐앤토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 기능의 채용은 수동 변속기 조작 부담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컸다. 그리고 레브 매칭 기능을 수동 변속기에 처음 쓴 것은 닛산의 370Z였다.

고성능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20대 시절 베르나 WRC 카를 보며 언젠가는 현대차가 저런 양산차를 내놔 줄 것이라 꿈꿨다. 당시 랜서 에볼루션 같은 차, 베르나의 고성능 버전이 3천만 원대에 출시될 것이란 소문도 돌았다. 현대차 팬에게 이만한 희소식도 없었다.

기자는 아반떼, 티뷰론, 투스카니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잘 달려준다는 현대차를 탔다. 수입차가 흔치 않던 시절, 당시 최고 규모를 자랑하던 현대차가 최고 브랜드였고, 그 브랜드 안에서 잘 달리는 차를 타고 싶었다. 그러나 후속인 제네시스 쿠페는 타지 않았다. 이미 업계에 몸담은 지 오래된 터라 완성도 높다는 차들을 많이 접했고, 그렇게 축적된 체감 성능(?)을 제네시스 쿠페로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국산 고성능 모델 등장 소식이 들린다. 그것도 본격적인 브랜드 런칭을 시작으로. 그리고 현실에 등장한 벨로스터 N …

‘처음인데 이 정도면 잘했지’, ‘가격이 3천인데 된 거 아냐?’

일부 소비자들은 모든 것을 이해해 주고 있다. 정확히는 현시대 현대차 팬들과 벨로스터 N의 기구매 소비자들의 목소리다. 하지만 잘못된 것이 아니다. 모름지기 팬이란 부족함도 이해해 줄 수 있어야 하니까.

그러나 또 다른 입장에서 보자. 우리가 기대한 고성능 해치백. 그것도 고성능 브랜드를 대표하는 브랜드의 첫 작품이 뭔가 상징성을 갖길 바랐다. 그리고 열심히 달리며 기본기를 다진다는 뉘르부르크링에서 좋은 기록 하나 뽑아 주길 바랐다. 최고가 아니어도 상징적 수준의 기록 하나면 됐다.

르노 메간 R.S 트로피 R, 혼다 시빅 타입 R, 골프 GTI 클럽스포트 S

현재 전륜구동 부문에서 기록을 갖고 있는 대표 모델들이다. 이들을 능가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일부는 양산 성격을 살짝 넘은 특별한 모델이니까. 하지만 이들을 능가하지는 못해도 포텐셜을 보여주는 가시적 성능, 그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또한 그 성능은 마케팅 잘하는 현대에게 매우 큰 무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다리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현대차는 뉘르에 도전하지 않았을까? 수도 없이 달렸을 것이다. 그리고 좋은 기록이었다면 발표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전해진 것은 얼마 든 빨라질 수 있지만 재미난 것을 택했다는 것. 실망감이 스친다. 뉘르에서 기록을 갖고 있는 메간 RS나 시빅 타입 R는 재미없는 차인가?

물론 벨로스터 N은 장점도 많은 차다. 만약 현대차가 내놓은 벨로스터 스페셜 모델이었다면 감탄을 연발했겠지만 고성능 브랜드가 내놓은 첫차였기에 실망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굳이 다룰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N’에 대한 냉정한 몇몇 얘기들을 마니아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가뜩이나 수요층이 적은 수동 변속기 전용 모델인데, 그런 저런 이유로 공식 시승은 미뤄졌다.

그렇게 기억에서 잊히던 어느 날 자동 변속기(DCT)로 편의성을 올린 벨로스터 N DCT가 나왔다. 습식 듀얼 클러치 시스템의 개발이 이제야 끝나 얹히게 된 것. 2018년에 개발이 완료되어 벨로스터와 함께 데뷔해야 할 변속기가 뒤늦게 나온 것이다.

공식 시승기는 없었지만 벨로스터 N에 대한 궁금증은 없었다. 이미 단물 쓴 물 모두 맛본 터다. 그리고 각종 서킷의 수많은 기록들이 이 차의 포텐셜을 증명했다. 하지만 변속기는 궁금했다. 남들에게는 익숙한 습식 듀얼 클러치 시스템이지만 현대차에게는 처음이다. 그것도 과부하 조건이 많이 걸리는 차와의 매칭.

