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그래서 직분사 엔진의 문제는 무엇인가?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7.07.05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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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사건 이후 디젤 엔진의 평판은 땅에 떨어졌다.

이제 제조사는 물론 국가 차원에서 디젤 억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은 다시 가솔린 엔진으로 발길을 돌렸으며, 보다 높은 성능과 연비를 갖는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환경 보호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출시되는 신차 중 단 2.3%만이 직분사 엔진을 사용했다. 하지만 2015년 기준으로 45%의 신차가 직분사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디젤 파동이 끝나기도 전에 직분사 엔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세먼지를 비롯해 각종 유해물질이 디젤 못지않게 나오거나 카본이 축적된다는 등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대체 무엇이 문제고 어떤 것이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가?

직분사 엔진, 최신 기술이다?

직분사 엔진은 최신 기술로 인식되고 있지만 의외로 긴 역사를 갖는다. 1951년 보쉬가 처음으로 도입했으며, 1954년 메르세데스-벤츠가 300SL을 통해 양산차 최초로 직분사 엔진을 사용했다. 이후 1996년 미쓰비시를 시작으로 97년 닛산, 98년 토요타가 직분사 시스템을 양산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초창기 미쓰비시의 GDI 시스템. 현재는 사용되고 있지 않다.)

이후 1999년에는 현대자동차와 볼보, 푸조, 시트로엥 등이 미쓰비시의 직분사 기술을 라이센스 받아 양산차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폭스바겐 그룹이 2000년 가솔린 직분사 엔진(FSI, Stratified Injection)은 물론 터보차저까지 더한 직분사 엔진(TFSI, Turbo Fuel Stratified Injection)을 선보이며 다운사이징 엔진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2003년 GM과 포드가 나란히 이 기술을 사용해 직분사 엔진은 세계적인 추세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즉, 기술에 대한 개념이 정립된 것은 60년이 넘었지만 본격적으로 상용화가 시작된 것은 10여 년 정도다.

왜 연료를 직접 분사할까?

엔진 실린더 내부에 연료를 직접 분사해주는 직분사 엔진은 연료를 보다 깔끔하게 태우기 위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연료 알갱이 100개 중 99개에 불을 붙일 수 있다면 그만큼 효율이 높아지고 힘도 증가하며 배출되는 잔여 물질도 적어진다. 100개 중 50개 연료를 태울 수 있는 엔진과 비교해 대략 70개 정도 연료만 사용해도 70개에 가까운 연료를 태우니 보다 높은 힘과 연비에 배출가스까지 적게 내보내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엔진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연료 혼자서 불이 붙을 수는 없는 법. 산소와 섞여 미세한 가스 형태가 되어야 한다. 연료 알갱이 100개 중 50개밖에 태우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공기를 지금보다 2배 더 많이 넣으면 100개 중 100개에 가깝게 연료를 태울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발상에서 출발한 기술이 바로 린번 엔진이다.

(포드 CVH 린번 엔진)

결과는 잘 알려진 것처럼 린번 엔진은 실패했다. 먼저 린번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한 조건은 냉각수 온도가 약 75~80도 이상은 되어야 하며, 정속 주행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은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 차량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오히려 불완전 연소가 발생해 출력과 연비 하락은 물론 각종 공해물질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또 촉매도 린번 엔진 전용 사양을 사용해야 하며, 린번 엔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산소 센서 역시 높은 가격을 갖는다.

공기를 많이 사용하기 힘드니 같은 공기에 연료를 적게 사용하지는 발상이 시작됐다. 그래서 차라리 실린더 내부에 공기를 먼저 넣고 연료를 따로 분사시켜버리자는 것이 바로 직분사 엔진의 도입 배경이다.

연료를 실린더 내에 직접 분사한다는 자체만으로 상당히 많은 이점을 갖게 된다. 먼저 린번 엔진에서 실패한 '공기는 많이, 연료는 적게'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부하가 걸리는 상황이야 기존 간접 분사 엔진과 동일한 공기와 연료의 비율을 갖지만 정속 주행을 하는 것과 같은 저부하 상황에서는 디젤 엔진과 비교될 수 있을 정도의 공연비를 갖는다. 이론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가솔린 엔진의 공연비는 약 14.7:1. 하지만 직분사 시스템은 이론적으로 65:1까지 공연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즉, 적은 연료를 완전연소에 가깝게 태움으로써 높은 힘과 효율 모두를 얻어낼 수 있다.

