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니로는 현대 아이오닉과 형제다. 하지만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아이오닉과 달리 공간을 넓히고 지상고를 높여 소형 SUV 장르를 공략했다. 연비는 아이오닉보다 조금 낮지만 더 넓고 실용적인 면이 강조돼 친환경 모델로 큰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소형 SUV들의 가격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니로는 하이브리드 모델임에도 나름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가서려는 느낌을 준다. 물론 최근 기아차가 시행하는 고가 정책에 힘입어 가격은 다소 올랐다.

잘 팔리는 모델이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든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틀어도 탑 3 안에는 매년 들어갈 정도.

그런 니로가 어느덧 페이스리프트 됐다. 하지만 변화의 폭은 크지 않다.

디자인은 부분적으로 변경됐다. 그릴의 패턴이 바뀌고 단조로웠던 범퍼도 멋스럽게 변했다. 그리고 이런 그릴 디자인은 쏘나타 센슈어스에도 비슷한 패턴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헤드램프가 달라지지 않은 듯 보이지만 내부에 청록색을 넣어 디테일을 살렸다. 범퍼 양 측면에는 ‘>>’모양의 램프도 추가했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스포티지와 조금 더 비슷하게 변한 것 같다.

후면을 보자. 리어램프 내부가 새로운 형태로 변했고, 범퍼는 전면부와 비슷한 디자인 특징을 살리도록 변했다. 새로운 휠 디자인도 보기 좋다.

실내도 외관처럼 디테일한 부분이 변했다. 계기판에는 7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기존 모델이 다소 싸 보이는 느낌이었다면 현재는 미래지향적인 느낌으로 변했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사이즈는 10.25인치다. 확장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쓰인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가 바뀌면서 중앙 송풍구의 위치도 변경됐다.

버튼 배치도 깔끔하다. 기존 대비 잘 정돈된 모습, 직관성도 좋아졌다. 대시보드 하단 부분에 무드등도 추가됐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에 패들도 추가했다. 이 패들은 2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데, 에코 모드에서는 에너지 회생 레벨을 선택한다. 왼쪽 패들을 당기면 에너지 회생 레벨이 높아진다. 마치 기어 단수를 내리는 것과 같이 감속 효과를 내준다. 반대로 오른쪽 패들을 당기면 에너지 회생 레벨이 낮아진다. 평지에서 최대한 멀리 탄력주행을 할 때 도움이 된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면 패들이 기어를 변속하는 용도로 바뀐다. 주행 모드에 따라 패들의 활용도를 달리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좋다.

앞좌석에는 통풍, 열선 기능은 물론 메모리 기능도 있다. 뒷좌석 공간은 소형 SUV로는 충분히 넓다. 송풍구와 220볼트 인버터, 2단 열선 기능도 있다. 현대 투싼이나 기아 스포티지와 비교해도 구성은 충분하다.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지면서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도 강화됐다. 특히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와 오토 홀드 기능을 넣으면서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된다. 이외에 차선이탈 경고와 차로 유지 보조 기능, 고속도로 주행 보조,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오토 하이빔, 운전자 주의, 전방 차량 알림 기능 등 많은 기능이 담긴다.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해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탄력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주행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팀은 테스트 기간인 3일(실제는 하루 반) 동안 딱 1번 알림을 확인했다. 실제 활용성보다 기능 탑재 정도에만 의의를 두는 것이 좋겠다.

실내외와 기능상의 차이가 있을 뿐 파워트레인은 바뀌지 않았다. 니로의 파워트레인은 열효율 40%라는 점을 강조하는 1.6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그리고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장착된 전기모터 조합이다.