궁금했다. 그래서 만났다. 현대차 N의 첫 작품(내수시장 기준)과 DCT

우리도 안다. 벨로스터 N의 단점을 지적할 때마다 댓글이 늘어간다는 사실을… 더욱이 새로운 브랜드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쏟은 현대차 마케팅 부서나 소비자 입장에서 그리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현대차는 지적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개선한다. 기술력이 없어 차를 못 만들던 시절과 할 수 있는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벨로스터 N …

디자인은 익숙하다. 2년의 세월 덕이다. 또한 근처에 사는 현대차 연구원이 하늘색(퍼포먼스 블루) 벨로스터 N을 타고 있어 한층 익숙하다. 우리 팀이 만난 것도 퍼포먼스 블루 컬러다. N을 상징하는 하늘색을 바탕에 두고 레드와 블랙 컬러로 멋을 냈다. 후면부에는 루프 윙과 디퓨저, 대구경 머플러를 달았다. (한 독자분의 제보에 따르면 수동 변속기와 DCT 사이에 배기 사운드 차이가 난다고 한다.)

실내를 보자. 나름대로 고성능 이미지를 부각했다. 운전자 중심의 디자인을 기초로, N 전용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을 달았다. 패들도 달린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포함된 N 전용 메뉴도 이 차의 가치를 높인다.

계기판 상단의 시프트 인디케이터, 작지만 좋은 구성이다. 과거 BMW M3 정도, 또는 옵션으로 M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을 달아야만 볼 수 있던 기능이다.

스티어링 휠에는 2개의 하늘색 버튼이 있다. 왼쪽은 주행 모드 변경, 오른쪽은 바로 N 모드로 진입하게 돕는다. 이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N 커스텀 모드로 넘어간다.

시트는 버킷 타입이다. 허벅지와 허리 부분을 잘 잡아준다. 옵션형 시트인데. 가격이 비싸긴 해도 보기 좋다. N 로고에 빛도 들어오는데 젊은 소비자들이 반기겠다. 그러나 이 기능이 들어가면 통풍 기능이 빠진다. 또한 버킷 시트임에도 시트 포지션이 생각보다 높다.

뒷좌석은 생각보다 넓다. 물론 승용차의 것을 생각하면 안 된다. 루프라인 디자인에 의한 약간의 공간 손실도 있다. 그러나 이 차의 용도를 생각하면 매우 좋은 공간이다. 기자는 과거 티뷰론, 투스카니 등을 탔다. 뒷좌석 공간은 있지만(?)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벨로스터 N 수준이라면 충분 그 자체다. 시트 폴드를 통해 이것저것 구겨 넣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차의 소비자들이 바라는 요소일 것. 물론 해치백의 공통된 이점이긴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현대차 모델 치고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다소 작다. 또, 후방카메라 화질이 다소 떨어진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도 없다. 다른 것보다 실내가 저렴한 플라스틱으로 둘러싸인다. 조금 지나치다 싶은 수준이다. 영상(시승기)에서 이를 지적했는데, 고성능 차를 싸게 만들었으니, 이런 부분에 대한 불만이 없어야 한다는 의견이 달렸다. 다른 현대차 얘기 때는 성능 보다 인테리어 구성과 소재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는 경우도 많았던 것과 대조된다.

그래도 안전 장비 탑재에 많은 신경을 썼다. ADAS의 탑재 및 확장은 현대차가 잘하는 부분이다. 안전 장비의 대중화, 여기에 소비자들을 통한 피드백을 통해 자사 시스템을 발전시킬 수 있다. 아직까지 저렴한 옵션은 아니지만, 충분히 경쟁력 있는 요소다. 기능상으로는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 제동,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차로 중앙 유지, 사각 및 후측방 경고 기능이 탑재된다.

