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완성도와 부드러운 승차감의 결합

메르세데스-벤츠가 소형차 시장에 욕심을 내고 있다. 한 예로 2013년부터 판매된 CLA를 보자. 2017년 집계 결과, CLA 소비자 2명 중 1명이 경쟁사의 소형차를 보유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나머지 반은 처음 벤츠를 구입하는 소비자였다. 경쟁사 소비자를 가져옴과 동시에 신규 소비자를 확대한다. 이만큼 매력적인 솔루션이 있을까?

전면 디자인은 우리 팀이 먼저 만난 4세대 A-클래스 해치백과 같다. 하지만 트렁크 연장에 따라 측면부터 차이가 난다. 세단과 해치백의 차이점이다. 세단으로 불리지만 루프라인은 트렌드를 반영한 쿠페 스타일이다.

새로운 후면 디자인도 좋은데, Y자 형태를 가로로 배치한 리어램프가 눈길을 끈다. 범퍼도 제법 두툼한 느낌으로 만들어 후부가 빈약해 보이지 않게 했다.

테스트 모델에는 AMG 라인이 옵션으로 적용된다. 그 덕에 18인치 휠 안쪽을 꽉 채운 AMG 브레이크 시스템이 들어간다. 참고로 타공 디스크는 주기적으로 구멍 안에 쌓인 분진을 청소해 줘야 제 성능을 낸다.

A-클래스는 작은 세단임에도 제법 당당한 모습이다. AMG에서 가져온 일부 외모가 다부진 모습을 완성하는 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나 디자인 자체가 잘 됐다.

해치백 버전과 다르지 않은 실내

인테리어도 A-클래스 해치백과 같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A-클래스는 기본형이라 볼품없었는데, 이번엔 상급 트림에 AMG 라인 옵션까지 넣어 분위기가 고급스러워졌다. 그리고 AMG 라인에는 AMG 매트와 알루미늄 페달, 나파 가죽 스티어링 휠, 알칸타라 마감 등이 포함된다.

2개의 대형 디스플레이는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의 연결로 A-클래스 세단의 실내를 화려하게 꾸며준다. 최신 MBUX는 편의성을 높여주는 핵심적인 요소다. 다른 건 몰라도 화면 터치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누군가에겐 뻔한 것이 벤츠에겐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테스트 카에는 화려한 옵션이 하나 더 붙었다. 명칭은 커넥트 패키지다. 대시보드, 송풍구에서도 은은한 빛을 뿜어주는 앰비언트 라이트,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무선 충전 시스템이 이 패키지에 속한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없다. 부가적인 기기 연결을 위해 USB 포트를 마련했는데, 모두 타입-C 규격이다.

시트는 편하다. 적당히 스타일도 좋다. 편안한 자세 연출에 도움을 주는 쿠션 익스텐션 기능도 있다. 소형차지만 앞좌석 공간은 충분하다. 다만 뒷좌석 공간에서 소형차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부족하다는 것이 아닌 차량 등급의 한계를 얘기하는 것이다.

센터 터널이 높다. 4륜 구동 준비를 위한 것인데, 이 때문에 뒷좌석이 조금 더 좁아 보인다. 그리고 뒷좌석을 위한 송풍구나 센터 암 레스트도 없다. 그래도 4:2:4로 폴딩 되는 시트로 구색은 맞췄다.

트렁크 공간은 넉넉하다. 해치백보다 크고 넓은 트렁크 공간이다. 시트 폴딩을 통해 공간을 확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차체 강성을 높이기 위해 쓰인 구조물이 연결 통로를 좁게 만든다.

A-클래스에 오른다. 이전 테스트한 A220은 뭔가 허전한 구석이 많았는데, 이번엔 화려하다. 무엇보다 벤츠라는 브랜드 격에 맞지 않던 우레탄 스티어링 휠이 아니어서 좋다. 아무리 기본 트림이라도 3천만 원 후반 가격에 어울리는 구성은 아니었다.

