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성능은 별로…승차감은 동급 최고!

제네시스. 현대차 브랜드의 고급 브랜드다. 지난 2008년, 그들이 내놓은 첫 차의 이름이 제네시스였다. 2세대 제네시스도 모델명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모델명 제네시스(GENESIS)가 브랜드명이 되면서 중형 세단 제네시스에게 G80, 에쿠스 후속은 EQ900이란 모델명이 부여된다. 제네시스의 시작점. 그것이 G80(제네시스 BH) 이었다. 그리고 그 역사적 모델이 3세대에 이르고 있다.

회상해 보자. 제네시스 BH, 웃음부터 나온다. 현대차 그룹의 노력이 들어갔지만 부족한 기술 안에서 무엇을 얼마나 짜 넣었겠는가? 냉정히 말하면 한국형 고급차였다. 차체는 허술했다. 뭔가 텅 빈 느낌?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등과 경쟁한다지만 공간 외 내세울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미국 매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 당시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가 어려움에 처해있던 시기다. 자연스레 그들의 자본에 의존하던 미국 미디어 시장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현대차 그룹이 구세주로 등장한다. 지금도 현대차 미국 법인은 매체들을 꽉 쥐고 있다. 여담이나 미국에서 G80이나 GV80이 올해의 차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건 현대차그룹의 능력이다.

제네시스 2세대(DH)가 나왔다. 부실하던 골다공증 차체가 좋아진다. 그러나 견고함이 아닌 딱딱한 느낌이다. 유연성 보다 돌덩이 같은(?) 그래서인지 무게도 무거웠다. 부족한 강성을 채웠지만 대신 무게가 발목을 잡았다. 차의 움직임이 둔했고 실 주행 연비도 좋지 못했다. 그래도 1세대에 비하면 많은 발전을 이뤘다.

이제 3세대다. 디자인은 G90과 닮았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중앙을 장식한 대형 크레스트 그릴, 다만 형상이 멋진 편은 아니다. 그러나 멀리서 봐도 제네시스임을 알게 해준다. 존재감이 분명하다는 것.

두 줄로 구성된 헤드 램프도 제네시스 모델들의 공통적 개성이다. 공기흡입구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도록 메쉬 타입으로 처리했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내부에서 최적화된 온도 제어를 돕는 액티브 셔터 그릴은 없다.

측면 라인은 독특하다. 아우디 A7처럼 패스트백 느낌도 난다. 뒤로 갈수록 밑으로 깔리는 캐릭터 라인도 특징이다. 사이드 가니시도 헤드램프처럼 2줄로 완성해 통일성을 갖게 했다. 휠은 조금 밋밋하다. 중앙부 문양이 화려한 느낌을 줬지만 스포크 면적이 넓어 심심하다. 테스트 카에는 20인치 휠과 피렐리 올 시즌 타이어가 사용됐다.

후면은 먼저 나온 GV80을 연상시킨다. 2줄 램프, 그릴 형상을 닮은 머플러도 개성 있다. 직선을 테마로 한 느낌이지만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적당히 넣어 세련미를 높였다.

4륜 구동 모델을 알리는 ‘AWD’로고를 넣었는데, AWD 인지, 4WD 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세단에 4WD를 쓸 일이 없으니 당연히 AWD겠지만 디자인이 애매하다. 예전 제네시스는 자사 4륜 구동 시스템 HTRAC의 우수성을 알리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아우디 콰트로(quattro)처럼 이를 브랜드화 시키지 못하고 그냥 AWD로 바꿔버렸다. 현대차의 것을 AWD로 표기하고 제네시스를 HTRAC으로 인식시키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예전 G80의 휠이 LED 조명을 달아 휠의 회전 차를 보여주는 등, 부가적인 마케팅 노력이 허사가 된 느낌이다. 이래서 전략이 없다는 얘기도 듣는다.

도어를 연다. 제법 묵직하다. 여백의 미를 테마로 했다는 인테리어. 조금 밋밋한 느낌도 들지만 간결해서 좋다. 전체적인 틀은 승객을 감싸는 랩 어라운드 스타일이다. 실내가 좁아 보이는 단점도 있지만 안정감을 만든다는 장점도 있다.