다만 일부 옵션 장착에 주의가 필요하다. 기본형 벨로스터 N의 가격은 3천만 원선이다. 여기에 DCT를 추구하면 441만 원이 오른다. 변속기에 퍼포먼스 패키지가 묶이는데, 여기에는 eLSD, 가변 배기, 19인치 피렐리 타이어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여기에 엔진 출력 강화라는 항목을 넣었다. 원래 벨로스터 N 기본 트림은 250마력, 퍼포먼스 패키지를 달아야 275마력이 된다. eLSD를 포함한 옵션 자체의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25마력 출력을 패키지에 묶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현대차가 제공하는 모든 옵션을 더하면 4500만 원이 된다. 물론 N 퍼포먼스 파트는 BMW의 M 퍼포먼스 파트 일부처럼 일부 기능성, 시각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를 제외한 풀옵션을 감안하면 3735만 원 정도가 된다.

반면 국산차는 옵션 조절이 된다. 우리 팀이 추천하는 벨로스터 N의 구성은 DCT + 스마트센스 II + 스마트센스 I + 모노블럭 브레이크 패키지 정도다. 가격은 3779만 원. 물론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지난 2014년 한국 땅을 밟은 7세대 폭스바겐 골프 GTI의 가격이 4310만 원이었다. 디젤 게이트 사태로 인해 개점휴업에 들어가기 전 지금의 벨로스터 N 보다 낮은 가격(약 3500만 원선)에 팔렸지만, 정상 가격에 일부 할인을 감안해도 벨로스터 N의 가격 경쟁력이 앞선다. 더욱이 골프는 옵션이 장착된 상태로 들어오기 때문에 소비자 취향에 따른 튜닝이 안됐다.

이제 벨로스터 N으로 달려보자.

당초 테스트에 서킷 주행까지 진행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서킷 부문을 담당하는 드라이버는 이미 서킷 데이터가 많고, 궁극의 랩타임은 벨로스터 N컵에서 나오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맞는 말이다. 아마추어 드라이버들이야 재미로 타도 그만이지만 프로 경력을 가진 드라이버에게 랩타임은 자존심 문제가 된다. 더욱이 지금 기온과 습도는 최악의 조건이다.

가속 페달을 밟아 속도를 높인다. 약간의 터보랙이 느껴지지만 일상용 세단이 아닌, 고성능 지향 모델이니 이해할 수 있다. 수치적 출력은 275마력, 토크는 36kgf·m다. 엔진 출력은 2.0리터 급 세단 대비 약간 높지만 토크는 다소 낮다. 하단은 일상용 승용차에 탑재되는 250마력 이상 2.0T 엔진들의 성능이다.

이처럼 볼보의 T5 엔진을 제외하고 나머지 엔진들의 토크가 더 높다. 8세대 골프 GTI도 출력은 낮지만 토크는 37.7 kgf·m로 벨로스터 N 보다 약간 높다. 부분 변경 때 토크를 약간 더 강화해 주면 좋겠다.

하지만 실주행에서 토크 부족이 큰 불만이 되지는 않았다. 토크 자체는 높지 않다. 하지만 고 rpm에서 토크 밴드 하락폭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 토크는 하락하겠지만 체감상 토크 밴드가 플랫하게 전개되는 느낌이라 고회전 영역에서 답답함이 크지 않았다. 펀치력은 부족해도 꾸준하게 밀고 나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NGS(N Grin Shift)라 불리는 오버부스트 기능이 있다. 체감상 와닿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버부스트를 통해 약간이나마 성능을 올려준다.

잠시 가속 성능을 보자. N 모드 설정, 그리고 런치 컨트롤을 사용한다. N 모드에서 런치 컨트롤 때의 rpm 설정도 가능한데, rpm이 너무 높다고 이상적 수치가 나오지는 않았다. 클러치가 연결되는 순간 살짝 멈칫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유다. 그보다는 2천 rpm에서 가속하는 것이 안정적이었다.

런치 컨트롤은 연속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한 번 이 기능을 쓰고 난 뒤 다시 쓰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이는 변속기 보호를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자동 변속기(DCT)에서 이런 시도를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변속기 내구를 개런티하기 어렵다면 이런 기능을 넣지 않았을 것이다.

