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이제는 전동화도 모듈화로, 일렉트릭 액슬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8.11.0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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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자동차 회사에게 고효율을 부추기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좋든 싫든 효율을 올려야 한다. 그것이 기술력이고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이며, 타사보다 앞서나갈 수 있는 경쟁력이다.

유럽은 2015년만 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km 주행 시 130g 정도만 배출하면 규제를 통과했다. 하지만 2030년에는 60g/km 전후인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당장 2019년부터 유로 6d 기준이 시작되며, 국제 표준 배출가스 시험 규격인 WLTP(Worldwide harmonized Light vehicles Test Procedure)와 RDE(Real Driving Emissions) 테스트 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배출가스 시험 시행을 준비 중이다.

과거에는 연비를 높이기 위해 파워트레인 개선에 집중했다. 일반적인 가솔린 엔진의 열효율은 30% 전후. 사실상 버려지는 70%의 효율을 최대한 활용하면 연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또한 변속기에서 버려지는 동력 손실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토크컨버터의 락업클러치 기술이나 듀얼 클러치, 멀티 클러치, 다단화 변속기 등 다양한 기술이 등장했다.

하지만 파워트레인의 기술은 한계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미 내연기관의 개념은 17세기부터 시작됐다. 카를 벤츠가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 특허를 획득한 것이 1879년이니 140여 년의 기술 개발 역사를 갖는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더 이상 혁신은 등장하기 힘든 시점까지 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가솔린 엔진의 열효율은 41%, 디젤 엔진의 열효율은 44%까지 도달했다.

가솔린 직분사 압축 착화 엔진(HCCI, Homogeneous-Charge Compression-Ignition Engine)의 기술 개발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지만 현재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마쯔다가 HCCI 엔진을 발표했지만 조기 불꽃 점화를 일으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완벽한 HCCI 엔진이라고 하기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 사항에 맞추기 위해 급부상하고 있는 신기술이 바로 전기모터의 활용이다. 엔진이나 변속기의 개선을 통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수준은 3% 내외다.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기존에 있던 것을 개선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모터만 있으면 효율은 20%, 많게는 30% 이상도 증가한다. 파워트레인의 기술이 한계에 이르렀으니 전기모터를 어떻게 잘 활용할지가 미래 효율 기술 경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전동화(Electrified Vehicles)다. 내연기관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모터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의미는 다르다. 하이브리드는 동력을 만들어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2개 이상의 동력원을 사용해 자동차를 굴러가게 만드는 것이 하이브리드의 기초적인 개념이다.

반면 전동화는 동력 발생은 물론 자동차를 구성하고 있는 부품까지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유압식 스티어링 대신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 유압식 브레이크나 냉각 시스템을 모터로 대신하는 것, 엔진에 전기모터가 추가돼 동력을 만들어내는 부담을 낮춰주는 것 등이 해당한다. 점차 엔진은 최소한의 일만 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인 것이다. 때문에 전동화 자동차(Electrified Vehicles)와 전기차(Electric Vehicles)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전동화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풀-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직렬형, 병렬형, 직병렬형으로 구분된다. 직렬형 시스템은 엔진이 전기를 만들고 여기에서 생성된 전기 에너지와 배터리를 바탕으로 모터가 구동되는 방식이다. 병렬형은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전기모터를 위치시키는 형태다. 직병렬형은 토요타나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직렬과 병렬형의 장점을 유기적으로 조합시킨 것이다.

하지만 많은 개조작업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배터리가 추가되고 엔진과 전기모터를 어떻게 배치할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실내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전기모터만 추가한다고 뚝딱 풀-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의 대안으로 떠오른 기술이 바로 인휠 모터다. 인휠 모터는 이름 그대로 바퀴 안쪽에 모터가 장착된 기술이다. 크게 휠 자체가 전기모터로 이뤄지거나 구동축에 전기모터가 장착된 형태가 존재한다.

사실 인휠 모터는 1890년대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개발해 역사도 깊다. 각 바퀴에 모터가 위치하기 때문에 차체의 구조를 크게 바꿀 필요가 없다. 그만큼 실내 공간을 넓게 만들어낼 수 있다. 또, 각각의 모터 출력과 토크를 변화시키면 토크 벡터링과 같은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주행성능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인휠 모터는 각각 모터의 정밀 제어가 어렵고 휠이나 구동축의 구조가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다. 다수의 모터를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고성능 프로세서와 정밀 센서도 필수다. 무엇보다 휠 안쪽에 모터가 장착되어야 하는 만큼 원하는 대로 모터 사이즈를 늘릴 수 없고, 이는 출력의 한계라는 벽에 부딪힌다. 여기에 모터와 배터리를 연결하는 전원 케이블을 비롯한 전선류의 단선 문제도 인휠 모터의 실용화를 막는 걸림돌이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전동화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은 ▲엔진을 대체할 수 있는 고출력 모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 ▲모듈화 기술을 통해 범용성을 높일 것, ▲내연기관 엔진과도 함께 사용할 수 있을 것,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고 무게도 가벼울 것 등을 만족해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한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일렉트릭 액슬(Electirc Axles)이다. 일렉트릭 액슬이란 구동축 중간에 모터가 자리한 방식이다. 인휠 모터와 달리 모터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고 모터가 바깥으로 노출되지 않아 내구성도 높일 수 있다. 또한 다수의 모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이 복잡해지지도 않는다.