도어 트림을 보자. 소재부터 마무리까지 신경을 많이 썼다. 눈에 띄지 않는 도어 포켓 플라스틱의 마감까지 완성도가 좋다. 일부 수입차들은 이런 부분을 신경 쓰지 않는다.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계기판, 센터페시아 모두 대형 디스플레이를 쓴다. 벤츠처럼 디스플레이를 연결하는 방법이 좋았을 것 같다. 센터페시아 상단 디스플레이는 큰 사이즈(14.5”)인데 다소 멀게 있어 터치할 때 불편하다. 패널의 화질이나 밝기는 좋다. 베젤도 얇아 시각적 만족도가 높다.

계기판에 입체 기능도 넣었다. G70에서 선보인 것으로 마치 3D로 만들어진 계기판 같다. 오래전 렉서스 SC300(내수명 소아라)이 입체 계기판을 썼는데, 지금은 평면 디스플레이에서 3D 효과를 내준다. 그러나 화면 떨림이나 깜빡이는 게 보인다. 부분적으로 흐릿하게 보여 쓰임새가 많지는 않겠다. 하지만 기능을 끄면 되니 문제는 아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크기가 커졌다. 필요한 정보를 확실하게 표출해 줘서 좋다. 다양한 정보를 갖춘 내비게이션 연동 기능은 타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현대차그룹의 장점이다. 또한 이번 모델에 쓰인 증강현실 내비게이션도 눈길을 끄는데, 지금 당장의 쓰임새 보다 미래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데 의미가 있다. 쓰임새가 적은 이유? 운전을 하다 중앙 모니터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엔 이것이 HUD 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시트는 편하다. 팽팽하게 당겨서 입힌 가죽 시트. 적당한 단단함이 좋다. 시트 추천 기능도 있는데,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이상적인 자세를 찾아주지는 않는다. 이 기능은 허리에 부담이 적은 자세를 추천하는 것으로 안전 운전을 위한 자세 추천은 아니다. 그래도 벤츠 일부 모델처럼 시트의 움직임으로 장거리 운전 때 긴장감을 풀어주는 기능을 넣었다.

우드 트림이 보인다. 질감이 좋다. 원목이다. 물론 이를 원할 경우 300만 원 정도를 투자해야 하지만 고급차 느낌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실내를 구성한 소재, 바느질 박음질의 균일도, 단차 등 조립 품질이 좋다. 나파 가죽은 물론 메탈 소재, 플라스틱조차 고급화된 느낌을 준다. 특히나 본사 시승차인 만큼 더 꼼꼼한 품질 검사 및 보완을 거쳤을 것이다.

인터페이스도 달라졌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과 버튼 배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새로워졌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자랑인 간결한 구성은 아니다. 늘어난 기능을 소화하기 위해 메뉴 안에서 또 메뉴, 다시 그 안에 메뉴 등등 하위 메뉴로의 접근성이 나빠졌다. 기능 확대가 이유이니 이해가 필요하다. 부가 기능으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있는데, 무선 기능은 안된다. 국산 소형 SUV 조차 이 기능을 넣기 시작했으니 하루빨리 도입해야 하겠다. 무선과 유선, 보기에도 그렇지만 편의성에서 차이가 난다.

이제 달려보자. G80에는 3가지 엔진이 쓰이는데 그중 가장 막강한 파워를 갖췄다는 3.5T 버전이다. 최고출력을 380마력, 최대토크는 54 kgf·m 수준. 기존 3.3T 엔진이 370마력에 52 kgf·m 내외 성능을 냈으니 배기량 대비 효율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G80 소비자를 감안할 때 넘치는 성능임에 분명하다. G80 소비자 중 다수는 2.5T를 택할 것이다.

변속 레버를 돌린다. 다이얼 방식인데 손에 잘 잡힌다. 촉감에도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야간에는 은은하게 조명도 뿜어진다. 앞에 있는 원형 컨트롤러는 터치와 필기가 되는데, 조작감이 좋다. 다만 전체적으로 묵직하고 고급화된 느낌을 보여주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조금 더 경쾌한 느낌의 자동차, 전기차 등과 잘 어울리겠다.