테스트 결과 벨로스터 N은 6.44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그리고 NGS를 사용하면 6.33초로 단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언급했지만 NGS 사용에 따른 변화가 있긴 한데, 이를 체감하는 것은 어렵다. 가속 성능이 빼어난 편은 아니다. 그러나 벨로스터 N은 일반 휘발유로 구동된다. 최고 성능이 제한적이긴 하나, 일반유 사용은 많은 소비자들을 편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현대차의 셋업 방향상 고급 휘발유 사용에 따른 성능 변화 폭이 크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보다 소폭 줄어든 가속 시간을 기대해 볼 수는 있겠다.

무게는 1421kg으로 나왔다. 연료량이 90% 이상일 경우다. 무게 배분이 약 64:36 정도인데 해치백 특성상 뒤쪽이 가볍다. 4륜 구동 해치백들의 무게 배분이 60:40~62:38 정도, 전륜구동 디젤 해치백이 65:35 내외인 만큼 차기 모델에서 무게 배분율이 조금만 더 향상되면 좋겠다. 물론 지금의 것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코너에 진입한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빠른 회전, 벨로스터 N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인위적이라 느낄 정도로 빠르게 파고드는 특성인데, 이것이 현대차가 말하는 운전 재미다. 전륜구동 해치백 중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의 빠른 회전 감각을 보여주는데, 적어도 정식으로 국내에 들어온 해치백 중 가장 빠르게 코너로 파고드는 특성을 가진다.

그러나 주의할 부분도 있다. 빠른 프런트 축의 움직임, 다시 리어 축의 움직임도 빨라지며 미끄러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해치백들이 이 특성을 갖지만 시점이 많이 빠르다. 다른 전륜구동 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다뤘다 간 사고 나기 쉽다. 쉽게 말해 벨로스터 N의 코너링 특성은 양날의 검이다. 서킷 같은 환경에서는 언더스티어를 줄여 빠르게 코너를 감고 나가는 것이 좋다. 같은 이유로 리어 축의 얼라인먼트를 조절하거나 공기압을 높여 스티어 특성을 바꿔 서킷에 들어가는 운전자들도 있다. 제조사가 의도한 벨로스터 N의 셋업은 서킷 환경에서 빛을 발한다. 그러나 로드에서 주행할 때는 도로 폭의 제한이 있어, 리어 축의 움직임이 커질 때 주의가 필요하다. 쉽게 말해 이 특성을 알고 카운터 스티어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 처음 벨로스터 N에 앉아 다른 차를 타듯이 스티어링 휠을 감아버렸다간 벽과 키스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차에 충분히 적응한 이후 순차적으로 속도를 높여 주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코너를 돌아나가며 가속 페달을 밟는다. 여기서 벨로스터 N이 가진 코너링의 매력이 또 한 번 표출된다. 코너 탈출에서 만족감을 주는 전륜구동(FF) 모델은 많지 않다. 대부분 언더스티어가 나기 마련.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XDS라는 이름의 기술을 써왔다. 이 밖에도 다수의 브랜드들이 토크 벡터링 등을 써 언더스티어를 막아낸다. 그러나 양산차의 것은 다소 제한적인 성능을 갖는다. 언더 스티어의 크기를 100으로 가정하면 통상(임의적으로 환산할 때) 20~40% 내외의 성향을 줄여주는 편이다. 그러나 벨로스터 N의 e-LSD는 의외의 적극성을 보여준다. 존재감이 확실하다는 얘기다. 현대차 엔지니어들은 모험을 했다. 마니아적인 성향의 셋업을 가미시킨 것. 그리고 조절 범위를 운전자에 넘기는 N 커스텀 모드도 마련했다. 이렇게 벨로스터 N은 빠른 진입, 빠르고 적극적인 탈출이 가능한 코너링 머신이 됐다.

