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감 잡은 기아차의 디자인

‘디자인의 기아’, 우리 팀이 좋아하는 문구는 아니다. 과거 기아차는 ‘기술의 기아’로 불렸다. 일본 차를 바탕으로 상품을 만들던 시절에도 현대차와 다른 정석의 노선을 걸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시장의 상당수 소비자들은 성실한 것보다 눈에 보이는 치장을 원한다.

지금의 기아차는 현대차그룹 내 하나의 회사일뿐이다. 그 시절의 기아차를 기억하는 임원도 찾기 힘들다. 지금의 현실 속에서, 과거에 집착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같은 그룹 내 현대차와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했고, 그 결과가 디자인으로 연결됐다.

산업적, 지속 가능한 경영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 자동차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커진다. 자동차 기술의 상향 평준화는 브랜드 특유의 개성이 축소되는 것을 뜻한다. 주행 감각을 통해 브랜드만의 가치를 느끼기 힘들어지고, 타사 대비 좋다 나쁘다를 구별하기 어려운 시대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밸류(가치)를 중시하며 남들보다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차별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자 다른 노선을 선택한다. 현대차는 브랜드 밸류를 키우는 방법을 택했다. N을 통해서는 스포티함, 기술력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고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서 밸류를 높이려 한다.

기아차는 디자인이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Peter Schreyer : 최고 디자인 책임자) 영입 후 디자인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것은 누가 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차피 전 세계 소비자들은 기아차를 현대차의 저가 브랜드(?)로 바라본다. 이에 예쁘고 멋진 것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쓰는 대표적인 회사들이 있는데, 폭스바겐 그룹의 저가형 브랜드 스코다(Skoda), PSA 그룹의 입문형 브랜드 역할을 하는 시트로엥 등이다. 기아차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따르고 있는 것.

대략적인 큰 틀을 이야기했으니 3세대 K5를 보자. 딱 봐도 멋있게 생겼다. 이거다라고 이 디자인을 언어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것보다 딱 봤을 때 멋있는 차. 그것이면 충분하다. 특정 부위를 바라보며 어떤 차가 떠오른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K5의 디자인을 보고 있으면 지난해 나온 쏘나타의 디자인이 실패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래도 같은 개울물 속에 또 다른 ‘메기’ 친구가 있으니 외롭지는 않겠지.

측면은 세단보다 패스트백에 가까워졌다. 아우디 A5나 A7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멋진 패스트백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 후면부의 점선(?)으로 이어진 리어램프 디자인도 기아차만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디자인이 크게 달라지면서 차체 크기도 커졌다. 기존 모델 대비 50mm 길어지고 25mm 넓어졌으며 20mm 낮아졌다. 차체 길이는 4905mm에 이른다. 휠베이스는 2850mm 수준이다. 길이 5m가 넘으면 대형급 모델로 구분되는데, 이제 이 기준도 바뀔 것 같다.

차체가 커졌지만 무게는 줄었다. 우리 팀이 직접 측정한 무게는 약 1491.5kg였다. 연료를 감안해도 약 1500kg 안팎이라는 얘기다. 2세대 K5 1.6 터보가 약 1571kg이었으니 대략 70~80kg 가량 다이어트를 한 셈이다. ‘3세대 플랫폼’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차체가 최신 트렌드에 잘 맞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외모와 달리 실내는 단정하다.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려 한 흔적도 보인다.

대시보드 높이는 낮추고 양옆으로 길게 배치해 실내가 넓어 보이게 했다. 우드 트림의 질감도 좋은데,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카본(룩) 트림 같은 것을 준비해도 좋겠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과 10.25인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연결된 형태다. 연결은 시켰지만 계기판 부분을 오목하게 들어가게 표현한 점이 재미있다.

계기판은 주행모드에 따라 분위기를 바꾼다. 별도로 테마 변경도 된다. 아침, 오전, 오후, 저녁 등 시간에 따라 변하는 모습도 좋다. 신기하긴 한데…사실 쓸모 있는 기능은 아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도 새로운 테마가 적용됐다. 현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에 탑재된 아쿠아 그래픽이다. 메뉴도 간결하게 잘 정리했고 터치 반응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굼떴던 쉐보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빠른 반응으로 거듭나다 보니 상대적으로 반응이 느리게 느껴진다. 부가 기능으로는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있다.

