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쉐보레 레이싱팀 우승!! 소비자는 서킷가면 안돼!!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15.11.25 16:26
  •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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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소비자와 자동차 문화 발전 위한 투자 늘려야

한국지엠은 지난 10월 19일, 쉐보레 레이싱팀이 'CJ 슈퍼레이스'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로써 2007년 창단 이래 7번째 종합 우승을 거두게 됐다. 쉐보레 레이싱팀은 국내 경기서 활동하는 유일한 제조사 팀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승리가 그리 대단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같은 클래스에 견줄만한 경쟁자가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실제 CJ 슈퍼레이스의 메인 경기는 스톡카를 사용하는 Super 6000으로 구분된다. 또한 최상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도 대부분 스톡카 경기에 출전한다. 이 경기를 위해 국내 타이어 제조사들이 열띤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참고로 오해는 말아야 한다. 쉐보레팀 드라이버들도 최상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카레이싱은 선수의 기량 못지 않게 팀의 역량이 중요하다. 다시말해 드라이버의 기량이 유사한 상황에서 자동차의 셋업 능력과 자금을 갖추면 우승권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F1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페르난도 알론소는 수차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정상급 F1 드라이버다. 하지만 2015년 시즌 성적은 초라하다. 맥라렌-혼다팀으로 적을 옮긴 이후다. 엔진, 변속기, 내구성 등 다양한 문제 때문이었다. 이처럼 드라이버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레이싱카의 셋업 능력이며 이를 뒷받침 할 자금이다. 루이스 해밀턴이 지금의 알론소의 머신을 몰고 있다면 우승이 가능할까? 상상하지 말자.

모터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쉐보레 레이싱팀은 우승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독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는 관계자는 없었다. 어쨌건 경기를 통해 한국지엠이 득한 것은 얼마나 될까?

해외 브랜드들은 레이싱을 통해 얻어진 기술력을 자사의 양산 모델 개발 때 적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 모터스포츠는 이미지 향상을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된다. 무엇보다 국내 시장서 모터스포츠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소위 말해 그들만의 잔치일 뿐 대중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라는 것이다.

'이번 국내 레이싱에서 우승한 크루즈를 구입하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이를 이유로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도 없다. 그렇다면 한국지엠 내부에서 자사의 우승을 자부심으로 삼는 사람이 있을까? 일반 대중처럼 관심 밖의 일이다.

이제 현대차 그룹의 KSF를 보자. 현대차는 직접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마추어와 프로들을 위한 경기를 주최한다.

어느것이 더 좋은 모델일까?

기자는 KSF 쪽을 지지하고 싶다. 적어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반떼, K3, 벨로스터로 아마추어 경기 출전을 위해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자도 생긴다. 물론 판매 대수는 수십~수백여대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매출로 본다면 한국지엠 보다 나은 선택이다. 100여대가 팔렸다면 최소 그만큼의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자동차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사실이다.

올해 경기에서 우승한 것은 쉐보레 크루즈다. 하지만 이 차는 우리가 접하는 양산차와 완전히 다르다. 엔진은 물론 변속기, 차체를 비롯해 서스펜션 등 이름과 모양새 일부를 빼고는 크루즈라고 볼 수 없다.

한가지 재미난 것은 자사의 우승을 알리는 가운데 경기장에 들어간 자사 차량에 대해 A/S를 거부한다는 사실이다. 현대차는 KSF에 출전한 차량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A/S를 진행해준다.

반면 한국지엠은 최근 개최되는 몇몇 아마추어 경기에 출전한 아베오 등의 차량에 대한 A/S를 거부하고 있다. 한국지엠 측의 공식 의견도 다음과 같았다.

'내부적으로 장기간 검토했으나, 보증 서비스의 범위를 레이스카에 확대하는 것이 튜닝차량에 대한 일관된 보증 의무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유로 배제된 것'

물론 파워트레인을 손대거나 과도한 튜닝을 할 경우는 예외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메이크 레이스는 최소한의 튜닝을 더할 뿐이다. 또, 엔진과 변속기 등은 손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파워트레인의 문제가 발생 시에도 A/S를 거부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부처도 튜닝산업을 키운다는 상황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결국 쉐보레팀이 수작업으로 만든 억대 크루즈로 경기에서 우승은 했지만 쉐보레 소비자들은 경기장을 찾으면 안된다라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가 시장서 접하는 쉐보레 크루즈는 1~2천만원대 준중형 모델이지만 레이싱카인 크루즈는 개발 비용을 포함해 억대 가격을 호가한다.

사실 과도한 튜닝이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단순히 경기장에 들어가 아마추어 레이스를 즐겼다는 이유로 A/S를 거부한다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또한 서스펜션, 브레이크 패드 등의 가벼운 튜닝은 자동차 정기검사 때도 문제삼지 않는 항목이다. (단, 엔드 머플러는 구조변경 대상이다.)

한가지 재미난 내용을 살펴보자. 이는 지난 10월 14일 한국지엠이 배포한 보도자료다.

'13일부터 1박 2일 동안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쉐보레 제품의 경쟁력을 직접 체험하고, 판매 및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해 관련 임직원과 카매니저를 대상으로 ‘쉐보레 제품 마케팅 워크숍’을 개최했다.'

인제스피디움에서 직접 달려보며 자사 및 경쟁사 상품을 경험했다는 내용이다. 왜 갔을까?

알로이휠 전문 업체 핸즈는 아마추어 경기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한국지엠의 아베오가 포함된다. 한국지엠이 자사 고객들을 위해 해야할 일을 자사의 1차 벤더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 일부를 지원해줘도 부족할 마당에 A/S 거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쉐보레는 기본기 좋은 차를 만들어 왔다. 수치적 측면보다 감성적 측면을 중심으로 한 성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렇다면 그 본질이 무엇인지 보여줄 장을 확대해야 한다.

자사 레이싱팀 뿐 아니라 수많은 프로와 아마추어 드라이버들을 위한, 그리고 우리 자동차 문화를 위해 한국지엠이 발걸음을 바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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