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 마틴의 첫 번째 모터사이클, 테스트 중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6.26 16:5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세라티와 재규어 그리고 애스턴 마틴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모두 모터스포츠에 열성적이었던 브랜드였으며, 지금도 훌륭한 스포츠카 또는 스포츠 세단을 만들고 있다는 것과 함께 설립된지 100년을 넘었거나 혹은 100년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공통점은 바로, 한 세기를 거치면서 실로 다양한 기업들에게 인수 또는 합병되면서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마세라티, 재규어, 애스턴 마틴은 이제 기업이라기 보다는 브랜드로서 존재한다고 봐도 좋다. 기업은 사라져도 브랜드는 영원히 살아남는다는 진리를 이 세 개 회사가 현재까지 입증해보이고 있다.

이 중 애스턴 마틴은 최근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오랫동안 방황을 거듭해오면서도 역사와 명맥 그리고 지위를 이어오던 이 브랜드는 2020년 1월, 랄프로렌과 타미 힐피거 등 다양한 의류브랜드의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캐나다의 빌리어네어, 로렌스 스트롤에게 인수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가 구성한 컨소시움의 투자가 있었고, 그가 최대 주주가 되었다.)

거대 투자자의 등장으로 포드조차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애스턴 마틴에게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쉽게도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인해 현재까지 이렇다할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 청사진에는 애스턴 마틴 최초의 SUV, DBX와 함께 언제쯤 제대로 된 모델이 다시 나올지 알 수 없는 라곤다의 부활도 포함되어 있지만, 어쩌면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에서 브랜드의 활력을 되찾게 될 가능성이 엿보였다.

다름 아닌 모터사이클이다.

애스턴 마틴은 창업 이래 100년동안 단 한번도 모터사이클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회사다. 그래서 혹자는 바스러져가는 로터스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잠시 공개했던 컨셉트 모터사이클과 같은 맥락의 보여주기 식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애스턴 마틴은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한 개의 영상을 업로드했는데, 거기에는 새로운 스포츠카나 새로운 레이스카 혹은 포뮬러1 소식이 아닌, 레이스 트랙에서 테스트 중인 모터사이클이 담겨 있다. 그저 컴퓨터 그래픽 몇 장이 아닌, 제대로 된 프로토타입 모터사이클이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현재 많은 모터사이클리스트들이 관심을 표하고 있다.

물론 그 속에는 우려도 함께 담겨있다. 단 한번도 모터사이클을 만들어 보지 못한 회사가 까다로운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을 만족시킬만한 물건을 단번에 내놓을 것이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브랜드의 역사성과 헤리티지가 자동차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모터사이클에서 애스턴 마틴은 적당히 관심을 끌어 브랜드에 대한 화제만 만든 후 사라질 존재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브랜드가 있다. 애스턴 마틴과 함께 병기되어 있는 브로프 슈페리어(Brough Superior)라는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어쩌면 모터사이클 라이더들 사이에서도 무척 생소한 브랜드라 여겨질 수 있는데, 이 브랜드를 수식하는 한 문장을 듣고 나면 무척 관심을 가질만한 브랜드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모터사이클의 롤스로이스'

바로 이 문장이 이 브랜드에게 부여됐던 수식어였다. 1919년에 탄생한 이 브랜드가 사라진 것은 1940년의 일로, 그 사이 이 브랜드에서 만들어진 모터사이클은 고작 3048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브랜드가 모터사이클의 롤스로이스가 불리게 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창업주의 고집스러운 철학 때문이다. 창업주인 조지 브로프는 거의 강박에 가까울 정도의 완벽주의를 추구했던 사람으로 그는 조립할 부품을 펼쳐두고 조립했다 분해한 다음 도색하고 재조립하는 방식을 고집했으며, 심지어 조립 후 테스트 라이딩까지 직접 진행한 다음에야 비로소 고객에게 모터사이클을 건내어 줄 정도였다.

그만큼 까다로운 과정을 통해 생산한 덕분인지, 아라비안 로렌스의 실제 인물이자 군인이고 작가였으며 고고학자이기도 했던 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는 브로프 슈페리어를 무려 여덟대나 가지고 있었다.

브로프 슈페리어는 당대 가장 빠르고 정교했으며 튼튼한 모터사이클로 정평이 나 있었으며, 심지어 무척 비싼 모터사이클로도 잘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모터사이클의 롤스로이스라 불리웠는데 2차 세계 대전 당시 공교롭게도 멀린 엔진 제작을 위한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했던 롤스로이스에게 인수되면서 명맥이 끊어졌다.

그러다 2013년 경, 이 이름이 다시 부활했으며 2016년부터 과거 브러프 슈페리어가 생산했던 SS100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받은 모델이 다시금 등장했다.

그리고 2020년 현재, 애스턴 마틴은 부활한 브로프 슈페리어와 함께 모터사이클 세계로의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그들이 테스트 중인 프로토타입 모터사이클은 거의 최종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며, 소문에 따르면 180마력 터보차져 엔진이 장착되었다고 한다. 또한 더블 위시본과 흡사한 프론트 서스펜션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확히 이 모터사이클이 언제쯤 등장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약 120,00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무척 비쌀 것이라는 것과 더불어 AMB001이라는 모델명으로 한정 생산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애스턴 마틴이 모터사이클의 세계에 뛰어드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존재한다. 게다가 1억원을 뛰어 넘는 엄청난 가격표를 달고 있는, 경험없는 그들의 첫 번째 모터사이클을 사줄 고객들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제대로 된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거듭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단기 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전략적 사치품 생산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 모터사이클이 제대로 된 가치를 발휘할 것인지 알길이 없다. 전세계 단 100명만이 가치를 경험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