다만 타이어는 기대 대비 부족하다. 19인치 휠과 피렐리의 P ZERO가 쓰였는데, 한계에서 성격 변화가 빠른 타입이다. 그리고 종으로 힘을 받을 때 소폭 부족함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예를 들면 제동 상황. 고성능 차에서 타이어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를 위해 포르쉐 같은 브랜드들은 OE 타이어를 요구할 때 매우 까다로운 가이드를 제시한다. 이후 꾸준한 검수를 하는 것도 기본. 예전 벨로스터 N을 처음 탔을 때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4(PS4)가 끼워져 있었는데, 최종 단계의 그립을 떠나 PS4가 보여주는 신뢰감, 균형감이 더 좋았다.

과거 피렐리는 고성능 타이어의 대명사로 불렸다. 특히 페라리 같은 슈퍼카와 협업을 많이 하며 고성능 이미지를 쌓았다. 하지만 타사들이 발전하며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F1을 시작하고 고전한(?) 이후 나온 제품들은 뭔가 한 번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을 보여줬다. 타이어에 대한 신뢰도 역시 향상됐다. 그러나 벨로스터 N의 OE 타이어는 그런 신뢰감을 주는 편이 아니다. 현대차 연구원들도 초기 피렐리와 협업한 OE 타이어의 성능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꾸준한 검수를 해주면 좋겠다. 타이어가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벨로스터 N의 하드웨어가 탄탄히 받혀주다 보니 코너링 성능에 불만은 없었다.

서스펜션도 칭찬할 부분이다. 일반 도로에서는 분명 과하다. 승차감? 대놓고 나쁘다. 오히려 포르쉐 911의 승차감이 더 낫게 느껴진다. 사실 여부를 떠나 외부로 표출되는 911의 존재감이 승차감의 불만을 희석시키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벨로스터 N이 과한 설정인가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과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말장난 같지만 사실이다. 일반 도로에서는 과하다. 하지만 이 차가 가진 지향점으로 가려면 이 셋업이 맞다. 그래서 과하지만 인정해야 한다는 답을 하게 된다.

벨로스터 N에는 댐핑컨트롤 기능도 있다. 단단하냐, 더 단단하냐를 설정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승차감은 나쁘다. 그래! 분명히 나쁘다. 하지만 지향점을 위한 선택이고 우리 팀은 그것을 지지한다. 과거를 회상해 보자. 골다공증같이 허약한 차체를 가진 모델에 단단한 서스펜션을 넣어 억지스럽게 코너링 성능을 높이려 했다. 받아주지 못하는 차체에 무리한 요구를 하며 극악무도한 승차감을 참아가며 그것이 정답이라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벨로스터 N은 그보다 좋은 승차감을 갖췄다. 그리고 성능도 좋다. 차체도 이를 받아낸다.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벨로스터 N에 앉을 것 같다. 물론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난다면 BMW나 포르쉐로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다시 가속을 이어간다. 머플러가 내는 부밍음이 거슬린다. 좋지 않은, 과거 어설픈 튜닝이 범람하던 시절 부밍음만 큰 사운드 같다. 다소 과도하게 느껴지는 저음은 타인들에게 불편만 초래할 뿐이다. 음색을 만드는 부분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의 느낌이 크다. 물론 4기통의 한계 안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고, 그래서 인위적인 것들을 포장한다는 측면은 이해하지만 어차피 인위적인 것이라면 조금 더 세련된 음색을 가미해달라 요구하고 싶다. 그래도 이런 음색이 나지 않도록 끄는 기능이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코너에 따라 스피드미터 바늘이 오르내린다. 테스트 초기엔 변속기를 수동모드로 썼다. 하지만 후반엔 거의 모든 것을 벨로스터 N에게 맡겼다. 우리 최근 테스트한 모델 중 가장 만족스러운 변속 로직을 가진 두 대 중 하나다. 한 대는 신형 911(992)였고 나머지가 벨로스터 N 이었다. 물론 세련미에서는 차이가 난다. 하지만 한 회사는 자사 대표 모델을 위해 모든 역량을 투입할 수 있는 구조다. 개발비 차이도 현격하다. 반면 현대차 연구진들은 주어진 비용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런 결과물을 냈다는 사실이 놀랍다.

