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엑스타 PS71 & 브리지스톤 포텐자 RE004 & 한국 벤투스 V12 Evo2

4계절이 뚜렷한 한국 시장, 당연히 4계절 타이어가 잘 팔린다. 그러나 다양한 컨셉의 자동차 증가에 따라 스포티한 성능을 내는 타이어에 대한 관심을 갖는 층도 늘었다.

성능을 중시하는 타이어는 스포츠 타이어가 아니라 퍼포먼스 타이어로 분류되는데, 과거엔 울트라 하이 퍼포먼스라고 불리던 UHP 타이어가 고성능 타이어를 의미했다.

당시만 해도 16~17인치 휠이 고성능 차에 장착되던 터라 이 규격의 타이어를 UHP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덕분에 4계절 타이어와 겨울용 타이어도 이 범주에 들어가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4계절 타이어 등을 UHP 타이어라 생각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 피렐리 피제로, 브리지스톤 S007A, 한국타이어 S1 에보 3, 금호 PS91등은 사실 맥스 퍼포먼스 타이어로 분류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 타이어는 고성능 자동차에 주로 쓰인다. 그러나 개당 수십만 원에 달하는 가격, 빠른 마모 때문에 부담이 크다. 어떤 타이어는 19인치 미만 규격이 없다.

그래서 각 타이어 제조사들은 대중성을 지향하면서 운전 재미를 추구할 수 있고, 이따금 서킷 같은 환경까지 아우를 수 있는 여름용 타이어들을 내놓는다.



오늘 우리 팀이 테스트하는 모델들인데, 입문형(엔트리) 스포트 타이어로 분류된다. 이들은 개당(본당) 10만 원대 가격으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비교 대상은 한국타이어 벤투스 V12 에보 2, 금호 엑스타 PS71로,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엔트리 스포츠 타이어들이다.

특징으로 보면 V12 evo2가 V자 형태의 패턴을, PS71이 4계절 타이어와 유사한 모양새다. 포텐자 RE004는 패턴 디자인이 공격적인데, RE003 때부터 유사한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비교를 해보자.

트레드 홈 깊이

먼저 트레드 홈 깊이를 봤다. 것이 내구성이나 성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부 소비자들은 트레드웨어 수치로 마모도를 판단하는데, 각 제조사마다 기준이 달라 직접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홈으로만 보면 우위를 가리기 어렵다. 중앙 부분은 PS71이 좋은데, 마모 한계선을 기준 삼아 보면 RE004 유리해진다.

타이어 무게

이번에는 무게를 보자. 휠을 뺀 순수한 타이어 무게다. 타이어 무게가 가벼워지면 서스펜션 아래(스프링 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가장 가벼운 것은 V12 evo2였다. 재미난 것은 너비가 넓은 후륜이 전륜 보다 가벼웠다는 점이다. 타사들은 모두 너비가 넓은 리어 타이어가 무거웠다. 무게 부분에서는 RE004가 가장 열세였다. 특히 V12 evo2 대비 2kg 가량 무게가 더 나갔다.

기본 구성을 확인했으니 본격 테스트에 들어가 보자. 공기압은 자동차 제조사 권장 공기압으로 맞췄다. 테스트카는 캐딜락 ATS 2.0(프리미엄)이며 전륜 32, 후륜 36PSI 압력에 맞춰진다.

정숙성

첫 시험은 정숙성이다. 타이어가 노면과 마찰해 만들어내는 소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그 결과 엑스타 PS71이 가장 조용했다. 특히 최하위를 기록한 RE004 대비 큰 격차를 보였다. V12 evo2는 중간 정도 성능을 냈다. 장거리 주행이 많은 소비자라면 PS71에서 만족감을 표할 것이다. 또한 승차감 측면에서도 미미하게 PS71이 나은 모습을 보였다.

젖은 노면 성능

여름용 타이어, 장마철을 포함한 탓에 빗길 주행 성능이 중요하다. 같은 이유로 모든 스포츠(여름용) 타이어는 빗길(WET) 주행 성능을 높이려 노력한다.

최근 우리 팀이 테스트한 다른 타이어의 결과로 볼 때 한국 타이어가 이 부분에서 좋은 성적을 내왔다. 하지만 V12 evo2는 개발 시기 문제 때문인지 가장 부족한 성능을 냈다. 특히 1위를 기록한 RE004 대비 제동거리 차이가 많이 났다. PS71은 중간 정도 성능을 보였다.

제동 시간을 보자. 거리에 일정 부분 비례하는 만큼 격차가 보인다. 0.5초라는 차이가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테스트 때 체감 차이는 마치 1~2초 만큼이나 크게 느껴진다.

(※ 이 항목은 참고용일뿐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마른 노면 성능

이제 마른 노면 제동력을 보자.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사실 마른 노면 성능이다.

