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자율주행 경쟁이 시들해진 이유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0.02.1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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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 업체, IT 기업들은 “2020년을 기점으로 완전한 자율 주행 자동차를 내놓겠다” 공언했다. 누가 먼저 완벽한 자율 주행 자동차를 내놓는지 소리 없는 경주가 시작된 것.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 투자가 이뤄졌고, 함께 기술을 공유하며 발전시키려는 합종연횡도 이어졌다.

자율 주행 레벨 2 기술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발전했고 보편화까지 이뤄졌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전 세계 소비자들은 완벽한 자율 주행 자동차가 머지않았다고 생각했다. 현재는 국산 중형 차에도 거의 비슷한 기능을 지원한다.

누가 먼저 자율 주행 레벨 3 기술, 이어서 레벨 4까지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현재는 센서 성능 향상, 운전자 모니터링 센서 추가, 자동 차선 변경 기능 등 소소한 기능 업데이트만 이뤄지고 있다. 이미 기술상으로 레벨 4의 상용화도 가능한 상황. 무엇이 자율 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부었던 업체들을 미온적인 태도로 바꾼 것일까?

강화된 자율 주행 레벨

2018년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자율 주행 기술 기준을 강화한 SAE J3016을 발표했다.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 나뉜다는 점은 동일하다. 레벨 0은 긴급 제동 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경고 기능이 탑재된 수준을 뜻한다. 레벨 1부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혹은 차로 중앙 유지 기능과 같은 능동적인 안전 기능을 지원한다. 레벨 2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유지 기능을 동시에 지원하고 각종 사고로부터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을 일컫는다.

기준이 강화된 부분은 레벨 3부터다. 먼저 레벨 3부터 운전자는 제한적인 환경에서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되고 전방 주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세계 최초 자율 주행 레벨 3가 가능한 양산차’ 타이틀을 앞세웠던 아우디 A8은 더 이상 레벨 3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A8은 시내 주행 시, 그중에서 시속 60km 이하의 속도에서만 자율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운전자의 얼굴을 관찰해 안전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 한 환경에서 스스로 주행할 수 있도록 만든 캐딜락의 슈퍼크루즈도 레벨 2 범주에 들어간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버전 9.0을 발표하면서 레벨 3를 달성했다고 하지만 대부분 시장 반응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0년 7세대로 모델 체인지가 이뤄질 S-클래스에 레벨 3 자율 주행 기술을 탑재할 예정이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면 운전자는 운전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해도 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여전히 운전자가 운전을 해줘야 한다.

- 차선 인식을 못 할 경우

- 공사 구간에 접근하는 경우

- 긴급 차량이 접근하는 경우

- 눈이나 비가 심해질 경우

- 차로가 막힌 경우

- 고속도로 출구로 빠져나오는 경우

또 한 가지는 운전자의 의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스스로 주행 차로를 변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전방에 서행하고 있는 차량이 있다면 일정 거리에 맞춰 감속할 수 있지만 스스로 추월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외에 레벨 4와 5는 공통적으로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차장에 들어가 주차를 해주는 자동 주차 기능이 가능해야 한다. 레벨 4부터 완전 자율 주행 단계로 구분되며, 레벨 5는 운전자 없이 완벽히 스스로 원하는 지점까지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같이 기술 선도 이미지가 중요한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 정도만 레벨 3 상용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나머지 브랜드는 섣불리 레벨 3를 도입하지 않고 레벨 2의 완성도를 높이고 보다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운용할 수 있는 방안에 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적, 구조적 한계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정부는 제조사가 먼저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길 바라고 있고 제조사는 정부가 먼저 법적인 제도를 구체화시켜주길 바라고 있다. 이유는 한 가지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 하원은 2017년 9월, 상원은 2017년 11월 자율 주행차 관련 법안을 등록했다. 하원의 법안은 통과, 상원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자율 주행차 탑승객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미 테슬라, 우버 등 자율 주행 관련 업체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때문에 의원에서는 제조사들이 자율 주행 자동차가 안전하다는 것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의회에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보니 제조사도 적극적인 기술 개발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중 가장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제조사는 GM. GM은 2018년 1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NHTSA에 무인자동차를 운영할 수 있도록 2년간 안전기준을 면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자동차 제조사 중 최초다.

하지만 규제 당국이 안전기준을 면제하면 그 책임은 모두 당국에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자동차 딜러, 보험 연합 등 단체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위험도가 높고 여전히 신뢰하기 힘들다는 것. 하지만 내면적으로 보험 단체는 자동차 사고에 매우 민감하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가 확대되면 자동차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딜러 협회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강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19년 4월 자율 주행 상용화를 위한 법안이 통과됐고 2020년 1월 레벨 3 기준 자율 주행차 안전기준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 공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관련 보험 법안과 배상 책임 관련 부분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 실제 레벨 3의 자율 주행 자동차가 판매되더라도 국내 도로 위를 달릴 수 없는 형국이다.

