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메트리로 트랙 드라이빙을 더욱 즐겁게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5.22 18:39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레이스카에는 기본적인 주행과 관련된 장비 이외에도 적게는 100개 미만, 많게는 200개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서와 이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통신 장비가 탑재된다. 이것을 텔레메트리라 부른다. 텔레메트리에 포함된 정보는 실로 다양하다.

엔진의 출력과 회전량에서부터 각종 압력과 더불어 타이어 압력, 심지어 부품을 지나가는 공기의 온도에 이르기까지 레이스카를 둘러싸고 변화하는 거의 모든 정보를 읽어들이며, 이를 레이스 트랙에 있는 데이터 엔지니어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다음 레이스 전략에 반영한다.

오늘날 레이스카가 수십 년 전 레이스카와 비교할 수없이 빨라진 것도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데이터 처리 능력의 발전 덕분이다. 21세기의 레이스는 그야말로 데이터와의 싸움이며 컴퓨터 분석이 없이는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 없다. 물론 이는 레이스라는 특수한 환경에 기인한 것으로 일반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정보는 사실상 불필요하다.

대신 텔레메트리에 포함되어 있는 트랙 주행에 관한 데이터 정도만 수집할 수 있다면 적어도 트랙 스포츠 드라이빙에서 이전보다 좀 더 향상된 랩 타임을 기록할 수는 있을 것이다.

허나 이런 장비를 추가로 장착하는 것은 소중한 고가의 스포츠카의 일부를 개조해야 하는 반갑지 않은 과정을 동반해야 하며, 제대로 작동하는지 평가하는 것도 일반인으로서는 무척 힘든 일이므로, 지금까지는 사실상 이런 데이터 수집 없이 그야말로 스톱워치와 자신의 감각만으로 트랙을 달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기술은 발전했다. 이제 스포츠카로 트랙을 달릴 때에도 프로 레이싱 드라이버들이 참고하는 텔레메트리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메르세데스-AMG 트랙 페이스 빌트인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은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를 통해 현재 내가 달리고 있는 트랙의 정보를 시작으로, 특정 코너에서 드라이버가 얼마만큼의 가속을 했으며, 브레이킹은 언제 시작했는지 그리고 스티어링 휠은 어느 정도나 조작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유명한 트랙, 예를 들면 뉘르부르크링이나 스파 프랑코샹과 같이 이미 제조사들이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트랙의 경우 보다 정확히 텔레메트리 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비교적 덜 알려진 트랙이라도 운전자가 직접 트랙 정보를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 크나큰 장점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로 뭘 할 수 있느냐고? 데이터 로그를 볼 줄 모른다면 사실 이와 같은 정보가 주어진다고 해도 크게 쓸모가 없을지 모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데이터 속에 자신의 주행 패턴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드라이빙 패턴을 조금씩 수정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최적의 랩 타임을 기록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조차 귀찮다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메르세데스-AMG 트랙 페이스 빌트인 시스템은 혁신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마치 그란투리스모나 포르자 게임에서 보는 것처럼 헤드 업 디스플레이에 최적의 레코드 라인을 그려주는데, 트랙 주행의 가이드라인과 같은 이 정보만으로도 랩 타임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며, 당연히 트랙 드라이빙은 더 즐거워질 것임에 틀림없다.

레이스하면 절대로 빠질 없는 브랜드, 포르쉐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포르쉐 역시 이와 유사한 기능의 옵션을 제공하는데, 포르쉐 트랙 프리시젼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그것이다. 기능은 메르세데스-AMG 트랙 페이스 빌트인 시스템과 거의 같다. 트랙을 달릴 때 드라이버의 운전 스타일을 데이터로 전환하는데, 여기에는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의 조작량, 스티어링 휠의 각도, 심지어 운전자가 기록한 레이스 라인까지 함께 표기된다.

트랙 주행이 끝난 후 드라이버는 이 정보를 자신의 스마트폰으로도 확인할 수 있으며, 만약 애플 워치와 연동할 경우 트랙을 달리는 동안 심박수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체크할 수 있다. 포뮬러 1 드라이버가 레이스 트랙을 달릴 때 심박수가 마라토너의 심박수와 거의 유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같은 트랙에서 자신의 기록을 넘어섰다면 애플 위치에서 진동이 울리며 새로운 랩 레코드를 달성했음을 알려줄 것이다.

포르쉐 트랙 프리시젼 애플리케이션에는 전 세계 약 300개 트랙에 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데, 포르쉐는 거의 전 세계 모든 트랙을 달려본 경험이 있는 브랜드이므로 향후 트랙에 관한 데이터는 계속 추가될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즐겨 달리는 트랙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해도 실망하기는 이르다.

트랙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을 경우 스마트폰의 GPS 기능을 이용해 새로운 트랙의 맵과 자신의 레코드 라인을 직접 수집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근사하지 않은가? 인제 스피디움에 대한 정보가 없어 트랙 맵을 측정하기 위한 테스트 랩을 달리고 오겠노라는 제법 폼 나는 멘트를 동료들에게 남길 수 있으니 말이다.

이 경우 원한다면 자신의 랩 타임을 비롯해 주행 비디오와 스티어링 스로틀, 브레이크의 사용에 대한 텔레메트리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스스로 분석하면서 자신의 트랙 퍼포먼스를 체크해볼 수 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애플의 앱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며, 애플 카플레이나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내 포르쉐가 너무 낡아서 이용할 수 없을 거라 미리 실망하지 마시길. 포르쉐는 예전부터 올드 911에게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하는 조그마한 터치스크린을 달아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따라서 993에서도 충분히 카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 시스템은 오직 포르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대상 차종은 911과 함께 718 그리고 GT 모델이며,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버전 4.0과 함께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가 적용된 차량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