이번에도 아드레날린 RE004가 가장 짧은 평균 제동거리를 기록했다. 이후 V12 evo2와 PS71이 약 15cm 내외의 격차를 보이며 2~3위를 달렸다.

슬라럼 테스트 / 핸들링 1

다음은 슬라럼 테스트다. 우리 팀은 속도를 점진적으로 높여가며 테스트를 진행했다.

더 낮은 속도 영역에서 시험을 시작했는데, 70km/h 미만 성능에 의미가 없어 기준을 70km/h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 테스트를 진행해 나갔다. 그 결과 75km/h 내외까지 버텨낸 것은 RE004뿐이었다. 하지만 최상급 스포츠 타이어들의 기준이 되는 80km/h의 벽을 허물지는 못했다.

여기서는 핸들링 평가도 겸하게 되는데, 테스트에 나선 외부 패널과 우리 팀 기자들의 짧은 의견을 보자.

RE004 : 가장 빠른 속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만들었다. 스티어링 입력 반응은 보통, 하중이 걸리면서 안정적인 그립을 만들어 낸다.

V12 evo2 :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반응이 빠르다. 다루기 쉬운데, 가끔 예상보다 낮은 한계점에서 미끄러질 때가 있다.

PS71 : 스포츠 타이어라기 보다 4계절 타이어 같다. 마제스티9이 더 나은 성능을 낼지 모른다.

긴급 회피 / 핸들링 2

고속도로 주행 시 장애물을 만나거나 앞차가 급제동을 했을 때 피하기 위해 쓰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 팀은 시속 80, 90, 100km/h 영역에서 테스트했고, 결과는 100km/h를 기준으로 작성했다.

슬라럼을 통해서 핸들링 평가를 한다. 그리고 이 테스트에서는 보다 극단적인 환경에서의 핸들링 성능을 본다.

V12 evo2 : 급조작 때 때 차체의 반응이 빠르다. 하지만 접지력이 균일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고, 그립을 잃은 후 회복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리는 모습이었다.

PS71 : 접지 성능이 눈에 띄게 낮다. 낮은 한계 덕분에 접지력의 변화를 읽기 쉽다. 한계가 낮은 만큼 접지력을 잃은 후 회복할 때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RE004 : 급조작 때 초기 반응성이 V12 evo2보다 소폭 느리다. 하지만 전반적인 한계 성능이 높고 차량의 거동을 안정적으로 만든다. 접지력을 잃었다가 회복되는 시간도 가장 빠르다.

30m 원선회 / 횡가속도

순간적인 한계 상황도 확인했으니 꾸준하게 유지되는 접지 성능을 보자.

아드레날린 RE004, 벤투스 V12 에보2, 엑스타 PS71 순으로 성적이 나왔다. 시험 결과만 보면 미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경험해 보면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서킷 테스트 1 / 태백

이제 무대를 서킷으로 옮긴다. 사실 본격 서킷용 타이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볍게 성능을 즐길 때, 또한 200마력대 안팎의 차를 재미있게 운영할 때 좋은 타이어들이기에 이 테스트에 대한 의미가 커진다.

테스트는 태백을 시작으로 인제 서킷에서 각각 진행했다.

태백 서킷을 달린 결과 RE004, V12evo2, PS71 순으로 성적이 나왔다. 앞서 나온 테스트 결과로 볼 때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다.

금호 PS71은 이 환경을 만나자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한국 V12 EVO2는 근소한 차이로 RE004의 랩타임에 따라붙었다.

하단 표는 베스트 랩을 작성한 이후의 기록 차이다.

(금호 PS71의 것은 말하지 말자.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최고 기록 달성 이후 V12 evo2가 급격하게 성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RE004는 베스트랩 이후에도 0.3~0.4초 내외의 성능을 이어갔다. 지속성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 것.

서킷 테스트 / 인제스피디움 1차

이번에는 인제스피디움으로 자리를 옮겼다. 테스트 드라이버도 바꿨다. 테스트 순서는 금호, 한국, 브리지스톤 순이다.

인제에서는 V12 evo2가 앞섰다. 테스트 당시 날이 더웠다. 뒤쪽으로 순서가 밀릴수록 불리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가혹한 서킷 환경이 만든 변수도 생긴다. 하지만 때로는 운도 실력이다.



다만 한가지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태백에서도 그랬지만 베스트랩 달성 이후 2.5초가량 느린 기록을 냈던 것. 기록 편차가 너무 컸다. 터보차저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의 특성상,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1초 미만 또는 내외의 격차는 예상할 수 있지만 2.5초는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테스트 이후 사무실로 돌아와 분석을 하다 재시험을 결정했다.

1주일 뒤 재 테스트가 이뤄졌다. 기온이 지난주 보다 안정적이다. 금호 PS71은 이 테스트에서 빠졌다. 누가 해도 꼴찌다.

