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통 명품 휠 만드는 BBS, 또다시 파산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7.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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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초고가 컴플리케이션 워치 브랜드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롤렉스의 존재감은 굳건하다. 비단 시계뿐만 아니라 자동차 휠에도 이런 경향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HRE나 포지아토, 렉사니 같은 초호화(초고가) 휠 브랜드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탄생 이후부터 지금까지 롤렉스와 같은 입지를 지켜온 브랜드가 있다.

바로 BBS다. 무려 50년이나 오리지널 파츠(OE)와 애프터마켓 휠 시장에서 롤렉스처럼 변함없는 가치와 신뢰를 구축해 온 BBS는 모터스포츠를 통한 기술 발전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처럼 포뮬러 1을 비롯해 공급하지 않는 모터스포츠 시리즈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의 경량 휠 제작에 탁월한 기술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회사다.

그래서 이런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인정받아, 포르쉐를 비롯해 벤틀리 등 수많은 완성차 제조사들이 자신들의 자동차에 쓰이는 오리지널 휠을 BBS에 의뢰, 생산해왔다.

이런 능력과 역사에도 불구하고 21세기는 BBS에게 너무나 가혹한 시대였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승승장구할 거라 생각했지만, 2007년 이들은 첫 번째 파산을 맞이했고, 벨기에 회사로 인수되었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수많은 제조사들이 BBS의 파트너였으며 그런 이유로 괜찮은 기업에 인수되는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또 한 번의 파산을 겪으며, 이번에는 한국 회사로 팔려갔다. 우리에게는 무척 익숙한 기업인 나이스 그룹으로 이 회사는 사실 자동차 부품 제조와는 무관한 회사였다. 왜냐하면 금융 서비스와 신용 정보 평가가 주력 사업인 회사였기 때문이다.

물론 지주사의 주력 사업과는 무관하게 BBS가 펼친 시장의 볼륨과 파트너사만 있어도 수익은 남길 수 있으며, 회사는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또 한 번의 파산을 맞이해야만 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BBS가 다시 파산한 직접적인 원인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있다고 분석했다. BBS의 주력 사업은 OE(Original Equipment) 사업 부문인데,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파로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 및 판매량이 급감함에 따라 OE 납품 실적이 저조해지면서 결국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파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원인으로는 이들의 사업 구조가 다각화되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BBS의 주요 사업분야는 크게 세 가지로, 첫 번째는 위에서 이야기한 OE 휠 생산 및 공급, 두 번째는 애프터마켓 휠 제작 판매이며 마지막이 모터스포츠 휠 개발 및 판매다. 물론 창업 초기에는 플라스틱 외장 파츠를 생산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오직 휠 하나에만 집중하고 있다.

BBS는 포뮬러 1을 비롯해 다양한 모터스포츠 지원 활동을 통해 20세기 말까지 상당히 많은 양의 애프터마켓 휠을 판매해왔고, 덕분에 브랜드 명성과 더불어 기업 수익성에도 긍정적이였으나, 문제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모터스포츠 전반의 침체와 함께 몇 차례의 경제 위기로 인한 애프터마켓 휠 교체 수요의 급감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물론 OE 휠 공급에 비해 애프터마켓 휠 판매 비중은 현저히 작은 것이 사실이나, 그나마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었던 시장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언젠가부터 새로운 휠이 출시되지 못했고, 저가 휠 브랜드의 등장과 더불어 초고가 휠 시장으로의 진입에 도전하지 못하면서 BBS 애프터마켓 휠 판매량은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악영향을 끼치면서 결국 세 번째 파산을 맞이하고 말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BBS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 전했다. 우선 이번 파산은 독일 법인의 파산에 한정되어 있으며 원인은 위에 서술한 것과 같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따른 수요 감소와 생산 중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해외 다른 법인들은 언제든 영업을 재개 할 수 있으며, 상황만 개선된다면 곧바로 정상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현재도 BBS는 OE 휠을 다양한 브랜드에 공급하고 있는바, 현시점의 실적 악화 환경만 개선된다면 그들의 이야기처럼 영업을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BBS 만큼의 신뢰성을 갖춘 브랜드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도 BBS의 정상화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단적인 예로 나스카(NASCAR) 전용 휠 공급 계약을 이미 마친 바, 적어도 미국 시장에서 BBS의 활동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의 상황이 BBS에게 드리워진 재정난을 극복시켜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부진한 애프터마켓 휠 시장의 볼륨을 키우는 것이 이들에게 주어진 숙제라 할 수 있다. 그간 멈춰 있던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특히 BBS만의 기술적 우위를 드러내는 휠을 개발하며 널리 홍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새로운 자동차 패러다임의 변화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기술의 연구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몇 가지 분야의 난제들만 해결된다면 BBS는 얼마든지 영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난 50년간 쌓아온 브랜드의 명성과 가치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 브랜드에 긴급자금을 수혈할 회사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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