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3.19 10:47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정대로였다면 3월 15일 일요일 오후 5시 경(한국 시간), 우리는 2020년 포뮬러1 그랑프리의 첫 번째 우승자가 누가 되었으며, 윈터 시즌을 보낸 포뮬러1 팀들 중 어느 누가 지배자인 메르세데스 AMG F1팀을 위협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랑프리 주말이 지난 지금, 오스트레일리안 그랑프리의 결과에 관한 소식은 전해지지 못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레이스가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러했다. 원래대로였다면 2020년 포뮬러1 시즌에 참가하기로 했던 10개 팀은 지난주 수요일부터 시즌 오프닝 레이스를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목요일 경 멕라렌 레이싱 팀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결국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멕라렌 레이싱 팀은 레이스 포기를 선언했고, 다른 팀 역시 포기를 결정함에 따라 원래는 월요일에 싸야 했던 짐을 금요일에 싸기 시작했고, 그렇게 들든 분위기는 한순간에 가라앉고 말았다. 당시 FIA는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멕라렌 레이싱 팀의 코로나 19 바이러스 검진 결과 감염자가 확인되었고, 즉시 오스트레일리안 그랑프리 포기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F1과 FIA는 남은 아홉 팀과 함께 목요일 밤까지 논의를 한 끝에 결국 레이스 강행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그랑프리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4월에 개최 예정인 중국 그랑프리 역시 개최가 불투명하며, 바레인 그랑프리는 관객 입장을 금지시킨 채, 레이스 팀끼리만 경기를 진행하는 전례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또한 올해 첫 번째 개최가 예정되었던 베트남 그랑프리 역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2005년 US 그랑프리에서 타이어 문제로 일부 팀들이 보이콧을 선언한 이래, 15년만에 처음으로 레이스 자체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면서 일각에서는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확진자가 다수 나오면서 잠정적 중단을 한 상태다.

포뮬러1 뿐만 아니라 포뮬러E 역시 같은 조치를 취했다. 2019/20 시즌을 소화하고 있던 포뮬러E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의 확산을 방지하고자 3월부터 4월까지 예정되어 있던 레이스를 취소하는 한편 장기화를 우려해 이후 개최 예정인 레이스 역시 취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당장 중국과 이탈리아 레이스가 취소되었고, 프랑스, 인도네시아와 더불어 5월에 첫 번째 개최가 예정되어 있던 서울 e-Prix는 잠정적 연기로 발표됐다.

대륙을 이동하며 펼치는 포뮬러1과 포뮬러E의 경우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가능성과 더불어 팀 관계자들의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은 시기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지만, 레이스를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그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중요한 연례 행사를 취소한 사례는 또 있다.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가장 많은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꾸준히 찾고 있는 제네바 모터쇼 역시 개최 일주일을 남겨두고 취소를 선언했다. 제네바 모터쇼의 경우 1905년 처음 개최한 이래 2차 세계 대전 시기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취소된 적이 없었다.

제네바 모터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예정된 몇 개의 모터쇼 역시 개최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를 검토 중에 있다.

이렇게 대중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모터스포츠나 모터쇼만이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다. 완성차 업체들도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신차 발표를 미루거나 혹은 온라인 런칭으로 대신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오랜만에 다시 부활한 포드 브롱코다. 미국인들에게 브롱코는 G바겐이자 디펜더와 같은 존재였는데, 1996년을 끝으로 사라졌다가 25년만에 다시 부활이 결정되면서 미국 고객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국산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로 르노 삼성은 XM3를 통해 오랜만에 신차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시승 행사로 대체했고, 현대 자동차와 기아 자동차 역시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몇 대의 신차 출시 시기를 부득이하게 조정하거나 온라인 신차 발표회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조치들이 곳곳에서 내려지고 있다. 포드 유럽에서 운영 중이던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에서 세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거대 공장의 라인을 잠정적으로 폐쇄하였는데, 이 공장은 전 유럽에서 가장 많은 포드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던 공장이기에 피해 규모가 엄청날 것으로 예측된다.

FCA 크라이슬러 또한 이탈리아와 세르비아, 폴란드에 운영 중이던 공장을 잠정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했으며, 페라리 역시 마라넬로 공장을 3월 27일까지 폐쇄조치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페라리 마라넬로 공장의 경우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롬바르디(북 이탈리아) 지방에 위치하고 있어, 이러한 결정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비단 생산 라인 뿐만 아니라 전세계 산재한 다양한 협력 업체에서 부품을 수급해야 하는 자동차 회사의 특성상 공장을 재가동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당분간 정상적인 영업 복귀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유럽과 더불어 미국 제조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교적 빠른 조치로 확산 속도가 줄어들었고 아직 폐쇄 결정을 내린 공장은 없다고 하나, 부품 공급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장을 운영한다고 해도 생산 라인에서 방진 마스크와 방진복을 입고 일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신이 개발되고 그로 인해 바이러스의 확산이 멈춘다고 하여도, 자동차 업계가 겪을 진통은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에 차질을 겪는 동안 계약이 취소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공들이고 있는 중국 시장의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장기적 불황도 감수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사태의 진정한 심각성은 불가항력처럼 보이는 이 상황이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슬처럼 얽혀있는 세계 경제 구조상 한 대륙의 경기 침체 또는 소비심리 위축은 시간이 지나 그들로부터 먼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되도록 사람과의 접촉을 삼가고, 마스크 사용 및 손 소독과 같이 개인 위생에 신경쓰는 것 밖에 없다. 하찮은 일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이것만으로도 확산 속도를 낮출 수 있다.

그리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다음과 같은 조치도 잊지 말자. 알코올 계열의 소독제로 우리가 매일 만지는 스티어링 휠과 기어 노브를 잘 닦아주고, 에어컨 송풍구와 시트를 수시로 청소하며, 에어 필터를 교체해주면 개인의 건강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를 코로나 19 바이러스 전파를 예방할 수 있다.

지금은 의료계와 관계 기관의 노력과 함께 개개인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자동차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와 더불어 전세계 사람들이 겪고 있는 위기 상황을 하루 빨리 극복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