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에서 구매 가능한 리얼 "험비(Humvee : 미군 전술 차량)"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6.04 13: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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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여하는 오스카상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그전에 대체 팔기나 하는 걸까? 그런데 놀랍게도 오스카상 조차도 수요가 있다면 거래하는 사람이 있다고 할 정도다. 이쯤 되면 대체 살 수 없는 물건이란 게 있긴 한 건지 찾아보고 싶은 호기심마저 발동한다.

그래서 찾아봤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이베이에서 말이다.

그리고 아주 놀라운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아마 밀리터리에 심취해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이라도 입찰하고 싶어 견딜 수 없어질지도 모른다.

바로 험비다.

흔히 우리가 허머라고 이해하고 있는 험비(Humvee)는 엄밀히 말해 민수용인 허머(Hummer)와는 완전히 다른 차다. 험비는 정식 제식 번호가 부여된 엄연한 미군용 전술 차량이며, 따라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손에 넣을 수 없는 차이기도 하다.

어찌 된 노릇인지 이 차가 이베이에 올라왔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먼저 이 차를 경매에 부친 이는 첫 번째 문장부터 이 차는 민수용 허머 H1이 아니라 군용 험비라고 못을 박아두고 있다. 험비는 AM 제너럴에서 생산한 군용 차량으로 2차 대전, 윌리로 크게 재미를 본 미 육군은 더 강력한 기동성에 더 막강한 방어력과 돌파력을 갖추고 범용성까지 높은 소형(?) 전술차량의 필요성을 느끼고 일찍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당연히 몇 개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입찰했는데, 그중 최종적으로 선발된 것이 바로 미군하면 떠오르는 아이코닉한 험비다. 험비가 처음 군에 납품된 것은 무려 1984년의 일로 그때부터 지금까지 험비의 역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험비의 정식 표기법은 HMMWV로 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 (고기동성 다목적 차량)를 줄여서 표기한 것이다.

이걸 부르기 쉽게 험비라고 지칭했고, 오늘날에는 HMMWV보다는 Humvee라고 표기되기도 한다.

그럼 경매에 올라온 이 차량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 차량은 2002년에 만들어진 차량으로 출품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특수부대를 지원하기 위한 차량이었다고 한다.

파워 트레인의 경우 8기통 6.5L 디젤 엔진으로 터보차저가 장착되어 있는데, 엄청난 배기량과 실린더 개수에 비해 출력은 190마력 정도로 독일산 3L 디젤 세단 수준의 출력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요즘 독일산 3L 디젤 엔진의 출력은 200마력대 후반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이 차는 빠르게 달릴 목적으로 만든 차가 아니라 험로를 돌파하고 초기 가속력을 키워 기동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므로, 다른 수치를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440 lb.ft. 잘 와닿지 않을 것 같아 한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도량형으로 변환을 해보니, 약 60kg.f.m가 나온다. 이 정도면 모하비보다 토크가 다소 높은 수준이다.

더 엄청난 토크가 나올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이 다소 의외다.

판매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차는 4단 자동 기어가 달려 있으며, 시속 130km/h까지는 가볍게 돌파한다고 했다. 무게는 약 3톤이 넘어가기 때문에 아무리 디젤 엔진이라도 연비는 크게 기대할 수 없겠다.

이건 아무런 추가 장비를 장착하지 않은 험비의 경우이고, 올라온 차량의 경우 방탄판이 달린 회전형 기관총 터렛과 함께, 거대한 사이즈의 캥거루 범퍼까지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무게는 훨씬 더 나갈 것이다.



실제 기관총을 거치하고 경계 및 엄호 사격이 가능한 이 터렛의 방탄판을 판매자는 한 세트나 더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완벽한 방탄이 가능한 윈드 쉴드 역시 여분의 1세트를 더 가지고 있다고..

더 놀라운 것은 이 차에는 스모크 런처(Smoke Launcher) 그러니까 연막탄 발사기까지 갖추고 있다. 실제 연막탄이 들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아직 발사기에 봉인이 제거되지 않은 것으로 봐서 실제 연막탄이 들어있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실내는 네 명의 성인이 완전 군장 차림으로도 서로 어깨를 부딪히지 않을 정도의 넓은 공간과 함께 완벽한 독립성을 보장하는 캡틴 시트가 갖춰져 있는데, 물론 시트는 애석하게도 무척이나 얇은 쿠션으로만 만들어져 있지만 속에는 케블라로 된 방탄 쿠션이 함께 들어가 있다고 한다.

또한 픽업 영역에는 실제 사막 작전에서 사용했던 군용 캐리어와 더불어 여분의 연료를 싣고 다닐 수 있는 제리캔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판매자는 이 차를 처음 입수한 후 곧바로 벗겨진 사막색 도장을 새로 입혔으며, 보다 완벽한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차체를 정식 부품으로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서스펜션 역시 오프로드 전용 댐퍼로 교체했다고.



16.5인치 휠의 경우 6개의 휠 너트와 24개의 텐덤 너트가 장착되어 있으며, 여기에 37인치 타이어가 들어간다. 만약 새로운 타이어로 교체한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요즘 오프로드 타이어 중에서 37인치 급 타이어가 많이 나와 있다. 다만 타이어 1개당 1.5톤의 하중을 견디는 헤비 듀티 타이어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차량은 판매자가 운행의 편의(?)를 위해 몇 가지 장치를 더 했는데, 일단 JVC 스피커 시스템과 함께 심지어 후방카메라도 설치했다고 한다. 따라서 당연히 내부에는 모니터가 추가되어 있다. 또한 스테레오 시스템도 별도로 삽입했으며, 슈퍼사이즈 컵도 너끈히 들어갈만한 컵 홀더 역시 장착했다고 한다.

또한 전술 배낭과 가방 그리고 다양한 무기(?)를 결속할 수 있는 스트랩까지 함께 설치해서 언제든 편하게 기관총과 무반동총을 싣고 다닐 수 있다고. (물론 기관총과 무반동총은 함께 제공되지 않는다.)

여기에 야간 시인성 확보를 위한 LED 램프까지 별도로 장착했다.

추가로 판매자는 군용 험비 리스토어 전문가로, 원한다면 어떤 색상이든 맞춰서 칠해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의 사막색도 괜찮지만, 단속을 어느 정도 피해 가려면 평범한 컬러로 다시 칠할 것을 권한다.

이런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2002년식 험비의 입찰가격은 현재 52,5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6,500만 원 수준인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차가 고작 900마일 밖에 타지 않았다는 것이다. 1,480km밖에 타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운행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다만 아쉽게도 미국에만 배송을 해준다고 하므로, 한국에서 낙찰을 받아 이 차를 구입한다고 해도 어떻게 들여와야 좋을지 난감하기는 하다.

실제 군용 작전 차량을 판매한다는 것이 농담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 미국에서는 꽤 자주 거래되는 품목이다. 그래서 험비만을 전문적으로 수리하거나 커스터마이징하는 업체도 있으며, 원한다면 50 캘리버 기관총을 비롯해 몇 가지 중화기를 별도로 구매해 완벽한 작전 차량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군용 차량이 이베이에서 거래된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 한국에도 군에서 사용한 물품들이 이따금 민간에 불하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작전 차량이 경매로 매각되는 건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도 이런 경우가 꽤 흔하다. 심지어 전술 장갑차는 물론이고 탱크도 민간인들에게 판매될 정도이니 말이다. 그곳에서는 포탑까지 갖춘 장갑차와 탱크를 택시로 이용할 정도니, 세상에는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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