시트는 편하다. 착석감도 무난하다. 수입 모델 대비 낫다고 보긴 어렵지만 중간 이상은 된다. 부가 기능으로 통풍, 열선, 긴장감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모드까지 있으니 소비자들도 충분히 만족할 것. 편안한 자세 연출을 위한 쿠션 익스텐션과 전동 사이드 볼스터도 있다.

가볍게 가속 페달을 밟는다. 초기 움직임이 경쾌한 편은 아니다.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시내 주행을 하며 가볍게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터치를 교차한다. 엔진의 반응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부드러움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는 이 편이 낫다.

거친 노면을 만난다. 서울 시내도 의외로 거친 노면이 많다. 도로를 이런저런 일로 뜯고 채우는 일을 반복하니 도로가 몸살이 난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거친 감각이 불쾌한 승차감을 만들 때가 많다. 그리고 G80은 최대한 이런 불쾌함을 억제하려 노력했다.

3세대 모델에는 전방 카메라로 노면을 읽어 서스펜션 댐핑 압력을 조절하는 기능이 포함됐는데, 우리 팀이 테스트해보니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형식적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기능성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의미하다는 것, 여기에 존재의 이유를 부여할 수 있겠다. 우리 팀은 조만간 이와 관련된 컨텐트를 내놓을 예정이다.

움직임이 부드럽다. 다만 잔잔하게 들어오는 진동까지 매끄럽게 잡지는 못했다. 큰 틀에서 부드러움을 추구했지만 일부 한계가 있다는 것. 그래도 컴포트한 면에서 80~90점 정도는 줄 수 있겠다. 요즘 트렌드가 하드함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높은 점수다. 시내 도로를 달리는 동안 변속기는 쉼 없이 오름과 내림을 반복한다. 제법 빠르다. 상황에 맞는 rpm을 잘 잡아준다.

고속도로로 진입하며 속도를 높인다. 최대 rpm 영역까지 밀어붙일 때 엔진의 힘이 새롭게 다가온다. 저속에서는 일부 토크 부족이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은 상태에서는 만족감이 높다. 이 엔진은 일반유 셋업이다. 고급유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좋겠다. 그런데 출력이 380마력에 이른다. 부스트 압이 차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최고 힘을 낼 때는 만족감이 높지만 실제 출력 대비 성능 측면으로 볼 때 만족감이 큰 편은 아니다. 대신 변속기가 엔진의 부족함을 채운다. 쉬프트 업다운이 반복되는 환경에서도 운전자의 말을 잘 듣는다. 그것도 빠르게 잘 듣는다. 마치 ZF 변속기를 떠오르게 한다. BMW 5시리즈 셋업에는 미치지 못해도 다른 모델과는 충분히 견줄 성능이다.

다만 고속주행 안정감이 아쉽다. 서스펜션이 차체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불안감을 키운다. 아무래도 움직임이 큰 서스펜션의 한계다. 주행 모드를 스포트 모드로 돌리면 조금 개선되지만 수입 모델과는 갭이 크다. 물론 이 체급 세단에게 궁극의 성능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여기에 컴포트가 중심이니 타협점이 생긴다.

그래도 고속도로 주행을 돕는 HDA II가 좋았다. 주변 차량 상황을 보여주고 저속에서 끼어드는 차도 인식한다. 다만 차로 변경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했다. 이 기능은 안전 기능으로 봐야 한다. 제조사 말처럼 자율 주행 기능으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있는데, 그러다 큰일 난다.

와인딩 로드에 들어선다. 주행모드를 스포트(Sport)로 바꾼다.

짧은 직선 도로에서 속도를 높인다. 재가속 성능은 무난하다. 코너 진입을 앞두고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바꾼다. 이후 강한 힘으로 페달 압박. 멀티 피스톤 캘리퍼 치곤 능력이 썩 좋지 않다. 그리고 반복된 주행과 제동 시험 결과 이 시스템은 저더(Judder) 현상보다 페이드(Fade)가 더 일찍 찾아온다. 최근에 테스트한 모델 중 이런 차가 있었던가?