시동 버튼을 눌러도 엔진은 작동하지 않는다. 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공통점. 대신 냉간 시, 배터리 충전이 필요할 때는 시동이 걸린다. 이때는 시끄럽다. 엔진 회전수를 일반적인 아이들 상태인 600~700rpm 대가 아니라 1200rpm까지 높이기 때문이다. 그냥 회전하는 것도 아니고 모터를 강제적으로 돌려 전기를 만들어내야 하기에 소리가 더 커지는 것. 이때 측정한 아이들 정숙성은 46.0 dBA였다. 소음이 제법 있는 디젤차 수준으로 보면 된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모터를 탑재한 병렬식 하이브리드 특성상 토크는 여유롭지만 출력은 제한적이다. 엔진은 최고출력 105마력과 15kgf.m의 최대토크를 가지며 모터는 43.5마력과 17.3kgf.m의 토크를 확보한다.

출발은 전기모터의 힘으로만 움직인다. 이후 시속 10km를 넘어서는 시점이 되면서 엔진에 시동이 걸린다. 이때 가속 페달을 잘 조작해야 한다.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힘을 내 차량을 가속시킨다.

10km/h 전후에서 엔진 시동이 걸린 것을 확인했다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보자. 엔진은 정지한다. 이때 다시 가속 페달을 살며시 밟으면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전기모터만으로 가속을 이어갈 수 있다. 물론 가속이 답답하긴 하지만.

니로의 연비를 최대한 끌어내려면 후자와 같은 방법을 쓰면 된다. 하지만 서울 시내와 같이 차량도 많고 이 흐름에 맞춰야 한다면 10km/h 이후에는 거의 엔진이 가동된다고 봐야 한다.

물론 현대 기아차의 하이브리드방식에 장점도 있다. 고속도로 주행 때 엔진의 개입을 최소화시켜 연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모터와 6단 변속기 조합 덕분인데, 초반에 큰 토크를 발생시킨 후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감소하는 모터 특성을 6단 변속기를 통해 최대한 상쇄시켜주기 때문이다.

토요타와 렉서스의 직병렬 방식 하이브리드는 약 70~80km/h의 속도까지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고, 이 이상의 속도에서는 엔진이 항시 가동되어야 하지만 현대 기아차의 하이브리드는 100km/h의 속도에서도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물론 시속 2~30km의 속도부터 100km/h까지 전기모터만으로 가속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100km/h의 속도까지 엔진이 가동해 속도를 끌어올린 다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이 멈춘다. 그리고 살며시 가속 페달을 다시 밟으면 모터만으로 이 속도를 유지시킬 수 있다. 속도를 더 높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속도를 겨우겨우 유지할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내리막길이 나오면 속도는 더 높아질 것이며, 조금이라도 오르막길이 나오면 모터 힘 만으로 충분하지 않아 바로 엔진이 가동된다.

변속기는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듀얼 클러치다. 듀얼 클러치로는 상당히 느린 변속 속도를 보여준다. 그만큼 DCT 특유의 저속 울컥거림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속도를 내주고 승차감을 득한 것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동력 전달을 확실하게 하기 위함이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수동 변속기와 비교될 정도로 엔진의 동력을 확실하게 이어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물론 현대 기아차의 병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일반 자동 변속기 방식도 토크컨버터가 없어 동력이 직접 연결된다.

두 번째는 무게다. 건식 타입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같은 단수의 토크컨버터 자동 변속기보다 가벼운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습식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일반 자동 변속기만큼 무겁기도 하고 고성능 대응용은 오히려 무게가 더 나가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딱히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선택한 이유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병렬식 하이브리드 모델의 승차감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듀얼 클러치 변속기에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엔진-토크컨버터-변속기 순으로 결합돼있다. 하지만 병렬식 하이브리드는 엔진-모터-변속기가 조립된 형태다. 엔진이나 변속기에서 발생하는 진동이나 충격을 상쇄시켜주는 토크컨버터가 빠진 것이다. 그래서 현대 기아차에서는 모터 자체적으로 엔진이나 변속기에서 발생하는 진동의 반대 진동을 만들어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기술을 발명했다. 이것이 바로 ‘액티브 부밍 컨트롤’이다.