가속 때의 빠른 변속은 차체를 울게 만든다. 매 변속마다 ‘텅텅’거리는 듯한 변속. 일반 소비자들은 단순 재미로 해석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구에 대한 자신감 표출에 있다. 이런 변속은 자연스럽게 변속기 내부 부속에 스트레스를 준다. 자신이 없으면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아직 내구를 판단할 수는 없다. 소비자들은 현대차 연구소보다 더 가혹한 조건, 예상 밖의 조건에서 벨로스터 N을 운전할지 모른다. 그러나 시프트 업 때 보이는 이 쇼크는 적어도 일정 수준의 자심을 보여주는 대목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자동으로 기어를 내려주는 기능도 훌륭하다. 굳이 수동 제어를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팀은 ‘현대차가 프로급 드라이버를 엄청나게 괴롭힌 것 같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벨로스터 N의 각 상황에 맞는 이상적인 변속을 한다. 과거엔 일부 수입차들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성능 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그들보다 낫다. 하드웨어의 내구성은 미래가 말해줄 것이다. 다만 현재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것. 변속기 제어 프로그램을 설계한 연구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빠른 시프트 업이 도움이 될 때도 많지만 코너링 때 기어가 바뀌는 환경에서는 위험 요소가 될 때도 있다. 스티어링이 돌아간 상태에서 시프트 업에 이뤄질 때 빠르게 클러치가 연결되며 차체를 때리면 주행 밸런스가 깨진다. 때문에 스티어링이 일정 수준 돌아간 상황(코너링)에서는 변속을 조금 더 부드럽게 진행해 주는 기능이 추가되면 좋겠다. 이것마저 N 커스텀에 넣어주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다.

제동력을 보자. 벨로스터 N은 시속 100km에서 약 37.5m 거리를 소요한 뒤 멈췄다. 그리고 테스트 막바지엔 최대 39.5m까지 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브레이크도 조금 부족했지만 종 방향으로 힘을 받을 때 타이어도 힘겨워 했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기아 K3 GT는 최단 34.2m 수준의 최단거리 성능을 냈다. 최장 거리를 합산한 평균 제동거리도 34.64m를 기록했다. 벨로스터 N이 조금 더 무겁지만 둘의 차이가 현격하지는 않다. 물론 미쉐린의 PS4가 가진 위력 중 하나가 제동 성능이다. 여기서 경쟁력을 가져가는 것은 이해하나, 벨로스터 N은 그룹 내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 모델이다. 이에 제동력 개선을 위한 노력이 추가되면 좋겠다. 물론 퍼포먼스 파트에 제동 시스템이 있긴 한데, 기본 성능에 여유를 만들어 준다면 벨로스터 N의 소비자들이 더 반길 것이다. 좋은 성능 넣어줬다고 원망할 소비자는 없을 테니까.

이제 정리해보자. 벨로스터 N은 재미난 모델이다. 재미나게 잘 달린다. 주행 느낌에서 세련미가 크지는 않다. 시장에서 성숙된 선배들에 비해 조금 부족함이 느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처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좋은 성과를 냈다. 다만 이것이 브랜드 최초의 N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실망감이 커진다.

고성능 브랜드. 고성능 자동차는 수익성이 아닌 상징성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의 벨로스터 N을 보면 수익성을 상당 부분 고려한 흔적이 보인다. 실내를 감싼 플라스틱은 현대차그룹의 상품답지 않다. 특히나 현대차그룹은 이 영역의 최강자여서 아쉬움이 커진다. 영상 버전 시승기 업데이트 후 저렴한 소재 사용을 이해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가 보다 좋은 소재를 마다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두 번째, 상징성 부분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차량 자체가 무엇이건 그것은 중요치 않다. 물론 G70 N 같은 모델이 첫 고성능 차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것과 맞먹는 또는 준하는 성능으로 나와 한국 자동차 역사를 다시 써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해치백이라도 문제는 없다. 다만 한국을 대표하는 최대 규모의 자동차 제조사가 만든 고성능 브랜드, 그래서 조금 더 상징적 의미를 가진 차가 첫차로 나왔어야 한다.