캘리퍼, 디스크에 신경을 썼지만 정작 브레이크 패드를 N.V.H(소음 진동) 저감에 초점 맞추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물론 이차로 과격한 주행하는 소비자는 없다. 다만 엔진 힘에 의존해 고속에서 강한 제동으로 시스템 부하를 이끌 소비자들은 많다. 이 소비자들을 감안해야 한다.

제동 시험 결과는 38m대로 준수했다. 하지만 이건 단발성 시험의 것이며 시험 반복에 따라 제동거리가 늘어났다. 그래도 5회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5회 시험만 보면 이상적이다. 대략 39m 수준의 평균 거리를 보였으니까. 하지만 다른 주행조건에서 아쉬움이 커진다. 앞서 말한 페이드가 빨리 와서 당황스럽게 하는 것. 패드의 공격성, 소음을 크게 늘리지 않는 범위에서 380마력 엔진 힘을 제어해 주는 능력을 갖췄으면 한다.

여기에 차체 무게도 조금은 부담이 된다. 무게 배분은 약 53:47 수준으로 좋은 편이다. 초기형 제네시스 DH 3.3 HTRAC 버전 기본형이 2톤을 넘었다. 지금은 다양한 장비를 모두 싣고 유사한 수준이다. 분명 전 세대 보다 경량화되긴 했는데, 최근 나온 신차 치고 자랑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이제 코너로 들어간다.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조작감이 제법 부드럽다. 컴포트 모드 대비 묵직함이 커졌지만 현대차 일부 모델처럼 무겁게만 만들어 이질감을 키운 것과 질적 차이가 난다. 조작감이 고급스럽다.

그럼 운동 성능은? 별로다. 아마도 동급 최하 수준일지 모른다. 이건 서스펜션 움직임이 갖는 구조적 한계다. 20인치 휠에 기본 공기압을 38psi까지 높였지만 핸들링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차라리 인치수를 낮춰 컴포트 측면 보강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 일반 소비자들이 비싸고 성능 떨어지는 20인치 옵션을 택하지 말라는 얘기다.

타이어는 피렐리의 P ZERO 올 시즌이다. 쏘나타에도 이 타이어를 썼다. 성능? 이것도 별로다. 국산 타이어 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인지 현대차그룹이 자주 이용한다. 그래도 제네시스 일부 모델, 기아 K9에 쓰던 컨티넨탈 보다는 낫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엔진 출력 380마력. 그런데 4계절을 쓴다. 아마도 동급 유일이 아닐까? 앞뒤 규격은 245mm , 275mm 급으로 알맞다. 그러나 성능에 어울리지 않는 타이어를 쓰다 보니 성능을 대폭 잃었다. 하지만 고성능 타이어를 걸어주면? 이미 조율된 섀시, 특히 서스펜션과의 궁합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고성능 버전을 기다리자. 차체 균형 등이 좋으니 경량화만 보태면 생각보다 좋은 차가 될 것이다.

G80에 들어간 AWD 시스템은 마그나(Magna)와 합작으로 만든 것으로 스포트 모드에서 후륜에 힘을 더 보내는 타입이다. 이는 경쾌한 주행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타이어 성능이 나오지 않다 보니 가속 페달 밟고 카운터 스티어, 다시금 울렁울렁 거리는 차체 위에서 사투를 벌여야 한다. 그것도 재미라면 재미다.

코너링 성능? 동급 최저 수준이다. 게걸음 치는 대회가 있다면 1위를 점할지도 모르겠다. 가볍게 달려도 브레이크 페이드 문제를 끌어안아야 한다.

핸들링은 앞서 언급된 것처럼 별로다. 다만 차량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소비자라면 제법 좋다고 느낄 것이다. 일종의 눈속임인데 스티어링 기어비를 짧게 가져갔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휠을 조금만 돌려도 차가 좌우로 움찍거리니 핸들링이 좋다고 착각할 여지가 있다는 것.