공조장치는 터치 방식이다. 미세먼지 센서를 통해 오염도를 파악하고 공기 정화 모드가 추가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그랜저에 탑재됐고 쏘나타에는 없는 기능인데, K5에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무엇이든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음성인식으로 차량 일부 기능을 제어할 수도 있다. 음성으로 창문이나 공조장치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 아직 몇몇 단어 정도만 알아듣는 수준이다. 향후에 많은 음성 명령 기능이 추가되면 K5만의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의 것은 너무 형식적이다. 또한 다양한 속도 영역에서 말귀를 잘 알아듣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

변속기는 다이얼 타입의 전자식이다. 나름대로 고급스러운 조작감도 보여준다. 버튼식 보다 낫다. 버튼 방식이 나쁜 것은 아닌데, 최근 이런저런 사고(?)가 있다 보니 확실하게 왼쪽으로 돌리면 후진, 오른쪽으로 돌리면 전진 등 메시지가 뚜렷한 편이 낫다는 생각이다.

안쪽으로 무선 충전 패드도 있다. 별도의 거치대가 있어 작은 스마트폰은 잘 잡아주고 거치대를 빼서 큰 스마트폰도 넣을 수 있다. 안쪽에 냉각을 위한 통풍구가 있는데, 겨울에 히터를 틀어서 그런지 스마트폰이 상당히 뜨거웠다. 물론 그 부위 온도 역시 상당히 높았다.

앞 좌석 구성은 좋다. 최상급 트림이니까. 통풍과 열선 기능에 워크인 디바이스, 앞 좌석 이중 접합유리도 갖췄다. 뒷좌석도 넉넉하다. 쿠페 스타일의 루프라인을 갖지만 실내 뒷좌석 머리 공간 부분을 깊숙하게 파놓은 덕분에 머리 공간도 잘 확보했다. 열선과 측면 선셰이드도 갖췄다.

센터터널에 어느 정도 높이 감이 있다. 4륜 시스템의 추가를 예상해 설계한 덕분이다. 쏘나타는 4륜 추가 계획이 없지만 K5 GT에 4륜 시스템도 추가된다고 하니 기대해봐도 좋겠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하지만 시트 폴딩을 할 수 없고 스키 쓰루만 지원한다. 이제 K3, K5, K7 모두 뒷좌석은 폴딩 할 수 없게 됐다. 뒷좌석을 접어서 공간을 확장시키고 싶으면? SUV를 구입하라 이거다. 공간 확장 → SUV → 더 높은 금액이라는 이상한 공식이 만들어지는 것. 역으로 말하자면 경쟁사 세단들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참고로 스키 쓰루 기능도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되지 않는다.

안전 장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갖췄다. 현대 기아차가 이 분야에 대한 확장을 정말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데 칭찬할 부분이다. 이 부분만큼은 독일차 부럽지 않다. 다만 이런 부가 안전 기능이 항상 작동한다고 생각하는, 일부는 반자율 주행 기능이란 말을 ‘자율 주행’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마케팅 용어이긴 하나 소비자들이 필요 이상의 믿음을 갖지 않도록 정확한 안내를 해주면 좋겠다.

부가적인 안전 기능을 보자. 차량, 보행자, 자전거까지 인식하는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차로 유지 보조, 차선이탈 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기능은 기본 사양이다. 눈에 띄는 기능으로는 방향 지시등을 작동하면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후측방 모니터, 후측방 부분에서 사고 위험이 감지되면 경고는 물론 제동까지 해주는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스마트키로 전후 이동을 해주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 등이 있다.

사운드 시스템은 크렐(KRELL) 제품을 쓴다. 쏘나타는 보스(BOSE) 제품을 썼다. 클래식 등 섬세한 음악을 선호한다면 만족감이 높겠지만 저음에서 힘이 부족한 느낌이라 팝이나 일렉트릭 분야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실망감을 줄 수도 있다. 차량 성격을 생각하면 K5가 보스, 쏘나타가 크렐을 사용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베이스는 그렇다 해도 크렐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음질이 조금 아쉽긴 했다. 3천만 원대 차량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일까? 브랜드를 떠나 최근 테스트한 그랜저의 JBL 것이 더 나았다.

이제 멋쟁이 K5의 주행성능을 확인해 보자. 사실 1~2세대는 생긴 것만 스포티할 뿐 섀시가 매우 좋은 편은 아니었다. 쏘나타보다 조금 무딘 성격? 그러다가 K3 GT에서는 너무 하드한 서스펜션 성격으로 일상에서 조금 불편했다. 섀시 셋업 부분에서 갈팡질팡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K5와 주행을 시작하니 일부 걱정이 사라졌다. 다소 단단한 성향이긴 하나 스포티한 디자인, 그리고 1.6T 엔진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조금 단단한 성향이긴 하나 상황에 따라 일부 푹신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대 쏘나타보다 스포티한 설정이라고 말을 했는데, 쏘나타 것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거친 노면, 말끔히 다듬어지지 않은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뒷좌석 승차감이 다소 떨어진다. 쏘나타도 그랬다.

