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네시스 GV80 디젤, 구입 시기 잠시 미루세요!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20.06.0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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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된 차 구입이 현명한 소비의 선택, 제조사 차원에서 불안감 줄여야

현대차그룹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GV80이 이상 진동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유튜브를 활용해 자사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포장하고 있다. 수많은 마케팅 비용 또한 여기에 투입된다. 유튜브 안에서는 사실상 메르세데스-벤츠, BMW를 뛰어넘어 럭셔리 브랜드 차들과 경쟁한다. 하지만 유튜브 덕분에 곤란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제네시스 G80 디젤의 진동 문제도 일부 유튜브 컨텐트를 통해 알려졌는데, 최근 종편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면서 한층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문제는 떨림의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는 데 있다. 자동차에서 특정 문제가 나오면 소속 연구원들이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발현 조건을 찾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원인을 못 찾으면 당연히 문제 해결도 못한다.

이처럼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원인을 찾아내는 것인데, 아쉽게도 현대차는 떨림 문제에 대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나 걸릴지 예상도 어렵다.

특히나 이 문제가 차량 구입 때부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을 달린 상태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 단순한 초기 품질로 해석하기에 제한이 따른다는 얘기다. GV80 디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도 여기에 있다. 엔진의 시동 꺼짐 등 가시적으로 큰 문제들에 대한 해결은 쉽다. 엔진 자체에 결함이 없다면, 엔진을 바꾸는 등의 조치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음이나 진동의 문제를 소비자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제조사의 정비 협력사나 사업소에서도 소음 진동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지 못한다.

최근 현대차는 다양한 상품 개발을 위해 노력 중이다.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 내연기관 파워트레인 개발은 물론 대중 브랜드와 고급 브랜드, 상용차까지 운영한다. 같은 연구소에서 기아차의 승용 및 상용차까지 개발하다 보니 사실상 주어진 예산을 최대한 쥐어짜야 하는 현실에 놓인다.

이에 최근에는 각 상품의 개발 비용을 낮추는 한편, 자동차의 원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더하고 있다. 내부 관계자들도 공공연하게 인정하는 부분이다. R&D(연구개발)에 사용할 예산은 정해져 있다. 그 예산 안에서 모든 것을 해야 하기에 개별 모델의 연구 개발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 제조사에게 원가절감은 필수 항목 중 하나다. 자동차 제조사는 이윤을 만드는 집단이지 자선사업체가 아니다. 그러나 자사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이미지를 살리려면 그에 걸맞은 관리가 필수다. 충분한 검증에 검증을 더해 상품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제네시스 신차들을 만날 때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조립 품질이 엉망이다. 누군가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계 3사도 유사하다고 말한다. 제네시스가 그들의 동등한 입장에 있다면 그 역시 맞는 말이 된다. 그러나 한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 어디에서도 제네시스와 독일계 3사의 가치가 같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없다. 후발주자는 가진 게 없기에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

지금 현대차가 보여줘야 할 것은 품질에 대한 약속이다. 또한 먼저 차를 구입한 소비자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해 줘야 한다.

소비자들도 차량 구입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나는 아니겠지?’라는 믿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현재 문제가 된 차들은 진동 문제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문제 차들의 진동을 100%라고 가정하자. 당신이 구입한 같은 모델에서 약 10~20%의 진동이 검출되고 있다. 이것을 문제로 입증할 수 있는 소비자가 있을까?

문제는 해결된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해결되기 전까지 지켜보는 것이 낫다. 물론 신차를 빨리 받기 위해 베팅을 할 수도 있다. 수 천만 원 상당의 도박이 가능하다면 당신은 부자다. 그렇다면 다른 차를 타라. 더 비싸고 좋은 차들은 얼마든지 많으니까.

한편으로 안심되는 것들도 있다. 직분사 엔진 때 보여준 정의선 부회장의 의지다. 다시금 필요한 것도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살리기 위한 경영진의 의지다.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것이던, 소비자를 위한 것이던, 결론적으로 소비자들은 그 의지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과 동시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워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편, 제네시스는 6월 5일 오후 GV80 디젤에 대한 출고 중지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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