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투스 R-S4 & 넥센 엔페라 SUR4G

타이어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승차감이 좋은 타이어, 내구성을 중심에 둔 타이어, 연비를 높여주는 타이어, 눈길 등 겨울철 주행에 유리한 타이어 등 종류도 다양하다.

또한 고성능 차를 위한 스포츠 타이어도 있다. 특히 빠른 차, 또는 운전 재미를 지향하는 소비자라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는 타이어다. 타이어만 바꿨을 뿐인데 내 차가 더 빨라진다면?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타이어의 세계다.

먼저 타이어 구분에 대해 알아보자. 엄밀히 따지면 ‘고성능 스포츠 타이어’라는 카테고리는 없다. 크게 여름용인지, 겨울용인지, 아니면 4계절인지 정도로 나눈다. 여기에서 마른 노면, 젖은 노면, 내마모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고성능(High Performance)인지, 초고성능(Ultra High Performance)인지 구분한다. 그러니까 여름용 타이어에만 초고성능 타이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4계절 타이어, 겨울용 타이어에도 초고성능 타이어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쉐보레 C8 콜벳에 장착되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올시즌 4는 높은 접지 성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눈길까지 대응하는 4계절 타이어다.

그럼 자동차로 좀 달린다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타이어들은 어떤 그룹으로 나누어질까? 우선 접지 성능이 좋은 타이어 그룹에 속하는 것은 대부분 여름용 타이어들이다.

먼저 하이 퍼포먼스 여름용(High Performance Summer) 타이어가 있다. 한국타이어 키너지 에코, 피렐리 친투라토 P7이 대표적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하이 퍼포먼스라고 하는데 타이어 이름에 에코(eco)라는 명칭이 들어가니 말이다.

타이어를 구분할 때 HP 타이어는 시속 270km, UHP 타이어는 시속 300km까지 달릴 수 있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 구분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만들어졌고, 이제는 기술이 발전해 저가형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타이어들이 UHP 급에 속한다.

그리고 울트라 하이 퍼포먼스 여름용(Ultra High Performance Summer) 타이어 장르로 가면 우리에게 익숙한 모델명이 나온다. 한국타이어 벤투스 S1 에보 3, 금호타이어 엑스타 PS31 혹은 PS71, 피렐리 친투라토 P7(W 혹은 Y 급), 굿이어 이글 F1 GS 등이다. 대략 200마력 전후 차량에서 무난한 성능을 내주는 타이어들이다.

맥스 퍼포먼스 여름용(Max Performance Summer) 타이어부터 고성능 차에 장착된다.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 4S, 브리지스톤 포텐자 S001, S007, 피렐리 P 제로, 콘티넨탈 콘티 스포츠 컨텍6, 던롭 스포트 맥스, 굿이어 이글 F1 에이시매트릭 3 혹은 슈퍼카, 금호 PS91 등 종류도 많다. 이 그룹부터 접지 성능은 크게 향상되지만 노면 소음이 증가하고 내마모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소음, 승차감, 내마모성 등의 것들을 놔두고 궁극적인 성능만을 위한 여름용 타이어가 익스트림 퍼포먼스 여름용(Extreme Performance Summer) 타이어다. 닛산 GT-R에 장착되는 브리지스톤 포텐자 RE070R R2, 던롭 SP 스포트 맥스 GT 600 DSST CTT, 쉐보레 카마로 ZL1에 장착되는 굿이어 이글 F1 슈퍼카 G: 2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타이어 제조사도 이 등급의 타이어를 판매 중이다.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R-S4, 금호의 엑스타 V720, 넥센에는 엔페라 SUR4G가 있다. 아마 서킷 주행을 즐긴다면 종종 들었을 모델명이다.

익스트림 퍼포먼스 여름용 타이어들은 타이어 제조사가 만들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수준의 접지력을 갖는다. 자동차 제조사로 비유하면 최상급 슈퍼카라고나 할까? 브랜드 이미지, 기술력을 상징한다. 물론 이 위에 하나가 더 존재하는데 사실상 트랙 전용 타이어로 구분된다. 대표적인 모델로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컵2가 있다.