아울러 동급의 3리터 터보 모델을 모두 경험하지 못하고 2리터급만 경험한 운전자가 G80 (3.5T)을 탄다면 성능이 좋다고 말할지 모른다. 냉정히 말해 경험 부족이다. 동급(300~400마력대 터보)에서의 기준이 제대로 세워지면 G80이 가진 성능과 포텐셜이 제대로 보일 것이다. 물론 제네시스 측은 이 차의 성능조차 상급으로 포장하려 노력할 것이다. 요즘은 큰 힘 들이지 않고 분위기를 만들기 쉽다.

자세제어장치의 개입은 매끄럽다. off 시켜도 개입은 계속된다. 컴포트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인 개입, 스포트는 요(yaw) 값이 커질 때 개입하기 시작한다. 정통 스포츠 세단들은 자세제어장치 off 상태에서 개입하지 않는다. 개입하더라도 늦게 한다. 하지만 G80은 시장 타겟을 명확히 해서 나온 차다. 이것이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G80 스포츠 버전이라면 off에 따른 책임을 운전자에게 넘기는 것이 맞다.

그럼 가속 성능을 보자. 초기 움직임이 무겁지만 4륜 구동 덕분에 땅을 박차고 나가는 느낌이 좋다. 그렇게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64초였다. 메르세데스-벤츠 E400 4MATIC과 유사한 수치다. 이 영역에서는 BMW 540i xDrive가 가장 빠른 성능을 냈는데, 당시 4.78초를 기록한 바 있다. 파워트레인의 효율도 좋았지만 전 세대 대비 경량화된 차체도 이점이 되었다.

사실 큰 배기량을 생각하면 실망스러운 성능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유를 쓰면서 이 정도의 성능을 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쉽게 3.0리터 급 터보 엔진과 고급유의 조합을 3.5리터 엔진과 일반유 조합으로 바꿨다고 보면 된다. 고급유 사용에 따른 연료비 증가, 배기량 증가에 따른 자동차세 증가. 이렇게 생각하면 두 조합 간 장단점이 분명해진다. 결론적으로 가속 성능은 좋은 수준이다.

그럼 성능에 대한 정리를 해보자. 가속력은 프리미엄 중형급으로 좋은 수준이다. 다만 핸들링이나 코너링 성능이 떨어지며 브레이크도 고속주행 등에서 페이드에 주의해야 한다. 성능만 보면 별로다.

그래도 우리 팀은 앞으로 제네시스 G80을 적극 추천할 것이다

성능이 바닥이라며 폄하한 자동차를 칭찬한다고? 이유는 간단하다. G80의 모든 것은 컴포트, 즉 편안함에 맞춰져 있다. 지금의 G80만큼 편안한 차를 꼽는다면? 아마도 링컨 컨티넨탈 정도가 떠오른다. 링컨도 부드러움 그 자체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 후륜구동 기반의 G80이 더 고급스러운 주행감을 내준다는 것. 구동방식이 만드는 질감적 요소는 어쩔 수 없다.

만약 기존 BMW 3, 5시리즈나 벤츠 C, E-클래스 소비자가 G80으로 넘어간다면? 그건 조금 위험하다. 이 차들을 통해 습득된 운전 감각 기준이 G80의 장점을 단점으로 바꿔주니까. 아마도 휘청거리며 불안한 차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현대 쏘나타, 그랜저에서 업그레이드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쏘나타, 그랜저는 예전 같지 않아 승차감이 썩 좋지 못하다. 차량 등급상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벤츠 A-클래스 세단과 비교하면 이들은 그냥 달구지다.

승차감에 대한 관심, 이것이 불만이었던 소비자가 G80을 만난다면? 그건 신세계의 시작이다. 위로 G90이 있다고? 맞다! G90의 염가형 버전 기아 K9도 있다. 그런데 승차감은 G80이 낫다.

그렇다고 G90나 K9의 성능이 좋으냐? 그것도 아니다. 그래도 G90에게는 밸류가 있다. 전 세계 시장에는 없지만, 한국에서만 누릴 수 있는 가치다. G90의 밸류는 이 차를 타는 정치권, 재계 인사들의 파워에서 나온다. 그러나 K9에게 있는 건 오로지 가성비다. 정확히 가격 대비 공간이다. 때문에 K9 판매량도 낮은 트림에 몰려 있다. 승차감도 떨어진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모델이 G80이다. 적당한 밸류를 갖추고 편하다.