일렉트릭 액슬의 선구주자는 영국의 부품 업체인 GKN 드라이브라인(GKN Driveline)이다. e액슬(eAxle)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이미 포르쉐와 BMW, 볼보 등 업체가 사용 중이다. 포르쉐는 918 스파이더의 전륜 축에 이 시스템을 탑재했다. BMW i8의 전륜축에도 탑재된다. 볼보는 XC80 T8 모델을 통해 사용중인데, 포르쉐나 BMW처럼 전륜이 아니라 후륜축에 탑재했다.

일렉트릭 액슬은 차량의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전동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는 150마력 전후의 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까지 개발됐다.

제한적인 출력은 기어비를 변화시켜 동력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일반적인 전기모터는 회전수가 1만 5000 rpm에서 2만 rpm 미만으로 사용돼 변속기가 필요 없다. 하지만 전기모터에 변속기가 추가되면 제한적인 출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신 다단화는 필요치 않고 2단 정도만 사용해도 충분하다. 일반 변속기와 개념을 달리하는 만큼 무게도 27kg에 불과하다.

일렉트릭 액슬을 응용하면 토크 벡터링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기모터에서 발생하는 구동력은 2개의 클러치를 활용해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몰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구동력을 끊고 연결하는 힘이 무려 245kg.m에 이르는 만큼 구동력 배분 효과는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좌측이나 우측 바퀴의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토크 벡터링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토크 벡터링 바이 브레이크 방식은 주행 중 속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한계점을 갖는다. 이와 달리 일렉트릭 액슬의 토크 벡터링 시스템은 제동 효과를 주지 않고 유압식으로 작동하는 다판 클러치 방식의 토크 벡터링 시스템과 동일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GKN 드라이브라인의 일렉트릭 액슬도 한계는 존재한다. 다양한 차량에 탑재하기에는 제한적인 구조를 갖는다는 것. 특히 전기모터가 장착된 구동축 자체였기 때문에 다양한 차량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개발과정부터 함께 협력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ZF가 나섰다. ZF도 미래에는 일렉트릭 액슬의 시장 수요가 커질 것으로 판단해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일렉트릭 액슬의 모듈화까지 이뤄냈다. 구동축(액슬), 전기모터, 서스펜션, 냉각 시스템까지 통째로 만들어버린 것. 서스펜션에 일렉트릭 액슬까지 포함된 이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전륜용, 후륜용이 개발됐다.

ZF가 만든 모듈화 일렉트릭 액슬은 향후 다양한 차종에 적용될 수 있는 범용성이 가장 큰 무기다. 예를 들어 일반 앞바퀴 굴림 자동차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여기에 후륜 서스펜션 대신 일렉트릭 액슬을 장착하면 하이브리드 4륜 시스템으로 변신한다. 반대로 후륜구동 자동차에는 전륜용 일렉트릭 액슬을 달면 된다.

전기차로 탈바꿈하고 싶으면 엔진을 삭제하면 된다. 이때는 전륜용이나 후륜용 일렉트릭 액슬을 장착할 수 있고, 고성능을 원한다면 앞바퀴와 뒷바퀴 모두 장착하면 된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에도 사용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만 갖추고 있다면 여기에서 발생한 전기 에너지를 활용해 주행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어떻게 조립하느냐에 따라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다.

ZF의 일렉트릭 액슬은 204마력과 38.7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전기모터는 1만 3000rpm까지 회전한다. 한 개의 일렉트릭 액슬만으로도 전기차를 구동시킬 수 있는 충분한 출력이다. 여기에 내연기관 엔진까지 추가되면 출력은 더 증가하고 2개의 일렉트릭 액슬을 장착하면 400마력 이상의 높은 성능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전기모터는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 제작 비용을 비롯해 환경까지 생각했다.

후륜 조향 시스템도 갖췄다. AKC(Active Kinematics Control)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저속에서는 후륜을 전륜과 반대로 조작해 회전 반경을 줄여주고 60km/h 이상의 속도에서는 후륜을 전륜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주행 안정성을 높여주는 기술이다.

모듈화를 위해 부피와 무게도 낮췄다. 서스펜션을 제외한 구동축의 길이는 45cm에 불과하고 너비는 38cm 수준이다. 높이도 51cm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재 양산되고 있는 모든 차량에 탑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렉트릭 액슬의 전체 무게는 113kg 정도다.

ZF 일렉트릭 액슬의 무서운 부분은 전자제어 시스템을 비롯해 각 차량에 매칭 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까지 갖췄다는 것. 모듈화라는 이름 그대로 간단하게 조립만 해도 전기차가 될 수 있는 모든 여건을 갖췄다. 제조사가 해야 할 일은 서스펜션에서 발생하는 주행 감각을 자사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튜닝하는 것 정도다.

일렉트릭 액슬은 2018년부터 양산이 시작되며, 현재 다양한 제조사가 이 시스템을 활용한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 개발을 위한 비용을 큰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으며 개발 기간까지 단축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듈화라는 것은 크게 다운사이징의 한 측면에 해당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개발 비용과 시간을 아끼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위해 엔진, 차체 등의 모듈화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일렉트릭 액슬은 전동화 추세를 빠르게 앞당길 주요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모듈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동일한 부품을 바탕으로 자동차를 만들면 결국 브랜드와 디자인 말고는 차별화될 부분이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지향하는 방향이 모두가 같아진다면 결국 잃는 것은 개성이다. 소비자가 반기던 반대하건 현재의 시대는 이렇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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