그래도 과거보다는 낫다. 적어도 차체가 많은 것들을 해결해주고 있으니까. 그 덕분에 어느 정도의 세련미를 느끼게 된다. 물론 고급스러운 감각까지는 아니다. 대중 브랜드로 평균적인 성능을 낸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쏘나타 보다 K5의 모든 것이 나아 보인다. 적어도 디자인에 어울리는 단단함을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K5의 실구매자와 잘 어울린다고 할까? 우리 팀은 K5의 소비층을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 내외로 보고 있다.

이번 모델에서 좋은 구성 중 하나는 변속기다. 기존 모델은 7단 듀얼 클러치를 사용했지만 이번부터 8단 토크컨버터 방식을 사용한다. 아무리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부드럽게 다듬어도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 특유의 울컥거림이 발생하게 된다. 현대 기아차는 이를 막기 위해 클러치가 미트 되는 시간을 늘렸다. 이 얘기는 내구성과 타협했다는 얘기다. 내구성을 높인 것이 아닌, 떨어뜨렸다는 의미다. 해외 브랜드들은 이런 애매한 설정을 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에게 시스템 특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낫다.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이해시키면 된다. 어쩌면 현대기아차 임원들의 이해력이 떨어져 이런 애매한 셋업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타사는 어떨까? 혼다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에 토크컨버터를 넣기도 한다. 본래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빠른 변속, 가벼운 무게가 핵심 강점이다. 하지만 열과 토크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습식 시스템이 추가되고 승차감 개선을 위해 토크컨버터까지 추가된 상황까지 왔다. 결과는 일반 자동변속기보다 무겁고 제한적인 기어비를 갖는 비싼 변속기가 되어버린 것. 속도? 토크컨버터 방식도 빠르다. 일부를 제외하고 토크컨버터를 포기하는 브랜드가 많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DCT의 장점 중 하나는 빠른 변속이었다. 하지만 ZF 같은 제조사가 만드는 변속기를 보자. 대단한 성능을 낸다. 동력 전달 효율성? 역시 좋다.

서스펜션을 중심에 둔 주행 밸런스 중심의 테스트 이전, 정숙성부터 확인했다. 아이들 정숙성은 39.0dBA. 쏘나타 센슈어스가 39.5dBA로, 미미하지만 조금 더 좋은 실내 정숙성을 보였다.

주행을 하면 조금 더 차이가 커진다. 쏘나타는 특유의 풍절음이 컸다. 국산 중형 차라고 말하기 조금 민망할 정도? 반면 K5는 일반적인 승용차 수준이었다. 80km/h의 속도로 주행 중인 상황에서 K5는 60.0dBA을 보였고, 쏘나타는 60.5~61dBA을 나타냈다. 이 부분은 일반 소비자도 차이를 체감할 수준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로 공기역학 부분도 최적화했다고 자랑하는 것이 이번 쏘나타와 k5인데 쏘나타는 어떠한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었던 것일까? 쏘나타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1.6T 및 하이브리드에 2중 접합유리를 썼다. 그런데도 아직 타사 것보다 떨어지는 수준을 보인다. 쏘나타 출시 초기 소음 문제가 일자 정의선 부회장은 이를 해결하라 지시했다. 하지만 구조적 한계 때문인지 문제 해결은 못했다. 그 이후 달라진 것은 2중 차음 유리를 쓴다는 것. 지금의 K5도 2중 차음 유리 덕분에 경쟁차들과 유사한 수준이 됐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반응성도 좋은 편이다. 가볍게 밟아도 잘 나가는 느낌이다. 브레이크 시스템도 유사한 성격이다. 최근 독일 브랜드(특히 아우디)도 이처럼 응답성을 높인 성격에 합류한 모습이다. (A8의 경우)

가속 페달을 밟는다. 약간 굼뜬 반응을 보인 후 본격적으로 힘을 낸다. 엔진은 180마력과 27.0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엔진 밸브가 열리고 닫히는 타이밍, 높이에 이어 열리는 시간까지 제어할 수 있는 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기술이 들어가 있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을 테스트했다. 당시 기온은 영하 8도. 노면온도는 영하 17도로 많이 추운 상태였다. 타이어가 적정 접지 성능을 발휘할 때까지 온도가 오르지 않아 테스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결과는 8.05초. 기존 2세대 모델은 8.34초를 기록했으니 출력과 토크는 동일해도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한 실제 구동 성능은 향상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쏘나타 센슈어스는 8.06초로 사실상 동일한 가속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잘 달리는 것으로 알려진 어코드 1.5 터보도 8.51초를 기록했으니 성능 부분은 충분하다고 느낄 것이다.