시동 버튼을 누른다. 가속 페달 터치에 따른 약간의 시간차가 있지만, 터보랙에 의한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A250은 A220과 같은 2리터 가솔린 엔진을 쓰지만 늘어난 출력과 토크를 확실히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여기서 잠시 A250 4MATIC의 발진 가속시간을 보자. 전륜구동(FF) 모델들은 초기 발진 때 앞바퀴가 살짝 슬립하며 시간을 잡아먹는다. 반면 4륜 구동은 출발과 동시에 4바퀴를 굴리기 때문에 휠이 미끄러지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이것이 시간 손실을 막아준다. 그러나 동일한 출력을 가진 모델이라면 고속으로 갈수록 2WD 모델의 가속이 더 빨라진다. 발진 가속 기준을 0-100km/h까지만 보면 4륜 구동 차가 앞서지만 속도가 높아질수록 2WD이 유리하다는 것.

결론적으로 A250 4MATIC은 5.99초 만에 100km/h를 돌파했다. 제조사 발표 수치가 6.3초이니 그보다 빠른 성능을 냈던 것. 최근 이런 차들이 가끔씩 보인다. 예전엔 포르쉐 일부 모델만이 발표 기록 대비 빠른 성능을 냈었다.

A250 4MATIC은 빠른 가속으로 속도계 바늘을 올린다. 고속 영역 도달이 쉬운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정감이다. 벤츠는 특유의 안정감을 잘 유지해왔는데, 이번 A-클래스 세단도 자사의 장점을 잘 지켜낸 모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차체가 전하는 견고한 느낌도 좋다. 이번 A-클래스에 쓰인 플랫폼은 이전 보다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에 이후에 나올 고성능 모델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사실 이전 것도 나쁘지 않았다. 유독 CLA의 완성도가 떨어졌을 뿐. 이번 CLA-클래스는 당연히 낫겠지?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서스펜션 댐핑 스트로크가 길다. 승차감을 우선 시한 모습인데, 다소 스포티한 디자인, 여기에 AMG 라인으로 옷까지 갈아입은 외모와 어울리는 서스펜션은 아니다. 물론 운동복을 입었다고 뛸 필요는 없다. 단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뿐.

연속 코너를 돈다.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코너링 상황, 바디롤은 허용되지만 타이어의 그립을 유지하는데 문제는 없다. 다만 두 번째 코너를 만날 때 아쉬움이 생긴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서스펜션이 반대편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운동 성능만으로 A250 4MATIC을 바라보면 아쉬움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서스펜션의 최고 장점은 승차감이다. 부드러운 서스펜션, 여기에 벤츠라는 제조사가 만들어진 세련미는 마치 고급 세단 같은 느낌을 만들어낸다. 소형차지만 국산 중형, 아니 준대형 세단 보다 좋은 수준의 승차감을 갖췄다. 자동차 만들기에서 가장 어렵다고 얘기되는 것 중 하나인 서스펜션의 셋업 노하우가 소형차에도 녹아 들었다는 얘기다.

테스트 코스에 있는 가벼운 범프, 단단하게 튜닝 된 서스펜션을 가진 차들은 여기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준다. 하지만 A250 4MATIC은 이곳을 그냥 통과했다. 범프를 밟는 느낌을 거의 읽기 어렵다. 차를 돌려 다시 한번 같은 코스를 달렸다. 역시 그대로다. 단순히 부드러움만 추구한다고 이런 특성이 나오지는 않는다. 단순한 부드러움이 아닌 세련된 부드러움이다. A-클래스에 이런 승차감을 구현할 정도의 녀석들이니 최고급 세단 S-클래스의 승차감에 누구도 도전하지 못하는 것이겠지.

성능과 승차감, 이곳에서 A-클래스는 승차감 편으로 기울었다.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이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매력이 될 수 있다. 그래도 걱정은 마시라. 만약 감각적인 성능을 원한다면 A-클래스 해치백이 충분한 만족감을 줄 테니까.

이번엔 제동 능력을 보자. A250 4MATIC은 시속 100km로 달리다 정지할 때까지 37m를 소요했다. 좋은 성능이다. 페달 조작감도 좋았다.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또한 정교하게 다룰 때도 문제없는 페달 답력과 시스템 응답성을 가졌다. 테스트 결과 최장거리는 38.6m 내외였다. 대략 최단과 최장 거리 간 차이가 1.5m 내외였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편차는 보통이다. 그래도 평균 제동거리가 38.15m였으니 이 차의 소비자들이 불만을 자아낼 일은 없겠다.

