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할 말하는 GM, 고개 숙인 현대차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18.12.10 17:03
  • 댓글 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한국지엠은 다윗과 골리앗이다. 시장의 중심을 잡고 있는 현대차에 대항할 자동차 회사는 아직까지 없다. 특히나 자회사인 기아까지 합하면 전체 시장 점유율이 과반수를 크게 넘는다. 독과점이라는 얘기도 이 때문에 나온다.

하지만 그런 현대차에게도 답답한 속내가 있다. 국내 시장 소비자들만 바라보며 차를 팔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현대차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해외 평가사들은 최근 현대차의 신용도를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1~2년 내에 현대차가 과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는 미래를 위해 수소차에 집중 투자했고, 이를 기반으로 수소 부문에서 세계 정상급에 올랐지만 시대는 다시금 전기차로 가고 있다. 배터리 성능과 함께 충전 기술의 진보 덕이다. 일본 토요타가 표면적으로는 수소차에 투자하는 모습이었지만 실제로는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에 힘을 쏟고 있었다.

더불어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빠르게 체질을 바꾸고 있다. 토요타와 폭스바겐은 내연기관 자동차와 관련된 연구를 중단하고 생산조차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일찍부터 전기차 양산화를 서두른 르노-닛산-미쓰비시도 전기차에 본격적으로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GM은 아예 전기차에 올인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가솔린도, 디젤도, 하이브리드도, 전기차도, 수소차도 모두 붙잡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에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여기에 노조 문제가 항상 도마 위에 오른다. 단순한 노동조합이 아닌, 우리네 노조는 세계에서도 유명한 강성 노조로 불린다. 사실상 파업을 무기로 회사를 압박해온 일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4차 산업 혁명을 맞아 고용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시대가 변화던 말던 고용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끝이 아니다 정치권 눈치도 봐야 한다. 해외 제조사들은 한층 슬림한 회사로 거듭나려 한다. 반면 현대차는 고용을 압박하는 정책에 따라 인력을 더 뽑아야 하는 실정이다. 때로는 정부 권유에 따라 해외(?) 투자까지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미국에 본거지를 둔 GM은 어떨까? 사실상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 최근 GM은 자국인 미국 내 공장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당장의 판매량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GM은 자국 내 판매량 발표를 매 분기별로 하고 있다. 매달 판매량을 발표하며 출혈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자국 내 공장 폐쇄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회사의 미래 투자, 생존을 위해 지금의 것들을 내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현대차는 어떨까? 당장 눈치 볼 것들이 많다.

국내 시장의 인터넷 여론 전은 물량 공세로 방어하고 있다. 인터넷상의 여론을 우호적으로 이끌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데, 일단 현대차 내부에서의 평가는 좋다. 하지만 돈으로 여론은 속일 수 있어도 내부로 쌓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국내 미디어 산업의 대부분을 장악했지만 막상 내부 문제엔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다.

최근 한국지엠은 연구개발(R&D) 법인 분리를 추진 중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많다. 사측에서 보면 미래를 대비한 최적화를 하겠다는 얘기다.

현재 미국 GM이 발표한 구조 조정안에는 약 1만 4000여 명 이상이 포함돼 있다. 미국 정부는 물론 의원들조차 구조조정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GM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회장이 직접 나서 '비용 문제로 미국 내 공장을 철수한다'는 의견만 한 번 더 못 박았을 뿐이다.

GM의 구조조정은 전기차와 자율 주행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초석이다. 또한 구조조정을 통해 6조 이상의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

현대차는 이런 것들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생존을 위한, 미래를 위한 구조조정조차 할 수 없는 현실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의 R&D 법인 분리 얘기가 돌았을 때, 현대차도 같은 내용을 검토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현대차 입장에서 미래를 바라본다면 이것도 자구책이 된다. 하지만 가능성은 없다. 한국에서 자동차 사업을 접고 해외로 나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미래를 위해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GM, 눈치만 보며 속 태우는 현대. 이것이 지금 미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현황이다.

최근 토요타의 아키오 사장은 자사의 5년, 10년 뒤 미래를 내다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토요타의 최고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지금의 현대차에게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내부 결속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미래를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당장의 욕심과 미래, 어느 것에 투자할 것인가?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