테스트가 이뤄질 당시 날씨가 너무 추웠다. 이에 호기심이 생겼다. 영하 10도 이하의 환경이라면 가속이 더 빨라질까? 공식 테스트 이후 기온이 더 떨어진 상황 타이어 온도를 적당히 올리는 등 정성을 더해 측정한 결과 최대 발진 가속 시간 7초대 중반 기록을 얻어냈다. 우리 팀은 이 비공식 기록을 영상에만 포함하고 공식 기록에서는 빼기로 했다. 아마도 테스트 카가 수명을 다하는 순간까지 이 기록은 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8초대 초반의 기록만 해도 충분하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스팅어 2.0T도 같은 수준의 기록을 낸 바 있다.

속도를 올렸을 때 고속 안정감은 평균 수준이다. 출력과 토크가 넉넉한 만큼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여유롭게 올릴 수 있는데, 이때 불안감이 크지 않았다. 동급 경쟁 모델보다 뛰어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수준까지는 올라왔다.

가속 성능과 함께 제동 성능도 확인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이동한 최단거리는 38.86m. 현대 기아차가 최근 38~40m 대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이번 K5도 비슷한 제동성능을 발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후반에 밀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당시의 도로 조건 등을 감안해 보면 평균 40m를 전후하는 성능을 낸다고 보면 된다.

스포티한 외관에 동력 성능도 넉넉한 K5. 와인딩 로드에서의 달리기 성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경한다. 스티어링 휠이 묵직하게 변하고 가속 페달에 따른 엔진 반응이 민감하게, 변속기도 고회전 지향 중심으로 바뀐다.

또 하나. 소리가 바뀐다. 스피커를 활용해 인위적으로 스포티한 음색을 들려주는 기능이다. 그런데 이 소리가 재미있다. 자동차 촉매 부근이 헐어서 구멍이 생기거나 배기 가스켓 부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들을 수 있는, 쉽게는 중간 머플러 어딘가 새는 것 같은 소리와 유사하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신기하고 멋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현대차그룹에 멋스러운 사운드를 내는 차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그래도 다양한 시도가 있기에 언젠가 완성형이 나오긴 할 것이다.

본격적으로 코너를 공략한다. 쏘나타 센슈어스 때처럼 제법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감각까지 느낄 수는 없다.

각 요소요소만 따져보면 충분히 좋다. 코너에서 보여주는 차량의 거동도 무난하다. 한쪽 방향으로 무게가 실린 후 다른 쪽 방향으로 이동할 때도 크게 허우적거리지 않는다. 연속 코너에서 일부 아쉬움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일상용 세단이니 문제 될 것은 아니다. 바디롤도 조금 있는 편이다. 하지만 가족용 세단이니 적정 수준에서 잘 타협했다고 볼 수 있다.

스티어링 감각도 무난했다. 주행 특성은 날렵하게 코너를 파고드는 타입이 아니다. 일정 수준의 언더스티어 성향을 가져간다. 차체 길이가 4.9m를 넘어선 만큼 후륜이 살짝 늦게 따라오는 느낌인데, 본격 스포츠 세단이 아니니 약점은 되지 않는다. 또한 느리다는 것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현대 기아차가 이 정도만 한 것도 충분히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평하고 싶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여기에 만족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 그 이상의 본격적인 완성도를 욕심내야 하는 단계다. 이제 세련미, 고급감이 필요하다. 서킷만 달리는 차라면 수치적인 데이터가 완벽한 자동차를 만들면 된다. 하지만 양산차에게는 데이터의 중요성과 함께 사람이 탑승했을 때 만족감이란 요소도 포함된다. 이 부분에서 노하우가 필요하다. 지금의 현대 기아차 섀시 감각은 조금 무미건조한 편이다.

코너링 성능은 평범하다. 타이어는 피렐리의 P ZERO All Season이며, 235mm 너비를 사용한다. 4계절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본격적인 스포츠 주행을 위한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K5의 출력을 받아내는데 무리는 없다. 다만 국산 타이어 대비 가격이 높아 소비자들이 타이어 바꿀 때 이 타이어를 다시 쓸지는 모르겠다.