물론 이런 제동력을 뒷받침하는데 타이어의 역할도 컸다. A250 4MATIC의 OE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투란자 T005다. BMW 1시리즈도 이 타이어를 OE로 사용하는데, 제법 성능이 좋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RE 타이어는 아시아 판매용인 T005A였는데, 무난한 성능과 N.V.H 능력을 뽐냈다.

* 타이어 용어

OE 타이어 : ORIGINAL EQUIPMENT = 자동차 및 타이어 제조사가 신차에 맞춰 튜닝해 기본 장착하는 타이어

RE 타이어 : REPLACEMENT EQUIPMENT = 애프터마켓에서 교체용으로 선택되는 타이어

이 타이어는 무난한 핸들링 성능, 긴급 대처 상황처럼 순간적으로 횡으로 G 값이 커질 때 잘 잡아주는 것이 장점이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결과 4계절 타이어와 스포츠 타이어 중간 성능을 냈는데, 성능은 스포츠 타이어에 더 가깝다.

결론적으로 A250 4MATIC 세단은 성능 측면에서 무난한 밸런스를 자랑했다. 고속도로에 올랐을 때 안정감이 좋았으며 거친 노면도 부드럽게 잘 달렸다. 승차감 쪽으로 기울어진 서스펜션이 아쉬울 때도 있지만 와인딩 로드나 서킷에 의미를 두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큰 불만을 토로하지 않을 것이다. 연속 코너를 제외한 대부분의 환경에서 큰 부족함은 없었으니까.

이제 A250 4MATIC의 안전장비를 보자. 이 부분은 살짝 아쉬운 대목인데, 차 값을 생각하면 구성이 맞지 않다. 첫 번째, 일반 크루즈 컨트롤이 달린다. 물론 사각지대 경고,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기능이 있긴 한데, 요즘 국산차가 밀고 있는 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빠진다.

물론 부족한 안전 기능을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로 채울 수 있긴 하다. 그러나 추가 비용이 발생 한다. 그래도 자동 주차 기능을 기본 사양으로 넣은 것은 잘했다.

여기서 우리 팀이 테스트한 A250 4MATIC의 가격을 보자. A220 위의 상급 모델인 A 250 4MATIC이 기본이며, 여기에 커넥트 패키지와 AMG 라인을 넣었다.

A 250 4MATIC 세단 4680만 원

+ 커넥트 패키지 167만 원

+ AMG 라인 395만 원

최종 금액 : 5242만 원(개소세 인하분 반영)

그렇게 5천만 원대에 접어들었다. 물론 A-클래스 세단이 가진 매력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비용이면 경쟁사 BMW의 3시리즈를 넘볼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만난 A250 4MATIC(테스트카)의 편의 안전장비가 3시리즈 대비 완벽한 것도 아니다.

A-클래스의 기본기가 고급 브랜드 일원으로 부족한가? 그건 아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갖춘 경쟁사 3시리즈(330i)와 가격 격차가 줄어든다. A250 4MATIC의 성능이 좋다고 해도 그건 소형차 등급에서다. 성능, 공간, 시장에서의 밸류 등 모든 면에서 330i가 더 낫다. 지금 A-클래스에 필요한 것은 가격 경쟁력이다.

다만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처럼 A-클래스 가격으로 현대 그랜저나 기아 K7을 사는 것이 합리적이라 말하는 것을 맞지 않다. 이건 적합한 비교가 아니다. 사실 억지다. 그들이 즐겨 쓰는 말인데, ‘차라리’, ‘그 돈이면…’이란 얘기가 자주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경험하지 못했기에 나오는 얘기다. 그 기준에서 가격 대비 기능성만 따진다면 G90 보다 그랜저가 낫다. 같은 틀안에서 보면 롤스로이스 팬텀보다 G90의 모든 게 나아 보일지 모른다. 애초 소비자층도 시장도 다른 것이다.

A250 4MATIC은 분명 매력적인 소형 세단이었다. 모든 사람이 큰 차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시승기를 쓰고 있는 기자도 과거엔 쿠페를 좋아했다. 그러나 지금은 적당히 잘 달리는 해치백이 좋다. 언젠가부터 작은 차가 주는 이점을 다시 봤기 때문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자사 고객이 될 수 있도록 메르세데스-벤츠 상품기획팀이 구성과 가격 책정을 잘해주면 좋겠다. 시식부터 해봐야 본 식품을 구입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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