현대차는 벨로스터 N의 경쟁차를 골프 GTI라고 얘기한다. 직접 관계자를 만나 몇 차례 물었을 때도 그랬다. 과거의 골프 GTI는 핫해치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위에 R 라인, 아우디의 S 등급 모델을 위해 겸손한(?) 자세를 취한다. 사실상 고성능으로 가는 입문 모델이 되었다는 얘기다. 심지어 아우디의 일반 모델에 쓰이는 45 TFSI 보다 낮은 성능의 엔진이 쓰인다.

고성능 브랜드의 첫차인데, 지목하는 경쟁차부터가 임팩트가 적다. 만약 지금의 벨로스터 N이 N 라인으로 출시됐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N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을 것이다. 이후 상징성을 갖춘 모델이 ‘N’으로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분명 얘기하지만 벨로스터 N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일정 수준 라인업이 구축된 이후 중간, 또는 엔트리급으로 나왔다면 좋았겠지만 첫차로의 상징성이 부족하다는 것일 뿐이다.

아울러 고성능 개발팀에서 조금 더 조용히 일을 진행해 주었으면 한다. 예전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G70 N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 달 후 매체들을 통해 G70 N이 준비되고 있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제조사의 의지에 따라 자동차가 나올 수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것저것 너무 많은 얘기를 내다보니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올해 초에는 포르쉐와 경쟁, 못할 것 없다는 의견도 냈다. 말로는 다 된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고성능 부문 사장의 입담이 아닌, 그의 손끝에서 완성된 결과물이다. 물론 매체와의 소통도 그의 역할이다. 그러나 많은 연구원들이 만든 결과물이 빛을 보기도 전에 김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벨로스터 N은 아직 완전히 숙성되지 않았다. 조금이나마 세련미의 부족이 느껴진다. 이를 양념으로 덮은 느낌이 짙다. 그러나 지금의 현대차 연구진들에게 어려운 숙제는 아니라고 본다. 단지 시간을 필요로 할 뿐이다. 아마도 그 숙성된 결과물은 페이스리프트 때 나올 것이다. 잘 다듬어진 벨로스터 N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때 섬마을 혼다 녀석 정도를 눌러주면 좋겠다.

i30 N, 그리고 벨로스터 N 출시 이후, 현대차는 글로벌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다. 또한 국내외 미디어 및 유튜브 컨텐트를 통해 그들이 만들고 싶은 방향으로 끌고 나갔다. 이미지 메이킹이다. 결과물을 내놓고 시장의 기다리기 보다 이길 싸움을 그려서 펼친다는 얘기다. 자금력 많은 회사가 벌인 마케팅 전략이니 문제 삼긴 어렵지만, 진짜 ‘N’의 상징적 모델이 나오기까지 참아보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그럼 지금의 벨로스터 N은 구매 가치가 없으냐고? 당연히 있다. 우리 팀은 벨로스터 N 테스트카의 경쟁력에 만점을 줬다. 부족한 측면도 있지만 가격 대비 가치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N 퍼포먼스 옵션까지 치장한 벨로스터 N의 가격은 4500만 원이다. 하지만 이건 사치다. 아마도 현대차 내부의 쇼카 정도가 이 가격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인 벨로스터 N의 구입가격은 이것저것 옵션을 붙이고 대략 3700만 원 내외가 된다. 이 차의 특성상 선루프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다. 버킷 시트 옵션이 좋긴 한데, 시트 높이가 낮지는 않아 순수 버킷 시트의 매력은 떨어진다. 멋스럽고 운전자를 잡아주는 능력은 좋지만 가격 대비 가치는 높지 않다. 순수 달리기가 목적이면 기본 사양에 DCT 옵션 만 달아도 된다. 이 때 퍼포먼스 옵션이 함께 따라오면서 일부 사양이 추가된다. 그러나 25마력이란 출력을 이 패키지에 묶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25마력 출력은 기본으로 제공하되 퍼포먼스 옵션 구성을 별도로 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또한 DCT를 선택하면 무조건 퍼포먼스 옵션이 붙는다. 개발이나 생산의 편의성 측면엔 도움이 되지만 소비자 선택권으로 볼 때 아쉬움이 되는 부분이다. 물론 벨로스터 N 구매자의 대부분은 이것을 택하겠지만.

