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터보 엔진 연비가 더 낮은 이유?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9.06.0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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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은 유행이 아니라 필수다. 이제 6기통 엔진은 일부 고급차에서나 만날 수 있다. 과급기를 통한 다운사이징. 이제 터보차저가 없으면 힘이 부족하다 느낄 정도로 과급 장치가 대중화 돼 있다.

다운사이징 엔진은 제조사를 압박하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쓰이게 됐다. 세계적인 규제가 배출가스를 줄이고 연비를 높이라고 부추기고 있다. 배출가스를 줄이고 연비를 높이려면 엔진 크기를 줄여야 한다. 배기량 축소에 따라 부족한 힘을 터보차저로 채운다. 이것이 다운사이징 엔진의 기본 개념이다.

2.0~2.5리터 자연흡기 엔진은 1.5리터 터보가 대신한다. 3.0~3.5리터 엔진은 2.0리터 터보가 맡는다. 고급차의 상징이던 4.0~5.0리터 대배기량 엔진의 자리는 3.0리터 터보가 채운다. 수백 마력을 내던 슈퍼카들의 엔진도 대부분 4.0리터 터보엔진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하지만 다운사이징 엔진 덕에 성능과 연비가 높아졌는데, 실제 체감은 그리 크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다운사이징 엔진은 분명 성능과 연비를 높여준다. 하지만 성능과 연비가 ‘동시에’ 높아지는 경우는 없다. 무슨 말일까?

가솔린 1.5리터 터보 엔진으로 200마력을 내는 자동차가 있다고 가정하자. 200마력을 자연흡기 엔진으로 만들려면 2.5리터 전후 배기량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터보차저 하나가 1.0리터가량의 배기량을 줄여줬다.

이 차가 연비 인증을 받는다. ‘2.5리터급 200마력의 효율을 발휘하는 차’가 아닌 ‘평범한 1.5리터 자동차’가 돼 있다. 연비 인증 환경에서는 엔진이 가진 모든 출력과 토크를 쓰지 않는다. 가다서다 또는 아이들(정차) 환경, 엔진 부하가 적은 정속주행 환경에서 측정되는 만큼 터보차저가 힘을 쏟아내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작은 배기량의 엔진이니 연료 소비가 줄어든 것 뿐이다. 표면적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광고하는 연비는 이렇게 높아진다.

이제 200마력이란 출력을 모두 사용해 보자.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1.5리터의 제한적인 배기량에서 큰 출력과 토크를 만들어내기 위해 터보차저가 엔진에 더 많은 공기를 밀어 넣는다. 그렇게 엔진은 최고 성능을 뽑으려 열심히 일한다.

여기서 연료와 공기, 열의 관계가 중요해 진다. 터보차저가 엔진의 실린더 내부로 많은 양의 공기를 밀어 넣으면 자연스레 연료도 많이 들어간다. 이론적으로 공기와 연료가 완벽하게 연소되려면 14.7:1의 비율을 맞추는 것이 좋다. 상황에 따라 연료를 더 많이 또는 적게 쓰기도 하지만 기준점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연료가 많이 분사되는 환경, 연소되지 않은 연료들이 불필요하게 버려진다고 보면 된다. 또, 산소보다 연료가 많아지면서 불완전 연소가 되기에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 배출량이 늘게 된다. 반대로 연료를 적게 분사하면 연료 사용이 줄어 연비가 높아진다. 하지만 질소산화물 발생량이 늘어난다.

여기에 연비 하락 이유가 생긴다. 터보차저가 공기를 많이 밀어 넣으면 그 비율에 맞춰 더 많은 연료를 분사해야 한다. 배기량 보다 많은 공기를 밀어 넣어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은 터보차저의 기본 개념이다. 쉽게 늘어난 연료 분사랑이 엔진이 갖는 배기량 이상으로 성능을 가져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연료를 더 많이 쓰기에 연비가 떨어진다는 것.

공연비보다 낮은 비율로 연료를 분사하면 오염물질도 만들어지지만 엔진 내부 온도가 높아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연료는 실린더 내에서의 폭발은 물론 내부 온도를 낮추는 역할도 겸한다.

실린더 내부 온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많은 양의 공기가 실린더 내부로 밀려 들어오고 있다. 이때 피스톤이 압축을 시작하면 소량의 연료만으로도 조기 점화가 발생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노킹(Knocking) 현상이 되는 것. 특히 배기가스로 공기를 압축하는 터보차저 특성상 엔진 내부로 들어오는 공기의 온도는 상승하게 된다. 결국 노킹 위험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엔진 내부의 각종 센서들이 다양한 위험을 미리 감지해 노킹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연료를 더 분사해 엔진 내부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특히 직분사 시스템을 갖춘 엔진은 250~350바의 분사압력을 갖는 인젝터로 순간적으로 연료를 분사한다. 연료를 1번만이 아닌, 수 차례로 나눠 뿌릴 수도 있다. 정밀하게 연료를 제어할 수 있기에 엔진의 온도 관리도 쉬워진다. 때문에 터보차저와 직분사 시스템은 궁합이 좋다는 평을 듣는다.

문제는 이렇게 연료를 분사했을 때 연비는 떨어진다는 것. 연비 하락의 두 번째 이유가 된다.

이제 연비 하락의 마지막 이유다. 이는 배기량이 작아진 엔진이 큰 덩치의 자동차를 이끈다는데 있다. 과거 중형차에는 2.0리터, 대형차에는 3.5리터 이상 엔진이 주로 쓰였다. 지금은 중형차에 1.5리터 터보, 대형차에 2.0리터 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만 놓고 보면 터보엔진의 성능이 더 월등하다. 하지만 이 수치는 엔진이 모든 힘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다.

가다서다를 반복할 때는 터보차저도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해 엔진 혼자서 크고 무거운 차체를 이끌어야 한다. 배기량이 넉넉하면 엔진의 저회전 영역에서도 여유로운 힘이 나온다. 반대로 배기량이 작아질수록 엔진은 저회전 영역에서 낮은 힘을 낼 수 밖에 없다. 결국 운전자는 답답함을 느끼고 가속 페달을 더 밟는다. 엔진에 걸리는 부하에 맞춰 연료 소모량이 늘어나는 것.

때문에 일부 자동차 제조사는 극단적으로 배기량을 줄이다가 다시 적정 수준의 배기량으로 되돌린 바 있다. 토요타는 3세대 프리우스를 발표하면서 배기량을 1.5리터에서 1.8리터로 높였다.

토요타 시에나에는 3.5리터와 2.7리터 가솔린이 탑재됐었다. 하지만 2.7리터 버전은 성능이 낮고 연비에서 이점이 크지 않아 라인업에서 빠졌다. 폭스바겐 폴로도 4기통 1.6리터 디젤에서 3기통 1.4리터로 배기량을 줄였다가 모델체인지를 통해 다시 배기량을 1.6리터로 키웠다.

그렇다면 터보차의 연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제해야 한다. 일정한 속도로 주행할수록 연비는 크게 향상된다. 차량에 불필요할 정도로 무거운 짐을 싣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일반 자동차 연비 높이는 운전 법이랑 동일하다고? 맞다! 다운사이징 터보엔진은 성능과 연비를 높이는 매력적인 기술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제한적 요소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자동차가 UFO처럼 순간 이동을 하지 않는 이상 어떤 신기술이 등장해도 연비를 높이는 운전법이 필요해 진다.그것이 터보차건, 하이브리드건, 전기차이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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