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작의 글로벌 버전(?), 미쉐린 가이드 맛집 돈으로 산다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9.11.13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만든 맛집 추천의 정석으로 통한다. 과거엔 ‘미슐랭 가이드’로 불렸다. 단순히 맛집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호텔을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미쉐린 가이드가 미쉐린의 사업 아이템 중 하나라는 것을 아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국내 발간되는 미쉐린 가이드도 순수한 미쉐린의 자본이 아닌 외부 자본 유입으로 만들어진다. 한국관광공사,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등 규모에 따라 수 십에서 수 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후원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자본은 미쉐린의 수익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KBS는 뉴스를 통해 미쉐린 가이드에 검은 연결고리(브로커)가 있음을 보도했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미쉐린 가이드 평가원들이 찾아와 높은 점수를 준다는 것. KBS는 개업한지 2달가량 된 식당에 평가원들이 찾아왔다고 보도했다.

결국 적정 수준으로 식당을 개업하고 브로커에 돈을 주면 미쉐린 가이드의 최고 등급 식당으로 뽑힐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별점으로 평가되는 최고 등급의 식당뿐 아니라 '빕그루망'으로 불리는 저렴하고 맛 좋은 식당 추천에 대한 논란도 많다. 미쉐린 가이드의 추천을 믿고 강남 몇몇 음식점을 방문한 A씨는 추천에 어울리지 않는 맛에 상당히 실망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평가원들이 모든 식당들을 방문해 제대로 평가할 수 없으니 포털 사이트의 몇몇 블로거들이 추천하는 맛집을 찾아가 '빕그루망' 리스트에 끼워 넣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기존 맛집이 미쉐린 가이드 추천으로 망가지는 식당도 있다. 평양냉면 마니아로 통하는 B씨는 서울 강북, 강남에 위치한 다양한 냉면집에서 특유의 맛을 즐긴다. 하지만 미쉐린 가이드가 추천한 강남 일부 식당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음식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존에 특유의 맛을 내는 맛집으로 통했지만 미쉐린 가이드 소개 후 손님이 늘자 면을 삶은 뒤 물기를 충분해 빼지 않고 육수도 조금만 넣어 음식의 제맛을 못 살리거나 음식을 빨리 만들어 손님 회전율만 높이려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는 것. 그럼에도 해당 식당은 매년 '빕그루망'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부 깊이 있는 한국 음식들은 그 맛을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미쉐린 평가원들이 제대로 맛을 알고 평가하는지 의문이라는 시선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맛집 마니아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일부 식당들이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물론 미쉐린 가이드에 실린 상당수 식당은 분명한 맛집으로 통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최상급 식당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초리는 달라질 것이다. 이 식당은 얼마나 내고 별을 받았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KBS는 해당 내용을 계속 보도해 나갈 예정이다. 이에 미쉐린 한국 법인도 조만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수십억 원을 내놓은 관광공사, 매년 수 억 원의 자금을 미쉐린에 투자한 현대차 제네시스는 돈만 쓰고 이미지를 구긴 꼴이 될 처지에 놓였다.

최근 미쉐린 본사의 실적도 꾸준히 악화되고 있다. 주요 시장에서의 타이어 판매 실적 하락이 주요 원인이다. 이에 유럽 내 일부 공장들도 문을 닫게 된다. 여기엔 자동차 주요 핵심 국가 중 하나인 독일을 포함해, 자국 프랑스 공장도 속한다. 중심 사업의 판매 실적 하락을 고민하는 가운데, 이번 미쉐린 가이드 사태가 글로벌 이슈로 번질 경우 미쉐린 그룹이 쌓아온 이미지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