서킷 테스트 / 인제스피디움 2차

2차 테스트 결과에서도 V12 evo2가 앞섰다. 사실 RE004에게 약간의 불리함이 있긴 했다. 최고 기록 작성 당시 트래픽이 있었던 것. 무전으로 서킷 상황을 드라이버에게 알려주기에 테스트 때 트래픽이 발생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RE004가 기록을 낼 때 전방 차를 추월하는 일이 발생했다.

결론적으로 V12 evo2가 인제에서 좋은 기록을 냈다. 3LAP 이후 성능 저하가 커지기 시작했지만 충분히 만족할 성능이었다. 다만 한 가지 특징이 나왔다. V12 evo2는 온도가 높아질 때 성능 저하폭이 크다. 우리 팀은 과거에도 V12 evo2의 성능을 테스트한 바 있는데, 당시 겨울이었다. 그때는 랩당 편차가 적었다. 하지만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성능이 대폭 저하되는 문제가 나타났다.

인제에서는 RE004가 뒤처졌지만 꾸준하게 성능을 이어간다는 점, 또한 온도에 민감하지 않다는 특징이 나왔다.

결론적으로 서킷 테스트에서는 태백에서 RE004, 인제에서 V12 evo2가 앞서는 것으로 정리됐다.

서킷 주행 후 타이어 마모

동일한 서킷을 주행한 이후 타이어의 마모 상태를 봤다. 그 결과 PS71과 V12 evo2 모두 중앙 패턴이 갈리는(마모되는) 현상이 나왔다. 힘을 받을 때 사선으로 마모되는 문제다. (영상이나 사진으로는 표현이 잘 안되는데, 정상 패턴에서 30% 이상이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물론 컨티넨탈 제품보다는 나았다. 우리 팀은 내부 데이터를 쌓기 위해 몇몇 타이어를 경험해 보는데, 컨티넨탈 MC6는 강한 제동 몇 번 만에 중앙부 트레드가 날아간 바 있다. 여담이나 AMG GLE 63에 들어간 스포츠 컨텍 5P도 강한 제동 한 번에 중앙부 트레드가 사라져 주행을 지속하지 못했다. 컨티넨탈 제품들의 공통 이슈다.

반면 RE004는 마모가 거의 없었다. 패턴 손상이 적었던 만큼 수차례 서킷 주행을 이어가도 문제없는 내구성을 보였다.

최종 결과

한국 V12 evo2 : 다양한 테스트 결과 PS71과 RE004 중간 정도의 성능을 보였다. 다만 한국타이어가 잘하던 젖은 노면 제동력에 대한 숙제가 남았음이 드러났다. 또한 서킷에서 사용할 때는 가급적 낮은 온도에서 주행하는 쪽이 추천된다. 다만 1~2LAP 안에서 베스트랩을 달성하는 타임트라이얼 같은 목적이면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겠다.



금호 PS71 : 스포트 타이어라기 보다 성능이 조금 좋은 4계절 타이어다. 특히 측면으로 버텨주는 능력, 횡그립이 아쉽다. 소비자들의 평가도 그리 좋지 않다. 그 때문인지 원메이크용 PS71S라는 모델을 별도 운영 중이다. 이 타이어는 단 하나의 규격으로만 나온다.

타이어 성능을 읽기 좋다. 한계가 낮아 서다. 가격이 진짜 저렴하다면 모르지만 추천하기는 어렵겠다. 금호는 잘 팔리는 4계절 타이어는 잘 만든다. 하지만 자사의 기술을 뽐낼 수 있는 타이어에 대한 개발도 필요하다. 트랙용 타이어인 V720 후속인 V730도, 플래그십 제품인 PS91 후속 PS92도 나오지 않았다. PS71도 업그레이드가 아닌 새 제품이 내놓는 게 맞겠다.

브리지스톤 RE004 : 대부분의 영역에서 앞섰다. 특히 젖은 노면 제동력이 압권이었다. 서킷에서의 지속성도 장점이며 대기 및 노면 온도에 민감하지 않다. 가혹한 조건에서 마모율이 높지 않았다는 것도 장점이 될 것이다. 일정 수준의 하중이 걸리면서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그립, 이를 잘 활용하면 생각보다 빠른 주행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행 소음이 다소 컸다. 차기 모델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테스트는 여기 까지다. 다음 테스트는 ‘SUV용 국산 4계절 타이어 비교’다. 이 밖에도 하반기께 가장 핫한 미쉐린 PS4S, 피렐리 P-ZERO, 브리지스톤 S007A, 컨티넨탈 SC6를 비롯한 몇몇 프리미엄 스포트 타이어에 대한 비교를 진행할 것이다. 아직까지 타이어에 대한 비교가 낯선 것이 우리 시장의 현실이다. 장착했더니 그냥 좋더라 식의 컨텐트가 즐비하다. 하지만 감성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 자동차 영역이다. 우리 팀은 다양한 국내외 타이어 제조사들에게 조언을 받으며 시험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나가고 있다. 이것이 국내 타이어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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