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향상된 완성도, XM3 보다 좋다

르노삼성 QM3. 국내에서도 귀여운 디자인과 매력적인 연비로 인기를 끌었던 소형 SUV다.

해외에서는 르노 캡처라는 이름으로 팔렸는데, 생각보다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유럽에서 소형 SUV 판매 1위였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서 150만 대 이상 판매되었다.

르노 캡처가 승승장구하고 있었던 시기에 경쟁사들도 칼을 갈았다. 캡처보다 넓은 공간, 다양한 편의 장비를 내세운 신차들을 출시하며 시장을 치열하게 만들었다. 르노도 가만있지 않았다. 2세대 캡처를 내놨다. 르노삼성도 QM3 대신 캡처라는 이름으로 들여왔다.

캡처는 국내에서 QM3의 뒤를 잇는 신차다. 르노 그룹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도 한다. 르노의 퓨처 투 드라이브 2017-2022(Future to Drive 2017-2022) 전략의 핵심이라는 것.

퓨처 투 드라이브 2017-2022는 크게 3가지 전략으로 구성된다. "전동화", "커넥티드", "자율 주행"이다. 이를 위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새로운 멀티미디어 시스템, 레벨 2 ADAS 시스템 등의 탑재를 감안해 개발됐다.

물론 우리 팀이 만난 디젤 모델은 이런 전략과 무관하다. 여기에 가솔린 모델 대비 일부 사양이 빠진 경제성(?) 추구한 모델이다.

디자인이 QM3와 비슷한 듯 보여도 꽤 많이 달라졌다. 헤드램프를 ‘ㄷ’자 라이트로 멋을 냈고 각진 형태로 꾸몄다. 범퍼 양 측면에 멋스러운 공기흡입구 디자인도 넣었다. 엔진 후드에는 주름을 넣어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했다. LED 헤드램프는 모든 트림 기본 사양이다.

측면부도 기존과 흡사하지만 C-필러와 루프라인이 끊어지는 효과를 넣었다. 후륜 드럼 브레이크를 디스크 방식으로 바꾼 것도 달라진 점이다.

가장 많이 바뀐 것은 후면부다. ‘ㄷ자 형태로 리어램프를 새롭게 배치했고, 이에 따라 테일게이트 모습이 달라졌다. 범퍼에는 금속 장식을 더했으며, 어중간하게 튀어나왔던 머플러도 범퍼 한쪽에 노출된 형태로 디자인했다.

QM3는 르노 B 플랫폼을 썼다. 캡처는 CMF-B 플랫폼을 사용해 개발됐다. 기존 대비 차체 길이 105mm, 폭도 20mm 넓어졌다. 차체 강성도 향상되고 공기저항계수도 낮아졌다.

외관 보다 실내가 더 변했다. QM3에서의 저렴한 느낌도 크게 줄였다. 기아 셀토스는 사진으로 봤을 때 화려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실내였는데, 실제 손끝에서 느끼는 감각적 요소가 아쉬웠다. 저렴한 소재를 의미한 것. 반면 캡처는 눈으로 봤을 때 특별할 것 없어 보여도 촉감에서 만족스러움이 컸다. 이전에 수입된 르노 클리오 때도 그랬다.

다른 것보다 프랑스 차에서의 이해할 수 없던 조작 측면의 것들을 일반적인 것으로 바꿨다. QM3 때는 운전석은 오른쪽, 조수석은 왼쪽 안쪽의 레버를 돌려 시트백 각도를 조절해 매우 불편했다. 다이얼 문제가 아니라 센터 콘솔 때문에 손이 잘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이것의 위치가 도어 패널 쪽으로 바뀜과 동시에 레버 방식도 변경됐다. 운전석에는 전동 조작 기능도 넣었다. 프랑스식 사치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 배치도 평범 해졌다. 버튼 위 이상한 암호 같던 문양도 쉽게 이해하게 만들었다. 또한 패들도 있다.

디스플레이 방식 계기판은 아날로그 계기판과 동일한 수준의 정보를 보여준다. 특별한 테마로 바뀌지도 않고, 다수의 정보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계기판이 디스플레이로 변경된다는 것은 그 화면을 다양한 컨텐츠로 채운다는 것을 뜻이기에 아쉬움이 크다.

센터페시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성도 좋다. XM3의 것은 가끔 버벅거렸는데, 캡처는 문제없었다. 이외에 노트북까지 수납 가능한 대용량 글로브 박스, 무선 충전 기능 등 편의 장비에도 신경을 썼다. 공조장치 다이얼 조작감은 동급에서 가장 좋은 수준.