이번 테스트는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성능의 타이어, 익스트림 퍼포먼스 여름용 타이어 비교다.

이를 기획하면서 국내 3개 제조사의 3개 타이어를 꼽았다.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R-S4, 금호 엑스타 V720, 넥센 SUR4G이 비교 대상이었다.

하지만 엑스타 V720은 최종 시험 전에 빠졌다. 소비자들의 평가가 매우 좋지 않았던 것도 이유이긴 한데, 개발된 지 5~6년 이상 됐고 사실상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차기 타이어가 나오지 않는다면 의미 없는 비교가 된다. 정해진 꼴찌란 얘기다. 최근 우리 팀이 테스트한 금호의 몇몇 모델들은 생각보다 좋은 성능을 냈다. 하지만 엑스타 V720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영생을 누리고 있다. 누구도 쓰려 하지 않는데 말이다.

이번 테스트도 수치로 비교할 수 있는 평가의 반복, 그리고 패널들의 감성적 평가를 더해 진행했다. 우리 팀 스텝 외에 전문 드라이버 2명을 테스트에 참여했다.

테스트 카는 팀에서 보유한 캐딜락 ATS다. 272마력의 출력을 가진 컴팩트 세단이다. 타이어 규격은 전륜에 225mm, 후륜에 255mm를 쓰는데, 아쉽게도 일부 타이어(SUR4G) 가 이 규격을 갖추고 있지 않아 17인치 규격으로 통일시켰다. 그렇게 선정된 규격이 225 / 45 R17이다.

시작에 앞서 각 타이어의 무게도 측정했는데, 모두 유사한 수준이었다. 다만 최종적으로 휠과 결합이 되었을 때 한국 타이어가 평균 300~500g 정도 무거운 모습을 보였다.

정숙성

이제 비교를 해보자. 첫 번째 시험은 정숙성이다. 스포츠 타이어에서 중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장거리 주행시 피로감을 높이기 때문에 이 부분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수치적으로 SUR4G가 더 조용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라면 아마 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이유는 정숙성을 따지기 전에 돌 튀는 소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일반 노면이라면 돌 튀는 소리가 더 크게 부각될 것이다. 참고로 우리 팀이 시험을 진행한 곳은 소음 인증용 노면이었다.

젖은 노면 제동 성능

이번에는 제동 성능이다. 우선 젖은 노면에서의 성능을 보자.

한국 타이어가 이 부분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한국타이어는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젖은 노면 제동 성능을 중시하고 있다.

마른 노면 제동 성능

마른 노면 제동 성능을 보자.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한국타이어 보다 넥센 SUR4G의 제동 성능이 앞섰다. 넥센은 35m ~ 34m 대를 꾸준히 기록했다. 최단거리는 34m 초반을 냈다. 캐딜락 ATS가 OE 타이어로 기록한 제동거리가 38m 내외이니 비교가 될 것이다. 이것이 타이어의 힘이다.

정리하자면 젖은 노면에서는 R-S4가, 마른 노면에서는 SUR4G가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슬라럼 테스트다. 차량의 복합적인 움직임을 통해 타이어의 종합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다.

마른 노면 슬라럼

마른 노면에서 슬라럼을 해본 결과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R-S4가 앞섰다. 누구라도 쉽게 확인할 정도로 격차가 분명했다. 수치적 기록뿐 아니라 정확한 피드백, 안정감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반면 넥센타이어의 엔페라 SUR4G는 노면을 잡고 있다가 한계를 넘어가는 시점이 빠르고, 다시금 그립을 회복하는 시간도 길었다. 테스트에 참여한 일부 패널은 SUR4G의 횡그립 일부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도 냈다.

젖은 노면 슬라럼

젖은 노면에서는 어떨까?

성능 차이가 더 커졌다. SUR4G는 젖은 노면에서 거의 성능을 내지 못했다. R-S4와 같은 속도로 진입해도 SUR4G는 접지력을 쉽게 잃어버렸다. 체감 여부를 떠나 차가 미끄러지는지 미끄러지지 않는지가 명확했다.