다른 이점도 많다. 연료가 바깥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직접 뿌려지기 때문에 뜨거운 실린더 내부의 온도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온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같은 부피에 더 많은 산소 분자들이 모아진다는 뜻이다. 이것은 곧 같은 연료를 사용해도 더 높은 출력을, 반대로 같은 힘을 발휘하면 더 적은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

보다 완전연소에 가깝게 연료를 사용하는 만큼 배출가스도 적어진다. 또한 연료 분사를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만큼 300~350도 이상이 돼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삼원 촉매를 냉간 시동 상태에서 보다 빠르게 가열시킬 수도 있다. 지연 연소를 통해 촉매 근처에서도 지속적으로 연료가 연소하도록 유도가 가능한 것이다. 이는 냉간 시동 상태에서도 빠르게 배출가스를 감소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연료가 실린더 내부에 뿌려져 온도가 낮아지면 연료가 조기 점화되는 노킹에 대한 저항성도 높아진다. 때문에 압축비를 높이거나 터보차저를 추가하는 등 성능을 높이기 위한 활용성 면에서도 우수한 조건을 갖는다.

인젝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연료를 분사시키는 방법도 가지각색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됐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균질 급기(Homogeneous charge) 방식으로 연료를 분사한다. 이론적으로 공기와 연료가 잘 섞이고 가장 이상적인 연소를 할 수 있는 공연비(14.7:1)를 갖는 방식이다. 연료를 적게 사용하기보다 잘 태우고 이상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가속을 하지 않거나 엔진이 큰 힘을 사용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연료 분사 방식을 성층 급기(Stratified charge)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 성층 급기 방식은 실린더 내에 공기를 먼저 집어넣고 피스톤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시차를 두고 조금 늦게 연료를 조금만 뿌려준다. 그렇게 되면 연료가 적어도 점화 플러그 근처는 불꽃이 발생할 수 있는 충분한 연료가 모이고 여기서 발생한 화염이 실린더 전체로 확산된다. 최소한의 연료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이다.

반대로 엔진이 가장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면 이론적인 공연비보다 연료를 많이 분사시켜 실린더 내부 열을 낮추고 노킹에 대응하며 그만큼 강한 힘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럼 왜 직분사 엔진이 문제라는 것인가?

이쯤 되면 직분사 엔진은 과거 간접 분사 엔진의 약점을 극복한 만능 엔진이라 할 수 있다. 힘도 좋아지고 연비도 좋아졌으며, 배출하는 공해 물질도 저감되기 때문이다. 터보차저와 함께 한층 높은 성능을 발휘하기도 용이하다.

하지만 직분사 엔진에도 약점은 존재한다. 초창기 직분사 엔진은 성층 급기 방식만을 사용했다. 적은 연료에 많은 공기, 이로 인한 연비 상승을 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적은 양의 연료만 태우기 때문에 배기가스 온도가 낮고, 300~350도 이상이 돼야 작동하는 삼원 촉매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엔진 회전수가 낮으면 불완전 연소가 발생하고 반대로 엔진 회전수가 높으면 화염이 불완전하게 전파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실린더 내부에 상처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질소산화물 발생도 증가한다. 가솔린 엔진은 이상적인 공연비인 14.7:1에서 연료가 많아지면 연료 찌꺼기가 남아 탄화 수소(HC)와 일산화탄소(Co)가 많이 발생한다. 반대로 공기가 많아지면 탄화 수소와 일산화탄소 발생은 줄어들지만 질소산화물(NOx) 발생이 증가한다. 초창기 직분사 엔진은 희박 연소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질소산화물 발생량이 많았다. 이를 감소시키기 위해 디젤 엔진처럼 후처리 장치가 필요하기도 했다. 때문에 사실상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직분사 엔진은 성층 급기 방식만 사용하는 직분사 시스템은 사용하지 않는다.

현재는 균질 급기(Homogeneous charge) 직분사 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연료 분사를 달리해 성층 급기 방식도 병행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직분사 엔진은 몇 가지 한계를 갖는다.

첫째는 부품 가격 인상이다. 연료를 직접 분사를 시켜주는 인젝터는 약 200bar 전후의 압력을 만들어낸다. 간접 분사 엔진의 연료 분사 압력이 4bar 내외이니 수십 배 높은 압력을 받아내야 한다. 여기에 인젝터가 실린더 내부로 노출된 만큼 고온 고압에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인젝터의 가격이 높아지고 고압펌프와 고압 센서 등 부품들이 추가되며, 기타 부품들의 내구성도 향상시키기 위해 비용 부담이 증가한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지출해야 할 금액이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둘째는 엔진을 직접 분사시키고 압축비를 높여 연소시키는 만큼 소음과 진동의 발생은 피할 수 없다. 디젤 엔진만큼은 아니지만 가솔린 엔진으로는 소음과 진동 부분에서 어느 정도 희생이 필요하다. 또 각 부품들이 강한 폭발력과 진동에 견디지 못하면 엔진 자체가 망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니라도 각 부품들의 피로도가 누적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셋째는 배출가스 문제다. 가솔린 엔진은 디젤 엔진과 비교해 적은 산소로도 완전연소가 가능하다. 하지만 산소가 연료보다 많아지게 되면 공기 중에 있는 질소와 실린더에 남아있는 산소와 결합해 질소산화물이 더 잘 만들어지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연료를 고온 고압축된 상태에서 연소시키는 직분사 엔진은 더 많은 질소산화물을 만들어낸다.