성능도 국산 대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대차는 쏘나타를 예로 국산 타이어 대비 수입 타이어가 약 60cm 가량 제동거리가 짧아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종합적인 부분으로 봤을 때 국산 타이어가 떨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OE 타이어와 국산 타이어 간 비교를 해보고 싶다.

섀시와 스티어링 관련 완성도는 세련미를 제외하고 평균 이상이다. 하지만 파워트레인 부분은 아무래도 와인딩 로드, 일반 도로의 일부 코스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듯하다.

가장 큰 문제는 터보랙이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해도 터보랙 부분은 변화 없다. 가속 페달을 밟는 양에 따라 스로틀이 얼마만큼 열리는지는 바꿀 수 있어도 근본적인 터보랙 자체는 바꾸지 못했다. 때문에 재가속을 할 때 답답함이 느껴진다. 엄청난 고출력 모델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204마력 출력을 내는 1.6T 엔진과 비교해도 별 차이 없는 모습이다.

이 답답함은 모호한 성능을 발휘하는 변속기 덕에 더 부각된다. 기어비가 애매해 코너를 진입하기 전 변속 단수를 내리고 싶어도 내려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터보랙을 줄이기 위해 엔진 회전수를 높게 사용하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 여기에 패들 조작에 따른 변속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았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을 중간 이상만 밟아도 거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스포티한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엔진의 스로틀바디는 많이 열리도록 프로그램 됐기 때문.

정리해 보자. 차체의 거동이나 스티어링에서 느껴지는 느낌 자체는 좋다. 하지만 엔진은 굼뜨고 변속기는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통해 차량을 다루는 감각도 뛰어나지 않다. 불협화음으로 각자 따로 놀고 있는 느낌이랄까? 각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완성도를 높였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가격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정말 잘 생겼고 많은 것을 담아냈으며 그만큼 비싸졌다. 테스트 모델의 가격은 3700만 원이 넘는다. 그랜저와 K7이 최상급 트림에 모든 옵션을 더하면 4700만 원 (3.3 모델 기준)이 넘었으니 이제 현대 기아차가 어느 정도 고가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래도 쏘나타보다 칭찬할 수 있는 부분은 기본형 트림부터 최상급 트림까지 모든 옵션을 동등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원한다면 기본형 트림을 선택한 후 원하는 패키지만 추가해서 알뜰하게 내 차를 구입할 수 있다.

우리 팀은 트렌디 다음인 프레스티지 트림에 컴포트 패키지, 드라이브 와이즈와 10.25인치 내비게이션 정도를 추가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럼에도 3천만 원이 넘는다. 여기서 기아차가 최소 3천만 원 이상은 받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기아차는 현대차 밑에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서자’, ‘진골’ 얘기가 괜히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K5만큼은 예외인 것 같다. 기아차가 잘 할 수 있는 디자인 장점을 잘 살려냈다. 덕분에 시장에서 인기도 높다. 자동차에 있어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증명했다. 당분간 중형 세단 시장은 K5가 선도할 듯하다.

뭔가 애매한 느낌의 쏘나타 보다 확실한 메시지를 담은 K5가 나았다는 얘기다. 적어도 20~30대 중반 내외의 소비자가 첫차를 택한다고 했을 때 추천할 모델임에 분명하다. 다만 가족을 위해 부드러운 셋업을 가미한 트림이 추가되길 바란다. 싱글남, 싱글녀라면 모르지만 결혼 후 아이를 원하는 소비자 기준에서 다소 신경 쓰이는 뒷좌석 승차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능보다 편안함을 원한다. 여기까지 만족시키면 K5의 소비자층은 더 넓어지게 된다.

기아 K5가 출시됐을 때 갑자기 Youtube 내 쏘나타에 대한 컨텐트 광고가 많아졌다. 일반적인 광고가 아닌, 현대 쏘나타에 우호적인 리뷰(시승기)를 광고로 돌려서 소비자들에게 노출을 늘리는 동시에 조회 수를 높이는 것. 마케팅 툴의 하나라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여론 조작의 일종이다.

조회 수만 본다면 쏘나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더 큰 것처럼 보이기 때문. 당시엔 이상했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이번 K5를 테스트한 뒤 그 이유를 알았다. 적어도 방향성 측면에서, 주요 소비자를 감안해도 K5가 가진 것들이 더 나았기 때문. 결국 현대차는 K5가 가진 우월성을 스스로의 불안감을 통해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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