코너링을 비롯한 긴급 회피 등 다양한 시험 결과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던 것도 R-S4였다.

기본적인 테스트는 끝났다. 이곳에서는 거의 모든 항목에서 한국타이어 벤투스 R-S4가 우세했다. 하지만 테스트와 별개로 서킷에서는 어떤 타이어가 더 빠를까? 감각적인 부분이나 제동 성능을 떠나 서킷에서 더 빠른 랩타임을 만들어준다면 소비자들은 랩타임이 잘 나오는 타이어를 선택할 것이다. 기록을 단축시켜주는 것이 익스트림 퍼포먼스 타이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서킷 테스트

서킷 테스트에 앞서 몇몇 드라이버 분들께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넥센타이어 엔페라 SUR4G가 이길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운전대는 전인호 객원 기자가 잡았다. 모든 테스트가 그러하 듯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하고 최대한 달리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R-S4가 더 빨랐다. 100분의 1초 단위를 제외하면 거의 1초 가까운 차이다. 물론 캐딜락 ATS가 아닌 다른 차를 쓴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가령 약간의 미끄러짐을 감안하고도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는 전륜구동(FF) 차량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후륜구동은 타이어의 미끄러짐이 기록 손실로 이어지기에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지 못한다. 또한 모든 평가는 동일한 기준으로 이뤄져야 하기에 이번 시험 결과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R-S4가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됐다.

빠른 기록도 인상적이었지만 R-S4의 장점은 누구나 한계를 파악하기 좋다는 점에 있었다. 또, 한계를 넘었다가 돌아오는 시간도 빨랐다. SUR4G는 다소 불분명한 한계 특성을 개선해 주면 좋겠다.

우리 팀이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서킷 주행까지 진행한 결과 두 타이어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었다.

가격

이제 마지막으로 가격을 보자.

가격 차이는 제법 났다. 아무래도 넥센의 엔페라 SRU4G의 가격이 낮았다. 타이어 본당 거의 4만 원의 차이, 4개를 모두 바꾸면 16만 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

하지만 꼭 저렴하다고 좋게만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동일한 테스트를 진행한 뒤 마모도를 측정했을 때 한국 타이어 쪽이 더 나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의외로 내마모성 차이가 컸는데, 한두 번 사용하고 교체를 하는 것과 수차례 사용할 수 있다면 종합적으로 금전적인 지출은 한국타이어 쪽이 적어지지 않을까?

정리하면 일반 소비자들이 서킷을 갔을 때 조금 더 안정적으로 편히 성능을 낼 수 있는 타이어로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R-S4가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넥센도 분명히 선정했다. 괜히 입소문이 난 것은 아니었다.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서킷에 처음 입문하거나 안정적으로 고성능을 쓰고 싶은 소비자들에게는 가격이 조금 비싸도 한국 벤투스 R-S4 사용을 추천한다. 타이어 값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 자동차 수리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끄러짐(한계) 시점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 물론 순수 서킷에서 연습량이 중요하다면 SUR4G가 무난할 수도 있다. 특성을 잘 파악하면 가성비를 추구하는데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시험에서의 승자는 한국 벤투스 R-S4였다. 우리는 당분간 국산 익스트림 타이어 중에서 R-S4를 추천할 것이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후 벤투스 R-S4에 대한 몇몇 궁금증을 한국 타이어 홍보팀에 물었다. 하지만 홍보팀은 제품을 출시했다는 오래전 보도자료 하나, 제품 소개 파일만 보내왔다. 사실상 본업을 저버린 형식적인 처사였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러하 듯 회사가 정해준 보직에 맞춰 각각의 업무가 주어진다. 누군가는 제품을 개발해야 하며, 누군가는 개발된 제품을 시험한다. 그리고 완성된 제품을 광고하거나 파는 업무도 있다. 제품의 마케팅, 홍보도 타이어 제조사 내의 업무 중 하나다.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도 그것이 제대로 홍보되지 못한다면 판매로 이어지기 어렵다. 몇몇 기자들과 만나 밥이나 술을 마시는 것이 홍보팀의 본업은 아니다. 자사 제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여 더 많은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 정보와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그들의 기본 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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