5시리즈, E-클래스, A6 등을 구입했지만 단단한 승차감에 불만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많다. 이 차들이 고속 등 달리기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만족도가 높아지나 대부분 출퇴근이나 여가용으로 이용된다. 이 조건에서 고성능 타이어와 이상적 성능을 내는 서스펜션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즉, 프리미엄 중형차 시장의 60~70%가 중시하는 컴포트라는 요소를 가진 차이기에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제네시스 G80을 만나며 기대감은 없었다. 어설픈 욕심으로 스포티도, 컴포트도 아닌 이상한 차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G80은 컨셉이 분명한 차다. 국내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대부분의 환경, 여기에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중국 시장 성향을 잘 잡았다. 유럽 시장에 들어가면? 그들이 정상이면 망작이란 평가를 낼 것이다. 유럽시장이 요구하는 것 어떤 것도 만족시키지 못하니까. 그리고 BMW, 벤츠, 아우디 등이 익숙한 그 시장에서 제네시스를 타야 할 이유도 없다.

우리 팀은 제네시스 G80의 확실한 정체성을 높이 산다. 부족함이 크지만 그건 컨셉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희생이 있었지만 본분을 지켰다.

지금의 렉서스를 보자. 아키오 사장의 취향이 가미되며 최고급 세단 LS 조차 방향성이 틀어졌다. 핸들링은 좋지만 승차감이 나쁘다. 그럼 성능이 좋은가? 앞뒤에 끼워진 245mm 급 4계절 타이어 조합만 봐도 계산이 나온다. 모델 체인지 시기를 놓친 IS, 이제 경쟁력을 잃은 RX, NX까지. 그나마 감각과 성능 좋았던 GS가 사라지고 ES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G80과 ES를 비교한다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제외하면 G80의 모든 것이 낫다. 승차감까지.

성능은? ES의 핸들링이 G80을 앞선다. 그런데 핸들링 좋아서 ES를 택한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연비 때문에 ES300h를 택한다고? G80에겐 디젤 엔진이 있다. 성능이 애매하긴 해도 장거리 투어엔 하이브리드 보다 유리함을 보인다.

3세대 G80은 잘 팔릴 것이다. 스포티도 아니며 승차감도 애매하던 2세대. 무게로 강성을 만들어 낮은 연비와 굼뜬 움직임을 가졌던 그 차와 3세대는 격이 다르다.

성능은 아쉽지만 선택과 집중을 잘했다. 지금 당장 BMW, 벤츠의 성능은 잡을 수 없다. 그들이 갖춘 수십 년의 노하우 때문이다. 잡을 수 있다고? 그건 중국차가 현대차그룹이 가진 노하우 턱밑까지 와있다는 주장과 같다. 노하우란 그런 것이다. 뼛속 깊은 곳에 자리한 노하우는 해외에서 사람들 몇 명 데려와서 해결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을 자사 밑으로 인수하면 되긴 한다. 폭스바겐처럼.

정숙성과 컴포트함을 무기로 삼던 렉서스. 지금 그들의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그 시장을 잠식하기 좋다는 것이다.

이제 뒷좌석으로 가자. 공간의 넉넉함도 좋다. 1세대 만큼의 만족감을 아니어도 수입 대형급 노멀 휠베이스 모델 아쉽지 않은 수준은 된다. 여기에 전동 리클라이닝 기능도 있다. 통풍, 열선도 달렸다. 전용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무료한 장거리 여행의 지겨움을 만회 시킬 것이다.

다만 수동식 측면 선셰이드는 아쉽다. 다른 차였으면 모르겠지만 제네시스니까. 뒷유리 것은 물론 전동이다. 공간은 무난하다. 그러나 3인이 타기엔 조금 불편함이 따르는데, 4륜 구동 때문인지 센터터널이 높다.

이제 트렁크를 보자. 뭔가 부족하다. 현대차그룹의 자랑은 공간 뽑기다. 하지만 뒷좌석을 위해 쓰인 일부 기능 때문인지 공간이 넓지는 않다. 골프백 기준 3개까지는 가능해 보여도 4개는 버겁겠다. 4인이 함께 라운딩을 갈 때는 다른 친구의 차를 타고 가자. 그래도 트렁크 위쪽까지 꼼꼼한 마감을 한 것은 국산차의 자랑거리다.