미세먼지로 불리고 있는 미립자 물질(PM) 역시 문제다. 디젤 엔진은 PM 발생이 많아 별도의 필터인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Trap)가 장착된다. 하지만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상대적으로 PM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았고, 대부분이 그대로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 때문에 2012년 독일 ADAC에 이어 2016년 아우토빌트(Autobild)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현 세대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디젤 엔진의 수백 배에서 많게는 수천 배에 이르는 PM을 배출한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따라서 향후 출시되는 가솔린 엔진에는 가솔린 전용 필터인 GPF(Gasoline Particulate Filter Trap)를 장착하는 것이 의무화될 전망이다.

넷째는 흡기 밸브에 카본이 쌓인다는 점이다. 직분사 엔진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흡기 밸브에 카본이 쌓이면 공기가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불완전 연소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출력과 연비가 하락하게 된다.

간접 분사 엔진에는 잘 나타나지 않았던 흡기 밸브 카본 흡착 문제는 EGR(Exhaust Gas Recirculation)과 PCV(Positive Crankcase Ventilation)가 원인이다. EGR은 배출가스를 다시 실린더 내부로 들여보내는 장치이며, PCV는 실린더에서 크랭크 케이스로 스며든 가스들을 다시 실린더 내부로 집어넣는 장치다.

EGR은 배출가스의 재활용을 통해 각종 유해물질을 태울 뿐만 아니라 실린더 내 연소 온도를 낮춰 질소산화물 발생을 억제시키는 기능을 한다. PCV는 실린더와 피스톤 사이의 미세한 틈을 통해 크랭크 케이스로 스며든 그을음이나 수증기를 비롯한 다양한 혼합물들을 그대로 밖으로 버릴 수 없기에 재연소 시키는 역할을 한다.

EGR과 PCV를 통해 재순환된 오염물질들은 엔진의 흡기 밸브를 통해 다시 들어온다. 이때 흡기 밸브는 엔진의 높은 열에 의해 달궈진 상태다. 또 연료가 분사될 때 일부 연료 알갱이가 흡기 밸브가 열릴 때 밸브 뒤에 묻어 끈적한 상태가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EGR과 PCV를 통해 재순환된 오염물질들이 흡기 밸브를 통해 들어오게 되면 나쁜 입자들이 눌어붙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가솔린 엔진임에도 디젤 못지않은 카본 흡착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간접 분사 엔진은 연료와 공기가 섞인 가스가 흡기 밸브를 타고 내려오면서 흡기 밸브 청소 효과가 있다.

문제는 이렇게 흡착된 카본은 물리적으로 분해해서 닦아내는 것 이외에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제조사에서는 TOP TIER approved gasoline, 즉 고급유와 제조사 권장 오일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방법은 카본 흡착 문제를 늦출 뿐 근본적으로 카본 흡착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장단점 분명한 각각의 방식, 완벽한 엔진은 없다.

신기술이 적용된 엔진은 과거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개발된다. 하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기 마련. 아직 궁극적으로 완벽한 엔진은 존재하지 않는다. 디젤 엔진은 효율이 좋지만 소음과 진동, 각종 배출가스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솔린 엔진은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만들고 높은 출력을 만드는데 유리하지만 효율이 좋지 못하다.

다시금 직분사 엔진은 고출력, 고효율, 배출가스 저감이 가능하지만 소음과 진동, 부품 내구 문제, 흡기밸브 카본 흡착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간접 분사 엔진은 높은 내구성에 흡기 밸브 카본 흡착 문제에서 자유롭지만 성능과 연비를 양보해야 한다.

때문에 최근에는 토요타의 D-4S 엔진이나 폭스바겐의 EA888 엔진처럼 직분사 시스템과 간접 분사 시스템을 동시에 사용하는 엔진이 주목받고 있다. 직분사의 성능 효율은 물론 간접 분사로 흡기 밸브를 씻어준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직분사 엔진보다 복잡한 부품과 연료 분사 제어 시스템이 필요로 한다. 한계를 극복한 듯 보이지만 결국 더 복잡해지고 비용 부담은 다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버린 것이다.

최근 일부 브랜드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크다. 모든 엔진은 완벽하지 않고 장단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장점만 언급하며, 모든 것이 만능처럼 포장하기 바쁘다.

폭스바겐은 디젤 엔진을 마치 친환경 엔진처럼 포장했다. 현대자동차의 직분사 엔진은 세계 최고 수준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고 했지만 현재 나오는 문제들은 근본적인 설계 결함처럼 보인다. 포드는 성능과 효율을 앞세웠지만 효율이 나오지 않아 연비 부분에서 거짓말을 했다.

이들 모두 각자 최고의 엔진처럼 알리기만 했지 단점을 소비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은 했을까? 소비자들의 분노에는 차량의 문제도 있지만 기업에 대한 분노도 포함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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