차체 길이가 10cm 이상 늘면서 뒷좌석 공간도 넉넉해졌다. 소형차에서 이 정도면 충분한 수준이다. 소형 급이지만 뒷좌석을 16cm 가량 슬라이딩 시킬 수 있다는 점도 좋다. USB 포트, 송풍구 등도 이 등급에서 만족할 구성이다. 트렁크 공간은 딱 소형 SUV 수준이다. 해치백과 유사한 정도로 보면 된다.

윈도 조작도 신경 썼다. 전 좌석이 풀 오토다. 르노삼성도 이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XM3에도 있었다. 그러나 상급 QM6에는 일부 트림에만 이 기능이 제공된다. 작지만 소형 차임에도 신경 쓴 흔적을 보여주는 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디젤 버전은 가솔린 대비 편의 및 안전장비가 부족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10.25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전자식 변속기, 9.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보스 사운드, 자동 주차,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빠진다. 가솔린 모델에 있는 일부 수납함도 없다.

그래도 디젤 모델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존재한다. 장거리 이동이 주된 이유가 된다. 기존 QM3와 달리 이번엔 출력도 90마력에서 116마력까지 꽤 올렸다. 새롭게 인증받은 공인 복합연비도 17.3km/L에서 17.7km/L로 높아졌다.

4기통 1.5리터 디젤엔진이 움직인다. 소형차에 디젤 엔진까지 얹었으니 정숙한 환경은 아니다. 그래도 진동은 꽤 잘 잡았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본 결과 45.5dBA로 기존 QM3의 46.0dBA 대비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노면 소음과 풍절음은 기존 대비 나아졌다. 80km/h의 속도로 주행 중인 상황에서 측정된 정숙성이 기존 62.0dBA에서 60.5dBA로 낮아진 것. 체감상으로도 일반 준중형급 가솔린 세단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스티어링 휠 조작감이 소형급으로는 고급스럽다. 클리오를 접했을 때 느낌과 유사하다. 무게감 자체는 클리오보다 가벼웠지만 부드럽게 직관적인 느낌을 줘서 좋았다.

그러나 페달 조작감이 아쉽다. 가속 페달은 문제없지만 브레이크 페달 감각이 아쉬움을 키운다. 페달을 밟았다가 발을 뗄 때 발생하는 소리, 좌우로 느껴지는 유격 등, 감속 때마다 아쉬움이 커진다. 이 부분은 XM3와 다르지 않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다. 클리핑을 하거나 클러치가 체결되는 과정이 다른 제조사보다 보수적이다. 일부 브랜드들은 듀얼 클러치의 내구성을 희생해서라도 최대한 클리핑 시간을 길게 가져가려 한다. 반면 르노 쪽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바로 클리핑이 이뤄지지 않고 클러치 미트를 다소 급하게 진행한다. 정체구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 부드럽게 슬금슬금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멈춰 있다가 툭 튀어나가 듯 반응하다는 얘기다. 얕은 경사로에서는 살짝 뒤로 밀렸다가 앞으로 가기도 한다. 흔한 표현으로 울컥거림이 발생한다는 것. 직결성이 가져오는 장점도 있지만 승차감 부분에서는 손해를 보고 있다. 다행(?)인 것은 기아 셀토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그래서인지 이번 캡처에 오토홀드 기능을 달았다. 한번 멈추면 브레이크 페달을 계속 밟고 있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울컥거림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변속 레버 조작감은 개선할 필요가 있겠다. P에서 D로 옮기거나 D에서 R로 옮길 때 너무 힘 없이 움직인다. 걸리는 느낌을 만드는 장치가 고장 난 느낌이랄까? 또 하나의 문제는 현재 기어가 어디에 자리하는지 보여주는 조명(인디케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승차감은 QM3 대비 소폭 약간 더 단단하다. 하지만 단순히 단단한 스프링만 넣은 것 같은 느낌은 아니다. 차체 강성이 높아진 덕에 단단한 느낌은 들어도 불쾌한 여진이 없다. 차량에 대한 경험이 많은 소비자라면 명확하고 깔끔한 승차감이라고 표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QM3의 이미지 때문일까?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생각보다 잘 달린다고 느끼게 된다. 속도계 바늘이 상승하는 시간도 QM3 때와 다르다. 고속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놓았다가 재속을 해도 답답하지 않을 정도다.

엔진 회전 질감도 달라졌다. QM3는 4000rpm 부근부터 엔진이 터질 듯 듣기 좋지 않은 음색을 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것이 없다.