제네시스엔 부가 안전기능도 많다. 4세대 에어백 10개를 시작으로 사고가 예측 때 시트를 당겨 부상 위험을 낮춰주는 프리 액티브 세이프티 시트, 사고 후 차량이 굴러가지 않도록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다중 충돌 방지 제동 시스템도 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브레이크까지 지원하는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운전자 시선을 보며 경고해 주는 전방 주시 경고 기능. 교차로에서 접근하는 차와 보행자, 자전거 등을 인식해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주기도 한다.

부가 편의 장비로는 64가지 컬러의 앰비언트 라이트, 공기 청정 시스템,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발렛모드, 렉시콘 사운드, 지능형 전조등이 있다. 렉시콘 사운드도 생각 외로 좋았는데, 저음과 고음 사이에 균형감이 좋았다. 부가 기능인 QLS(퀀텀 로직 서라운드) 기능도 인위적인 느낌을 지우고 입체감을 살려 만족감을 높였다.

직각 및 평행 주차를 돕는 주차 보조 기능인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은 가속, 제동, 변속까지 알아서 했다. 외부에서 스마트키로 원격 조종도 된다.

이제 제네시스 G80에 대해 정리해 보자. 우선 3.5T 엔진의 필요성인데, 이건 미국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요소다. 여기에 상징성이 부여된다. 국내 실정이면 2.5T 엔진으로 충분하다. 장거리 이슈가 많다면 디젤을 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성능을 원하니 3.5T를 택하겠다고? 그럼 다른 차를 구입해라. 딱 하루면 실망할 테니까. 아울러 G80이 스포티하다고 말하면 그건 사기에 가깝거나 차량 경험이 없거나, 제네시스의 대변인일 가능성이 크다.

편안함? 제네시스 G80의 존재 이유다. 그것을 위해 일부를 버렸지만 정체성을 갖게 됐다. 앞으로 나올 모든 제네시스가 어설픔 없는 확실한 컨셉으로 거듭나주면 좋겠다.

가격 적정성은? 아쉽지만 떨어진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모델은 개소세 인하 기준으로 8150만 원대다. 동급 BMW, 벤츠가 9천만 원대인데 더 많은 편의 장비 갖춘 G80이 8천만 원 초반이니 합리적인 것 아니냐고? 그런 이치면 그랜저 풀옵션을 사라. 당신은 고급 상품의 가치를 모르는 거니까.

제네시스는 신생 브랜드다. 명품이란 갑자기 뚝하고 나오지 않는다. 오랜 시간 역시와 상품의 가치를 인정받아 탄생한다. 제네시스 G80의 가격을 보면 비싸다. 수입차와 달리 물류에 대한 부담이 없음에도.

주력이 되는 6~7천만 원대 시장을 감안하면 BMW 5시리즈, E-클래스와 직접 경쟁이 된다. 이건 국내 시장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전 세계 그 누구도 제네시스와 벤츠, BMW 등의 가치를 동급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트림에 따라 500~1000만 원 정도가 내려가면 G80은 최고 가치를 가져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 시장에선 가격을 높여도 잘 팔린다. 그래서 제네시스도 가격을 높여 판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트림과 옵션을 잘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만 잘해도 최고의 가성비를 누릴 수 있다.

오랜만에 제네시스를 다시 봤다. 부족함도 있었지만 확실함이 좋았다. 이것이 그들의 미래를 열어줄 것이다. 또한 제네시스는 1차적인 경쟁사인 렉서스에게 일침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차는 잘 몰라도 장사를 잘하는 CEO, 차에 대해 잘 알며 운전을 즐기는 CEO. 차를 파는 입장에서는 전자가 낫다. 가끔은 과거의 것을 가져와 현대의 것으로 계승해야 할 때가 있다. 이번 제네시스는 과거 현대차가 잘하던 N.V.H와 승차감에서 분명한 만족감을 줬다.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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