그런데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하면 이 기술도 필요치 않다. 변속을 하는 과정 자체에서 동력을 끊고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크컨버터가 해줘야 할 일을 듀얼 클러치 변속기 스스로 소화할 수 있는 것인데, 현대 기아차는 여기에 속도까지 늦춰 진동이나 충격을 줄였다. 현대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개발 역사도 상대적으로 짧고 병렬식 하이브리드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데, 제한된 환경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어내고자 열심히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니로의 가속성능은 어떨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10.24초를 기록했다. 기존 모델이 10.71초 내외였으니 차량 컨디션이 조금 더 좋았거나 남양 연구소가 파워트레인을 개선한 것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고효율 모델에게 충분한 성능이다.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시속 160km까지 무난하게 속도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니로는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정속으로 여유롭게 달릴 때 만족감이 높아진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운전자의 피로가 크게 줄어들고 높은 연비도 기록된다. 시속 10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한 환경에서 니로는 약 20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승차감은 조금 단단한 느낌이다. SUV보다 해치백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부드럽긴 하지만 조금 더 차량과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하체 성격이다.

와인딩 로드에서 니로의 주행 완성도를 확인해보자.

우리 팀이 기존 니로에서 지적했던 MDPS의 아쉬움은 최근 현대 기아차들처럼 매우 예민하게 신경을 쓰지 않는 이상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개선됐다. 그저 좌우로 움직이는 명령 전달 역할만 했던 스티어링 휠이 이제는 운전자가 조금 더 일체감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차량의 기본적인 운동 특성은 언더스티어 성향이다.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MXM4는 과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성능을 낸다. 소음이나 승차감, 제동력, 내마모성 등 다양한 부분서 좋은 성능을 보이고 있는 것이 MXM4의 특성이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이동한 최단거리는 37.46m 수준. 기존 모델이 40m 대를 보였는데, 기존의 것에 문제가 있었거나 제동 시스템을 개선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자에 무게가 실리는데, 초기 설정된 제동 시스템을 바꾸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페달 답력은 가벼운 편. 때문에 여성 소비자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특유의 반박자 느린 반응성이 여전히 숙제다. 또한 브레이크 페달을 통한 피드백이 제한적이라 감각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최근 토요타 프리우스를 보면 이런 부분까지 잡아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적극 벤치마크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제조사 노하우를 통한 진짜 기술력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소형 SUV의 무게 추가 쌍용 티볼리에서 기아 셀토스로 옮겨갔다. 이제 셀토스가 왕년의 티볼리만큼 월 5천 대 이상씩 판매된다. 소형 SUV 종류가 많아졌지만 인기 모델이 독주하는 현상은 같다.

우리 팀은 테스트를 마친 후 셀토스 보다 니로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셀토스… 무난하지만 이것저것 구성을 추가하다 보면 3천만 원이 넘는다. 수입차도 아닌 국내 생산 모델로는 엄청난 가격이다. 이는 요즘 기아차가 지향하는 고가 정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귀족이 만들었으니 귀족들만 타라는 것일까?

니로는 셀토스와 거의 비슷하다. 공간도 넓은 뿐더러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도 다 갖췄다. 거의 같은 차라고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 니로는 셀토스보다 연비도 좋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유지비 관점에서 훨씬 이득이 아닐까? 하이브리드만의 각종 세금 혜택과 주차장 할인 등 부수적인 이점까지 있으니 말이다.

많이 잘 팔리는 차. 분명 아무나 구입해도 무난하게 이용 가능한 모델들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쏠림 현상은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 또 하나, 제조사가 여론을 흔든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단순 광고보다 여론전에 힘쓴다. 쉽게 말하면 과장된 정보를 당신에게 주입하기 위해서다. 똑똑해야 제조사가 친 그물망을 빗겨 나갈 수 있다.

정리하자면 현대, 기아, 쌍용, 쉐보레, 르노삼성이 다양한 차들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서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모델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니로는 셀토스에 가려 묻히는 느낌이다.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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