캡처 디젤이 얼마나 잘 달리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10.75초. QM3가 12.78초를 기록했으니 2초가량 줄었다.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필요한 도달 거리도 218m 이상에서 177m 내외로 줄었다. 일상생활에서 답답함 없는 주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고 있으면 150km/h 부근까지 무난하게 속도를 올린다. 160km/h 영역도 크게 어렵지는 않은데, 권장할 내용은 아니다. 그래도 기존 QM3 대비 확실히 여유로운 모습이다.

유럽차답게(?) 고속 주행 안정성도 좋다. QM3는 바람을 뚫고 나가는 듯 뭔가 힘겨운 기색도 보였는데, 캡처는 고속 영역에서도 부담 없는 가속을 이어간다. 소형 그룹으로는 제법이다. 줄어든 공기저항계수도 도움이 되었을 것.

와인딩 로드에서 캡처의 달리기 성능을 확인해본다. 패들을 사용해 변속기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역시 핸들링 성능이 돋보인다. 코너에 진입할 때 프랑스 차 특유의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빠른 반응을 보여주며, 좌우 코너를 지나도 차체가 뒤뚱거리지 않고 일체감을 느끼게 해준다. 클리오와 상당히 유사한 주행 감각이다. 클리오에서 지상고만 높인 정도랄까? QM3와 비교하면 큰 발전이다.

XM3와 비교한다면 XM3는 보다 컴포트하다. 또한 캡처는 스포티한 지향점을 가리킨다. 팀 리더인 김기태 PD가 ‘발랄한 주행 감각’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캡처에게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변속기는 평균적인 반응 속도를 보인다. 듀얼 클러치 특성답게 직결감이 좋다. 기어비도 무난한 만큼 패들을 통해 수동 조작하는 재미도 좋다.

다만 타이어가 아쉽다. QM3는 205mm 너비를 썼는데, 캡처는 215mm 크기로 너비가 커졌다. 제품은 넥센 N’Priz AH5다. N’Fera 라인업의 완성도는 높아졌다. 그러나 N’Priz 시리즈가 캡처의 주행성능을 받아 내기는 힘들다.

이는 제동성능에도 영향을 준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걸린 거리는 41.73m 내외.최단 거리 기준이다. 급제동을 할 때 타이어가 속절없이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인다.

타이어의 문제도 있지만 누적 적산 거리 3000km를 넘은 차가 브레이크 길들이기조차 되어있지 않은 것도 문제긴 했다. 최근 자주 보는 것이지만 요즘 자동차 기자들은 브레이크를 안 쓰는 모양이다.

제동 감각 자체는 좋다. 초반에 살짝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후부터는 선형적으로 제동력이 발휘된다. 급제동을 걸어도 일부 소형차처럼 불안한 움직임도 없다.

연비도 좋은데, 요즘같이 연비 인증에 까다로운 상황에서 전보다 더 높은 연비를 인증받았다. 타이어도 더 넓은 것을 쓰면서 말이다. 고속도로 주행이 많다면 캡처의 만족감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연비 20km/L 정도는 기본이고 지형에 따라 25km/L도 곧잘 넘나든다. 그뿐일까? 연료게이지는 잘 줄어들지 않으면서 2만 원 정도만 주유해도 연료 탱크의 절반 정도가 찬다. 누군가는 ‘혜자’라 말할 것이다.

캡처는 과거 QM3의 부족한 점을 잘 보완한 소형 SUV다. 이상한 프랑스식 인터페이스를 개선하며, 실내외 디자인도 업그레이드했다. 각종 편의 장비의 보강도 좋다. 주행 감각은 해치백 클리오를 연상시킬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졌다. 최대 강점인 연비 경쟁력도 그대로 유지했다.

확실히 르노는 작은 차를 잘 만든다. 저렴하게 많이 만드는 것도 잘 한다는 의미에 포함되지만 그보다 자동차의 완성도 자체가 좋다. 미국 브랜드는 대형 SUV를 잘 만든다. 그들의 노하우 덕분이다. 르노는 작은 차, 경쾌한 차를 만드는데 실력자다. 고성능? 물론 그것도 잘한다. F1까지 하는 제조사가 아니던가?

그러나 가격만 보면 경쟁력이 썩 높지 않다. 수입차 신분에서 나오는 한계다. 가솔린이나 디젤 모두 2500만 원대부터 2800만 원대 가격을 갖는다. 경쟁 모델은 둘째 치고 XM3와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 시장 잠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여기서 나온다.

이에 우리 팀은 편안한 주행 감각과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를 우선시한다면 XM3를, 클리오같이 유럽 차만의 주행 감각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캡처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두 모델의 성향 차이는 의외로 꽤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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