사람들의 인식 문제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자율 주행 기술을 바라보고 있다. 신뢰하는 소비자는 완전히 신뢰하고 믿지 못하는 소비자는 끝까지 못 믿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AAA(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자율 주행 자동차에 대한 우려는 70%나 되는 것으로 나왔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꼽힌다. 아직은 자동차가 사람처럼 똑똑하지 못하다는 점, 해킹 문제, 소프트웨어적인 오류 등이다. 한마디로 완전히 자동차를 믿지 못한다는 것. 무슨 근거로 자율 주행 자동차를 믿어야 하는지도 제조사에서는 확실히 답을 못 내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반대로 한번 믿기 시작하면 완전히 믿어버리는 것도 문제다. 지금의 자율 주행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나 레벨 2에 머물고 있다. 자율 주행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반자율 주행’이라는 마케팅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정확히는 주행 안전 보조 기술인 ADAS다.

레벨 2는 주행 중 절대 운전자가 도로에서 시선을 떼어서는 안 된다. 사고를 완전히 막아 주지도 않는다. 사고를 막아주거나 사고 피해를 경감시켜주는 주는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이 부분의 이해 없이 완전한 자율 주행차로 인식을 한다. 차량 안에서 잠을 자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이나 영상 시청을 하는 경우도 많다. 사고 위험이 발생하지만 차량이 모든 것을 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기도 한다.

자율 주행 자동차를 바라보는 소비자는 두 가지로 극단적인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결론은 제조사가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믿지 못하는 소비자건 너무 믿는 소비자건 자율 주행 완성도가 높아져야 안심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돈

너무나도 많은 돈이 들어간다. 자율 주행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정밀 지도를 만들어야 하고 각종 주행 상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실제 주행 상황을 학습해야 한다.

사용되는 부품도 비싸다. 각종 카메라, 레이더, 초음파 센서가 필요하고 라이다(LiDAR)도 동반되어야 한다.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고정밀 GPS, 하루에 10테라 바이트 이상 생성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도 필요하다.

그리고 라이다 비용 문제가 이슈다. 구글 웨이모(Waymo)는 자율 주행 기술 구현을 위해 차량 1대당 탑재되는 라이다를 장착하는데 무려 7만 5천 달러(약 8850만 원)이나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센서들이 어지간한 차 값 보다 비싼 것이다. 때문에 웨이모는 자체적으로 라이다를 개발하고 판매까지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커넥티드, 전기차, 쉐어링을 비롯한 모빌리티 영역으로 확대를 하면서 자율 주행 기술까지 적극적으로 펼쳐야 하는 부분은 아무리 자동차 제조사라는 거대 기업이라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동차 제조사들 간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다임러는 BMW 그룹과 함께 모빌리티 사업을 합병한다고 발표했으며, 자율 주행 기술 개발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동시에 다임러가 추진했던 로보택시 사업도 축소할 계획이다. 포드는 폭스바겐과 협업을 통해 자율 주행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발표했다. 리프트(Lyft)는 웨이모와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그나의 발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자율 주행 자동차는 개발하지 않기로 한 것. 대신 현재 레벨 2 수준의 ADAS 기술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것을 포기하고 현재 먹거리 확보에 충실하겠다는 뜻이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성공적인 자율 주행 기술이나 라이다 제작 기술을 가진 업체는 대기업에 흡수되고 있으며, 설자리를 잃은 업체는 문을 닫고 있다. 자율 주행 관련 업체의 투자도 감소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레벨 2를, IT 업체는 레벨 4로

결국 자율 주행 관련 산업도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 구글 웨이모는 현존하는 수준 높은 자율 주행 기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Uber), 앱티브(Aptiv), 아르고(Argo), 리프트(Lyft), 나브야(Navya) 등 IT 관련 업체들은 대형 자동차 제조사와 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율 주행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자동차 제조사는 약속했던 자율 주행 자동차 상용화 약속은 쏙 들어갔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드, 현대, 토요타, 혼다 등 많은 제조사는 2020~2021년까지 레벨 4 기준의 자율 주행차를 상용화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현재는 정확한 데뷔 시기를 언급하는 업체는 토요타와 혼다 정도밖에 없다. 이 역시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무인 셔틀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것 정도다.

포드는 2019년 4월 아예 자율 주행 자동차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최초의 자율 주행 자동차를 내놓기 위해 무리한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사람이 아닌 물건을 옮기는 운송 서비스 부문의 자율 주행 기술 확보에 힘쓰고 있다. 제도적인 한계를 피할 수 있는 분야부터 자율 주행을 실시하겠다는 것.

나머지 자동차 제조사는 누구 하나 선뜻 먼저 레벨 3 영역에 발 들이려 하지 않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0년 7세대 S-클래스를 통해, BMW는 2021년 레벨 3 수준의 자율 주행 기술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2019년 9월 테슬라는 완전 자율 주행이 가능한 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1년이면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가 레벨 4 수준의 자율 주행 기술을 상용화하겠다는 약속과 다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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