마지막으로 벨로스터 N이라는 상품 데뷔에 감사하는 내용도 전한다. 실망감을 표한 부분도 있지만 벨로스터 N은 우리 자동차 문화를 바꾸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문화란 단시간에 바뀌지 않는다.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고 시장에 적정 수준의 자금이 투입되어야 활성화된다. 그런 측면에서 벨로스터 N 컵 등에 정성을 쏟는 현대차의 노력에 감사한다. 또한 더 많은 드라이버들이 서킷 이벤트에 참여해 주길 바란다.

예전 한국지엠 임원을 만나 이런 얘기를 했었다. ‘경주팀 만들어 돈 쏟아부어봐야 일반 소비자들에게 남는 건 없다. 국내 레이스의 최상급 클래스 차 껍데기(캐딜락)에 투자해 봐야 대중은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 자금을 모아 자사 팬들이 경기장에서 놀 수 있는 이벤트를 지속해 나가는 편이 낫다’고 말이다. 그렇게 형성된 팬덤은 대단한 힘을 갖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그런 얘기에 귀 기울일 브랜드가 아니었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TCR 경기가 활성화되면 좋겠다. 이제 나이 든 스톡카는 놓아줄 때가 되지 않았는가? 기존까지야 CJ 회장님의 사랑으로 연명했지만 이제 그럴 이유도 사라졌다. 진짜 재미난 경기는 뭘까? 국내차 시장 형편상 현대차 팬들이 가장 많다. 다음은 기아차 팬들이다. 하지만 각 수입차 브랜드 팬들도 적지 않은 수를 차지한다. 그리고 각 브랜드는 다양한 마케팅을 한다. 만약 한국형 TCR 대회가 열린다면? 참여 가능한 브랜드들은 다음과 같다.

현대, 기아, 폭스바겐, 혼다, 아우디, 푸조, 르노…

마케팅 여력이 없는 푸조나 혼다를 빼도 현대기아차, 폭스바겐, 르노 그룹 간의 싸움이 재미날 것이다. 자금력은 없어도 푸조나 혼다가 저렴한 값에 차와 부속만 제공해 준다면 그들의 차를 이용할 레이싱팀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F1조차 망해 나간 나라다. 지금 F1이 열린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타는 차, 그 브랜드를 응원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하나의 제조사가 주도권을 갖는 것이 아닌, 다수의 제조사들이 팬들과 만나는 장이 열리면 어떨까?

영상 버전 벨로스터 N 시승기가 업데이트된 이후 댓글 창이 시끌시끌했다. 우리가 차량의 성능에서 아쉬움을 표한 것은 다소 평범해 보이는 엔진과 OE 타이어 뿐이었다. 그리고 지적된 내용 대부분이 제조사를 향한 메시지였다. 첫 차로의 상징성 문제, 싼 티 나는 실내 소재 개선, 패키징, 고성능 부문 사장 얘기. 그런데 제조사를 향한 목소리에 심한 반감을 드러낸 사람들이 있었다. 팬심이다. 그래서 이해한다. 그런 팬들이 있기에 제조사는 힘을 낸다. 그러나 맹목적 팬심은 제조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다. 브랜드를 지지하면서 때로는 그들을 위해 질타도 할 수 있는 팬, 이들이 제조사의 미래에 도움을 주는 진정한 팬들이다.

벨로스터 N 팬들을 보니 옛 생각이 났다. 지금은 사라진 천리안, 하이텔 시절. 당시 텍스트로 이뤄진 게시판 안에서 기아와 대우차 팬들과 맞서 싸우던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모뎀 쓰느라 전화비도 많이 나왔었다. 특히 엘란 151마력 T8D 엔진을 얹은 슈마가 티뷰론(150마력)을 이길 것이라는 기아차 팬들의 기대에, 열정을 다해 티뷰론을 옹호하던 생각이 난다. (기아차 팬들의 기대와 달리 슈마는 138마력 사양으로 나왔다.) 정신적으로는 기아차의 엔지니어링을 지지했지만, 실상은 현대차 오너이자 열성 팬이었다. 그땐 나도 그랬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